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사 다시 쓰고 있는 ‘명량 신드롬’의 이면
흥행사 다시 쓰고 있는 ‘명량 신드롬’의 이면
  • 경준혁 기자
  • 승인 2014.10.23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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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수익률과 독과점, 완성도까지… 논란의 영화 ‘명량’
[이슈메이커=경준혁 기자]

[Culture Issue] 1600만 관객, 그 이후




흥행사 다시 쓰고 있는 ‘명량 신드롬’의 이면


낮은 수익률과 독과점, 완성도까지… 논란의 영화 ‘명량’






개봉 이후 역대 최고, 최단, 최초의 기록들을 갱신해온 영화 ‘명량’. 지난 8월 24일 기준으로 국내 상영 영화 중 1.600만 관객을 돌파한 명량은 ‘꿈의 2,000만 관객’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다. 영화대목으로 불리는 9월초 추석연휴까지 스크린 수를 유지한다면 2,000만 돌파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각계의 예측이다. 또한 ‘아바타’가 갖고 있던 최다 매출 기록 1,284억 원도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된다.





명량의 흥행 고공행진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바다. 이미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여름 막바지에 개봉하게 될 역사물 3부작 ‘군도’, ‘명량’, ‘해적’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가장 먼저 개봉한 군도는 첫날 55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을 깼다. 이후 5일 만에 300만 명(최종집계 477만 명)을 돌파하며 한국영화 시장의 부흥을 알렸다. 한 주 뒤인 7월 30일 개봉한 ‘명량’은 군도가 세웠던 기록들을 모두 갈아치웠다. 일일 관객 수 100만을 넘어서며 각종 기록을 경신한 명량은 사상 12번째 1,000만 관객, 18일 만에 국내 박스오피스 기록 1위, 그리고 최근 1,500만을 넘어서며 새로운 기록을 달성했다. 8월 6일 개봉한 ‘해적’ 역시 명량이 만들어 놓은 흥행 분위기를 이어갔다. 진지하고 무거운 명량과는 달리 12세 관람가의 코믹적인 요소를 부각한 해적은 입소문을 타며 점차 선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해적은 8월 22일 기준으로 누적 관객 수 482만 명을 기록하며 군도의 흥행을 넘어선 상태다. 명량의 블록버스터급 흥행으로 늘어난 영화 관객들을 흡수한 까닭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역대 최고 흥행, 그러나 수익률은 20위?


  영화 명량이 역대 최다 관객인 1,500만 명을 돌파하고도 아직 순항 중이지만, 정작 ‘명량’에 투자한 벤처캐피털의 투자수익률은 역대 한국영화 투자수익률 10위권에도 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캐피털 업계에 따르면 명량이 흥행 여세를 몰아 관객 수 1,700만 명 고지에 오를 경우 ‘아바타’가 갖고 있던 최다 매출 기록을 넘어선 극장매출액 약 1,190억 원을 달성하게 된다. 이 경우 수익배분 비율에 따라 벤처펀드들이 가져갈 수 있는 수익은 약 81억 원이다. 전체 제작비 200억 원 중 72억 정도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점으로 볼 때 약 113%의 투자수익률이다. 이는 그동안 벤처펀드가 투자한 역대 한국영화 투자수익률 순위에서 20위 정도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역대 최고의 투자수익률을 달성한 영화는 ‘부러진 화살’로 수익률은 무려 472%에 달한다. 7번방의 선물(316%), 과속스캔들(274%), 변호인(196%), 수상한 그녀(193%) 등이 그 뒤를 이어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영화의 흥행과 투자수익률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명량의 경우 투자 규모나 회수 기간 등을 고려하면 투자수익률 자체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흥행에 성공한 저예산 영화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그리 높지는 않다”라고 밝혔다. 실제 명량의 전체 제작비는 200억 원으로 ‘부러진 화살’ 10억 원을 비롯해 수익률 상위 10위권에 포진한 영화들의 제작비 평균인 50억 원의 약 4배에 달한다. 특히 ‘7번방의 선물’은 1,000만 영화 중 가장 적은 예산인 58억 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졌으며 약 15배에 달하는 914억 원의 매출 성과를 올렸다. 지난 2005년 개봉한 ‘왕의 남자’ 또한 총 제작비 71억 원으로 9배가량인 660억 원을 벌어들였다. 지금처럼 극장이 활성화되지도, 영화관을 찾는 이들이 많지도 않았던 시기에 온전히 영화가 가진 힘만으로 1,000만을 달성했던 왕의 남자는 지금도 ‘업계 전설’로 회자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영화의 투자사 수익 배분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적으로 극장 매출의 수익 배분 비율은 배급사 4.5 대 극장 5.5다. 투자사와 제작자는 배급자 몫에서 배급수수료 10%를 뗀 뒤 주문형비디오(VOD) 등 부가판권 매출을 합친 순매출에서 총제작비를 제외한 순이익을 6대 4로 나눈다. 벤처펀드의 한 관계자는 “한국 영화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극장 매출이 급증하고 있지만, 여전히 극장이 가져가는 수익 배분 비율이 높고, 배급수수료를 일률적으로 10% 적용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낮은 수익배분률이 영화 투자에 대한 위축으로 이어지진 않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반면 투자배급사 측에선 “대박 영화의 수익배분만을 생각할 게 아니라, 한해에도 수없이 많이 제작되고 실패하는 영화들에 대한 리스크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언급하며, 손실에 대한 리스크를 많이 가져가는 만큼 수익 또한 많이 배당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대형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매번 논란이 되어왔다.



명량, 독과점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나


‘왕의 남자’와 ‘7번방의 선물’을 제외한 1,000만 영화는 모두 제작비가 100억 원 이상 투입된 대작이다. 이 두 영화는 토착제작사와 중소배급사가 합심해 대박을 일궈냈다는 공통점도 있다. ‘명량’ 이전까지 한국영화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갖고 있던 ‘괴물(2006년作)’의 봉준호 감독은 한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1,000만이라는 숫자는 의미가 없어질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1,000만 영화는 적은 관수로 시작한 ‘왕의 남자’가 아닐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명량의 대박 흥행은 초거대 극장체인을 가진 대기업 계열 CJ엔터테인먼트의 투자배급에 기반했다는 지적도 있다. 개봉 첫날부터 1,200개가 넘는 스크린에서 상영되며 독과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현재 국내 유효 스크린은 약 2,500개 정도로 알려졌다. 지난 8월 3일 명량이 점유한 스크린 수는 무려 1,586개에 달한다. 한 작품이 무려 60%에 가까운 스크린을 독식한 셈이다. 이 정도 수치는 그동안 ‘스크린 깡패’로 불리며 스크린쿼터제 논의를 촉발시키기도 한 헐리우드 대작도 엄두를 못 낸 점유율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지적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높은 좌석점유율’ 때문이다.


  지난 2012년 한국 영화사상 7번째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던 영화 ‘광해’는 ‘만들어진 1,000만’이라는 논란을 불러왔다. 영화의 완성도와 당시 광해의 흥행을 저지할만한 경쟁작이 부족했던 점, 제18대 대통령 선거와 맞물리며 ‘리더의 자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져있었던 점이 흥행요소로 작용하긴 했지만, 동시에 메이저 배급사의 상영관 장악에 따른 독과점 논란이 가열된 바 있다. 갑작스럽게 개봉 예정일보다 1주일 앞당겨 개봉하며 선 상영작들의 스크린을 뺏어왔다는 지적이 있었으며, 상영관 수에서도 1,000개가 넘는 상영관을 확보해 26.1%의 스크린 점유율을 보였다. 가족 중 쌍둥이가 있거나 이름에 ‘해’자가 들어가는 관객에게 동반 1인 무료티켓을 주는 해프닝도 있었다. 또한 2012년 9월에 개봉한 영화가 같은 해 12월까지 상영이 이어지는 ‘천만 돌파를 위한 장기간 상영’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은 명량의 경우 광해와는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 명량의 최고 좌석 점유율은 한때 87%까지 육박했다. 한 관계자는 “영화는 결국 수익사업이다. 명량이 잘 팔리니 걸어놓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명량의 작품성에 대한 논란은 온오프라인에서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완성도와 흥행의 상관관계


  명량의 기록적인 흥행과 더불어 영화가 가진 ‘완성도’와 ‘애국주의’에 대한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극장가의 최고 흥행 시즌인 여름 휴가철 및 방학에 맞춘 해양 블록버스터에 한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이순신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명량’은 절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당연한 기획이다. 독도와 종군위안부 문제 등 역사 인식에 대한 일본의 적반하장에서 비롯된 반일감정까지 감안하면 오히려 흥행하지 못하는 것이 이상한 상황이다.


  극중 이순신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의 연기력 또한 또 다른 흥행 요소이다. 과묵하고 깊은 내면을 가진 이순신을 잘 소화해내며 영화에 무게감과 감동을 더했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젊은 세대는 제대로 된 리더가 존재하지 않는 현실과 달리 죽음을 무릅쓰고 돌격하는 이순신의 솔선수범에서 이상적 리더십을 발견하고 있으며, 중장년층은 이순신의 내적 갈등에 감정을 이입함과 동시에 단순명쾌한 서사 구조와 우직한 연출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김한민 감독의 전작 ‘활’에 이어 ‘명량’ 또한 영화적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규정하긴 어렵다. 우선 이순신을 시해하려다 실패하고 구선(거북선)을 불태우고 도망치다 즉결 처형되는 경상우수사 배설에 대한 묘사는 역사적 사실과 거리가 멀다. 실제 명량 직전 탈영했지만 그가 체포되고 처형된 것은 노량 해전이 종료된 이후이다. 류승룡이 열연한 왜장 구루시마에 대한 묘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미 임진왜란은 물론 정유재란에 이르기까지 충청도와 전라도에서 육전을 경험한 인물이다.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해상전투씬에 대한 묘사도 마찬가지다. 전투 장면에서는 이순신이 탑승한 대장선이 백병전에 휘말려 상당수의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사자가 거의 없었다. 사실적인 기록물로 평가받는 「난중일기」에 따르면 대장선의 사상자는 5명에 불과하다. 이순신은 그들의 이름까지 하나하나 기록하며 희생을 추모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전투가 종결된 뒤 격군이 ‘우리가 이렇게 고생한 걸 후손들이 알아줄까, 모르면 XXXX들이지’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이질감과 불쾌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영화의 주제의식과 교훈을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주입하려는 노골적인 의도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네티즌은 “영화의 완성도에 대한 주관적 비판을 ‘매국노’라느니, ‘이순신이 없었으면 넌 일본어나 쓰고 있었을 것’이라고 매도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것에 놀랐다”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8월 6일 유명 비평가 진중권은 SNS에 “영화 ‘명량’은 솔직히 졸작이다”라는 말을 남겨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실제로 많은 영화 전문가들은 명량의 영화적 완성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을 일궈냈다는 점과 역사적 사실을 영화로 잘 풀어냈다는 점, 시대적 감성을 자극하고 확실한 감동을 안겨줬다는 점에서는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명량은 분명 장점과 단점이 모두 존재하는 영화다. 영화를 바라보는 자세에 대한 좀 더 폭넓은 시각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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