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人-도전 III] 끊임없는 질문, 레디메이드(readymade)
[로그人-도전 III] 끊임없는 질문, 레디메이드(readymade)
  • 방성호 기자
  • 승인 2014.07.25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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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방성호 기자]

[로그人 - 도전 III] 권위에 대한 도전




끊임없는 질문, 레디메이드(readymade)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미술의 가능성




미술사라는 거대한 역사 속에는 항상 기존 미술(권위)에 대한 도전이 존재해왔으며, 미술은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는 변화가 일어났다. 19세기까지의 미술은 눈에 보이는 시각예술로의 정체성이 강조되어 왔지만 사진의 발명으로 더 이상 그 존재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20세기 초반, 기존 미술의 개념 및 상식을 뒤엎는 위대한 도전이 생겨났다. 고도화된 문명사회 속에서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야말로 지금까지의 미술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도전이었다. 그 중심에는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가 있었다. 이를 통해 미술이 가지고 있는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더불어 시각예술을 초월하는 미술의 또 다른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근거를 살펴보자.




반(反) 예술적 경향의 전조


  20세기 초반 유럽에서 일어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통해 이전에 느낄 수 없었던 전쟁에서 대량 살상의 공포와 파괴를 경험하게 되며, 기존 산업화와 전쟁으로 인해 인간으로써의 존엄성과 가치의 상실에 대한 실망과 좌절을 갖게 된 계기가 된다. 이로 인해 근대미술로부터 이어오던 자연주의적 순수주의가 붕괴되는 상황으로의 수순으로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개념을 강력하게 부정하게 된다. 더 나아가 부르주아적 가치관에 대한 경멸과 그 분노를 통해 그 자신을 자시 인식에 도달하게 하려는 수단으로 반 예술적 개념을 실행하게 된다.


  이러한 반 예술적 개념을 구체화하려 시도한 것이 ‘다다(Dada)’라는 반항적인 예술운동의 탄생이다. 사실 그 이전에 마르셀 뒤샹에 의해 평범한 실용 용도의 일상 공업 생산품이 제목을 달고 반 예술의 지위를 획득하는 ‘레디메이드(readymade)’가 출현했는데, 이는 근대적 예술관에 대한 반항으로서 지적인 개념의 표현으로 작품성을 추구하게 했다. 


  레디메이드는 사람의 손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전통적인 예술 개념에 대해 단지 ‘선택’이라는 예술의 개념을 전환시켜 기존의 사고방식에 충격을 주었으며, 비 예술품을 예술품의 문맥으로 끌어들이는 장소이동을 통해 행위적 차원의 반 예술임을 입증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절대적인 권위를 칭송받아왔던 기존 미술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자 미술의 또 다른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사건이었다.




▲도판 1 - 자전거 바퀴




레디메이드의 탄생


현대미술이 난해하다거나 혹은 혼란스럽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렇게 느껴지는 많은 이유들 중에서 무엇보다도 시각적인 감상을 곤혹스럽게 하는 현대미술의 ‘낯섦’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겠으나, 오히려 창작에 있어서 이차적인 문제로 치부되는 ‘미술 언어’의 부정확한 사용과 이해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의외의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런 현대미술의 감상과 이해는 작품에서 드러나는 일차적이라 할 수 있는 ‘시각적’인 느낌보다는 이차적인 미술 언어의 ‘소통’ 문제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자리 바뀜(displacement)의 사실을 깨닫는 순간, 미술의 세계는 닫힌 세상에서 열린 세상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20세기 현대미술에서 가장 큰 이슈는, 기성품-레디메이드였다. 물론 자연에 대한 조형적인 변형 가능성을 발견하고, 순수예술의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 예술가와 감상자에게 새로운 시각을 동시에 제시한 입체파(파블로 피카소)와 초현실주의(살바도르 달리) 등 많은 유파가 있지만, 뒤샹의 ‘레디메이드’ 개념을 명확하게 짚어보고 흐름을 다시 돌아보면, 현대 미술의 새로운 미술 언어를 발견할 수 있다.


  레디메이드의 개념은 프랑스 출신의 뒤샹이 1915년 뉴욕으로 건너가면서 구체화 된다. 이미 1913년에 의자 위에 자전거 바퀴(도판 1)를 올려 고정시킨 작업을 했으며, 그 무렵 뒤샹은 그것이 ‘미술의 레디메이드 작품’이라 결정했다. 1961년, 뒤샹은 그의 레디메이드가 형성된 과정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1915년, 나는 뉴욕의 한 철물점에서 눈삽을 사서 그 위에 「부러진 팔 앞에」라고 썼다. ‘레디메이드’라는 말이 이러한 형식의 표명으로 명시되기 시작한 것은 이 무렵이었다. 내가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러한 ‘레디메이드’의 선택이 결코 미학적인 즐거움에 의해 지배되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중략… 사실 그것은 완전한 무미학적(無美學的)인 태도였다.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내가 가끔 ‘레디메이드’ 위에 새겨 넣은 짧은 문장이었는데, 그 문장은 제목처럼 오브제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대신 관람자의 마음을 좀 저 언어적인 다른 영역으로 데려가는데 목적이 있었다”




▲도판 2 - 샘



경계를 허물다


뒤샹에 있어 레디메이드를 세상에 알리게 된 것은 「샘 (도판 2)」이라 할 수 있다. 레디메이드 중 가장 악명이 높은 작품으로 그것을 둘러싼 이야기는 아직까지 회자되고 있다.


  남성용 변기가 함축한 것은 예술은 더 이상 풍경이나 인물을 손으로 재현하는 테크닉이 아니라. 예술가의 정신과 그데 따른 선택의 문제가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메시지이다. 이로써 뒤샹은 예술작품과 일상용품의 경계를 허물었다. 


  어느 면으로는 뒤샹의 이러한 정신은 물건이 넘쳐나는 대량생산 시대의 미학을 반영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뒤샹으로 인해 20세기의 미술 감상자들은 눈앞의 작품뿐 아니라 뒤에 숨은 작가의 정신까지 이해해야 하는 어려움에 부딪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현대미술의 난해함으로 이해되어 점점 미술 감상의 어려움으로도 해석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아무튼 뒤샹은 사물에게서 이름을 제거함으로써 또 다른 새로움과 그 자체가 이미 지니고 있었던 의미들이 새롭게 발견되기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여 진다. 이것은 미술이 더 이상 어떤 대상을 평평한 캔버스 위에 재현하거나 혹은 인간의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성 제품에 사인을 함으로써 일상적인 사물이 예술 작품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이전 미술의 언어에 대한 도전일 뿐만 아니라 회화의 관습적인 언어에 대한 과격한 도전이자 파괴이기도 하다. 그래서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반 예술로서 이전 예술에 대한 조롱과 비판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다. 


  뒤샹에 의하면 레디메이드, 즉 기성품을 그 일상적인 환경과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 놓으면 본래의 목적성을 상실하게 되고 마침내 단순히 사물 그 자체의 무의미함만이 남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입체파의 브라크나 피카소, 또는 초현실주의 작가들이 바닷가의 돌조각이나 짐승의 뼈 들을 주워 오브제로 사용한 방법과 상통하는 것으로 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뒤샹의 「샘」은 “이것이 변기다”라는 진술로 제시된 것이 아니라 “이 변기가 과연 미술작품이 될 수 있을까? 미술이라 상상해보라!”라는 의문 또는 도전으로 제시된 것이다.





미술로서의 존재 가치


  레디메이드의 개념 이해는 최초 시도의 사유를 통해 이를 구체화시킨 뒤샹의 사고를 바탕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현대 미술에서 기성품이 당당하데 미술작품으로 전시장에 전시될 수 있는 그 당위성을 입증할 수 있게 된다.


  뒤샹의 「샘」에 의한 그의 사고를 살펴보면, 1917년 독립 미술가 협회에 'R, Mutt'라는 가명으로 출품했지만 전시가 거부되었던 「샘」으로부터 현대미술에서 레디메이드에 대한 관점이 부각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에 전시가 거부되었던 것은 레디메이드(기성품)라는 소위 ‘재발견’, ‘재인식’이라는 말이 생소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왜 독립 미술가 협회는 뒤샹의 「샘」의 전시를 거부했을까. 이유인즉, 그때까지 예술 작품에 대한 정의 혹은 인식은 진부한 인식론이었다는 것이다. 


  한편 다른 관점으로 보면, 그 당시 뒤샹의 이러한 파격적인 시도는 매우 성급하였거나, 너무 앞서나간 발상일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마르셀 뒤샹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첫째, “변기가 불결하고 부도덕하다는 이유로 전시가 거부되었다면 그것은 변기에 부여한 인간의 관념이 불결한 것이지, 변기란 실물은 이러한 관념과 무관한 깨끗한 물체에 불과하다. 오히려 그것은 사막의 목마른 자에게 우수도 담을 수 있는 멋진 그릇의 의미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둘째, “변기를 그대로 그리지 않았다고 해서 전시를 거부했다면 변기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변기를 잘 그린 그림도, 변기를 그대로 찍은 사진도 아닌 변기 그 자체 아닌가…” 셋째, “변기를 그리거나 만들지 않았다고 해서 전시를 거부했다면 창조의 의미는 반드시 만드는 것에만 있는가? 제시할 수 있는 발견도 창조가 아닌가…”   


  이렇듯 그의 설명은 현대미술의 정의를 몇 마디로 압축해 놓은 듯하다. 이를 통해 현대미술에서 레디메이드의 의미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예술의 정의 불가능 이론을 살펴보면 그 의미가 조금 더 명확해 질 수 있는데, 역사적으로 볼 때 ‘예술’이란 말의 의미는 시대에 따라 다양했다. 예술적 가치를 가리키는 대표적인 개념은 바로 ‘독창성’이다. 이미 시도된 적이 있는 표현방법을 사용하거나 다른 작품을 모방하는 것처럼 보이는 작품들은 독창성이 결여되며, 따라서 예술적 가치가 떨어진다. 예술가는 기존에 나타났던 작품들을 염두에 두고, 완전히 새로울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어떤 면에서는 획기적인 시도를 하려 한다. 예술가는 항상 이제까지 확립된 예술의 통념 또는 수단을 뛰어넘어 독창적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예술가는 항상 예술의 개념을 스스로 개량해야 하는 결과를 야기한다. 예술이라는 개념은 근본적으로 열린 개념인 것이다. 이것은 예술 활동이 멈추지 않는 한 피할 수 없는 결과이다. 그러므로 예술의 개념은 원리적으로 정의 내릴 수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시대가 요구한 도전   


  오늘날의 의미에서 현대 미술은 과거의 미술에 대한 반성과 회의적 태도에 그 기본 성향이 놓일 수 있으며, 그 양상은 한마디로 비개성주의 내지는 예술과 비예술의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들어서면서 예술은 인간 전체를 문제 삼으려는 의욕이 뿌리를 내리게 되며, 형식화되고 세부화 되어 버린 예술양식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새로운 모색의 산물이었다.


  기존 가치체계에 대한 부정, 즉 이상화하는 현실의 해체, 비현실화, 심지어 비인간화와 무정위(disorientation)의 현상은 세잔의 왜곡된 원근법과 다다운동의 다양한 투쟁들에 의해 무의미의 의미를 산출하고 급기야 비재현적인 예술을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샘」으로 대변되었던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시각을 깨닫는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너무나도 독창적인 미학 사상을 가진 뒤샹, 그리고 서구미술에서 한 양식에 한정되어 있지 않은 광범위한 작품 활동으로 인해 뒤샹에 대한 이해가 오히려 의문과 의문이 계속적으로 교차하는 단계의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이야말로 현대미술이 가지고 있는 끊임없는 질문을 유도하는 하나의 장치이자 현대예술가들의 숙명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마르셀 뒤샹이라는 존재는 20세기의 위대한 예술가이며, 레디메이드라는 위대한 도전을 통해 새로운 예술로서의 표현양식을 체계화했다. 현대미술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가 펼친 진실했던 예술 활동에서 어떠한 메시지를 주고자 했는지에 대한 경험을 비추어 우리 자신의 해답을 구해야 한다.


「진실하며 권위 있는 예술가는 예술의 진실성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반면, 본능에 의지하는 무법상태의 예술가는 자연스러움만을 쫓는다. 전자는 예술의 정점에 이르며, 후자는 바닥으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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