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지역특집-공예부문] 가경아트 유중기 대표
[성남지역특집-공예부문] 가경아트 유중기 대표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4.09.04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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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나전칠기,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하다  


“전통공예와 세상의 소통 이뤄내고 싶다”






나전칠기는 흔히 ‘빛의 예술’이란 말을 듣는다. 옻칠과 오색영롱한 자개의 빛이 절묘하게 어우러지기 때문인데, 오랜 시간 자연이 만들어낸 전복, 소라의 진주층을 다듬은 자개는 장인의 예술적 혼과 만나면서 그 빛을 천년이 넘도록 유지한다.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그 작업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시간이 멈춘 듯 한 꾸준함과 무엇도 흔들 수 없을 것만 같은 세밀한 손놀림이 눈을 사로잡는다. 어느 것 하나도 쉬이 넘기지 않고 정성을 담아내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자연의 순리에 따라 묵묵하게 기다릴 줄 아는 미덕이 어우러져 탄생한 것이 나전칠기가 아닐까? 이처럼 문화와 얼이 담긴 우리의 손기술은 단순히 ‘섬세하다’는 의미를 넘어 당연히 지키고 계승해야 할 가치다.





전통과 현재를 접목한 디자인 개발에 앞장


  “수공의 정교함, 천년을 살아간다는 수명, 영롱한 아름다움이라는 삼박자를 갖춘 나전칠기야 말로 세계 어느 예술분야에 내어 놓아도 경쟁력 있는 우리의 문화유산입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 흐름에 따라 점차 그 빛을 잃어가고 있어 안타까워요.” 


  나전칠기의 전통 기법을 응용한 현대적 감각의 공예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경아트 유중기 대표의 말이다. 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가경아트의 작업실 한편에는 얇게 썬 자개조각이 고이 모셔져 있다. 선반에는 각종 공예 및 미술대전에서 수상한 나전칠기 작품들과 관광상품 공모전에서 상품적 가치를 인정받은 상품들이 즐비하다. 실톱으로 세밀하게 자개를 오려 백골(나무)에 붙여 칠을 하고 광택을 내 만들어진 갖갖이 나전칠기 공예품에는 유 대표의 섬세함과 도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 했다. 한때는 내로라하는 대갓집 마님의 상징이었지만 자개농이 수입 가구에 안방을 내주면서 나전 공예산업 전반이 쇠락의 길로 접어든 지 오래다. 하지만 침체일로를 걷던 나전공예가 무거움을 벗어 던지고 실용성을 바탕으로 한 대중성을 꺼내오면서 부흥의 기회를 엿보게 되었고, 그 시작에 유 대표의 노력이 있었다. 


  2002년 3월 설립된 가경아트는 한국전통공예인 나전칠기 기법을 응용한 여성용 분첩, 손거울, 사무용 명함케이스, 일상생활용 열쇠고리(메탈 및 목재), 핸드폰 고리 등 다양한 제품을 현대감각에 맞춰 개발, 제작하고 있으며 유관단체의 다양한 문화 관광 상품을 제작, 납품하면서 전통문화의 맥을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현대화된 나전칠기의 선발주자로 불리는 유 대표는 칼라와 디자인에 전통기법을 최대한 적용해 현대인들의 개성과 취향에 맞춘 제품들을 개발하는데 앞장선다. 기존의 사각 보석함에서 형태를 변형한 삼각 보석함, 추억이 담긴 사진을 끼워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보석함, 8폭 궁중도 병풍, 원하는 곳을 꾸밀 수 있는 자개 스티커, IT제품 업체들과 협력해 나전칠기를 입힌 다양한 종류의 제품들을 선보이는 것이다. 30여 년의 숙련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제품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유 대표는 현대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생활문화용품 및 실생활에 소용될 수 있는 다양한 제품 출시 이외에도 새로운 미래를 예고했다. 


  “나전칠기 산업이 다시 부흥하기 위해서는 전통과 현재를 접목한 디자인 개발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해 차별화된 디자인과 생산, 유통, 교육을 담당하는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이를 잇는 가교역할을 담당하고 싶습니다. 궁극적으로 생활 속 전통공예문화를 현대의 대중문화 속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나전칠기와 세상의 소통’을 이뤄내는 것이 과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전통공예 활성화 위한 국가적 차원의 지원 절실


  공방이나 박물관에만 머무르는 전통문화는 갯벌 속에 묻힌 조개껍데기와 같다. 조개껍데기에서 영롱한 은빛 꽃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서는 장인의 손길과 정성이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전통공예도 문화적으로나 작품적으로 대단한 가치가 있지만, 우리가 그 소중함을 모르는 것은 아닐까? 전통공예문화의 발전을 위해 유중기 대표는 “공예와 대중이 친해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한다. 가시적인 결과가 바로 나오는 것은 쉽지 않지만 공예품이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공예에 대한 관심도 금세 높아질 것이며, 이것이 문화융성의 길이라는 설명이다. 유 대표가 세상과 소통하는 제품개발에 힘을 쏟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어서 나전칠기를 발전시키는데 개인적인 노력은 한계가 있다고 밝힌 그는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인 도움이 절실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시 차원에서도 전통공예 활성화를 위한 예산이 있지만, 포괄적으로 책정이 되어있기 때문에 지원에 있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난다는 해석이다. 더불어 유 대표는 국내·외 전시회에도 많은 참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유통시스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전하면서 “일회성 전시나 박람회보다는 제품의 개발에서 제작, 유통까지 이어지는 모델을 정립해 시장과의 연계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 절실합니다”라고 주문했다. 


  나전칠기의 발전을 위한 그의 제안은 인터뷰 말미까지 그칠 줄 몰랐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 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남이 미치지 못할 경지에 오르려면 내가 미치지 않고는 안 된다. 가경아트 유중기 대표를 만나는 동안 이 말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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