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키워 낸 승부사,제국의 승부가 시작되다
알리바바 키워 낸 승부사,제국의 승부가 시작되다
  • 조재휘 기자
  • 승인 2014.11.2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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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년 동안 성장하는 끝없이 진화하는 기업 만든다”
[이슈메이커=조재휘 기자]
[Cover Story]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



알리바바 키워 낸 승부사, 제국의 승부가 시작되다

“300년 동안 성장하는 끝없이 진화하는 기업 만든다”




지난 9월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시에서 세계 최대 온라인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기업공개(IP)를 했을 때 전 세계 뉴스는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57) 소프트뱅크 회장에게 쏠렸다. 14년 전 알리바바에 투자한 2000만 달러(약 210억원)의 지분(32.4%)에 700억 달러(약 73조원)가 넘는 가격이 매겨졌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의 ‘대박’으로 손 회장이 일본 최고의 부자에 오른 것은 분명 굵직한 뉴스다. 알리바바가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되면서 마 회장은 블룸버그 세계 억만장자 랭킹에서 219억 달러(약 22조 8745억원) 순 자산으로 34위(중국 순위 1위)를 차지했고, 알리바바 최대 주주인 손정의는 일본 최고의 갑부로 등극했다. 




손정의 회장은 알리바바의 상장 이전 포브스가 발표한 ‘2014 세계 억만장자’에서 이미 세계 42번째의 갑부로 꼽혔다. 그의 재산은 우리 돈으로 20조 원이 넘는다. 우리나라 최고 부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재산 11조 원의 2배 가량 된다. 하지만 손정의 회장은 이건희 회장과 시작이 달랐다. 이건희 회장은 선대로부터 삼성그룹을 물려받았으나 손정의 회장은 무일푼으로 출발했다. 손 회장의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탄광노동자로 일본에 건너갔고 대부분의 재일교포가 그렇듯 어렵게 살았다. 손 회장의 아버지는 중학교 졸업 후 생선행상으로 출발해 나중에 음식점과 파친코 가게를 운영했다.
  



6분 만에 투자결정…알리바바를 키워내다

  빈민가 출신 재일교포 3세인 손 회장이 일본 최고부자가 된 여정은 극적이다. 그는 24살 소프트웨어 유통회사 소프트뱅크를 창업해 4년 만에 시장의 60%를 차지했다. 어느 잡지도 소프트뱅크 광고를 실어주지 않자 직접 잡지를 창간해 3년 만에 최다부수를 발행했다.

  그는 2001년 초고속인터넷사업에 뛰어들었다. 매년 1조 원이 넘는 적자로 고전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사업을 계속해 4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 이듬해 소프트뱅크 시가총액은 20조 원을 돌파했고 손 회장은 일본 최고부자 자리에 올랐다.

  손 회장이 재산을 일군 첫 번째 방식이 사업 도전이라면 두 번째 방법은 주식투자다. 손 회장은 ‘될 것 같은’ 기업을 알아보는 데 천재적 재능을 발휘했다. IT기술을 전혀 모르는 전직 영어교사가 시작한 전자상거래사업에 손 회장은 204억 원을 투자했다. 이 돈은 14년 후 3천 배로 불어났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좌)과 알리바바 마윈 회장(우)


  14년 전만 해도 마 회장과 손 회장은 일면식도 없던 관계였다. 그러나 1999년 10월,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단 6분간의 만남을 통해 이들은 엄청난 부를 거머쥔 것은 물론이고, 2014년 가장 주목받는 거물이 됐다. 

  ‘청년’ 마윈은 영어교사로 일하다 인터넷 IT(정보기술)에 관심을 갖고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열었다. 첫 도전은 실패했다. 마윈은 다시 공공기관 등의 인터넷 사이트 구축 사업을 하면서 경험을 쌓은 뒤 1999년 8명의 창업주들과 함께 자본금 50만 위안(당시 7000만원)을 들고 알리바바를 설립했다. 

  그러나 곧 자금난에 부딪혔다. 설립등기를 마친 이듬해 마윈은 제리양 야후 설립자의 소개로 손 회장과 만났다. 마윈은 손 회장에게 “중국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세계 사업장·소비자와 연결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당시 손 회장은 이미 일본 내에서 소프트웨어의 최고 강자로 떠오른 상태였다. 그러나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지면서 IT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때였다. 손 회장 역시 손을 댄 여러 사업에서 실패를 맛봤다. 소프트뱅크 주가도 급락해 자금사정도 넉넉하지 않았다. 하지만 손 회장은 마윈을 만난 지 6분 만에 2000만 달러의 투자를 약속했다. 손 회장의 알리바바 투자는 중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큰 뉴스였다. 그 무렵 손 회장이 중국 내 신생 IT기업에 투자한 평균 금액은 20만 달러(2억 원)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의 투자는 가난한 청년 사업가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손 회장은 마윈의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했고 ‘손정의의 후광’ 덕에 마윈은 사업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알리바바는 현재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84%를 점유하는 거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손 회장이 투자한 2000만 달러가 알리바바를 세계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24살에 창업, “30년 후 조 단위 매출 올릴 것” 호언

  손 회장은 고등학교 1학년 어학연수로 찾은 미국에서 미국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컴퓨터에 매료된다. 그는 부모를 설득해 1974년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치열한 공부로 월반을 거듭한 손 회장은 한 달 만에 고등학교 과정을 마쳤고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캘리포니아주 UC버클리 시절 손 회장은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전 시간을 공부에 투자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이때 개발한 것이 외국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번역이 되는 음성전자번역기였다. 이 아이디어는 샤프전자에 팔아 1억 엔(약 10억 원)을 받았다. 이를 자본금으로 친구와 함께 유니손월드라는 벤처기업을 세우기도 했다. 일본으로 돌아온 손 회장은 1년6개월 동안 시장조사한 끝에 앞으로 일본에 개인용 컴퓨터가 대중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그렇게 1981년 9월. 청년 손정의는 후쿠오카 현 오도리로 시에 위치한 허름한 2층 건물에서 직원 두 명과 함께 소프트뱅크의 문을 열었다. 낡은 선풍기가 돌아가는 허름한 사무실 안에서 당시 손정의 회장은 귤 상자 위에 올라 30년 뒤에는 조 단위의 매출을 이룰 것이라고 외쳤다. 이를 본 두 명의 직원은 고개를 저으며 회사를 나갔다. 모두가 손정의와 소프트뱅크에 회의적 시각을 보냈지만 그의 열정과 천재성을 알아본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일본 최고의 전자업체인 샤프의 사사키 전무다. 그의 지원을 받은 손정의는 일본 최대의 소프트웨어업체인 허드슨과의 독점계약을 따내며 단숨에 매출 35억 엔의 중견기업으로 뛰어올랐다.

  시련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1982년 갑작스런 만성간염으로 5년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것이다. 손 회장은 그냥 죽느니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생각으로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받았다. 천만다행으로 건강을 되찾은 그는 1986년 회사로 돌아와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 소프트웨어 독점권을 따내면서 MS가 윈도3를 출시한 1992년 1000억 엔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당시 손 회장은 하루 18시간을 일에 매진했다. 손 회장은 “내가 누군가에게 3시에 보자고 말하면 그건 꼭 오후 3시가 아닐 수도 있었다”며 “새벽 3시에도 회의를 소집했고 필요하면 언제든 밤을 새웠다”고 술회했다. 사무실에 온통 직원들의 땀 냄새와 며칠 동안 목욕을 못한 손 회장의 시큼한 냄새가 가득했다.

  손 회장이 19세에 세운 ‘50년 인생계획’은 지금도 각종 자기계발서에서 인용된다. 그의 인생계획은 ‘20대에 이름을 떨치고 30대에 1000억 엔의 운영 자금을 마련하며 40대에 승부를 걸고 50대에 사업을 완성하고 60대에 다음 세대에 물려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손정의 회장은 앞으로의 300년을 내다보며 준비하고 있다,
30년을 넘어 ‘300년 후의 미래’를 내다 보다

  2010년 6월 25일, 소프트뱅크 30주년을 맞이한 주주총회에서 손정의 회장은 ‘소프트뱅크 신30주년 비전’을 발표했다. 손 회장은 이 자리에서 ‘가장 중요한 연설’이자 ‘마지막 허풍’이 될지도 모른다며 300년 후를 예상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300년 동안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끝없이 진화하는 기업 구조를 발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향후 30년이 앞으로 300년간 이어질 기업을 만드는 준비 기간이 될 것”이라며 “2040년까지 5000개 기업에 투자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회사는 10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이를 5000개 사로 늘린 후 인터넷 시대에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수평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회사들의 연합체로 끌고 갈 계획이다. 월드와이드웹처럼 조직 체계가 분산돼 있고 멀티 헤드쿼터를 가진 다양한 인물들이 회사를 이끄는 것으로 “스스로 진화하고 증식하는 회사”라고 밝혔다. 



▲새하얀 훗카이도견을 앞세운 소프트뱅크의 광고는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광고로 꼽힌다. 사진은 도쿄 시부야 역의 소프트뱅크 광고판


  소유나 지배에도 관심이 없어 출자비율을 20~40% 정도로 조절할 계획이다. 중앙집권적인 피라미드 구조는 의사소통에 병목현상이 생기고 행동이 굼떠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게 손 회장의 진단이다. 손 회장은 “일본의 경우 30년 존속해 온 기업들을 조사해 봤더니 0.02%에 불과했다. 99.98%가 사라졌다. 도산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장해야 한다. 소프트뱅크가 꿈꾸는 조직은 아마도 전 세계적으로도 처음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300년 후를 예상하려면 먼저 300년 전의 세계를 다시 한 번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300년 전 평균수명은 33세였다. 산업혁명으로 동력을 만들어 내면서 생활이 완전히 바뀌었다. 사람들이 해오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면서 인간의 직업을 빼앗는 두려운 존재라며 반대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금 생활을 보면 인간과 기계가 공존하고, 기계의 뛰어난 능력으로 인간이 중노동에서 해방됐고 수명도 늘었다. 이런 것들이 과거 300년의 패러다임의 변화다. 그렇다면 앞으로 300년 후의 인간 생활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손 회장은 정보의 빅뱅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손 회장은 또 칩과 칩이 통신을 해서 통신 회사가 아닌 텔레파시 회사가 될지도 모른다며, 서로 칩이 장착된 사람들이 만나서 자동으로 번역해주는 시대가 올 수도 있고, 동물과도 통신을 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 칩이 동력을 가진 기계와 접목되면 그것이 바로 로봇이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이러한 시대에서 강한 회사는 “해당 로봇에 어떠한 지혜를 넣어줄 수 있을 것인가?”라며 “지혜를 많이 확보한 회사가 강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의 국적은 ‘인터넷’

  “투자를 할 때 최소 10년, 어떤 때는 30년 후를 생각합니다. 10년이나 30년 후의 세상을 생각하는 것은 불확실성 때문에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10년 후에 대해서는 남들보다 좋은 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그런 것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월 16일 열린 ‘2014 소프트뱅크벤처스포럼’에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기조연설을 통해 밝힌 투자 원칙이다. 손 회장은 또 “미래에 대해 생각할 때 기본 규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에 커뮤니케이션 속도 증가와 기업가 가치 상승까지 고려했을 때 50년 후 업계의 혁신은 지금의 100만 배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우리 삶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완전히 달라지는 만큼 지금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사업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말이다.

  소프트뱅크는 손정의 회장의 말대로 몇 년 후가 아니라 먼 미래를 바라보고 투자를 하고 있다. 당장 효과가 나지 않아도 플랫폼에서 콘텐츠까지 향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업을 찾아 꾸준히 투자·인수하고 있다. 그 중에는 야후 재팬이나 스프린트처럼 이미 잘 알려진 기업에 투자한 경우도 있고 알리바바처럼 스타트업에 투자해 성공한 경우도 있다. 

▲소프트뱅크의 현재 시가총액(10월 17일 기준)은 819억 달러 (약 82조원)에 달한다. 사진은 일본의 소프트뱅크 매장


  세계 IT업계의 리더로 꼽히는 손정의 회장. 그의 도전과 성장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재일교포라는 점이 한 몫 하고 있다. 국적을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 손 회장은 이렇게 답한다.” 저의 국적은 일본도 아니고 한국도 아닙니다. 인터넷입니다. 인터넷 안에는 우리의 미래가 있습니다.” 손 회장의 ‘300년 기업 비전’이 허풍이 아닌, ‘소프트 뱅크의 DNA’로 이어질 가능성을 점 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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