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살아가는 것들에 대한 아련한 추억
[이슈메이커=김진영 기자]
[Book vs Book] 어른들의 동화
순수함을 찾아 떠나는 환상의 세계
잊고 살아가는 것들에 대한 아련한 추억
똑같은 그림을 보고 있지만 어른들은 ‘모자’라고 대답을 하고 한 아이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라고 대답을 한다. 어른들은 모두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처음부터 어른인양 행동하기 일쑤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짊어져야할 짐이 많아지고 어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때를 잊고 산다. 살면서 가끔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처럼, 때론 어렸을 적 할머니 무릎에 앉아 읽었던 동화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Le Petit Prince)’는 전세계적으로 1억 부 이상 팔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유명한 동화책이다. |
어린왕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 Exupery)의 ‘어린왕자(Le Petit Prince)’는 전세계적으로 1억 부 이상 팔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유명한 동화책이다. 공군 조종사 출신인 그는 1926년부터 항공사에 취직해 사막에서 18개월간 근무를 하게 되는데 당시의 경험들에 영감을 얻은 작품들 중에 ‘어린왕자’도 속해있다. 황량한 사막에서 극적으로 생존한 비행사가 만난 작은 체구의 금발을 한 어린왕자는 삶의 의미를 되짚는 상징과 다름 아니다. 주인공이 소년이었을 때 그린 보아뱀 그림을, 숫자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른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했던 경험과 어른이 된 후 양을 그려달라며 다가온 어린왕자와의 조우는 독자로 하여금 그동안 잊고 지낸 것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부여한다. 모든 이들의 가슴 속에는 보아뱀이 삼킨 코끼리나 상자 안에 들어있는 양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내면을 볼 수 있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에서 온 어린왕자는 허영심이 가득한 장미와 화산 3개, 끊임없이 자라는 바오밥 나무로부터 이별을 고하고 다른 별들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어린왕자는 권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왕의 별과 칭찬만을 원하는 허영쟁이의 별,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술주정뱅이의 별, 숫자계산에만 몰두하는 비즈니스맨의 별, 가로등을 켜는 사람의 별, 지리학자의 별 등을 거치게 되는데 어린왕자가 만난 이들은 모두 중요한 가치를 잊고 살며 의미 없는 일들에 매진하고 있는 어른의 단면을 상징하고 있다. 일곱 번째로 지구에 도착한 어린왕자는 사막의 뱀과 이름 없는 꽃 한 송이, 그리고 흐드러지게 핀 장미꽃밭을 만나 자신이 두고 온 작은 별과 장미에 대해 생각한다. 실의에 빠져있는 어린왕자에게 다가온 여우는 그에게 ‘길들여진다는 것’과 관계를 맺음을 통해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넌 나에게 아직은 수없이 많은 다른 어린아이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널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아. 너 역시 날 필요로 하지 않고. 나도 너에게는 수없이 많은 다른 여우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지.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내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 난 네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고….”
여우와의 대화를 통해 어린왕자는 많은 장미꽃 중에서도 자신이 두고 온 한 송이의 장미만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이며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한 본질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욱 소중한 것이며, 길들여지면 길들여진 만큼 그 대상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의 의미도 알게 된다.
비행기를 고친 비행사는 어린왕자와 헤어져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어린왕자에게 그려준 양 그림과 양이 장미꽃을 먹지 않도록 그려준 입마개에 끈을 그려주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자신이 어렸을 적 그렸던 보아뱀을 설명 없이도 처음으로 이해해준 어린왕자와의 추억을 간직한 채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담으려고 하는 비행사의 마음은 많은 것들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순수했던 유년시절을 보낸 모든 이들의 가슴 속에 살아있는 자신만의 어린왕자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원히 마르지 않을 영감의 화수분 같은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