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이제, 1루가 아닌 따뜻하고 풍요로운 세상을 향해 달립니다”
[단독 인터뷰] “이제, 1루가 아닌 따뜻하고 풍요로운 세상을 향해 달립니다”
  • 조재휘 기자
  • 승인 2014.08.27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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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운영 힘들지만 큰 보람…야구를 통해 사회를 이끌어갈 리더 키워 나갈 것
[이슈메이커=조재휘 기자]

[Power Interview] (재)양준혁야구재단 양준혁 이사장




“이제, 1루가 아닌 따뜻하고 풍요로운 세상을 향해 달립니다”


재단 운영 힘들지만 큰 보람…야구를 통해 사회를 이끌어갈 리더 키워 나갈 것





한국 프로야구의 살아있는 전설 양준혁. 프로야구 통산최다 경기출장 (2135번), 통산최다 타수 (7332개),통산최다 안타 (2318개), 통산최다 홈런 (351개) 등 그가 가진 기록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2010년 9월, 장장 18년에 걸친 현역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야구재단의 이사장이자 프로야구 해설자, 그리고 연기자로 현역시절 못지않게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양준혁야구재단 주최 ‘열린 몽골 유소년 야구단 초청 친선 야구대회’를 닷새 앞 둔 8월 6일, 그가 인터뷰를 위해 이슈메이커를 찾았다. 




매년 8월 전국의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야구캠프를 개최하고 계신데, 지난 8월 3일 대구에서 열렸던 3회 청소년 야구캠프에 대한 참가자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상당히 좋았습니다. 청소년들이 야구에 관심은 많아도 야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잖아요. 이번 캠프는 대구, 경북 지역 청소년 150여명이 참가했습니다. 전국에 있는 야구를 좋아하는 청소년들이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야구를 하고 있어요. 좋은 환경에서 프로 출신자들의 체계적인 지도를 받고자 아침 일찍부터 행사장을 찾아온 학생들을 보면서 야구인으로서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야구 관련 프로그램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행사를 계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국가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체육 프로그램이 없을뿐더러 ‘학교폭력은 안 된다’는 말만 했지 사실 뚜렷한 대책을 내놓은 게 없어요. 이건 중‧고등학생들을 방치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교실이라는 좁은 공간에 가둬 놓고 학교나 부모나 공부만 하라고 하니까 한창 피 끓는 학생들이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그러니까 학교폭력이 생기는 게 아닐까요? 하지만 스포츠를 통해 학생들의 사고가 건전하게 바뀌고 성격도 밝아지는 걸 많이 봐왔습니다. 그래서 이런 행사를 계획하게 됐습니다. 


▲지난 5월 몽골 방문 당시 몽골어린이병원을 찾은 양준혁 이사장



다문화, 저소득층, 새터민, 보육 시설 아동, 청소년들로 구성된 ‘멘토리 야구단’을 운영하고 계시죠. 운영에 어려움은 없으십니까?


  재정적인 문제도 그렇고 많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좋은 일 한다고는 하지만 막상 후원을 받는 일이 쉽지는 않아요. 사람들은 단순하게 ‘양준혁이 자기가 번 돈으로 야구단 하나 한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멘토리 야구단은 지금 6개 팀이 있어요. 서울·양주·시흥·성남·대구에 각 한 개 팀이 있고, 따로 청소년 야구팀이 있습니다. 모두 합쳐 150명 넘어요. 그런데 야구는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기본적으로 유니폼, 글러브, 신발, 장갑 등이 필요하죠. 현재 멘토리 야구단 6개 팀 중에 3팀은 지인들을 통해 지원을 받습니다만 다른 3팀은 지원이 거의 없어 힘든 상황입니다.




멘토리 야구단을 운영하시면서 보람도 많이 느끼실 것 같습니다.


  야구를 통해서 아이들이 달라지는 게 눈으로 보입니다. 그 맛에 하는 겁니다. 우리 멘토리 야구단이 지금 4년째 되어가는 데요. 초창기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들이 지금 중학교 3학년이 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처음에 어두웠던 애들이 밝아졌고 리더십도 생겼어요. 매주 야구 연습이 끝나면 자기들끼리 알아서 야구장을 깨끗이 청소하고 동생들도 챙기고 이러거든요. 처음하고 비교하면 많이 달라진 겁니다. 얼마나 잘 자랐는지, 대견하기도하고 그래요. 심지어는 맨날 놀기만 하던 아이들이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사무실에 조그마하게 공부방도 만들었습니다. 




4년째 멘토리 야구단을 운영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선수들이 있으실 텐데요.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서너 명 있었는데 다 치유가 됐어요. 그리고 또 우리 팀에 덩치도 크고 반항적인 학생이 한명 있었어요. 야구는 팀 스포츠인데 한명 때문에 팀이 다 물들까봐 걱정이 되더군요. 할 수없이 내보낼까 하다가 딱 한 달만 더 데리고 있어보자는 팀장 말을 듣고 놔뒀어요. 그런데 나는 분명 안 된다고 판단했던 아이가 바뀌는 겁니다. 가만 보니 또래의 동기들이 그 아이를 끌어주고 있는 겁니다, 그랬더니 이 아이가 자신감이 생긴 거에요. 그때 참 많은걸 느꼈죠. ‘아, 야구가 이렇게 아이들을 바뀌게 하는 구나’하고 자신감도 생기구요. 그때 이후로 팀을 확 늘려서 6개까지 만들게 된 겁니다.




은퇴 후 바로 재단을 설립 하셨는데 처음부터 구상한 것이었나요?


  처음부터 구상한 건 아닙니다. 선수시절에 막연하게 ‘은퇴하면 좋은 일 많이 해야겠다, 혹은 유소년 팀을 하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어요. 그런데 2010년, 제가 은퇴식을 하면서 받은 입장수익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게 됐어요. 팬들이 저를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쓴 의미 있는 돈이잖습니까. 그래서 청소년 대회를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일회성으로 계획한 건데, 막상 해보니까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스러웠습니다. 그 때 이 대회를 지속적으로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어요. 사실 당시 저는 삼성라이온즈의 지도자라는 보장된 삶이 있었죠. 뉴욕양키즈에 유학 갈 준비까지 하고 있었구요. 그런데 그걸 다 백지로 돌리고 재단을 설립해서 이 길을 걷게 된 겁니다.




예전 ‘남자의 자격’부터 해서 최근의 ‘남남북녀’까지… 방송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계신데 방송활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일단 제가 재단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전 현역에서 은퇴를 했습니다. 현역에서 은퇴를 하면 대중들의 머릿속에서 쉽게 잊혀 집니다. 그렇게 되면 재단 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예능을 통해서, 예능도 독한 예능보다는 착한 예능을 통해서 재단의 활동을 알릴 요량으로 출연하고 있는 겁니다, 앞으로도 좋은 프로그램에서 불러준다면 언제든지 출연할 생각입니다.





현역시절, 라이벌로 생각했던 선수와 가장 큰 가르침을 주신 지도자를 꼽으신다면 누구일까요?


  저 자신이 가장 큰 라이벌이었습니다. 누가 목표다 이런 건 따로 없었어요 . 그리고 현역 말년에는 나이에 대한 선입견이 제 라이벌이라고 생각했어요. 우리나라는 나이에 대한 선입견이 강하잖아요? 그리고 현역시절 저의 가장 큰 멘토는 역시 김응용 감독님이시죠. 김 감독님은 굉장히 무섭고 카리스마 있으신 분이면서도 어떨 땐 굉장히 부드럽고 세심하게 선수들을 챙기세요. 실제로 제가 트레이드 같은 문제로 어려울 때 도와주신 건 물론이고, 몇 번인가 야구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힘든 적이 있었는데 그 때마다 저를 도와 일으켜 주셨어요. 의리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참 대단하신 분이죠.




현역시절 좌우명이랄까, 어떤 자세로 야구에 임하셨습니까?


  바로 ‘전력질주’입니다. 저는 입단해서부터 은퇴할 때까지, 1루를 향해 전력을 다해서 뛰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서였죠. 프로는 어떤 순간에도 대충 대충한다면 프로의 자격이 없는 겁니다. 작은 일이라도 항상, 10등이든 20등이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서 전력질주해야 한다는 거죠. 그러다보면 1년에 내야안타 3~5개는 건져냅니다. 그게 나중에 쌓이고 쌓여서 엄청난 밑바탕이 되는 겁니다. 제가 통산타율이 3할1푼6리인데 18년 동안 내야안타가 159개에요. 그 내야안타들이 없었으면 2할9푼 평범한 선수로 끝났겠죠. 그게 있었기 때문에 9개의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겁니다.



야구 해설자로도 활동하고 계신데요. 한 발짝 물러나서 바라본 한국 프로야구의 문제점과 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야구장이 부족해요. 축구장이 70개에 야구장은 1개 꼴 입니다. 제대로 갖춰진 서울 시내 야구장이라야 잠실, 목동, 상암, 신월, 구월, 구의 이렇게 대여섯 개입니다. 서울 인구 천만인데 이게 말이 됩니까? 특히 요즘에는 생활체육이 활성화 되면서 사회인야구팀도 굉장히 많아졌는데, 그분들이 서울에서 야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에요. 그러다보니 유소년, 청소년 같은 경우에는 아예 야구할 공간이 없습니다. 돔 야구장도 좀 있었으면 좋겠고, 이런 시설적 인프라부터 너무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양준혁 이사장님에게 ‘야구’ 그리고 ‘봉사’는 어떤 의미일까요?


  야구는 제 애인이자 친구입니다. 흔히들 야구를 인생에 많이 비유하잖아요. 실제로 야구에는 모든 게 담겨져 있습니다. 희생도, 배려도 있고 또 위기도 있고 거기에 대처하는 능력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야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봉사에 대해서는 글쎄요, 제가 봉사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얻는 게 훨씬 많습니다. 우리나라 문화가 아직 봉사를 부끄러워하고 봉사에 대해 인색한 면이 있는데 인식이 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멘토리 야구단을 10개 팀으로 늘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멘토리 야구단의 아이들이 성장해서 자립할 때까지. 그때까지 케어를 할 겁니다. 저는 사람을 키우는 데는 정성이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돈만 지원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저의 재단은 다른 기부 단체와 성격이 다르죠. 또 한 가지, 양준혁 야구센터를 만들어 선수들도 키우고 싶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도 좋은 선수로 키워내고 싶고요. 그러려면 운동장이 가장 큰 문제인데……역시 운동장을 갖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죠.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입니다. 국민들, 특히 청소년들을 비롯한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제가 볼 땐 우리 청소년들이 너무 공부만 하는 거 같아요. 이건 청소년들이 잘못된 게 아니라 학과교육에만 치중된 우리나라 정책이 잘못 된 겁니다. 가장 먼저 건강이 우선되어야하고 다음으로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 그 다음이 학과 교육입니다. 근데 우리는 반대로 되어있죠. 좀 ‘놀아본 사람’들이 성공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게 바로 창의성, 그리고 경험에서 오는 위기대처 능력과 관련되는 거라 생각합니다,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성공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아이들이 좀 더 마음껏 뛰어놀고, 봉사할 줄 알고 그래야 합니다. 결국 아이들이 잘 놀 수 있는 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느냐가 관건인데 제가 볼 때는 스포츠, 그 중에서도 야구가 가장 적합하다는 거죠. 



  지금까지도 야구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전설적 메이저리거 베이브 루스. 어린 시절 동네에서 손꼽히는 문제아였던 그는 생전에 자신이 바뀐 것은 선생님이 권유로 야구를 시작한 이후라고 말하곤 했다. “야구가 아니었다면 나는 교도소나 공동묘지에 있었을 것”이라는 그의 고백은, 야구에 대한 찬사이면서 야구가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적인 예다. 양준혁 이사장은 야구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멘토리 야구단을 통해 목도하고 있다. 앞으로 양준혁야구재단을 통해 베이브 루스에 필적할 만한 불세출의 야구 스타가 나올지 두고 볼 일이다.


대담/ 이종철 국장, 글 / 조재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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