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과 텔레그램, 깊어지는 카톡 사찰의 그늘
카톡과 텔레그램, 깊어지는 카톡 사찰의 그늘
  • 경준혁 기자
  • 승인 2014.11.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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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의 시장독점에 ‘균열’, 대규모 사이버망명 택하는 사람들
[이슈메이커=경준혁 기자]

[Cyber Asylum] 카톡사찰




카톡과 텔레그램, 깊어지는 카톡 사찰의 그늘


카톡의 시장독점에 ‘균열’, 대규모 사이버망명 택하는 사람들




카카오톡이 독점하고 있는 국내 모바일메신저 시장에도 변화가 시작될 모양이다. ‘카톡 실시간 사찰’ 의혹이 불거지면서 카카오톡에 대한 이미지도 추락하고 있다. 상당수의 네티즌들은 이미 독일계 모바일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망명’을 시도했고, 이러한 추세는 적어도 다음 대선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들어 감청 급증


  패킷 감청이라는 게 있다. 2011년 국정원이 보안성 높다고 알려졌던 구글 전자우편 서비스(Gmail) 수발신 내용을 실시간 도감청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감청 방식이다. 인터넷상 모든 자료는 작은 ‘단위’로 쪼개져 전송된 뒤 재구성되는 단계를 거친다. 이 ‘단위’를 패킷이라고 부른다. ‘패킷 감청’은 인터넷 회선에 접근해 ‘패킷’을 가로챈 뒤 이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맘만 먹으면 깨알같이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얘기다.


  감청설비 보유대수가 이명박-박근혜 정권 들어 급증했다. 미래부 감청설비 인가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9대에 불과했던 것이 올해 현재 80대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난다. 새롭게 인가된 감청설비 73대 중 71대가 인터넷 감시를 위한 패킷 설비다. 10년 사이 장비가 10배 증가했다면 인터넷 감청도 그만큼 강화됐다는 얘기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감청장비는 패킷설비 뿐만 아니다. 대검은 유리창의 진동을 감지해 대화내용을 감청하는 레이저장비 등 첨단장비 65대를 포함해 총 175대를, 경찰청은 197대, 국방부는 17대, 관세청은 4대를 보유하고 있다. 비공개를 고집하고 있는 국정원 보유대수를 합한다면 숫자는 크게 늘어날 것이다. 국정원은 수십대가 넘는 패킷 감청설비와 상당수의 유무선 감청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청을 남용하는 행위는 도청이나 다름없다. 영장 발부 여부에 차이가 있을 뿐 남의 말을 엿듣는다는 점에서는 감청과 도청이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새로 인가된 도감청 장비의 90% 정도가 인터넷과 관련돼 있다. 박근혜 정부가 온라인 사찰과 감시에 크게 집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니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2014 세계언론자유지수’를 보면 한국은 지난해보다 7단계 추락한 57위를 기록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30위권에 머물렀던 것이 2008년 47위로 급락한 뒤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적 언론감시단체인 ‘프리덤하우스’도 한국의 언론자유 실태에 대해 ‘옐로우카드’를 꺼내들었다. ‘2014언론자유보고서’에서 한국은 평가대상국 중 68위를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4단계 낮아졌다. 노무현 정권 시절 31위(2006년)까지 상승한 뒤 이명박 정권 들어 급락했다가 2011년부터 ‘언론자유국’ 지위마저 상실하고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들과 같은 그룹인 ‘부분적 자유국가’로 분류되고 말았다.

 




한국 네티즌 ‘사이버 망명’ 국제적 이슈


  얼마 전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부재 의혹이 외신에까지 보도되자 “대통령 모독이 도를 넘었다”며 검찰에게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검찰은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사범을 상시 적발하는 방안을 추진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사찰 대상에는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도 포함됐다. 사실상 이 같은 행위는 ‘위헌’에 해당한다. 지난 2010년 헌법재판소는 인터넷논객 미네르바에게 적용했던 전기통신법 제47조1항 ‘허위의 통신’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정부정책에 대해 의혹 제기와 비판 행위를 처벌하는 ‘흉기’로 활용돼오던 ‘허위사실유포죄’가 ‘위헌’ 판결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과 검찰이 이를 무시하고 허위사실 유포 운운하며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


  카카오톡이 실시간 사찰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의 우려감이 빠르게 확산됐고, 상당수의 네티즌들이 안전한 외국계 모바일 메신저로 ‘망명’을 시도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검찰과 다음카카오는 입을 맞춰 ‘카톡 실시간 사찰은 사실 무근’이라며 네티즌들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이 거짓말은 금새 들통나고 말았다.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경찰이 자신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카톡을 압수수색해 3,000명의 개인정보를 사찰했다”며 ‘사찰 증거’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한국 네티즌들의 ‘사이버 망명’은 세계적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0일 영국 BBC는 한국 네티즌들이 카톡을 떠나 텔레그램으로 도피하는 상황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BBC는 “일본 신문이 ‘미혼인 박대통령이 침몰 당일 집무실에 있지 않고 최근 이혼한 전 보좌관을 만나고 있었다’고 보도한” 사실을 언급하며 이 같은 ‘모독’과 ‘소문’이 계속되자 “박 대통령이 허위사실을 퍼뜨린 시민을 단속하겠다고 공표했고 단속 대상 중 하나가 한국인 3,500만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이었다”고 주장했다. BBC는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이버 망명’ 사태의 원인에 대해 “한국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허위사실을 (SNS에) 퍼뜨리는 사람을 고소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라며 “지난 일주일 동안 150만명의 한국인들이 그 서비스(텔레그램)에 가입했다”고 보도했다. 정부 때문에 국제적 망신살이 뻗친 것이다. 


  온라인에서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진압’은 강화되고 있다. 경찰청이 제출한 국회 국감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0년부터 올 9월까지 경찰이 진압장비 구입비로 편성한 예산이 144억원(캡사이신 최루액 구입비 제외)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1대당 1억원이 넘는 ‘차벽용’ 트럭 구입에도 열을 올렸다. 2011년 헌재가 ‘경찰 차벽’을 위헌이라고 판결했는데도 불구하고 ‘차벽’ 구입은 계속돼 이후 7대나 더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잘못한 것 없다던 카카오, 갑자기 태도 바꾼 이유


  ‘카톡 사찰’이 논란이 되자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국내에 있는 어떤 서비스도 국가의 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정당한 절차(영장)에는 협조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 바 있다. 또 이 대표의 법률 대리인은 “자신의 집에 영장집행이 와도 거부할 용기가 없는 중생들이면서 나약한 인터넷 사업자에게 돌을 던지는 비겁자들”이라며 외려 ‘사찰’로 불안해하는 이용자들을 비난했다. 게다가 “정부를 탓해야지 왜 시키는 대로 한 우리를 탓하나?”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시키는 대로 한 게 무슨 잘못이냐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카톡 이용자들의 ‘사이버 망명’을 부추겼다. 독일계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 다운로드 수가 1위에 오를 때도 다음카카오는 별 것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다. 이 대표가 “열심히 하는 것 말고 다른 대책은 없다”고 말했을 정도였으니까. 이러던 다음카카오가 며칠 만에 태도를 바꿨다. 


  13일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음카카오 대표가 가자들에게 한 말의 핵심은 “정부 수사기관의 실시간 감청 영장을 거부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법 제도를 따르는 것만으로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있다고 자만했다”며 “사용자의 불안한 마음을 빨리 깨닫지 못했다. 진심으로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며칠 전 당당했던 태도와는 천양지차였다.


  많이 고심하고 공들인 발언도 나왔다. “감청 영장 불응으로 인해 법적인 제재가 가해진다 하더라도 대표이사인 제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이용자 보호를 위해서라면 감옥에 갈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영장에 불응하겠다는 것이다. 


  사과와 반성은 ‘사이버 망명’이 가속화되자 들고 나온 ‘조처’일 것이다. 텔레그램 가입자 수가 그 사이 또 수십만이 늘어 300만 명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한 인터뷰에서 “카톡 가입자 수가 이미 엄청난데다 친숙한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려는 소비자 관성도 작용할 테니 그까짓 '듣보잡' 텔레그램 정도가 어찌 우리를 위협하겠는가 하며 자만했던 것이 아니겠나”라고 의견을 밝혔다.

 




사이버망명 막기 위한 호들갑...불응해도 처벌 어려운데


  텔레그램 다운로드 수가 많은 나라일수록 언론자유지수가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네덜란드, 핀란드 등 언론자유지수 1, 2위 국가에서 텔레그램 다운로드 수는 250위권 밖이지만 언론자유지수가 낮은(60위권) 한국에서는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음카카오 이석우 대표의 사과가 ‘사이버 망명’을 멈출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려하는 이용자를 나무라고 모든 것을 정부 탓으로 돌린 카카오 측의 초기대응에 문제가 있었을 뿐 아니라, 사과 타이밍도 이미 늦었기 때문이다. 특히 영장 불응으로 인한 처벌을 대표이사가 달게 받겠다는 ‘감성 멘트’을 많은 전문가들은 ‘사과와 반성’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포장으로 보고 있다. 위기 탈출용 ‘전략적 한수’이자 ‘꼼수’라는 얘기다.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 본 뒤 내린 결정일 것이다. ‘감청영장’에 불응하겠다고 했지 ‘압수영장’에도 그러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감청’은 앞으로 발생할 SNS 대화를 엿보는 것이고, ‘압수’는 이미 축적돼 있는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행위다. 감청영장이 요구하는 자료는 서버에 들어 있지 않다. 그러니 영장을 제시해도 거부하면 그만이다. 거부할 경우 검찰은 ‘압수영장’으로 바꿔 가지고와서 서버를 뒤지려 할 것이다. ‘앞으로 있을 대화’도 시간이 지나면 과거 데이터가 되니 그렇다.


  다음카카오 대표가 말한 ‘감청영장 불응’이라는 말을 풀어보면 ‘카톡 사용자의 대화내용을 내 손으로 수사기관에 직접 넘겨주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압수영장 들고 와 서버를 뒤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도 스스로 자료를 제공하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정작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겠다면 감청영장 뿐 아니라 부당하고 과도한 압수영장 집행도 거부하겠다고 말했어야 마땅하다. 감청 영장에 불응하는 행위를 형사처벌 하는 게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거부 행위가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되는 건 맞지만 이 법에는 벌칙 규정이 없다. 공무집행방해죄 적용 또한 쉽지 않다. 형법에 따르면 폭행, 협박, 위계 등으로 공무 집행을 방해한 경우에만 해당한다. 단순 거부는 폭행도, 협박도, 위계도 아니다.


  사실상 감청영장에 불응해도 그만이고 또 처벌 받을 가능성도 희박한데 왜 ‘감성 멘트’를 날리며 13일 저녁 부랴부랴 기자회견을 한 걸까. 가장 큰 이유는 다음날(14일) 있었던 다음카카오 상장과 신주발행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카톡 사찰’ 논란이 사이버 망명으로 이어지며 다음(합병 상장 전 종목명)의 주가가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감성 멘트’는 매우 효과적이었다. 상장 첫날 다음카카오 주가는 전일 대비 8.3% 반등해 13만91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새출발을 천명하며 합병을 감행했던 다음-카카오에게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카톡사찰로 야기된 사용자 이탈현상은 대한민국 모바일 생태계 지도를 크게 뒤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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