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人 - 발견 I] 육체의 생명은 피로부터 나온다
[로그人 - 발견 I] 육체의 생명은 피로부터 나온다
  • 경준혁 기자
  • 승인 2014.10.2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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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의 발견으로 10억의 생명을 구한 위대한 과학자
[이슈메이커=경준혁 기자]

[로그人 - 발견 I] 혈액형의 발견




육체의 생명은 피로부터 나온다


혈액형의 발견으로 10억의 생명을 구한 위대한 과학자






많은 사람들이 ‘위대한 발견’으로 손꼽는 것들은 대부분 고고학적, 지리학적 영역에 국한되어 있다. 그것은 미지의 세계와 역사, 미스테리한 유물들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인류에게 있어 가장 위대한 발견들은 좀 더 작은 세계에서 이뤄진다. 실험실의 작은 테이블 위, 비커와 계량기, 미생물이 꿈틀대는 슬라이스에서 발견해낸 사실들은 인류의 삶을 연장시키고, 건강하게 만들었으며, 길어진 생애 동안 더 많은 것들을 해낼 수 있도록 만든 원동력이었다.





인류의 생명을 구한 위대한 발견 들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페니실린’이다.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푸른곰팡이는 인류 최초의 항생제로서 수많은 사람들을 감염과 전염병으로부터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페니실린보다도 더 유명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지 못한 또 하나의 위대한 발견이 존재한다. 바로 ‘혈액형’이다.







사람을 죽이는 수혈


  20세기 초반까지 수혈을 받은 환자들은 아무리 수술이 잘 되어도 죽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혈액형의 개념이 없어서 무차별적으로 수혈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운이 좋은 사람은 같은 혈액형을 수혈 받아 살 수 있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죽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무차별적 수혈에서 벗어나 수술의 성공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인 ABO식 혈액형분류법을 개발한 사람이 바로 오스트리아의 과학자 카를 란트슈타이너(Karl Landsteiner)다. 


  인류 역사에 기록된 첫 번째 수혈은 1667년에 이뤄졌다. 당시 루이 14세의 주치의였던 데니스가 과거 인공적인 출혈로 죽기 직전의 개에게 다른 개의 혈액을 수혈해 죽음을 막았던 실험을 근거로 출혈이 심한 15세의 소년에게 송아지의 혈액을 수혈한 것이다. 우연히도 초반의 시도들은 성공적이었으나, 그 이후 결과가 좋지 못했으며, 지속적으로 수혈을 시도하는 의사들이 나타나자 프랑스 정부는 수혈금지 법안을 만들어 150년간 수혈행위를 금지시켰다.


  사람에게 사람의 혈액을 수혈하는 시도는 19세기 초에 들어서 시도되었다. 1829년 산부인과 의사인 브루델이 출혈이 심한 산모들에게 사람의 혈액을 수혈해 일부 치료에 있어서 성공을 거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환자들은 심한 부작용을 보이거나 사망에 이르렀다. 그 결과 19세기 말까지도 수혈이란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신롸할 수 없는 치료 행위에 불과하게 되었다. 진정한 의미의 현대적 수혈은 란트슈타이너가 ABO식 혈액형분류법을 개발한 20세기에 들어서 비로소 시작됐다. 지금은 분류법에 따라 혈액형이 수백 종이 넘지만 병원에서의 수혈은 여전히 란트슈타이너의 분류법에 Rh형만 추가하는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과학의 전 분야를 섭렵한 마지막 천재


  1868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어린 나이에 신문기자였던 아버지를 잃은 란트슈타이너는 빈 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 1891년에 졸업했다. 이후 취리히, 뷔르츠부르크, 뮌헨 등의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으며, 1896년에는 빈 대학교에서 조교로 일하면서 면역의 기전과 항체에 대해 연구했다. 1911년에는 빈 대학교의 병리학 교수로 임명되어 교수로 활동했으며, 1922년부터 1939년까지는 미국 록펠러의학연구소의 병리학 교수로 활동했다. 


  란트슈타이너는 1901년 사람의 혈액군에 관한 연구를 시작해 ABO식 혈액형을 발견, 수혈법을 확립했고, 1927년에는 MN식 혈액형, 1940~1941년에는 A.비너와 합동으로 연구하여 Rh인자를 발견했다. 또한 소아마비의 원인이 되는 폴리오바이러스를 발견하기도 했으며, 암시야를 이용한 미생물 연구를 통해 매독균을 증명하는 등 병리학, 조직학, 면역학 분야에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는 과학의 전 분야에 걸친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수많은 연구 성과를 일궈냈다. 란트슈타이너의 동료인 마이클 하이델베르거는 “한 사람이 과학의 전 분야를 섭렵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란트슈타이너는 그런 일이 가능했던 시대의 마지막 주자로, 자신의 시대에 알려진 모든 과학 지식을 이해했을 뿐 아니라 실용적으로 활용하기까지 한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였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란트슈타이너가 연구에 바친 시간을 계산해 본 한 저널리스트는 그가 연구에 할애한 시간은 의식이 깨어 있는 시간의 90%에 달한다고 말했다. 





ABO식 혈액형 분류법의 발견


  1900년 란트슈타이너는 혈액을 연구하던 중 정상적인 생리상태에서 어떤 사람의 혈액을 다른 사람의 혈액에 첨가할 경우 혈구가 엉켜서 작은 덩어리가 생기는 것을 처음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수혈을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을 죽음에 다다르게 한 원인이다. 


  란트슈타이너는 이 발견을 바탕으로 혈액연구에 더욱 매진하여 1901년 ABO식 혈액형분류법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처음에는 A, B, C형의 세 가지 혈액형을 발견했다. C형은 다른 혈액형을 만나도 응고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에서 후에 O형으로 바뀌었다. 1년 뒤인 1902년에 데카스텔로와 스툴리가 또 다른 혈액형인 AB형을 발견함으로써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A형, B형, O형, AB형의 4가지 혈액형이 정립되었다.


  ABO식 혈액형분류법은 혈액 속 적혈구 표면의 항원과 혈액 속 항체에 따라 A형, B형, O형, AB형으로 구분하는 방법이다. ABO식 혈액분류법에 따르면 A형은 A형 항원을, B형은 B형 항원을, AB형은 A형과 B형 항원을 모두 가지고 있고, O형은 A형과 B형 항원이 모두 없는 혈액이다. 반대로 A형은 항B형 항체를, B형은 항A형 항체를, O형은 항A형, 항B형 항체를 모두 가지고 있고, AB형에는 이 두 가지 항체가 모두 없다. 이 혈액형분류법은 오늘날 수혈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혈액구분법이다.


  수혈할 때에는 적혈구 표면의 항체가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혈구에는 A형 또는 B형 항원이 있고, 혈청에는 이들에 대응하는 항A형, 항B형 항체(응집소)가 있어 A형 항원과 항A형 항체가 만난다거나 B형 항원과 항B형 항체가 만나면 혈구 덩어리가 만들어지는 현상(응집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기본 분류를 발견한 다음 해 란트슈타이너는 AB형을 추가로 발견하게 되고, 말년에는 Rh식 혈액형을 발견한다. Rh라는 표기는 붉은털원숭이 Rhesus로 실험을 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인류를 구한 붉은 피


  수혈요법의 가능성을 실현시켜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란트슈타이너의 이 발견이 처음부터 세상의 관심을 끈 것은 아니다. 당시에는 ABO 혈액형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해 약소국으로 전락함으로써 그의 발견이 빛을 볼 수 없었다. 그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가톨릭 병원으로 옮겨서 연구를 계속했다. 그러다가 다시 뉴욕의 록펠러의학연구소의 초청으로 미국으로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근면한 의학자의 여생을 계속하게 된다. 1910년에는 드게론과 히르즈펠트가 ABO식 혈액형의 유전양상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고, 이를 지지하는 여러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면서 A형, B형, O형, AB형 4종류의 혈액형을 의학 분야에서 널리 이용하게 되었다. 수혈요법의 성공은 수술 사망률을 현저히 줄였고, 길고 복잡한 수술도 발전을 이루게 된다. 


  그의 연구는 의학 분야 외에도 친자확인소송이나 살인사전 재판에서 중요한 증거를 제공하며 법의학 발달에도 큰 몫을 했다. 혈액형이 특정한 유전자를 통해 유전된다는 사실은 인류유전학과 인류학 연구에 유용한 수단을 제공했다. 면역학을 확립시키는 데 기여한 「혈청반응의 특성」을 저술하기도 한 란트슈타이너는 1930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미국의 경우, 매년 최소 400만 명 이상이 수혈을 받고, 전 세계적으로는 매년 8,000만 팩의 피가 공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해 450만 팩이 헌혈되고, 환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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