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어 연구 분야의 새로운 도약 발판 마련
외래어 연구 분야의 새로운 도약 발판 마련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4.09.2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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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Leading Researcher] 대전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이봉형 교수



외래어 연구 분야의 새로운 도약 발판 마련


기본에 충실한 뚝심 있는 연구로 국가과학 경쟁력 높이다





차용어(loanword, 借用語)란 체계가 다른 언어체계의 어휘에서 빌려온 단어를 말하며, 외래어와 같은 의미로 사용될 때가 많다. 많은 학자들이 영어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어휘의 다양성이다. 특히 영어의 어휘는 세계주의적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차용어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마치 전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거의 모든 언어에서 필요하면 무조건 가져다 쓰는 듯 보일 정도로 영어에는 다른 언어에서부터 온 단어들이 아주 많다. 반면에 독일어나 불어가 차용어에 매우 배타적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오늘날의 영어와 독일어 또는 불어를 비교할 때 어느 편이 옳은가 그른가 섣불리 가치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차용어에 대한 편견을 차단하는 연구가 시급한 실정이다.





2014년 기초연구 우수성과 선정


  지난 20여 년간 외래어 연구에 매진해오며 국내외 언어학 연구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 온 대전대학교 영어영문학과의 이봉형 교수의 최근 단행본 ‘차용어 음운론’이 2014년 기초연구 우수성과로 선정되며 차용어에 대한 학술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교수 저술의 주제인 ‘차용어’, 즉 외래어는 한국어의 60%, 영어의 75%가 고유어가 아닌 외래어인 점에서 언어학의 핵심 주제 중의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더구나 인터넷을 비롯해 편리해진 통신기술로 인하여 외래어 유입이 넘쳐나고 있는 현실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이번 단행본은 지난 20여 년간 활발하게 진행되어온 차용어의 음운 현상에 관한 여러 관점의 연구를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책으로 이러한 현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한다. 예컨대 truck, club을 일본인들은 ‘도락구’, ‘구락부’로 자신들의 색깔에 맞게 표현하고 있다. 우리의 외래어 ‘트럭’과 ‘클럽’도 일본인들보다는 원어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또한, 순수 음운론적 관점에서 차용어 현상을 다룬 연구만을 논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성학, 사회 언어학, 영어사, 제2 언어 습득 등 기타 인접 언어학 분야의 자료, 이론, 방법론을 통해 차용어의 음운 현상을 광범위한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한다.  


  이 교수가 음운론 분야의 핵심주제 중 하나인 차용어, 즉 외래어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된 이유는 지난 20여 년간 언어학 중 특히 음운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할 수 있는 ‘최적성이론’이라는 틀이 등장하며 새로운 연구의 기반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박사논문을 마친 이 교수는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과 맞물리며 상당수의 박사 논문이 무용지물이 되다시피 했다. 그래서 새로운 이론적 틀에 맞는 연구주제를 물색하던 중 마침 차용어 연구에 ‘최적성이론’이 잘 부합할 것 같다는 판단으로 차용어 연구 외길 인생이 시작되게 되었다. 이번 단행본은 그동안 꾸준히 해왔던 연구의 ‘중간보고서’의 성격을 띤 결과물이라 이 교수는 전한다. 


  이 교수는 “한때 음운론의 지배적 패러다임이었던 ‘최적성이론’이 퇴조하며 통계적 방법론의 도입이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통계적 방법론이나 한국어나 영어자료 데이터베이스 활용, 언어분석프로그램 활용에 의한 자료 분석 등의 방법론 모두를 연구에 꾸준히 활용하며 연구의 끈을 놓지 않아 이 같은 작은 결실을 맺게 되었습니다”라며 뚝심 있게 진행된 연구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우리 삶과 밀착된 연구 통해 실질적인 결과 도출 필요


  연구의 작은 조각들을 다뤄야 하는 논문의 성격이 아닌 단일주제를 다룬 단행본 성격을 갖는 이번 이봉형 교수의 저술은 남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단행본은 연구논문과 달리 관련 주제 전반에 걸쳐 논의가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논문 작성 후 단행본을 발간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기존의 연구결과보다 한 단계 발전한 면을 독자들에게 밝히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바퀴를 재발명하지 말라’(Don’t reinvent the wheel)라는 말이 있다. 인류역사에서 바퀴는 이미 기원전부터 이용해 왔는데 이 문제를 다시 고민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얘기는 즉, 선행되어야 하는 부분을 먼저 알아내고 현재의 위치가 어디인지 파악해야 함을 말한다. 무조건 연구논문만을 양산하게 되면 초심자에게 이미 발견된 사실을 재차 전달하게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가재부터 잡고 도랑을 쳐야 한다고 이 교수는 힘주어 말한다.


  이 교수는 차용어와 관련된 연구들 외에도 순수 한국어와 영어 음운론에 관련된 연구 역시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한국어에 대해서는 한국어 불규칙 용언, 치찰음화(sibilation), ㄴ-삽입현상과 운율구조, 활음화, 움라우트 등과 같은 연구를 진행하고, 영어의 경우 세계영어의 유음모음화, 언어지각과 자음군 축소 등 인간의 언어지각과 언어지식과의 관계를 규명하고자 다양한 연구를 펼치고 있다. 


  이 교수는 “그동안 연구를 진행해 오며 우리 삶과 더욱 밀착된 언어현상을 다루지 못한 사실이 이쉽습니다”라며 “연구는 우리의 삶과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주제이어야만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지만 연구 주제로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피부에 와 닿는 연구를 진행하고자 합니다”라고 피력했다.


  앞으로 ‘한국인의 영어’의 특성에 관한 연구와 한국인들의 영어에 관한 실제 자화상을 발음 중심으로 실증적인 입장에서 접근하여 연구하고자 하는 이봉형 교수. 그는 연구의 양적 성장보다는 내실 있는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처럼 수준 높은 연구를 펼치는 학문의 장인들이 배출되어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단단한 주춧돌이 많아지기를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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