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피로사회… SNS 과다이용에 우울증·피로감 호소하는 사람 늘어
SNS피로사회… SNS 과다이용에 우울증·피로감 호소하는 사람 늘어
  • 조재휘 기자
  • 승인 2014.10.22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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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고 인정받는다는 착각…‘SNS다이어트’ 해야
[이슈메이커=조재휘 기자]

[SNS Fatigue Syndrome] SNS 피로사회



SNS 과다이용에 우울증·피로감 호소하는 사람 늘어


소통하고 인정받는다는 착각…‘SNS다이어트’ 해야 






직장인 이 씨(25·여)는 최근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을 삭제했다. 습관적으로 확인하는 버릇 때문에 처음에는 어색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해졌다. 무엇보다 이른 새벽과 늦은 저녁에 '까똑' 소리가 사라져 살만하다. 매번 겨우 눈을 떠서 확인하면 '게임 친구 초대 메시지'. 모르는 사람이면 차단하겠지만 일로 알게 된 사람 등 애매한 관계는 어쩔 수 없이 혼자 화내고 삭혀야 했다. 금요일 오전만 되면 백화점과 오픈 마켓 등에서 쏟아지는 '알림' 메시지가 오지 않는 것도 좋다.





SNS라는 감옥


  디지털시대의 대표적인 소통 소구로 급부상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하지만 이 SNS로 인한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중가하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의 등장으로 SNS는 시간과 장소의 경계를 허무는 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이로 인한 폐해와 고통에 시달리는 이른바 ‘SNS 포비아(phobia)’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몇 달 전 불거졌던 기성용 선수의 SNS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평소 소신 있는 발언으로 축구팬들의 인기를 모았던 그였지만 공식 페이스북 외에 별도의 페이스북을 개설해 최강희 전 국가대표 축구감독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이 쏟아졌다. 기성용은 파문이 커지자 SNS를 폐쇄하고 칩거에 들어갔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아 곤혹을 치뤄야했다. 배우 이채영은 지난 7월 트위터에 “심장 버튼을 끕니다”라며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가 네티즌의 뭇매를 맞았다. 이 씨는 곧 ‘문학적 의미’라고 해명했으나 비판적 여론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트위터를 탈퇴했다. SNS를 둘러싼 논란은 ‘디지털 시대가 부른 필화(筆禍)’ 혹은 ‘손가락이 낳은 지화(指禍)’로 불린다.


  일반인들도 SNS로 인한 부작용과 피로감을 호소한다. 지방직 공무원인 김 씨(36·남)은 올 초부터 카카오톡 프로필 화면에 ‘카카오톡 안합니다. 전화 주세요’라는 문구를 남겨 놨다. 그는 “매일같이 울려대는 알람 때문에 일에 집중할 수도 없고, 불필요한 메시지가 너무 많아 카카오톡을 정리했다”며 “그룹 채팅방에서 나오면 또 다시 초청하기를 여러 번, 채팅방에서 빠져나올 수도 없게 해 어떤 땐 카톡이 감옥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스팸이 극성이다. 스팸의 정의를 어디까지로 할지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당사자의 허락 없이 일반적인 정보 제공과 광고 홍보 권유 등은 모두 스팸일 수 있다. 대표적인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의 경우 스팸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본인을 등록해 무차별한 스팸을 보내거나 연락처에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던 사람들로부터 '게임 초대 메시지'를 받은 기억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자동친구 추가' 기능 때문에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친구로 등록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게임 초대 메시지'의 경우 게임을 즐기는 사람 입장에서는 친구 초대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기회지만 게임에 전혀 관심이 없는 이용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스팸이다. 


  새로운 게임이 출시되거나 인기를 끌 경우 '게임 초대 메시지'의 폭격은 더해진다. 설정에 있는 게임메시지 수신 관리에서 '친구에게만 받기'를 하면 친구가 아닌 사람으로부터 오는 것만 차단된다.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최근에는 한 게임당 1명에게 한 달에 한 번씩, 하루에 20번 등 제한을 둬 빈도가 덜 해졌지만 카카오톡 친구가 몇 천 명이 되는 이용자들에게는 그마저도 부담이다. 방법은 있다. 게임 초대 메시지를 '차단' 하면 된다. 하지만 해당 게임만 차단돼 같은 사람이 다른 게임으로 초대하면 소용이 없다.


  일반 메시지도 마찬가지다. 스팸 신고를 해도 그 사람이 다른 계정(전화번호)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그 때마다 계속 스팸 신고를 하는 수밖에 없다. 매주 백화점 등 기업체에서 보내는 이벤트 행사 등의 알림 메시지도 일일이 '메시지 받지 않기'를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나 페이스북이나 카카오스토리, 밴드 같은 폐쇄형 SNS를 탈퇴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SNS 사용자 수가 급속히 늘다보니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범람하고, 관계 역시 마구잡이로 맺은 경향이 있는데 이에 피로감을 느낀 사용자들이 아예 SNS 이용량을 줄이거나 관계를 정리하는 ‘SNS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다.




▲SNS는 종종 합리적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개인을 고립시키기도 한다. 이에 최근 SNS이용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피로감에도 쉽게 그만두지 못해


  가상 세계에서 사회적 관계를 맺는 SNS에 대한 '몰입'이 일상(日常)의 왜곡을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과도하게 매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SNS에 지나친 기대를 걸었다가 현실 세계에서 우울증이나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얼마 전 한 취업정보 업체가 SNS 이용에 대해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77%는 'SNS는 시간 낭비다'고 답했다. 또한 SNS 운영자의 67.3%는 'SNS에 피로를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사생활 노출'이 SNS 운영에서 가장 큰 부담으로 집계됐으며 이어 '공감·댓글에 예민하게 되는 것' '시간이 많이 투자되는 것' 등이 SNS 단점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응답자의 82.4%는 개설 이후 현재까지 SNS를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피로감에도 불구하고 쉽게 SNS를 그만 두지 못하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작년 우리나라의 페이스북·트위터 이용자 1천8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친구·팔로어의 수가 많고, 스마트폰 이용시간이 길며, 연령이 낮을수록 SNS 피로감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SNS 피로감에 대한 연구 결과는 해외에서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와 벨기에 루벤대학 연구팀이 20세 전후 82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시간이 길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홈볼트대와 다름슈타트공대 연구팀이 올해 초 페이스북 이용자 6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페이스북에서 친구 게시물을 열심히 보는 사람의 3분의 1은 자기생활에 불만을 느꼈다.


  전문가들은 20∼30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SNS 과도이용자(heavy user)가 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SNS 과도이용자는 하루 수십 건의 트위터 '멘션'을 올리고, 하루 수백 건의 리트윗을 하며 페이스북 친구도 수 백명에 이른다. 사실상 ‘SNS 중독증’인 것이다.


  이들이 SNS 답글이나 리트윗에 매달리는 것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서다. SNS에서의 인정은 만족감을 준다. 소위 '사회적 관계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인정을 받으려면 다른 사람들의 SNS 활동에도 열정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잠들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고, 새벽에 눈을 뜨면 페이스북이나 카톡부터 챙기는 사람도 많다. 명지인터넷중독상담예방센터 왕영선 부장은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도 도파민 같은 '쾌락 호르몬'이 분비돼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복적으로 SNS를 확인하려는 강박적 욕구로 인해 일상생활에 장애를 줄 정도로 조절력을 상실할 경우 'SNS 중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 해 1만75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11년 8.4%였던 인터넷 중독 위험군(群)은 지난해 11.8%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중독 증세가 심한 고(高)위험군의 비중도 1.3%나 됐다. 김혜숙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도 한번 형성된 관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합리적 의사소통 방해하는 SNS


  SNS에서는 재력(財力)이나 권력, 사회적 지위, 신체적 매력 같은 요소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오히려 재미있는 콘텐츠를 발굴하는 능력이 뛰어나거나 시사와 유행에 대한 최신 감각을 갖춘 사람들이 더 큰 인기를 얻는다. 이 때문에 현실에서 고립된 사람이 SNS에서는 더 큰 영향력을 얻기도 한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실제 대인 관계에서의 고립감을 크게 느낄수록 SNS 몰입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며 "한 개인에게나 전체 사회적으로나 SNS의 의사소통이 실제 현실 세계의 의사소통을 압도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매우 부정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밴드나 카톡 그룹 채팅 등 '폐쇄형' SNS의 경우 의사소통의 왜곡도 종종 나타난다. 대기업 간부인 박 씨는 "고교 동창 밴드에 가입했는데 처음에는 교훈적이고 감동적인 글, 우스개 등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았는데, 세월호 사건 이후 3~4명이 주도적으로 정치적 성향의 글을 올리면서 분위기가 이상해졌다"며 "그들 의견에 동의하지 않지만 드러내놓고 반박하는 글을 올리면 분위기가 더 엉망이 될까 봐 지켜만 보고 있다"고 했다.


   SNS 운영업체들도 SNS상에서 다른 사람을 따돌리거나 비방하는 'SNS 괴롭힘'이나 SNS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SNS 중독' 등 일부 폐해가 발생하는 사실을 인식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은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2012년 10월 '온라인 폭력 예방' 메뉴 화면 중앙에 '다니엘 쿠이 동영상'을 게재했다. 영상에는 실제 SNS에서 괴롭힘을 당했던 다니엘 쿠이라는 소년이 친구들의 도움으로 이를 이겨내는 과정이 담겼다. 영상의 말미엔 '우리는 모두 다니엘 쿠이다(We are all Daniel Cui)'는 문구가 삽입됐다. 페이스북 측은 "누구나 SNS 괴롭힘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회사의 의지를 담았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누가 나를 따돌릴 때' '가족·친구가 따돌림 당하는 사실을 알았을 때' 등 다양한 상황을 제시하고 이에 맞는 신고 절차를 안내한다. 피해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가 대신 신고할 수 있다. 트위터는 '온라인 괴롭힘(Online Abuse)' 페이지를 운영하며 대응법을 안내하고 있다. '친구 차단' '트위터와 수사기관 신고' 등 괴롭힘의 강도에 따른 대응법이 소개돼 있다. 또한 "반드시 피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 화면을 캡처하라"는 구체적인 지침도 안내한다.


  국내 업체들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카카오스토리는 SNS로 인해 명예훼손이나 사생활·저작권 침해를 당한 사람들을 위해 홈페이지 '도움말' 메뉴를 통해 사용자 신고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네이버 '밴드'는 SNS 중독을 막기 위해 특정 시간 동안 알람을 끄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시작과 종료 시간을 설정하면, 그 사이엔 알림음과 진동이 모두 꺼진다. 카카오톡은 이와 비슷한 '방해금지모드' 설정을 통해 소리·진동·팝업창을 차단할 수 있다. 카카오 측은 "원치 않는 채팅방에 초대됐다가 방을 나갔을 때, 다시 초대하면 이를 거절할 수 있는 기능을 올 하반기 내에 추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SNS는 개인들이 사회문제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며 여론 형성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그 파급력에 비해서 부실한 사실 검증과 편 가르기 속성이 합리적인 소통을 오히려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과도한 몰입에 따른 병리적 현상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SNS는 그 특성상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기 때문에 SNS의 부작용에 대한 제도적인 대안을 찾기란 쉽지 않다. SNS 운영업체들의 대응도 대응이지만 SNS다이어트 같은 개별 사용자 차원의 사용문화 개선 행동이 보다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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