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석유시대 I] 정점에 선 어제의 원료, 석유
[POST 석유시대 I] 정점에 선 어제의 원료, 석유
  • 김진완 기자
  • 승인 2014.07.25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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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부족이 아닌,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
[이슈메이커=김진완 기자]

[POST 석유시대 Ⅰ]




정점에 선 어제의 원료, 석유


석유 부족이 아닌,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





“석유를 장악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라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의 말처럼 석유는 20세기 이후 문명을 밝히는 원료로 지구촌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 되었다. 호모오일리쿠스라는 말이 나올 만큼 석유가 없는 우리의 삶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이제 석유의 시대는 정점에서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다.  





21세기를 이끈 에너지원


  ‘가난한 나라의 산이 푸를까’, ‘산업화한 나라의 산이 푸를까’라는 질문은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음 직한 질문이다. 답은 ‘산업화한 나라의 산이 푸르다’이다. 가난한 나라는 에너지원을 나무에서 얻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민둥산을 보기 쉽다. 10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도 벌거숭이산이 많았다. 땔감이 주요 에너지원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대마다 각 문명과 사회는 그들만의 에너지원을 사용해 왔다. 고대에는 순수한 사람의 노동력으로 시작해서 동물, 나무, 석탄을 거쳐 21세기의 현대 문명의 기틀에는 석유라는 존재가 있기에 가능했다. 전 세계 하루 석유 소비량 약 9,000만 배럴. 1배럴이 1.5L 생수 150개이니 상상을 초월하는 양이다. 


  현재 인류가 입고 쓰고 마시는 문명의 95%에는 직, 간접적으로 석유가 이용되며 의학, 농업, 산업에 걸쳐 거의 모든 일상용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만큼 석유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원유의 가격에 따라 국제 경제는 줄타기를 한다. 1973년과 1979년에 원유가가 폭등한 것을 두고 국제사회가 오일쇼크라고 부르는 것만 보더라도 인류문명이 석유라는 에너지원에 얼마나 크게 종속되어 있는가를 알 수 있다. 또한, 인류가 석유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20세기 이후 석유는 대부분의 전쟁과 관련돼 있다. 실제로 미국이 벌인 아프간전쟁이나 이라크전쟁, 러시아와 체첸 간의 내전 등은 모두가 석유자원 확보가 주요 목표였다. 미국의 군사전문가 마이클 클레어 교수는 자신의 저서 ‘자원전쟁’에서 앞으로의 전쟁은 석유 등 자원 확보를 위한 전쟁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석유가 줄어들고 있다


  석유가 차지하는 막대한 영향력만큼이나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 의해 석유 에너지원에 대한 의문도 따라다녔다. 그러다 보니 석유 종말론이나 위기설은 언제나 늑대가 나타남을 알리는 양치기 소년쯤으로 취급받았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석유 시대의 종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석유 생산의 한계에 직면할 것을 체계적인 방법으로 경고한 것은 1956년 미국 쉘 연구소의 지질학자 하버트에 의해서이다. 그는 당시 왕성하게 번영하던 석유업계에 찬물을 끼얹었다. 허버트는 “세계 석유생산이 이미 피크에 도달했거나 곧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피크이론을 제기했다. 




  허버트는 미국의 석유 생산이 1970년대 중반에 최고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을 내놓았는데 실제로 1971년에 미국의 산유량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하버트의 예측을 무시하던 석유회사들을 당황하게 했다. 현재 세계 피크오일의 전망은 제각각이다. 미국 지질연구소는 세계의 석유 매장량을 3조 배럴로 예상하고 있고 피크오일의 시점을 2037년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피크오일 연구모임의 설립자 콜린 캠벨은 매장량이 1조 8500억 배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에서는 2007년 기준으로 1조 2,379억 배럴이 매장되어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여기서 매장량은 실제로 캐낼 수 있는 가채 매장량을 말한다. 현재의 기술로 경제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궁극가채매장량은 전체의 1/3 수준이다. 나머지 2/3는 기술적인 어려움과 경제적인 이유로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1950년대부터 이어진 석유 시추 기술의 발전으로 석유의 가채년수는 지금까지 40년을 유지해 오고 있지만 석유는 기본적으로 재생이 불가능한 화석연료이며, 석유의 위기는 고갈 시점보다 생산이 정점에 달하여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피크오일 지점에 있다는 점이다. 


  폴 로버츠는 그의 저서 ‘석유의 종말’에서 생산량 한계에 이른 사우디아라바이아의 유전을 견학한 이야기를 기록했다. 그는 “오랜 기간에 걸쳐 석유를 퍼내면 그 안을 물로 채워서 석유를 띄워 올려야 합니다. 물이 섞인 석유를 퍼내다가 마침내 물만 나오는 때가 되면 이 유전은 버려집니다. 세계 석유의 1/12을 조달하던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장 큰 유전은 그렇게 말라가고 있었습니다”라며 매일 같이 생산되는 엄청난 양의 원유도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한계에 곧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피크오일에서 석유 수요의 감소로


  석유 시대의 위기론은 언제나 거론됐지만 포스트 석유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은 부인하지 못할 상황이다. 특히, 2005년 미국발 셰일가스 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세계 에너지시장의 지각변동이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석유의 부존량과 생산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피크오일이 문제가 아니다. 석유의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텍사스 석유개발업자 조지 P 미첼의 프랙킹(수평굴착 수압파쇄범) 기술은 혈암속의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길을 열었고 최근 천연가스의 발견이 더해가며 전 세계 가스 매장량은 기존의 50년 치에서 200년으로 늘어났다. 이런 영향으로 미국 내 가스공급량이 증대되면서 저가의 가스를 사용하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또한, 미국 내에서 셰일가스의 공급이 급증하며 액화천연가스가 선박과 발전소, 공장, 난방연료로서 석유를 대체하고 있다. 원유가 가스, 석탄에 비해 4배 이상 비싼 가격이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체 에너지수요에서 2005년 원유 비중이 40.3%, 가스 비중은 22.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각각 36.0%, 27.3%를 나타냈다. 수요비중도 2005년에 17.8%에서 지난해 8.7%까지 줄어들었다. 이 같은 현상의 출발은 2005년 미국에서 셰일가스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시작됐다. 셰일가스가 본격적으로 생산되면서 가스의 가격은 하락했고 자연스럽게 수요는 증가했다. 이에 따라 셰일가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5년 4.1%에서 지난해 44.0%까지 높아졌다. 셰일가스의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미국은 원유수입을 줄였다. 지난 2005년 1천239.6만 b/d로 원유 수입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지난해는 663.8만 b/d까지 떨어졌다. 가스 수입 역시 2005년에 비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가스 공급량이 늘면서 미국 버스의 20%가 액화가스 연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선박 운행과 전력 생산에서도 천연가스의 이용이 늘고 있어 2020년까지 하루 석유 소비량에서 수백만 배럴의 석유 수요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석유의 수요가 감소하는 것에는 효율성 향상과도 관련이 있다. 석유를 사용하면서 나오는 탄소 배출이나 엔진 효율과 관련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는 2005년 이후 석유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물론 개발도상국은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한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겠지만, 전문가들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일 것으로 예상한다. 단적으로 중국과 같은 신흥국들도 환경과 엔진 효율에 대한 규제를 내놓고 있다. 새로 생산된 자동차가 100km를 달리는데 일정 수준 이하의 연료를 소비해야 한다는 규제를 지난 3월에 내놓았다.





석유의 고갈이 아닌 대체에너지가 등장할 것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비관론자와 낙관론자들은 첨예하게 대립한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는 수백만 년 전에 죽은 식물과 플랑크톤이 분해돼 만들어진다. 비관론자들은 “수백만 년에 걸쳐 만들어진 석탄, 석유, 천연가스는 앞으로 우리가 다 쓰고 미래 세대에는 남지 않을 것입니다. 인구 16억 명의 중국이 미국 수준으로 산업화한다면 석유는 모자라고 결국 지구에 매장돼 있는 것을 모조리 쓸 것입니다”라고 주장한다. 이뿐 아니라 인도, 브라질, 러시아와 같이 많은 인구가 있는 나라들도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석유 소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1972년 지구의 위기를 경고한 로마클럽의 보고서 ‘성장의 한계’에서는 같은 방식의 삶을 고집하는 한 인류 문명은 100년밖에 존속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992년에 발간된 개정판 ‘성장의 한계를 넘어서’에서는 지구에서 석유가 2031년에 고갈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대해 낙관론자들의 관점은 다르다. ‘회의적 환경주의자’를 쓴 비외른 롬보르는 “인류가 석기 사용을 중단한 것은 청동과 철이 더 뛰어난 재료였기 때문입니다”라고 주장한다. 즉, 석유의 고갈이 아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대체 에너지의 이용이 가능하다면 석유의 사용은 중단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건은 기존의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를 발견하느냐에 달려 있다. 100년 넘게 인류의 문명을 밝혀왔던 석유. 이제 인류는 나무에서 석탄, 석유를 거쳐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야 하는 에너지원의 대두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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