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 경기 사상 ‘최악’… 반등의 기미도 없어
공연예술 경기 사상 ‘최악’… 반등의 기미도 없어
  • 조재휘 기자
  • 승인 2014.10.2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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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충격에 부실경영·공급과잉까지 ‘총체적 난국’
[이슈메이커=조재휘 기자]

[Performing Arts] 위기의 공연예술




공연예술 경기 사상 ‘최악’… 반등의 기미도 없어


세월호 충격에 부실경영·공급과잉까지 ‘총체적 난국’



▲지난 8월 막을 내린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이 공연은 일부 배우들과 오케스트라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불거져 오점을 남겼다. 제작사의 경영부실이 문제였다.





지난 8월 막을 내린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이 공연은 일부 배우들과 오케스트라 출연료 미지급 사태가 불거져 오점을 남겼다. 제작사의 경영부실이 문제였다. 올해 상반기 공연시장 경기가 근래 들어 최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참사 등 내부적 요인과 방만한 경영 등 내부적 요인의 원인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앞으로도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이 주를 이룬다. 위기의 공연예술계, 그 현황과 원인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짚어본다.





설문조사 체감지수 2009년 이후 최저치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가 지난 7월 29일 공연 시작 2분 전 공연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지난 6월말부터 공연 중이던 <두 도시 이야기>는 7월 29일 오후 8시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공연 2분 전인 오후 7시58분쯤 제작사 비오엠코리아 최용석 대표가 무대에 나와 “오늘 공연을 취소한다”고 통보했다. 취소 사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미 자리에 앉아있던 관객 800여 명에게는 “환불 계좌를 적고 가라”고 안내했다. 


  관객이 모두 입장한 상태에서 벌어진 초유의 공연 취소 사태에 대해 공연계에서는 “제작사가 배우들과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출연료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바람에 몇몇 단원들이 출연을 보이콧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심각한 뮤지컬계 불황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으로 분석했다. 뮤지컬 제작 편수가 해마다 10%씩 늘어 작품별 수익률이 급감한데다, 올 4∼5월엔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로 유료 객석 점유율이 20% 선까지 떨어져 제작사들이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공연예술 분야의 경기가 역대 최악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연장과 예술인보다 특히 공연제작사가 위기를 크게 느꼈다. 세월호 사건으로 흔들거렸고, 투자가 막혀 휘청거렸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정재왈)가 지난 7월18일부터 8월4일까지 214개 공연시설, 공연단체, 공연기획제작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한 공연예술 경기 체감지수는 56.31로 나타났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호전, 100 미만이면 악화된 것으로 지난해의 ‘반토막’이란 뜻이다. 이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경기동향 조사를 시작한 2009년 이후 최저치다. 센터 측은 “비교 기간과 경기 체감이 동일했을 경우를 100으로 산정하는 체감도 조사”라며 “아무리 경기가 악화돼도 70이하로 지수가 떨어진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고 밝혔다.


  설문에 응한 곳은 공연시설 78개, 공연단체 104개, 공연기획제작사 32개였다. 공연예술 불경기는 공연장 가동일수, 공연 횟수에서도 드러난다. 공연장 가동일수는 지난해 상반기 121.2일에 비해 8.8일 감소한 112.4일이었다. 특히 대학로 인근 공연장들의 가동이 가장 많이 감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공연단체의 평균 공연 횟수는 21.2회로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4회 줄었다.


  극심한 불경기의 원인으로는 우선 세월호 참사의 여파를 들 수 있다. 센터 측은 “올해 4월의 세월호 참사로 인해 상반기 예정됐던 공연들이 대거 취소되면서 공연예술계가 경제적·심리적 타격을 입었다”며 “공연이 대거 하반기로 연기돼 대관 경쟁이 불가피해졌고 공연단체 및 기획제작사의 심각한 자금난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예정된 공연이 취소되거나 하반기로 연기돼 많은 공연제작사들이 타격을 입었다. 경기가 안 좋은데 세월호 참사까지 터져 공연예술계 투자는 얼어붙었다.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등에 출연했던 배우 김지숙은 중견연극인창작집단을 꾸리며 올해 상반기 연극을 준비했는데 18곳에서 ‘후원 퇴짜’를 맞았다. 김지숙은 “금융 및 건설 관련 대기업 등 알 만한 곳은 다 찾아갔는데 하반기에 보자며 투자를 망설이더라”는 후일담을 들려줬다. 청소년이 즐길 수 있는 연극을 기획한 A공연기획사는 지난 4월 ‘폭탄’을 맞았다. 세월호 사건이 터져 고등학생 단체관람 예약이 취소돼서다. 단체관람 전 건이 취소돼 대학로에 잡아 둔 극장 대관료 2000만을 고스란히 날렸다. 


  B사 공연사업팀 K팀장은 “올 상반기 경기는 최악이었다. 뮤지컬 같은 경우 1~2개를 빼고 다 (매출) 마이너스”라며 “이때 (투자가) 잘못 들어가면 다 죽는다는 인식이 생겨 투자사마다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또 “상반기 타격이 커 리스크 관리를 하느라 대형투자사들이 하반기에도 신규투자를 안 하는 추세”라며 “공연계에 돈이 메말라가고 있다”고도 했다. 소비자도 지갑을 닫았다. 공연 티켓 최대 예매 사이트인 인터파크의 2분기 공연티켓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0%가 줄었다. 





‘공급과잉’ 뮤지컬이 대표적…하반기 전망도 어두워


  하지만 세월호 참사만으로 상반기 공연계의 불황을 설명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공연예술계 자체의 조정 과정이 보다 근본적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센터 측은 “그동안의 과다경쟁, 공급과잉으로 공연예술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결과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설명을 내놨다. 공연예술계의 부실한 산업 구조가 문제라는 목소리도 있다. 뮤지컬계는 ‘뇌관’도 크게 터졌다. 주요 공연제작사 중 하나였던 뮤지컬해븐은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비오엠코리아는 배우와 오케스트라 출연료 미지급으로 예정됐던 공연을 갑자기 취소하는 사고를 냈다.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제작사인 네덜란더 등에서 일했던 지혜원 공연평론가는 “그동안 쌓인 경영부실로 내부적인 문제를 가진 상황에서 대기업의 투자가 끊기며 뇌관이 터진 것”이라며 “새 작품 투자를 받아 전작 마이너스를 채우는 ‘돌려막기’로 대기업에 기생해 온 일부 제작사의 취약한 경제자립도 등 구조가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를 두고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과다경쟁과 과잉공급으로 인한 공연예술시장의 구조적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뮤지컬 분야의 공급과잉 문제를 지적했다. 뮤지컬시장의 ‘공급과잉’에 대해 송승환 PMC프로덕션 회장은 “10년 사이에 뮤지컬 작품 수는 8배 늘었는데 관객 수는 3배밖에 늘지 않았다”며 문제의식을 표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승엽 교수도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 충격적 참사였고 공연예술계도 당연히 영향을 받은 돌발 변수였다”면서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공연계의 상반기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길게는 20년간 한국 공연시장의 일관된 흐름은 ‘확장’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만하다”면서 “그 확장은 심지어 폭발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제 그 상승과 확장의 기대가 흔들리는 시기에 들어섰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우리 공연예술계의 현재를 ‘불안’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했다. 이 교수는 “지난 3~4년간 민간에서 뮤지컬 전용극장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지었지만 그 하드웨어를 채울 만큼 우리 공연시장의 토대가 튼튼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실제 경쟁이 심한 뮤지컬계에서는 지난 7월29일 <두 도시 이야기>가 배우와 스태프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해 공연이 열리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뮤지컬 제작사 EMK뮤지컬의 인형근 이사는 공급과잉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내놨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뮤지컬을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은 세종문화화관과 예술의전당, LG아트센터 정도였지만 지금은 뮤지컬 전용극장이 굉장히 늘어난 상황”이라며 “뮤지컬의 산업적 측면을 과도하게 평가하면서 많은 자금이 유입되고 신생 제작사들도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 뮤지컬 관객의 숫자, 시장의 매출 상승 등에 비해 공급은 그 몇 배를 초과할 만큼 과도했다”는 지적이다.


  공급과잉으로 인한 공연계의 불황은 올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하반기는 상반기에 비해 소폭 호전될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해 하반기에 비교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치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센터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를 기준으로 한 하반기 경기 기대 수치는 101.64로 나타났다. “상반기에 연기됐던 공연들이 하반기에 개최되고,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와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하이서울페스티벌 등 대형 공연축제들이 펼쳐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를 기준으로 삼았을 경우에는 89.95에 머물렀다. 공연예술계의 경기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태자 루돌프>, <지킬앤하이드>, <원스> 등 대형공연이 개막을 앞두고 있는 하반기, 응답자의 35.5%는 올 하반기 공연예술 경기는 상반기 대비 호전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한다면 동일하거나(40.2%), 악화(39.3%)를 전망한 응답률이 높았다. 뮤지컬 <위키드>를 무대에 올린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는 "공연제작사들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며 "가뜩이나 불황이었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 투자가 원할하지 않다. 정서적으로 충격이 너무 큰 탓에 엄마들은 공연을 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돈이 돌아야 하는 뮤지컬계 속성 때문에 작품을 계속 올리다 보니 "공급이 너무 많아져 문 닫는 회사가 늘어 있다"고 전했다. "후배 뮤지컬 제작자들에게 '다작을 하면 안 된다. 공급을 줄이자'고 제안하고 있지만 그게 잘 안 되죠. 돌릴 돈이 있어야 하니까. 작품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빚이 많다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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