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삼성가 지배구조…사업혁신·경영승계 ‘두 마리 토끼’ 노린다
범삼성가 지배구조…사업혁신·경영승계 ‘두 마리 토끼’ 노린다
  • 경준혁 기자
  • 승인 2014.10.2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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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원서 제출하며 화해무드 조성하는 ‘범삼성가’
[이슈메이커=경준혁 기자]
[Family Company] 범삼성가 지배구조


사업혁신·경영승계 ‘두 마리 토끼’ 노린다

탄원서 제출하며 화해무드 조성하는 ‘범삼성가’



지난 8월 말, ‘범(凡)삼성가’가 수감 중인 이재현 CJ 회장의 구명 운동에 나섰다.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녀 이인희 고문과 막내딸 이명희 회장 등 삼성가의 여성인사들이 함께 서울고법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이재현 회장이 예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고, 지금 상태로는 수감생활을 견뎌낼 수 없으므로 선처해달라는 내용을 탄원서에 담았다. 일각에서는 이를 법조계에 대한 재계의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실상 대한민국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고 평가되는 ‘범삼성가’는 재계 전반에 걸쳐 막강한 권력을 휘둘러왔다. 반석 같던 이들의 태세가 요동치기 시작한 것은 올 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악화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불을 지핀 이후이다. 재계는 삼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정점으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의 ‘삼각편대’를 구성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삼성그룹과 3세들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리스크 안고 경영구조 개편에 박차

  이건희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등 ‘삼성가 3세’의 경영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재계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에서 이 회장이 병상을 털고 일어나더라도 연령 등을 고려할 때 예전처럼 왕성한 경영 활동을 이어가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아래 ‘3세’ 경영 승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현재 재계 안팎에서는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의 ‘전자’를 중심으로, 이부진 사장(화학), 이서현 사장(패션) 등 ‘삼각편대’를 구축할 것이 설이 가장 유력하게 대두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 제일모직이 패션사업부문을 삼성 에버랜드에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삼성SDI, 삼성종합화학, 삼성석유화학, 삼성생명 등 주요 계열사의 합병·이전·인력감축 등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재계는 이 구조조정을 삼성가의 ‘삼각편대’ 후계 작업을 위한 구조 개편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이 지난 8일 삼성SDS 연내 상장 계획을 발표한 것을 두고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 확보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영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는 만큼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 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부회장은 기존에도 삼성의 대다수 의사 결정에 참여해 왔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 입원이라는 ‘비상 상황’을 감안하면 그의 경영 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은 이러한 사태에도 큰 동요 없이 일상적인 업무를 이어가고 있다. 매주 월요일에 팀별 주간회의를 진행했고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사장단 회의도 차질 없이 열렸다. 하지만 표면적인 상황과는 달리 이 회장의 건강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다. 재계에선 이 회장의 건강 리스크가 4년 만에 다시 발생한 이상 이 회장이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경영활동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당장 이건희 회장이 서울 서초 사옥 본사로 직접 출근해 경영현안을 챙기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삼성그룹 계열사들 역시 독자경영 체제를 가동한다지만 이 회장의 결정이 필요한 핵심 사안들에 대해서는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이 주목될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부친인 이건희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경영 전반을 살폈다. 

  최근 해외 경쟁업체와의 교류도 넓히는 등 해외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또 2012년에는 주력계열사 삼성전자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를 잡음 없이 소화하며 경영수업을 어느 정도 완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확실히 각인시킬 작품이 없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 입원 이후 세계의 시선이 삼성그룹에 쏠리고 있다”면서 “자칫 장기화될 수 있는 이 회장 부재 상황에서 삼성이 정상적으로 굴러간다면 그 자체로 이 부회장은 경영능력을 인정받는 것이고 삼성의 관리 체계도 다시 한 번 검증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승계 준비하는 삼성 ‘삼각편대’

  지난해 9월 삼성SDS와 삼성 SNS가 합병했다. 12월에는 삼성물산이 삼성SDI로부터 해외플랜트 업체인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매입한 바 있다. 올 들어서는 삼성SDI가 지난 3월 제일모직을, 지난달에는 삼성종합화학이 삼성석유화학을 흡수 합병했다. 이를 통해 삼성은 사업 소재별로 겹치는 계열사를 한데 묶고 완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전자부문 계열사 간 협력을 공고히 했다. 이밖에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보유하고 있던 삼성생명 지분을 모두 처분했고 삼성카드 지분도 삼성생명으로 몰아줬다. 삼성생명과 삼성증권은 보유하고 있던 삼성선물과 삼성자산운용 지분 100%를 교환했다. 지분구조를 단순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 전자·금융, 이부진 사장 건설·중화학, 이서현 사장 패션·미디어 계열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는 이 부회장을 그룹의 정점으로 한 ‘삼각편대’ 체제와 맥락을 같이한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으로 발행해 편법 경영권 승계 논란에 섰던 삼성SDS가 연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계는 이재용3·이부진·이서현 3남매를 위한 승계 ‘실탄’ 확보 목적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를 통해 얻게되는 상장 차익은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는데 필요한 자금으로 쓰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지분 가치는 3조 6,000억 원, 예상되는 증여세는 1조 8,000억 원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SDS 지분을 활용해 대응이 가능하다. 남은 이슈는 이 부회장이 상장 과정에서 현금화를 시킬지, 아니면 계속 보유할 지 여부다. 보유를 택한다면 추후 대량매매(블록세일)를 통해 다시 현금화에 나서거나, 증여세 대신 주식을 직접 납부할 수 있다.

  금융권의 한 전문가는 “이 부회장이 자신의 삼성SDS지분을 상장 후 매매 등의 방법으로 현금화시킨 다음 이 회장의 지분을 물려받고 상속세를 내는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배구조 중심은 어디로?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가 개편되면서 삼성생명이 관심을 받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이 7.2%로 삼성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다시 삼성생명 지분 19.34%를 보유해 이 회장(20.8%)에 이어 2대 주주다. 에버랜드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으로 25.1%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회장(3.72%)이나 이부진 사장(8.37%), 이서현 사장(8.37%)보다 월등히 많다. 

  삼성생명은 삼성화재와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 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사를 지배하며 최근 금융과 비금융 계열사 간의 지분 정리로 그룹 내 금융지주회사로서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이 에버랜드를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까지 상속받으면 삼성생명은 물론 삼성전자도 확실히 지배할 수 있다. 삼성그룹이 지난해부터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계열사를 배치하고 삼성생명에 대한 타 계열사 출자지분을 정리한 것도 이 같은 이유라는 분석이다.




‘리틀 이건희’ 이부진 사장 주목

  ‘비상 상황’을 맞아 자신의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안은 이 부회장에 비해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경영 능력은 일단 합격점이라는 평가다. 특히 ‘리틀 이건희’라고 불리는 이부진 사장은 호텔 신라를 경영하며 사업 수완은 검증받았다는 평이다. 이부진 사장은 2011년 호텔신라 경영을 책임진 뒤 면세점 사업 확장 등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루며 내실과 외형 확장을 지휘했다. 호텔신라의 주가가 이를 말한다. 

  호텔신라의 주가는 2011년 1월 10일 2만 5,000원에서 3년 4개월이 지난 5월 15일 기준 8만 8,000원으로 252%가 뛰었다.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주가가 3배 가량 상승한 곳은 호텔신라가 유일하다. 호텔신라는 시장의 변화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 사업의 방향을 호텔이나 식음료에서 면세사업으로 바꾼 점과 시장이 커지는 해외 면세점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는 점도 이같은 평가를 뒷받침한다. 재계 관계자는 “호텔신라가 발 빠르게 시장 상화에 적응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부진 사장의 추진력을 빼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부진 사장은 ‘리틀 이건희’라고 불릴 정도로 이 회장의 총애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해외 출장길은 물론 호암상 시상식을 비롯한 행사에도 이 회장의 옆자리는 이 부회장이 아닌 이부진 사장이 채웠다. 이서현 사장에 대한 이 회장의 신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신임을 바탕으로 이서현 사장은 향후 삼성의 디자인·패션 분야 사업을 책임질 전망이다. 이서현 사장은 지난해 12월 현재 삼성에버랜드 지분 8.37%를 보유해 이부진 사장과 함께 2대 주주 자리에 올라있다. 

  제일모직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지분이 없던 이 사장은 지난해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 패션부문을 합병하면서 실질적인 주주 경영에도 나설 수 있게 됐다. 제일기획에는 경영전략부문장으로서 미디어사업에도 관여하고 있다.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가 패션을 품고 2대 주주인 이 사장이 이동해 오면서 삼성 승계구도에서 ‘이서현=패션’의 등식이 성립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그룹 승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몫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2003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승계 절차를 밟았다. 2010년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 부사장에서 그해 12월 삼성전사 사장에 올랐고 2012년 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건희 회장의 건강악화와 삼성가 전반의 구조 개편이 가속화 되는 상황에서 최근 이재현 회장에 대한 탄원서 제출은 경영 승계를 앞두고 내부적인 화해무드 조성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CJ 측은 가족들의 탄원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화해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고 이병철 회장의 타계 이후 오랜시간 갈라서 있던 ‘범삼성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화합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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