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주의자 팀 쿡, 이상 버리고 실용을 취하다
현실주의자 팀 쿡, 이상 버리고 실용을 취하다
  • 조재휘 기자
  • 승인 2014.09.29 1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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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해진 애플…폐쇄적 이미지 벗고 ‘보통기업’의 길로
[이슈메이커=조재휘 기자]

[Cover Story]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




현실주의자 팀 쿡, 이상 버리고 실용을 취하다


친절해진 애플…폐쇄적 이미지 벗고 ‘보통기업’의 길로





애플이 아이폰6, 6플러스와 애플워치 등 일련의 신제품을 발표했다. 그동안 팀 쿡의 애플은 아이폰5와 아이패드 미니 등을 출시해왔지만, 이는 기존 제품의 연장이었다. 쿡에게는 혁신제품으로 애플의 리더에 합당한 능력을 증명하라는 시장과 소비자 요구가 빗발쳤고, 쿡은 “새로운 카테고리의 대단한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해왔다. 애플의 사령탑 팀 쿡(53)은 스티브 잡스 이후 애플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가, 약화시키고 있는가? 2011년 8월 잡스에 이어 애플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팀 쿡이 3년여 만에 사실상 최대의 평가무대에 올라섰다.





화면 커진 아이폰, 애플워치와 함께 발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9일(현지시각) 애플이 1984년 매킨토시 컴퓨터를 처음 공개한 장소인 미국 쿠퍼티노 플린트센터에서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 그리고 새 스마트폰 ‘아이폰6’를 함께 공개했다. 웨어러블(착용형) 기기인 ‘애플워치’는 애플이 처음으로 공개한 스마트워치다. 또 ‘아이폰6’는 기존보다 화면이 커진 모습이었다.


  애플워치는 애플워치, 애플워치 스포츠, 애플워치 에디션 3가지 종류로 내년 상반기에 시장에 나올 예정이며 가격은 350달러에서 시작할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애플워치는 ‘피트니스’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건강 관련 기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는 애플워치에서 자전거 타기, 달리기 같은 각종 운동에 따른 심박 측정 등을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지도, 길찾기, 음악 감상 같은 다른 기능도 있다. 애플은 애플워치용 앱 개발 도구도 공개하면서, 베엠베(BMW)나 더블유(W)호텔 같은 많은 기업들이 이미 애플워치용 앱을 개발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애플워치는 메시지가 오면 사용자의 손목을 두드리는 식으로 이를 알려주는 방식인 ‘탭틱 엔진’을 채택했다. 음성 인식 기능인 ‘시리’(siri)도 이용할 수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예를 들어 “근처에서 어떤 영화가 상영되고 있지?”라고 물으면 애플워치에 근처 극장 상영 영화가 뜨는 식이다.

 쿡 최고경영자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워치가 스티브 잡스 전 최고경영자가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첫 번째 스마트 기기이며, 애플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 제품이라고 밝혔다. 그는 “스티브는 시계 자체에는 관여한 적이 없다. 하지만 그의 디엔에이(DNA)는 우리가 하는 모든 것에 들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워치가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새롭게 정의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애플은 새 스마트폰인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도 내놨는데, 화면 크기가 각각 4.7인치와 5.5인치로 커졌다. 아이폰5 화면 크기가 4인치인데 견줘서도 커졌지만, 아이폰6플러스는 삼성 갤럭시S5(5.1인치)보다도 화면이 크다. 애플이 화면 크기를 키운 이유는 큰 화면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최근 기호 때문으로 보인다. 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가 2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거의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올해 화면 크기가 5인치 이상 되는 스마트폰을 사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특히 아시아에서 화면 대형화 기호가 커서 중국과 인도에선 3분의2 이상의 응답자가 5인치 이상 화면 크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애플이 아이폰 화면 크기를 키운 것은 애플이 시장 트렌드를 이끌어왔던 이전 태도에서 벗어나 삼성 같은 경쟁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이밖에 모바일 결제시스템인 ‘애플 페이’도 발표했다. 애플 페이는 근거리 무선통신(NFC)을 이용해서 소매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장치로, 애플은 신용카드 회사들과 손잡고 다음달 미국에서 이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외신들 “애플, 선도자에서 추격자로 변신”


  제품 발표 이후 평가는 엇갈린다. <포브스>는 “팀 쿡의 애플이 시장 선도자에서 추격자로 변신했다”고 지적했다. 사실 4.7인치, 5.5인치의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애플이 내년 출시를 예고한 스마트 시계는 삼성, 엘지, 소니, 모토롤라 등이 이미 판매중이며, 모바일 결제는 구글이 3년 전 진출한 분야이다.

  일각에서는 쿡이 새로울 것 없는 제품을 들고 나온데다, 잡스의 유산과 철학을 팽개쳤다며 냉소를 보냈다. 쿡은 9일 무대에서 아이폰 새 모델을 선보인 뒤 “한 가지가 더 있다(원 모어 싱)”를 외치고 이날의 하이라이트인 애플워치를 공개했지만, 잡스 때의 신선함은 없었다. 발표 직전까지 비밀을 고수한 잡스 시절과 달리 이번엔 아이폰의 크기와 모델명, 스마트워치 출시 정보가 사전 유출된 탓이다. 특히 잡스가 “아무도 사지 않을 것”이라며 독설을 퍼부은 대화면 스마트폰을 내놓고, 맨눈의 식별 한계를 뛰어넘는다고 자랑해온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무색하게 하는 고해상도의 ‘레티나 에이치디(HD)’를 채택했다.


  세계 시장에서 애플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아이폰6에 대해 “하드웨어와 기능 측면에서는 특별히 새롭다는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애플이 아이폰6를 통해 처음으로 5인치 대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한 점은 얘깃거리가 될 듯싶다. 스티브 잡스는 5인치 대 시장에 부정적이었는데, 시장 다변화 차원에서 뛰어든 것 같다. 삼성전자도 이파(iFA)에서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내놨으니 치열한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스마트워치에 대해 “종류를 다양하게 내놓은 게 눈에 띈다. 그동안의 애플은 모델을 다양화하지 않는 전략을 펴왔다. 당장 뭔가를 내놓기보다는 시간을 번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국내 대다수 언론들도 애플의 새로운 제품들에 대해 ‘애플이 혁신을 버렸다’면서 애플이 혁신적 선도자에서 추격자로 바뀌었다는 <뉴욕 타임스>나 <포브스>의 견해와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한편 영국 <가디언>의 찰스 아서와 <리코드>의 월트 모스버그는 이번 신제품 발표가 애플이 추격자로서의 면모를 보인 게 아니라, 애플다운 전통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맥 컴퓨터를 비롯해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은 기존 영역에 뛰어들어 새로운 가치와 시장을 창출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와 사용성의 혁신을 통해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는 게 잡스의 마법이었다. 쿡이 선보인 제품 역시 애플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는 해석이다. 






뜨거운 시장 반응, 시가총액 사상 최대


  호평보다는 혹평이, 옹호보다는 비난이 주를 이루는 언론과 업계의 분위기와는 달리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아이폰6와 아이폰6 플러스의 첫 24시간 예약 주문량은 400만 대를 돌파해, 2년 전 아이폰5 출시 당시 72시간 만에 세운 기록을 넘어섰다. 이렇듯 아이폰 새 모델은 예약판매 신기록을 세우고 온라인 애플스토어 접속이 지연되는 등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의 증권사들은 애플워치에 대해 “기대 이상의 혁신제품”이라며 애플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애플은 세계 최대기업으로 시가 총액이 6087억 달러(9월 12일 기준)이며, 2위인 4138억 달러의 엑슨모빌과 격차를 크게 벌렸다. 애플 주가는 팀 쿡이 사령탑을 맡은 2011년 8월24일 51.11달러(액면분할 기준)에서 현재 101.66달러로, 3년 만에 2배가 됐다. 잡스는 7인치 태블릿에 대해 “출시 즉시 실패할 것”이라며 독설을 퍼부었지만, 아이패드 미니는 출시 첫 해인 2012년 아이패드 판매의 60%를 차지했다. 이쯤 되면 쿡의 경영 성적표는 ‘A+’라고 볼 수 있다. ‘쿡의 애플’이 된 이후 애플의 기업문화 변화는 확연하다. 최고경영자가 ‘오로지 제품’만 신경을 쓰던 잡스 시절과 달리, 이제 애플은 기업 활동의 다양한 측면을 챙기기 시작했다. 쿡은 잡스의 ‘무배당 원칙’을 깨고 2012년 17년 만의 대규모 배당을 실시했다. 주식 분할, 자사주 매입, 주주환원프로그램 등 주주친화적 정책이 이어졌다. 쿡은 지난 5월 30억 달러에 헤드폰 제조사인 비츠 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고 브랜드를 유지하기로 했다. 애플 최대의 기업 인수이자, 최초로 ‘애플’ 아닌 상표를 쓰게 됐다. 쿡은 잡스가 ‘성전’이라고까지 전의를 불태웠던 안드로이드 진영과의 특허 전쟁도 불씨를 꺼뜨려가고 있다. 지난 7월엔 창사 이래 앙숙이던 아이비엠(IBM)과 제휴하고 기업용 앱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시장 수요 반영한 제품 내놓으며 합리적인 기업으로 리모델링 중


  잡스 1인이 주도하던 경영 스타일도 달라졌다. 쿡은 디자인을 총괄하는 조너선 아이브에게 제품 개발 전반을 위임하고, 마케팅은 필 쉴러, 소프트웨어 개발은 크레이그 페러리기 등 주요 임원에게 권한을 넘기는 등 집단지도 체제 형태로 애플의 의사결정 구조를 변모시켰다. 사회책임 경영도 늘어났다. 중국 공장의 임금을 인상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등 노동조건을 크게 개선했다. 재생에너지 사용 등 친환경 정책과 잡스시절 없던 기부도 확대했다. 


  쿡은 잡스와는 다른 개인적 특징도 내보이고 있다. 트위터를 통해 마틴 루서 킹과 미국 민권법의 정신을 강조하고 동성애자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 철폐를 옹호한다. 쿡은 합리적이고 탈권위적 리더십으로 애플 안에서도 인기가 높다. 잡스가 늘 점심을 조너선 아이브와 함께 한 것과 달리, 쿡은 사내 식당에서 모르는 직원들과 합석하기를 즐긴다. 


  <월스트리트저널> 전직 기자 유카리 케인은 지난 3월 펴낸 <유령의 제국 : 잡스 이후의 애플>에서 “잡스가 스타이자 이상주의자라면, 쿡은 무대 매니저이자 현실주의자다. 하지만 잡스의 창의성 없이는 쿡의 고집 센 실용주의에 균형추가 없다는 게 문제다”고 말했다.


  시장을 창출해 나가던 잡스의 애플과는 달리 쿡의 애플은 시장 수요를 반영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아이폰5는 색상과 가격대를 다변화한 보급형 모델을 추가했으며, 애플워치는 다양한 취향을 고려해 많은 모델과 시계줄을 준비했다. 실용성보다 예술성을 추구한 잡스의 애플과 구별된다. 잡스는 아이폰4에서 디스플레이 기능이 없는 뒷면까지 유리로 만들었다. 무겁고 깨지기 쉬운, 유리와 철에 대한 집착은 수신불량을 초래했을 정도다. 쿡 이후 그런 추구는 사라졌다.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 에필로그에는 병상의 잡스가 직접 쓴 글이 실려 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줘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내 방식이 아니다. 고객이 욕구를 느끼기 전에 그들이 무엇을 원할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잡스의 경영방식은 애플을 역사상 그 어떤 회사보다도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회사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 때문인지 애플이 스티브 잡스의 애플에서 팀 쿡의 애플로 변화하면서 눈에 띄게 친절해 졌다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애플은 지난 9월 17일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애플 디바이스로 옮기는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한 자료를 공개한데 이어 18일 공유 기능을 강화한 운영체제 최신 버전 'ios8'을 업데이트 해 배포했다. 잡스 시절이었다면 이뤄지기 힘든 서비스다.이번에 공개된 ios8 업데이트 버전은 아이폰 4s 이후 모델, 아이패드2 이후 모델, 아이팟 터치 5세대에서 쓸 수 있다. ios8은 공유 기능을 한층 강화했다. 가족 공유(패밀리 셰어링) 기능은 가족(최대 6명)이 아이디를 따로 만들면서도 아이북스, 앱, 음악, 영화를 공유해 볼 수 있다. 폐쇄적 기업이라는 애플에 대한 편견을 깨기 위한 팀 쿡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어쨌거나 ‘쿡의 애플’은 소비자, 투자자, 직원 등 다양한 층위의 요구를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만족시키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문제는 갈수록 늘어나는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켜야 하는, 보통 기업의 길로 들어섰다는 점이다. 독특한 카리스마의 창업주가 건설한 ‘특별한 애플’을 후임 경영자인 팀 쿡이 어떻게 합리적이면서 효율적인 조직으로 리모델링하는지, 여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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