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금 우리사회는 직업소명의식의 회복이 필요하다”
[기고] “지금 우리사회는 직업소명의식의 회복이 필요하다”
  • 이슈메이커
  • 승인 2014.09.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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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슈메이커]


“지금 우리사회는 직업소명의식의 회복이 필요하다”


한국고용정보원 김동규 연구위원


  직업이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말이지만, 막상 정의를 하자면 딱히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국제표준직업분류(ISCO-08)에서는 직업을 ‘높은 정도의 유사성에 의해 특징져지는 업무(task)와 과업(duty)을 갖는 직무(職務)의 일단(set)’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매우 분석적이며 기계적인 정의라고 할 수 있다. 국어사전에서는 직업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하여 종사하는 일’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는 직업의 기능적, 심리적 관점에 따른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직업을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정의는 다양해질 수 있다.

  또한 직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사회에 따라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는 직업을 통상 ‘Occupation’이라고 하는데, 여기에는 ‘소유하다, 움켜잡다’라는 뜻이 내포되어 직업을 현실적이며 경제적 의미에서 ‘생업’의 개념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19~20세기 초에 미국에서 전개된 실용주의(Pragmatism)와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영어의 ‘Vocation’과 같은 의미인 ‘Beruf’라고 하여 ‘신으로부터의 천직 또는 소명(召命)’의 개념으로 직업을 인식하여 왔다. 이러한 개념은 16~17세기에 독일의 루터(M. Luther)와 칼뱅(J. Calvin)에 의해 전개된 프로테스탄티즘(Protestantism)을 통해 대중화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직업(職業)이라고 할 때, 직(職)은 관직 또는 공직의 직을 의미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직분을 의미하며 천직으로서의 직을 의미한다. 업(業)은 서민의 생계 수단으로서의 생업을 의미한다. 즉, 우리나라에서 직업은 생업의 의미와 사회공동체로서의 직분의 의미를 모두 포함하며, 동시에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신분제 사회를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직업은 한 사회의 문화와 제도를 대변하는 거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사회구성원들이 사회공동체를 인지하는 태도도 가늠해 볼 수 있다. 

  근대에 들어서는 사회제도와 문화 외에 산업과 기술의 발전 정도가 직업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직업구조를 보면 그 사회의 산업 및 기술 발전 정도를 알 수 있다. 인류의 직업구조는 기원전 수천 년 전에 시작된 농업혁명으로 수렵종사자 중심에서 농업종사자 중심으로 바뀌는 큰 변혁을 처음으로 맞게 된다. 18세기에 시작된 산업혁명은 도시 공장의 임금노동자가 등장하는 계기가 되었고, 농업종사자는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이어지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제조업의 성장은 과학자와 엔지니어, 제조업 생산근로자를 주요 직업군으로 정착하게 한다. 근래에는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전으로 컴퓨터프로그래머, 웹마스터 등의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여 자리를 잡게 되었다. 최근에는 3D프린팅기술자, 웨어러블기술자, 빅데이터분석가 등이 핫이슈 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들 직업은 향후에도 각광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 및 기술발전 외에도 앞으로 사회구성원의 욕구가 더욱 다양해지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요구하게 됨에 따라 직업의 전문화와 세분화는 더욱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고 새로운 직업들이 탄생하게 될 것이다. 물론 새로운 직업의 탄생은 기존 직업의 몰락을 초래하기도 한다. 3D프린팅 기술의 발전으로 3D프린팅기술자와 3D디자이너의 성장이 기대되지만 반면에 3D프린팅 기술이 복잡한 금형제작 과정을 간소화함에 따라 금형기술자의 역할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직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욕구나 사회제도, 과학기술 등에 관련된 직무(또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동기가 전제되어야 하고, 그 직무가 계속적으로 수행되기 위한 수요가 뒷받침되어야 어엿한 직업으로 정착될 수 있다. 반면,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거나 정착 초기에 있는 선진국의 신(新)직업이 도입되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직업적으로 정착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웨딩플래너, 수제맥주양조사(브루마스터), 소믈리에 등의 직업은 예전에는 단지 소수 그룹에서 외국의 문화나 비즈니스를 따라하는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새로운 시장수요를 창출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종사하는 어엿한 직업으로 성장한 것을 볼 수 있다. 

  직업은 거시적으로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생성과 소멸을 하는 유기체와 같고, 휴먼스케일에서 보면 인간이 만들었지만 가장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존재의 형식이자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직업을 통해 사람을 보고 사회를 본다. 최근 우리사회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황금만능주의와 과도한 성과주의에 매몰되어 사회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직업에서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최근 ‘세월호 사고’ 등 엄청난 사회적 고통과 비용이 발생한 것도 결국은 직업을 생계 수단으로만 여기고 공동체구성원으로서 직업적 본분과 역할에 충실해야 하는 소명의식을 망각했기 때문이다. 사회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각자가 직업을 생업으로서 뿐만 아니라 사회공동체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도록 노력하고 교육하여야 한다. 사회의 불확실성 증가는 직업소명의식을 해(害)하는 기제로 작용하기 때문에 개인의 발전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직업현장에서 묵묵히 책임을 다하는 직업인들에 대한 존경심이 사회전반에 확산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돈과 권력을 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직업을 선택하도록 하는 사회시스템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이상의 노력들은 사회구성원 각자가 직업인으로서 본분에 충실하도록 하여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김동규 박사 약력

서울시립대학 건축공학 석사
한국기술교육대학 교육학 석사
한국기술교육대학 경영학 박사

현)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 연구위원
현)한국직업자격학회 이사
현)국가직무능력표준 자격개편 심위위원회 심의위원

한국직업사전, 한국직업전망, 신직업연구 등 저서 및 논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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