“극초음속 연구는 곧 나의 삶”
“극초음속 연구는 곧 나의 삶”
  • 임성희 기자
  • 승인 2018.08.30 2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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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지상실험 장비 구축에 헌신

[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Best R&D Group]

한국과학기술원 항공우주공학과 박기수 교수
 

 

박기수 교수는 스스로를 ‘단순’하다고 평가했다. 자신이 단순했기에 극초음속 분야를 선택해 계속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하지만 그가 단순하다고 생각했던 선택은 현재 우리나라 극초음속 지상실험의 한 획을 긋는 선택이 됐다. 그가 이야기한 ‘단순’은 연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같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열정이 있었기에 한 우물만 팔 수 있었고, 또 자신을 희생할 수 있었다. 

 

2018년도 우주핵심기술개발사업 선정
기자가 박기수 교수를 알게 된 건 2018년도 우주핵심기술개발사업을 통해서였다. 젊은 교수의 우주핵심개발기술은 정말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핵심기술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박기수 교수의 HYPERSONICS LAB(극초음속 연구실)은 극초음속 분야 Leading Group이다. 그래서 ‘우주발사체 선두부의 열/공력 특성 연구를 위한 극초음속 지상실험 및 해석’ 주제로 과제에 선정됐다. 정확히 말해서 극초음속 지상실험이 박 교수 연구실의 핵심이자 정체성이다. 해석은 건국대 박수형 교수가 맡아 진행할 예정이다. 극초음속은 초음속에서도 속도가 매우 높아진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뜻한다. 일반인들은 쉽게 상상하기 힘든데, 예를 들어 미국LA에서 서울까지 2시간 안에 주파할 수 있는 정도의 속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정도 속도의 실험을 공중에서 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기에 이를 지상에서 축소해서 실험하는 것을 지상실험이라 하며 이 분야의 전문가가 바로 박기수 교수다. 그는 선정계기에 대해 “아무래도 과제의 희소성을 높게 평가해주신 것 같아요. 극초음속 지상실험은 비용도 많이 들고 인력도 거의 없어서 인프라가 많이 부족해요. 거기에 해석까지 더해지니 그 시너지를 좋게 보신 것 같아요”라며 “이번 과제를 통해 극초음속 분야 인력양성에 더 매진하겠습니다. 선정해주신 심사위원들에게 감사드려요”라고 덧붙였다.

지상실험 분야 국내를 넘어 세계와 경쟁하다
중학교 때 박 교수는 우연히 집 근처 경비행장에서 비행기가 나는 모습을 보고 그 모습이 멋있어 항공우주를 공부하겠다는 생각을 가졌고, 호주에서 대학을 나오고 2006년 대학원을 선택하며 극초음속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런 그를 눈여겨 본 사람이 바로 박철 박사였다. NASA에서 37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일본을 거쳐 카이스트에서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그가 박 교수에게 카이스트 행을 제안했고, 평소 존경했던 분의 제안에 박 교수는 흔쾌히 카이스트에 자리 잡았다. 그때가 2010년이었다. 그는 “카이스트에 와서 보니 극초음속 지상실험 관련해서 거의 황무지와 다름없었어요. 그때부터 장비구축을 시작했죠”라며 2,3년 전 장비구축이 완료되고 이제는 다양한 연구 집단들과 장비와 기술을 공유하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물론 저 혼자 한건 아니에요. 동료 교수님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대학원생들도 같이 도와줘서 구축할 수 있었죠. 제가 말하는 공공의 이익이란 WIN-WIN의 개념이에요. 전 제 활동영역을 가두어두지 않아요. 서로 필요하다면 오픈해서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극초음속 분야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요”라고 자신만의 철학을 덧붙이는 그다.
  박기수 교수에게 카이스트 극초음속 연구실은 자부심이자 자랑거리였다. 기자가 직접 찾은 연구실에는 웅장한 지상실험 장치가 자리 잡고 있었다. 박 교수는 그 장치를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며 자신보다는 그 장치들이 더 조명되길 바랐다.

박기수 교수가 직접 만든 지상실험 장비. 박 교수가 카이스트에 자리 잡으면서 카이스트는 극초음속 지상실험 분야에서 국내를 넘어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지위를 갖게 됐다.
박기수 교수가 직접 만든 지상실험 장비. 박 교수가 카이스트에 자리 잡으면서 카이스트는 극초음속 지상실험 분야에서 국내를 넘어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지위를 갖게 됐다.

 

“극초음속 관련 유의미한 데이터가 바로 연구실 재산”
박 교수 연구실에서는 우주쓰레기 재진입, 스크램제트엔진, 우주발사체 등 관련 연구들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미 장비가 구축되어 있기에 의뢰되는 연구주제들도 많다. 박 교수는 “극초음속은 고에너지에 따른 열공력 환경 예측 관련하여 많은 어려움이 발생해요. 그걸 지상실험을 통해 예측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거죠”라고 소개했다. 그는 “다양한 변수에 적용할 수 있는 유의미한 데이터를 갖는다는 것이 바로 연구실의 재산이죠”라며 “저희는 극초음속만 하기 때문에 연구주제가 좁아 연구의뢰가 많이 들어와요. 말하자면 미션과도 같죠. 그래서 학생들의 논문주제가 미리 정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도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따라와 주는 편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구실 소속 학생들을 마니아라고 칭했다. 극초음속이라는 분야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알아서 찾아오는 연구실일 정도로 관련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자발적 동기부여가 이미 되어 있어, 교수가 방향제시만 해주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실험에 참여한다. 물론 어려움에 처하면 박 교수가 항상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기자는 이들이 하나의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극초음속이라는 하나의 주제만 가지고도 행복한 이들이다. 다만 주제의 협소성으로 연구비에 제약이 따른다는 것이 어려움이라면 어려움. 하지만 이런 어려움도 그들의 열정 앞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스타와 팬의 관계처럼 ‘극초음속’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카이스트 극초음속 연구실. 이들의 행보가 우리나라 극초음속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스타와 팬의 관계처럼 ‘극초음속’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카이스트 극초음속 연구실. 이들의 행보가 우리나라 극초음속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원천기술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응원이 연구자들에게는 큰 힘”
‘극초음속’ 하나만 보고 올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박기수 교수는 자신을 도와준 수많은 사람들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극초음속이 너무 좋고 그 길을 계속 갈 수 있으면 주제나 범위가 바뀌어도 괜찮아요. 그래서 정해진 계획과 비전이 없고 계속 거기에 맞춰 변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극초음속을 하면서 항상 절벽에 서 있다는 느낌으로 살아요. 힘들 긴해도 그게 매력인 것 같아요”라며 앞으로의 연구의지를 전했다. 하지만 가끔 그도 힘들어 할 때가 있는데, 바로 원천기술을 차갑게 보는 시선들이다. 그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는 기초과학이나 원천기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원도 많고 열심히 연구하시는 연구자분들도 많아요. 다만 상용화나 실적에 너무 집착한 일부 사람들이 원천기술을 안 좋게 보는 시각이 있어서 가끔 속상하기도 해요. 원천기술에 대해 꾸준한 시각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 국내에도 정말 열심히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이 좀 더 빛을 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으면 합니다”라고 인터뷰 중 가장 강력하고 절실한 이야기를 전했다.
  우주발사체 분야에 있어서는 우리나라가 아직 후발주자이지만, 안전한 우주발사체 개발을 위한 지상실험분야에서는 선진국들이 알아주는 좋은 데이터들을 박기수 교수 연구실에서 보유하고 있다. 이들에게 더 큰 힘을 실어준다면 우리나라가 우주발사체 분야에서도 선두그룹으로 올라갈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마련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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