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 자살 사건, 불합리한 복지 제도가 불러온 사회적 타살
세 모녀 자살 사건, 불합리한 복지 제도가 불러온 사회적 타살
  • 이슈메이커
  • 승인 2014.10.1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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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제도 개선,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말아야
[이슈메이커=이슈메이커]
[Social Welfare System] 적극적 복지



세 모녀 자살 사건, 불합리한 복지 제도가 불러온 사회적 타살

복지제도 개선,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말아야 





사회복지 제도는 사회 전체가 공동의 책임의식을 가지고 서로 돕는 일이다. 스웨덴은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cradle to grave)’라는 표현처럼 사회보장제도의 대명사로서 잘 알려져 있다. 1980년대 말에 닥친 경제 위기 여파로 복지의 수준이 다소 낮아진 감이 있지만, 스웨덴에서 시행되는 사회복지제도의 기본 목표는 국내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게 식량, 주택, 기본생필품 등에서 최저 생활 수준을 보장하고 질병이나 실업 등의 고통에 처할 경우 경제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복지의 사각지대

  최근 서울 송파구의 한 지하 셋방에서 60대 초반의 어머니가 30대 초·중반의 두 딸과 함께 목숨을 끊었다. 세 모녀는 테이프로 창문을 막고 좁은 방에 연탄불을 피우는 방법으로 동반 자살하면서 현금 70만 원이 든 봉투 하나를 남겼다. 봉투에는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서울 석촌동 세 모녀 자살 사건에 이어 2일과 3일 경기 광주시와 동두천시, 서울 화곡동에서 생활고와 간병에 지친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특히 광주와 동두천에서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어린 자녀와 동반 자살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지금 복지예산은 100조 원에 이른다. 복지를 통한 양극화를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하지만 이들 세 모녀의 비극은 사회안전망의 한계와 복지 전달체계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복지제도인 기초생활보장제도나 의료급여제도의 대상임에도 이들은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큰딸은 당뇨 등으로 고생했지만, 이들 가족은 장애인, 한 부모 가정 등 전형적인 취약계층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송파구청 측은 “동 주민센터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발굴하는데 박 씨 모녀는 직접 신청을 하지 않았고, 주변에서도 이들에게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없었다”고 한다. 시민단체들의 주장대로 정부의 빈약한 복지 제도가 불러온 사회적 타살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우리나라가 ‘자살 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쓴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2003년 이후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오명에서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2012년 전국에서 1만 4,160명이 귀한 목숨을 끊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010년 33.5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3.29명의 2.5배를 넘어섰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 1년간 자살을 생각해 본 ‘자살 예비군(群)’이 637만 명을 웃돌고, 자살 예비군 중에서 자살을 시도한 ‘자살 고위험군’은 30만 명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자살한 사람보다 21배 많은 자살 고위험군과 449배 이상인 자살 예비군이 있다는 것은 큰 사회적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마음의 질병인 자살을 줄이기 위한 대책은 원인별로 세워야 한다. 세 모녀처럼 복지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는데도 이를 활용하지 못한 경우는 정부가 책임을 방기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는 사례다. 보건복지부가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이들을 파악하기 위해 일제 조사에 나섰지만, 이것이 일회성 행사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찾아가는 ‘적극적 복지’를 주장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가 이명박 정부 때는 물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남윤인순 의원(민주당)은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정책질의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가 참여정부 말인 2007년 155만 명으로 전체인구 대비 3.2%였으나, 2011년 146만 9,000명으로 전체인구 대비 2.9%로 하락하였으며, 박근혜 정부 출범 후인 2013년에도 135만 1,000명으로 전체인구 대비 2.6%로 떨어졌다”라고 지적했다. 남윤 의원은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다름없이 누락자 발굴보다는 부정수급 방지에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2010년 복지부 용역결과 국가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이면서도 기초생활보장 급여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약 117만 명으로 추계되었음에도 국가의 보호를 받는 저소득층이 줄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 또는 대폭 완화해 복지사각지대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저소득층 중에서도 복지 수급 대상자는 생활이 어렵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관리를 받고 있어 완전한 복지의 사각지대는 아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복지 전달 체계에 포함돼 있지 않은 사람들이 생활고가 누적되거나 돌발 상황으로 갑자기 생계가 어려운 처지에 빠진 경우에 생긴다. 복지 혜택을 받은 적이 없는 이들은 큰 어려움이 닥쳐도 정부나 자치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모를 가능성이 크다. 설사 복지 지원을 요청하더라도 기준이 까다로워 도움을 받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국가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가는 복지, 적극적 복지가 필요한 이유다.

  정치권과 사회단체들이 한목소리로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사회안전망 강화의 필요성을 외쳤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정부의 긴급 복지지원 제도를 널리 알리고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보건복지부는 3월 한 달간 전국 자치단체와 함께 복지 사각지대를 일제 조사하는 한편, 복지 수요자 발굴 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일자리를 잃거나 질병 등에 의해 갑자기 극빈층으로 전락할 수 있는 차상위 계층이나 잠재적 빈곤층이 4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전수조사는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기껏해야 수천 가구를 대상으로 샘플 조사를 해 추정한 수치일 뿐이다. 

  기초생활보장ㆍ긴급복지ㆍ실업급여 등 사회복지제도가 있지만 까다로운 선정기준과 홍보부족 탓에 이들에겐 무용지물이었다. 예산 제약 때문에 선정기준이 까다로운 것도 아쉽지만, 서울 송파구의 세 모녀처럼 몰라서 복지제도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정부나 자치단체, 민간단체가 시행 중인 긴급 복지지원 제도를 국민에게 알려 필요할 때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까다로운 긴급 복지 수급 조건을 완화하거나 탄력적으로 적용할 필요도 있다. 국민 세금을 허투루 써서도 안 되지만, 생계유지가 어려워 국가 도움이 정말 절실한 사람까지 외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단편적인 지시는 더 큰 문제를 양산할 수도,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정부는 지난 2011년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해 현장인력인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을 2014년까지 매해 증원해 7,000인까지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3년 6월 기준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1인이 담당하는 복지 대상자는 500여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정부는 올해 사회복지사 채용 규모를 또 줄였다. 정부의 올해 사회복지사 채용 규모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360여 명 줄어든 1,177명이다.

  작년 상반기에 사회복지사 4인은 ‘업무과다’를 이유로 자살했다. 2013년 1월 31일에는 경기도 용인에서 29세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이 투신자살, 2월 26일 성남에서 3달 뒤 결혼을 앞둔 여성 사회복지 사전담당 공무원이 투신자살, 3월 19일 울산에서 어린 자녀를 둔 30대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자살, 5월 15일 논산에서도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이 열차에 뛰어들어 자살했다.

  사회복지 공무원의 처우와 사회복지 전달체계에 관한 문제점은 더는 피할 수 없는 쟁점이 됐다. 하지만 우리 복지 담당 공무원들은 최근 새로운 복지 업무가 급증하면서 처리해야 할 일은 더욱 늘어났다. 여건의 개선 없이 복지 담당 공무원들은 더욱 막중한 책임감과 업무에 내몰리게 됐다.

  전국의 복지담당 공무원은 2만 6,000명 정도지만 복지사업이 워낙 다양해 과로사가 빈번할 정도로 과중한 업무와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정부 차원의 인력증원과 지자체들의 전환배치는 물론 소외된 이들을 돌보는 사회복지단체ㆍ자원봉사자 등과 연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기초생활보장ㆍ긴급복지 대상자 선정기준 완화방안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도 필요하다. 더불어 사회적 무관심과 학업 스트레스, 가정·학교 폭력 등 심리적인 압박과 잘못된 주변 환경에 눌려 자살을 선택하는 청소년과 젊은이를 위해 다각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정신적인 도움이 필요한 이들이 전문가의 상담을 받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실로 인해 사회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세심히 배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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