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세대…창업시장에 쏟아져 나온 ‘베이비부머’ 대란
갈 곳 잃은 세대…창업시장에 쏟아져 나온 ‘베이비부머’ 대란
  • 김진영 기자
  • 승인 2014.10.23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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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위한 경제활동…무분별한 창업은 폐업 불가피
[이슈메이커=김진영 기자]
[baby boomer retirement] 갈 곳 잃은 세대



창업시장에 쏟아져 나온 ‘베이비부머’ 대란

생계위한 경제활동…무분별한 창업은 폐업 불가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됨에 따라 창업시장이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손쉽게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은 ‘먹는장사’인 만큼 좁은 시장에 많은 예비창업자들이 몰리면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커피숍과 프랜차이즈 음식점 및 술집, 편의점 등 자영업은 도전 자체가 ‘복불복’인 만큼 신중한 시장조사와 창업을 통한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할 것이다.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란 제2차 세계 대전 직후인 1946년부터 60년대에 걸쳐 태어난 이들을 통칭하는 의미로, 우리나라에서는 6.25 전쟁이후 1955년부터 산아제한정책이 도입되기 직전인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이들을 말한다. 이들은 민주화시대로 대표되는 386세대에 비해 전통적인 가부장제의 영향을 많이 받은 과거의 가치관을 지녔으며, 경제성장기에 젊은 시절을 보낸 만큼 물질적 풍요를 누린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의 나이가 어느덧 노동시장에서 정년인 60세에 다다름에 따라 2014년, 은퇴 이후의 노후설계와 재취업 및 창업, 복지에 대한 이슈가 크게 대두될 전망이다. 
  

▲서울 성북구 ‘사회적기업 창업희망자를 위한 정책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사회적기업 인증 및 지원 정책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전체 인구의 15%, 베이비부머 ‘은퇴러시’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베이비부머 인구는 약 713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며 50대의 대부분이 이에 속한다. 은퇴시장에 베이비부머 세대가 쏟아져 나옴에 따라 경제활동의 여러 지표들이 재정립 되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곳은 귀농인구의 급증이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02년 769명에 불과했던 귀농인구는 2007년 2000명을 넘기며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시작된 2012년 6500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50~59세가 이중 35.8%로 가장 많아 직장에서 밀려난 베이비부머가 고향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해 귀농을 선택하고 있음을 의미했다. 농업 인구의 증가세는 통계청의 고용 동향 조사에도 나타난다. 2011년 조사에서 1~11월 농림어업 취업자는 1만7294명으로 전년 말에 비해 29.8% 급증했다. 이는 전체 취업자 증가율 3.8%의 7.8배에 달한다. 정부는 대도시 거주 베이비부머의 66.3%가 농어촌 이주를 희망하고 있고 이들 중 13.9%는 5~10년 안에 이주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커피전문점 사업설명회에서 예비창업자가 직접 커피를 내리고 있다 ⓒ벨라빈스커피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은 생계를 위해 도시에서의 재취업도 희망하고 있지만 이들의 경력을 인정받을 만한 취업시장의 문은 녹록치 않은 상태다. 2013년 발표된 경제활동인구조사의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55~79세 고령자들이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평균 연령은 만 53세로 조사됐다. 정년인 60세를 채우기는커녕 경기침체로 인해 노동시장에서 일찍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2011년 기준 고용노동부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를 통해 구직활동을 한 7781명 중 재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35.1%인 2732명에 불과했다. 재취업의 일자리의 질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재취업자의 종사 직종은 단순노무, 서비스, 장치·기계조작 등이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직종변화에서는 사무종사자는 26%에서 3.8%로 크게 떨어진 반면 단순노무 종사자는 7.5%에서 26.1%로 늘어났다. 

  베이비부머의 대량 은퇴는 '은퇴 쇼크'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어 노령 근로빈곤층이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러시는 창업열풍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준비되지 않은 창업은 곧 폐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KBS 뉴스의 한 장면.


노후대비 미흡, 경제활동 ‘빨간불’

  취업 일선에서 내몰린 은퇴자들이 생계형 창업시장으로 쏠리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대책도 미흡한 상황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자산은 3억 원에도 이르지 못한 것으로 조사돼 100세 시대 도래에 따르는 향후 3~40년을 대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들의 창업은 손쉬운 과당업종으로의 쏠림현상으로 인해 퇴직금마저 탕진하는 사례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7월 신설법인 수가 8129개로, 통계치를 기록한 1998년 이래 최고치라고 밝혔다. 한달 4000~5000개 수준이던 신설법인 수는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러시’를 맞아 2012년 6000개 선으로 상승한 후 올 들어 8000개까지 돌파한 것이다. 반면 지난해 당좌거래가 정지된 자영업자 338명 가운데 50대는 159명으로 47%를 차지해, 부도난 자영업자 가운데 절반은 베이비부머인 셈이다. 이들은 음식점이나 커피숍, 치킨 등 비교적 창업이 손쉬운 업종에 몰리고 있지만 이미 포화 상태이거나 과당 경쟁 체제여서 생존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 7월 부도업체 수도 83개였으며 개인사업자 부도는 43%로 급증했다. 목돈인 창업자금을 만들기 위해 퇴직금에 대출을 얻다 보니 부도는 고스란히 부채증가로 이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자영업자 가계부채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빚이 있는 가구 중 자영업자 가구의 비중은 43.6%나 된다. 자영업자의 가구당 빚도 1억 원으로 임금근로자 가구(5169만원)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였다. 


▲창업을 결정하기 전에 자신의 경력을 최대한 살린 업종선택, 시장조사, 창업비용 등 사전조사는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준비과정이 성패를 좌우한다

  베이비부머의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위해서는 재취업과 창업 등 여러 선택지 사이에서 자신의 경력과 소질, 그리고 시장의 상황 등 여러 정보들을 조합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 기업 등의 다양한 재취업 프로그램과 더불어 창업을 위한 시장정보와 업종 등 충분한 준비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 진흥원은 창업을 희망하는 40대 이상에게 다양한 창업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진흥원에서 시행하는 ‘시니어 CEO 맞춤형 창업지원 프로그램’은 전문 서비스업, 아이디어사업, 제조업 등 고부가가치 업종에서 창업을 하려는 시니어에게 수천만원대의 창업자금과 사무공간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보유한 유휴 공간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창업을 준비 중인 이들을 위해 원스톱 창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 비즈 플라자’는 현재 서울 노원구 서울테크노파크를 비롯해 청주와 대구 달서구, 인천 남동구 등 15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에서는 ‘인생 2모작 지원센터’를 개설, 2015년까지 센터 15곳의 설립을 목표로 베이비부머의 인생설계와 재취업 상담, 창업 등을 지원한다. 자치단체뿐 아니라 민간기업도 베이비부머의 창업지원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베이비붐 세대의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창업지원을 위한 ‘베이비붐 세대 행복 창업지원센터’를 열었다. 서울 중구 명동 YWCA빌딩에 마련된 창업지원센터는 만 45세 이상 예비창업가를 대상으로 한 창업아이템 공모에서 최종 선정된 10개팀에 6개월간 무상 제공된다. 또한 법인설립, 창업실무와 절차, 특허중심의 사업전략 수립, 프리젠테이션 스킬 등을 주제로 한 교육과정을 월 1회 진행해 창업자들에게 회사 운영에 필요한 기본기도 제공하고 있다. KT도 은퇴자 재능나눔 프로그램 ‘시소’를 통해 향후 3년간 총 10만명의 은퇴자에게 정보기술(IT)활용교육을 실시하고 1000명의 전문강사 ‘드림티처’를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하려면 돌다리를 건너듯 신중해야 한다. 특히 창업의 성패는 준비과정에 좌우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으며 자신의 경력을 창업에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6개월 또는 1년 이상의 창업 준비기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창업은 제 2의 인생이므로 최대한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종선택, 시장조사, 창업비용 등 사전 준비조사를 필수적으로 거치되 그 밖에도 관리 능력, 마케팅, 기획력, 서비스, 인건비나 임대료 같은 유지관리비용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창업 이후에도 예비비를 따로 저축해 둬야 초기 매출부진에 따른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 NH은퇴연구소 박용식 선임연구원은 “결국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리스크를 배제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즉, 퇴직 후에는 창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득보다 실에 무게를 두고 눈높이를 낮춰 현역기간을 연장하는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창업을 결정한 경우라면 시작부터 사장을 꿈꾸기보다는 직원으로 자영업에 입문해 철저한 정신무장과 노하우 습득으로 창업성공의 확률을 높일 것을 조언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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