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vs Book] 순수함을 찾아 떠나는 환상의 세계
[Book vs Book] 순수함을 찾아 떠나는 환상의 세계
  • 김진영 기자
  • 승인 2014.10.21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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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살아가는 것들에 대한 아련한 추억
[이슈메이커=김진영 기자]

[Book vs Book] 어른들의 동화




순수함을 찾아 떠나는 환상의 세계


잊고 살아가는 것들에 대한 아련한 추억





똑같은 그림을 보고 있지만 어른들은 ‘모자’라고 대답을 하고 한 아이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라고 대답을 한다. 어른들은 모두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처음부터 어른인양 행동하기 일쑤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짊어져야할 짐이 많아지고 어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때를 잊고 산다. 살면서 가끔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처럼, 때론 어렸을 적 할머니 무릎에 앉아 읽었던 동화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Le Petit Prince)’는 전세계적으로 1억 부 이상 팔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유명한 동화책이다.





어린왕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 Exupery)의 ‘어린왕자(Le Petit Prince)’는 전세계적으로 1억 부 이상 팔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유명한 동화책이다. 공군 조종사 출신인 그는 1926년부터 항공사에 취직해 사막에서 18개월간 근무를 하게 되는데 당시의 경험들에 영감을 얻은 작품들 중에 ‘어린왕자’도 속해있다. 황량한 사막에서 극적으로 생존한 비행사가 만난 작은 체구의 금발을 한 어린왕자는 삶의 의미를 되짚는 상징과 다름 아니다. 주인공이 소년이었을 때 그린 보아뱀 그림을, 숫자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어른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했던 경험과 어른이 된 후 양을 그려달라며 다가온 어린왕자와의 조우는 독자로 하여금 그동안 잊고 지낸 것들에 대해 많은 생각을 부여한다. 모든 이들의 가슴 속에는 보아뱀이 삼킨 코끼리나 상자 안에 들어있는 양처럼 눈에 보이지 않아도 내면을 볼 수 있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별에서 온 어린왕자는 허영심이 가득한 장미와 화산 3개, 끊임없이 자라는 바오밥 나무로부터 이별을 고하고 다른 별들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어린왕자는 권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왕의 별과 칭찬만을 원하는 허영쟁이의 별,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술주정뱅이의 별, 숫자계산에만 몰두하는 비즈니스맨의 별, 가로등을 켜는 사람의 별, 지리학자의 별 등을 거치게 되는데 어린왕자가 만난 이들은 모두 중요한 가치를 잊고 살며 의미 없는 일들에 매진하고 있는 어른의 단면을 상징하고 있다. 일곱 번째로 지구에 도착한 어린왕자는 사막의 뱀과 이름 없는 꽃 한 송이, 그리고 흐드러지게 핀 장미꽃밭을 만나 자신이 두고 온 작은 별과 장미에 대해 생각한다. 실의에 빠져있는 어린왕자에게 다가온 여우는 그에게 ‘길들여진다는 것’과 관계를 맺음을 통해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넌 나에게 아직은 수없이 많은 다른 어린아이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아이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나는 널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아. 너 역시 날 필요로 하지 않고. 나도 너에게는 수없이 많은 다른 여우들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한 마리 여우에 지나지 않지.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내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되는 거야. 난 네게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가 될 거고….”


  여우와의 대화를 통해 어린왕자는 많은 장미꽃 중에서도 자신이 두고 온 한 송이의 장미만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이며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또한 본질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욱 소중한 것이며, 길들여지면 길들여진 만큼 그 대상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의 의미도 알게 된다. 


  비행기를 고친 비행사는 어린왕자와 헤어져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어린왕자에게 그려준 양 그림과 양이 장미꽃을 먹지 않도록 그려준 입마개에 끈을 그려주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자신이 어렸을 적 그렸던 보아뱀을 설명 없이도 처음으로 이해해준 어린왕자와의 추억을 간직한 채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담으려고 하는 비행사의 마음은 많은 것들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순수했던 유년시절을 보낸 모든 이들의 가슴 속에 살아있는 자신만의 어린왕자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원히 마르지 않을 영감의 화수분 같은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영국작가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는 오늘날까지도 전세계적으로 만화와 영화 등 다양하게 재해석되며 살아있는 이야기로 평가받는다. 옥스퍼드 대학의 수학교수를 지낸 수학자이자 논리학자인 작가는 어린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즐겨 했는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그의 어린친구 앨리스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를 글로 엮은 내용이다. 1865년 발표된 이래 환상문학의 효시로서 시대를 뛰어넘어 난센스와 판타지의 대표작으로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이다.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 작품으로 유명한 일본의 애니메이션의 대부 미야자키 하야오는 최근 세계 명작 50권을 추려 ‘책으로 가는 문’을 발간했는데 그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자신의 작품세계에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밝힌 바 있듯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이 작품은 영원히 마르지 않을 영감의 화수분 같은 작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2010년에는 팀버튼 감독이 재해석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로 개봉되며 제8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야기는 지루한 일상에서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찾던 앨리스로부터 시작된다. 나른한 오후 언니와 함께 별일 없이 강둑에 앉아 있던 앨리스는 회중시계를 들고 있는 토끼를 따라 굴로 들어가게 되면서 모험의 세계로 떠나게 된다. 순진무구하며 겁이 없는 앨리스는 우리가 찾고자 하는 환상의 세계를 용기 있게 경험하고 다닌다. 작아진 앨리스가 웅덩이에 빠져 헤엄쳐 다니는데 사실은 그게 자신의 몸이 커졋을 때 흘렸던 눈물로 만들어진 웅덩이라거나 말처럼 커다란 강아지를 피하기 위해 막대를 이용하는 모습처럼 조금은 엉뚱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누구나 어렸을 때 한 번쯤은 머릿속에 그려 보았을 법한 이야기인 셈이다. 스토리에 빠져 들어가 현실과는 동떨어진 쾌감을 느끼지만 꿈에서 깨어난 앨리스가 현실 세계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풀소리나 양치기 소년의 목소리를 실제로 듣는 것처럼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는 쉽게 허물어지기도 한다. 


  또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무언가를 먹고 마시며 몸이 커졌다가 작아졌다 하는 과정들을 통해 신기한 일들을 겪게 되는 일종의 판타지를 그리고 있지만, 가벼우면서도 잘 짜인 농담, 혹은 동음이의어를 이용한 언어유희 등 문학적 장치를 통해 동화라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어른들에게도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당시 유행하던 노래에 대한 패러디나 시대상황에 대한 풍자에 온갖 비유와 상징, 비틀림마저도 담고 있어 겉으로 드러난 스토리 외에도 상징적인 의미가 가득하다. 원작의 상징성과 숨겨져 있는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이 시도되고 있는데 정신분석학은 물론이고 정치적, 형이상학적 해석까지도 포괄한다. 정신분석학적으로는 현실에서도 ‘토끼굴’에 들어간 듯이 물체가 뜬금없이 작아 보이거나 황당하게 커 보이고, 잔뜩 뒤틀려 왜곡되어 보이거나 망원경을 거꾸로 보는 것처럼 한없이 멀리 보이거나 하는 비정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시각적 환영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이라 일컫기도 한다. 





▲성년이 되어도 어른들의 사회에 적응할 수 없는 ‘어른아이’ 같은 심리적인 증후군을 일컬어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이처럼 동화에서 파생된 다양한 의미가 의학, 혹은 사회 현상을 설명하는데 인용되기도 한다.




피터팬


  영국의 극작가 제임스 메튜 배리(James Matthew Barrie)의 동화 ‘피터팬(Peter Pan)’은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나라, 네버랜드에서 펼쳐지는 피터팬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02년 발표된 소설 ‘작은 하얀새’의 일부 내용이던 피터팬이 크리스마스 아동극으로 소개되면서 작가가 다시 동화책으로 펴내게 됐다고 한다. 주인공인 피터팬은 달링 부부의 집에 들어갔다가 그 집의 개에게 그림자를 빼앗기게 되는데 요정 팅커벨과 함께 다시 그 집을 찾아 달링 부부의 딸 웬디 덕분에 그림자를 다시 찾게 된다. 그리고 피터팬은 웬디에게 네버랜드를 소개하며 그곳에 살고 있는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 엄마가 되어 줄 것을 부탁하면서 네버랜드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아이들만 있는 환상의 나라에서 피터팬을 시기하는 해적 후크로의 공격을 막아내고 다시 부모님 곁으로 돌아가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피터팬’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에서 한 발 나아가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작품이다. 피터팬이 잃어버릴 뻔 했던 그림자의 의미를 통해서 인간의 자의식의 발현을 찾고자 하는 해석도 제기된다. 존재하는 한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그 누구도 그림자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존재로부터 떨어져 나와 제멋대로 행동하는 그림자, 즉 자신의 내면에 감춰진 무의식의 세계는 말 그대로 통제불능이지만 그만큼 자유로운 의식이기도 하다. 네버랜드라는 상징적인 공간도 마찬가지다.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모여 영원히 아이인 채로 살아가지만 그 안에는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에 대한 ‘부재’가 존재한다. 피터팬이 웬디에게 네버랜드의 아이들에게 엄마가 되어줄 것을 부탁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는 한없이 일방적인 보호의 울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네버랜드를 가지고 있지만 그 공간으로 쉽사리 떠날 수 없는 것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공간의 소중한 것들에 기인한다. 행복한 상상을 하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피터팬의 자유로움과 순수함은 곧 주어진 것이 아닌 모든 것은 자신의 의지에 달려 있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피터팬이 유년시절의 추억과 회상에 머무르지 않고 어른이자 아이로서 현실을 살아내는 또 다른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피터팬은 1953년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피터팬’으로 소개된 이후 1991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후크’, 2004년 마크 포스터 감독의 ‘네버랜드를 찾아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피터팬들로 재창조되며 어른들을 아이의 세계로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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