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학상 vs 손바닥문학상… 문학상을 통해 본 한국문학의 변화
이상문학상 vs 손바닥문학상… 문학상을 통해 본 한국문학의 변화
  • 김진영 기자
  • 승인 2014.07.25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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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의 소통 강화, 문학을 통한 시대적 요구 수용
[이슈메이커=김진영 기자]

[Book vs Book] 이상문학상 vs 손바닥문학상



문학상을 통해 본 한국문학의 변화


독자와의 소통 강화, 문학을 통한 시대적 요구 수용




발문: 과거에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하면 지식인으로 분류될 만큼 문학은 소수의 기득권층이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경제적인 발전과 더불어 교육의 기회가 보편화됨에 따라 문학은 가장 대중적인 예술장르로서 기능하게 됐다. 특히 오늘날 인터넷의 발달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고 이를 공유하는 하나의 소통창구로서 문학의 그릇을 달리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작가들의 등용문이기도 한 문학상의 변화는 오늘날 한국문학의 세대교체 흐름이기도 하다. 

 





권위와 역사의 ‘이상문학상’


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라거나 혹은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장에 한권정도는 꼽혀있을 만한 대표적인 책이 있다. 현대문학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매해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리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그것이다. 


  문학사상사에서 주관하는 이상문학상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평가 받아왔다. 1937년 요절한 천재 작가 이상(본명 김해경)이 남긴 문학적 업적을 기리는 뜻에서 1977년 제정된 이래 2014년 현재까지 38회 발간됐다. 한해를 통틀어 문예지를 포함해 각종 정기 간행물 등에 발표된 중·단편 작품들 중 매년 한차례씩 대상을 선정하고 있으며, 신인작가만으로 국한하지 않고 문단경력이나 작품의 길이에도 제한을 두지도 않고 있다. 작품성만으로 평가한다는 굳은 신념은 문학상 시상의 문턱을 낮춰 다양한 작품들을 심사한다는 점에서 문학계의 신뢰를 받아왔다. 또한 대상작뿐 아니라 한해의 인기작, 또는 문제작들도 함께 한권의 책으로 묶어내 한국문학의 흐름과 변화를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기록적 보관가치도 뛰어나 매해 높은 판매부수를 올려왔다. 특히 문학작품을 접하기 어려웠던 시절, 이상문학상은 독자들과의 소통창구로 거듭나며 한국문학의 백미로서 상징적이자 대표적인 의미까지 안고 있었다.    


  오늘날 한국문학을 이끌고 있는 대부분의 작가들은 모두 이상문학상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해년마다 걸출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1977년 1회 대상작을 수상한 김승옥 작가의 ‘서울의 달빛 0장’을 비롯해 1981년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 1982년 최인호의 ‘깊고 푸른 밤’, 1987년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이 있다. 90년대 이후에도 신경숙, 박완규, 공지영, 김영하 등이 이상문학상을 통해 문단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한국문학의 차세대 주요작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올해 이상문학상 대상을 거머쥔 작가 편혜영의 수상작 ‘몬순’을 들여다보면 현대소설의 흐름이 잘 감지된다. ‘계절에 따라 방향을 바꾸어 주기적으로 일정한 방향으로 부는 바람’이라는 뜻을 가진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몬순’은 아이의 죽음을 서사의 바탕에 깔고 삶의 불확정적인 요소들을 집요하게 응시한 작품이다. 그 어떤 것도 확실하거나 증명되지 않는 삶, 부조리함이 전제로 작용하는 삶 속에서 주인공은 실체 없는 존재로 변해가는 자신을 다만 무기력하게 지켜볼 뿐이다. 관계로 표현되는 삶의 생태성이 무너져가는 현실을 압축해서 드러낸 이 작품은 반복되는 생활 속에 함몰되어 놓쳐버리고 말았던 진실의 무수한 파편들을 보여주고 있다.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단편 ‘이슬털기’를 발표하며 등단한 편혜영 작가는 잇따라 소설집과 장편소설들을 발표하며 한국일보 문학상, 이효석 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동인문학상 등을 휩쓸었다. 인간의 내밀한 고독과 불안을 치밀하고 건조한 문장으로 형상화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그녀는 ‘몬순’을 통해 “삶의 난감함을 겪는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는 소설(김윤식 평론가)”, “무심심한 단어 하나하나가 돌연 의미심장한 주제로 바뀌는 것이 매력(소설가 서영은)”, “주인공의 삶에 내밀하게 자리잡고 있는 고통과 그 비밀이 인간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불안의 상황과 절묘하게 접합되어 있음(권영민 평론가)” 등의 감상평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40년 가까운 오랜 세월동안 한국문학의 흐름을 대변하는 소설 미학의 절정으로 그 권위를 자랑했던 이상문학상은 근래 들어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전반적인 한국문학의 위기와 독자들의 외면, 출판시장의 어려움 등 총체적인 난국에 직면한 상황에서 이상문학상의 판매부수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문학사상은 창사 40주년을 맞은 2012년부터 수상자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표지디자인으로 이미지 변화를 꾀하고자 했다. 한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국내 작가의 작품은 조정래의 ‘정글만리’가 유일할 정도로 참신한 소재와 속도감 등을 내세운 일본문학과 트렌디한 영미문학, 깊이감을 느낄 수 있는 유럽문학과의 무한경쟁에서 한국문학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진부하고 딱딱한 내용, 혹은 문학작품을 통한 삶의 의미부여에만 몰두한 한국문학, 그리고 그를 대표하는 이상문학상은 더 이상 독자들을 매료시킬만한 요소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기획회의 307호 ‘특집-문학상의 의미를 묻는다’에서는 문학의 시대적 변화의 흐름을 짚으며 “문학상은 넘쳐흐르지만 보통의 문학 독자들에게 그것은 거의 아무런 판단 기준이 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갈수록 문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낮아지는 시점에서 더 이상 문학상은 관심을 끌지 못한다는 점을 들어 문학상수상작들이 베스트셀러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며 그 이유로는 독자를 고려하지 않는 작품선정에 있다고 지적했다. 독자와 함께 소통하는 문학상이 되기 위해서는 심사기준을 명확히 해야 하며 문학상이 책을 고를 수 있는 척도로 거듭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도 일갈했다. 





소박하지만 트렌디하다 ‘손바닥문학상’


  현대문학의 흐름은 문학상을 통해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한겨레가 주최하는 ‘손바닥문학상’의 이슈화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매해 연말을 즈음하여 공모전이 마무리되며 주간지인 ‘한겨레21’을 통해 수상작을 소개하고 있는 손바닥문학상은 지난해인 2013년 어느덧 5회째를 맞았다. 횟수가 증가할수록 응모작도 크게 늘어 4회는 167편에 불과했던 것이 5회에는 248편으로 배에 가깝게 껑충 뛰었다. 손바닥문학상이 독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작품의 분량과도 무관하지 않다. ‘손바닥’이라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 200자 원고지 5~70장 분량(작은 손바닥 5~20장, 큰 손바닥 50~70장)의 짧은 단편은 ‘평범한 사람들의 글쓰기를 응원한다’는 문학상의 취지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2009년 처음 응모작을 받을 당시에는 ‘반갑게 인사합니다’, ‘즐거운 일에 환호합니다’, ‘온기를 만들어냅니다’, ‘인생을 담고 있습니다’, ‘세상에 뺨을 때립니다’라는 다섯 개의 주제를 가지고 평범한 사람들의 글을 유도해냈다. 논픽션과 픽션을 가리지 않는 열린 사고는 독자와 작가의 경계선을 허물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 


  지난해 당선작인 서주희 씨의 ‘전광판 인간’은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과 화자이자 주인공인 비장애인의 관계 설정을 통해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을 우회적으로 이끌어낸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이 작품은 장애인의 어려움과 장애인을 대하는 외부인의 편견 등을 직접적으로 드러낼 것이라는 뻔한 짐작을 뛰어넘고 장애인의 처지와 애환에 국한하지 않는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함과 더불어 ‘전광판’이라는 상징성을 부여하면서 뻔하지 않는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가작 두 편 중 ‘민트와 오렌지’는 비행청소년의 행동과 언어, 감정을 생생하게 그려내 단편영화를 보는 듯한 완벽한 구성으로 좋은 평을 이끌어 냈으며, ‘상인들’은 누드모델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의 애환과 더불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를 ‘상인들’로 포괄하는 작가의 넓은 시야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제5회 손바닥문학상 심사평을 통해 한겨레21은 “손바닥문학상이 시사주간지가 주관하는 상이며 신춘문예나 잡지의 단편소설 공모와는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심사를 진행했다”고 언급하며 소재의 편협성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우리 사회의 그늘진 구석을 조명한 작품이 많았다. 그 점은 손바닥문학상의 특징이자 존재 의미라 하겠으나 비슷한 소재가 되풀이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야할 것”이라고 풀었다.

 

  실제로 응모작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 노인과 장애인, 일탈 청소년 등이 단골 소재로 채용되곤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철탑 고공 농성을 다룬 제1회 손바닥문학상 우수상인 신수원 씨의 ‘오리날다’는 책으로 엮여서 출판될 정도로 작품성까지 인정받았으나 이후에도 사회적 약자에 주목한 시사적인 내용이 응모작의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손바닥문학상이 뛰어넘어야 할 한계는 분명하다는 지적도 따른다. 


  한편 압축되고 축약된 짧은 내용만을 전하는 SNS 기반의 특수한 환경에 기인한 문학의 다변화 양상도 감지된다. 2010년 북큐브와 청년정신, KT, YES24 공동후원으로 제정된 ‘트위터문학상’은 140자라는 획기적인 분량으로 기존 문학의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시도로 평가받으며 SNS 이용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도 눈길을 끈다. 올해 출간된 신준모 작가의 ‘어떤 하루’는 SNS에서 매일 올린 글들을 모아 엮은 책으로 페이스북 인싸이트 글분야 1위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누구나 외롭다. 누구나 힘들다. 다들 아닌 척 살아갈 뿐이다’ 등 쳇바퀴 돌듯 이어지는 일상과 사람들과의 관계에 지친 이들을 향해 작은 위로를 건네는 짧은 글들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문학이 주는 순수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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