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리 잃은 청년들의 슬픈 자화상
[이슈메이커=김진영 기자]
[Social Unrest] ‘4포 세대’ 청년불안 가중
연애, 결혼, 출산에 이어 인간관계마저 ‘포기’
설자리 잃은 청년들의 슬픈 자화상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3포 세대에 하나가 더 보태졌다. 이제 청년세대는 인간관계마저 포기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취업률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취업관문은 갈수록 바늘구멍이다. 젊은이들의 자조 섞인 ‘4포 세대’라는 신조어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88만원 세대에서 ‘4포 세대’까지
2007년 경제학자인 우석훈 박사는 이 시대의 젊은이를 ‘88만원 세대’로 규정하며 사회 구조적 문제를 화두에 올렸으나, 당시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그래도 나는 아니겠지’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4년간 비싼 등록금을 들여가며 수학한 만큼 적어도 통계치가 말하는 대졸자의 평균 초봉(2007년 대기업 기준 3,218만원)은 받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담했다. 취업 자체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더 어려워진 까닭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9세 청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0년 전인 2004년 66.3%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해 2013년 61.6%까지 떨어졌다. 매년 10만명에 가까운 젊은이들이 일할 곳을 찾지 못하고 경제활동 인구에서 탈락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20대 후반에 비해 20대 초반의 수치의 감소세가 두드러지는 점에 비춰볼 때 해가 갈수록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 즉 ‘스펙쌓기’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음이 확인된다. 2007년 20대 실업률 7.1%에서 2013년 7.9%로 소폭 상승했으나 통계상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않는 점은 취업을 아예 포기하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일명 ‘취준생’이 실업자 통계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취업일선에서 밀려난 젊은이들의 현실적인 통계치는 더욱 높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견해다.
▲20대 경제활동 참가율은 2004년 66.3%로 정점을 찍은 뒤 줄곧 하락해 2013년 61.6%까지 떨어졌다. 매년 10만명에 가까운 젊은이들이 일할 곳을 찾지 못하고 경제활동 인구에서 탈락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청년실업네트워크의 일자리 촉구 기자회견 모습. |
비단 취업의 문턱만 좁아진 것은 아니다. ‘88만원 세대’에서 저자는 “지금의 20대는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며, 곧 비정규직이 될 운명 앞에 서 있다. 8백만 명을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평균은 119만원이며, 전체 임금에서 20대가 평균적으로 받는 비율을 적용하면 88만원이 된다”며 비정규직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14년 대한민국은 이 같은 우려에서 한발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2013년 8월 기준으로 20대 비정규직 근로자는 103만1000명에 달하며, 대졸 이상 학력의 비정규직 수도 188만9000명으로 지난 2004년 147만5000명에 비해 41만4000명이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고용시장의 일선에서 밀려난 젊은 세대는 이어 ‘포기’ 세대로 규정됐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의미의 ‘3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처음 나온 때는 2011년이며, 여기에 ‘인간관계’를 포함한 ‘4포 세대’까지 등장했다. 해가 지날수록 포기의 항목은 하나씩 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젊은 세대의 불안심리는 깊어만 갈 뿐 해소의 여지는 보이지 않는 암흑 같은 터널이 이어지고 있다.
젊은 세대에 내려진 ‘썩은 동아줄’
젊은 세대의 위기는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높은 교육열에 기인한 ‘길어진 가방끈’에서 원인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고교 한 반을 통틀어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학생이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80% 가까운 진학률을 보이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양질의 고용시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졸자 간의 경쟁은 심화될 수밖에 없는 양상이라는 분석이다. 또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그러하듯 저성장과 경기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기업들의 신규채용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013년 기준 15~29세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541만7000명)중 취업시험 준비자는 11.3%(61만4000명)인데 공무원, 교원, 공영기업체, 언론사 등을 준비하는 비중이 45.4%에 이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