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빚더미에 오른 지방자치단체
시한폭탄, 빚더미에 오른 지방자치단체
  • 조명연 기자
  • 승인 2014.07.2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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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 20년, 건전한 재정운영 필요할 때
[이슈메이커=조명연 기자]
[Economy Focus]



시한폭탄, 빚더미에 오른 지방자치단체

지방자치시대 20년, 건전한 재정운영 필요할 때




6.4 지방선거 동안 당선자들은 수많은 장밋빛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당선자들이 먼저 해결해야 일은 빚더미에 앉은 지방자치단체를 살리는 일이다. 그동안의 지방자치 장들은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하에 개발위주의 재정운영으로 많은 자치단체들이 파산위기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는 위기에 빠진 지방자치단체를 구하기 위해 올 하반기 중에 지방재정 책임성 강화를 위한 지자체 긴급재정관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지자체의 재정난 속에 검소하게 출발한 민선 6기

  6.4지방선거 이후 7월 1일부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취임식을 가지고 민선 6기를 새롭게 시작했다. 이번 지자체장의 취임식에서는 과거와는 사뭇 다른 이색 취임식이 눈에 띄었다. 서울시의 박원순 시장은 단상도 무대도 없이 취임식을 진행했다. 시민들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진 취임식에 시예산은 한 푼도 들지 않았다. 경기도의 남경필 지사는 아예 취임식 자체를 생략했고 대부분의 장들은 검소하고 조용한 가운데 취임식을 치렀다. 세월호로 인해 국가적 애도의 시기이기도 했지만, 민선 6기를 맞이한 지방자치단체는 화려하게 취임식을 치를 만큼 상황이 넉넉지 못하다.

  올해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전국 244개 지자체(광역 17, 기초 227)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4.8%이다. 20년 전 63.5%에서 크게 떨어진 수치다. 광역단체들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낫지만, 기초단체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국 시․군․구의 재정자립도는 각각 31.7%, 11.4%, 27.2%로 재정자립도가 10%가 안 되는 지자체도 59개(24.2%)에 이른다. 재정자립도는 지자체의 전체 예산 가운데 지방세와 세외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재정자립도가 44.8%라는 의미는 나머지는 중앙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한다는 뜻이다. 지방자치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의 재정자립도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부채 수준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2012년 통합회계기준 우리나라 전체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한 지방채 규모는 27조 1,252억 원에 이른다. 여기에 지방 공기업의 채무 72조 5,144억 원을 합하면 100조 원에 이르는 부채를 안고 있다. 전국 244개 시․군․구 중 238개가 적자를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국 시군구 10곳 중 3곳은 공무원들의 인건비조차 마련하지 못할 만큼 재정이 어렵다. 특히 지방정부의 부채 100조 원 가운데 70% 정도는 선심성 공약을 이행해야 했던 지방공기업들이 갚아야 할 빚이다. 100조 원에 육박하는 지자체의 빚은 어디서 왔을까?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흔들리는 태백시

  지난해 관광객 20만 명을 목표로 오픈한 외국체험관광마을은 재정 자립도 9%로 전국에서 살림살이가 가장 어려운 지자체 가운데 하나인 청양군이 세금 140억 원을 들여 야심 차게 준비한 사업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세금 140억 원을 들인 대규모 개발 사업은 주민들을 분노케 했다. 외국 문화를 체험한다는 취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골프연습장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썰매장 외에는 특별한 시설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많은 돈을 들인 대규모 개발 사업은 선거기간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번 6.4지방선거에서도 많은 당선자는 대규모 개발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개발 사업이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논리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태백시는 한때 주력산업이었던 광산이 쇠퇴하며 지역 경제도 함께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에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태백시가 선택한 방법도 대규모 개발 사업이었다. 태백시는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국비를 지원받아 4,400억 원을 투자해 리조트를 건설했다. 투자비 회수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무리하게 밀어붙인 탓에 당초 예상 사업비 1,700억 원에서 두 배 이상의 비용이 소요됐다. 하지만 사정은 청양군과 다르지 않았다. 기대했던 관광객 유치는 실패했고 무리한 저가 운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가 아니라 지역 경제와 경쟁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대형 리조트 건설 사업의 실패는 시의 재정만 악화시킨 채 그 피해는 시민들의 부담으로 연계됐다. 

  태백시는 이와 같은 각종 대형 사업들에 2000년 이후 1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다. 태백시의 총부채는 태백시 1년 예산보다 많은 3,813억 원인 102.3%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눈 감고도 예상되는 바이다. 태백시 희망네트워크 사무국장은 “행정 특성상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습니다”라며 나 몰라라 식의 부실행정 잘못을 지적했다.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나 몰라라 행정

  무리한 대규모 개발 사업으로 인한 부채로 지방자치단체가 휘청거리는 모습은 태백시만의 모습은 아니다. 부자 도시로 알려진 용인시의 경전철은 대표적인 지방자치단체의 사업실패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개통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이용하는 사람은 미미한 수준이다. 용인시가 경전철을 처음 추진할 때 분석 자료로 삼은 하루 평균 경전철 이용객 예상은 16만 명이었다. 하지만 실제 하루 평균 이용객은 8천7백 명에 불과해 예상치의 5.7%에 불과했다. 현근태 수지시민연대 대표는 “경전철이 15년 이상 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라며 예측치의 6%만 탑승하고 있다면, 예측이 아니라 자료를 만들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매일 1억 원의 적자로 연간 300억 원에 이르는 운영비를 부담하게 된 용인시가 경전철로 인한 총 재정부담은 2조 7천억 원에 이를 전망으로 보고 있다. 빚 폭탄이라는 말이 어울릴 듯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용인시가 비난을 받는 것은 경전철뿐만 아니다. 1,600억 원이 투입된 용인시의 호화 청사이다. 이 같은 대규모 건설 사업으로 용인시의 총부채는 1조 3천여 억에 이른다. 용인시와 같이 잘못된 수요예측으로 엄청난 비용을 떠안은 사업으로는 경인 아라뱃길도 있다. 29만 개 분량의 화물이 운송될 것이라는 예상으로 2조 6천억 원을 들여 건설한 아라뱃길의 실제 물동량은 예측치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만 6300TEU였다. 투자비 회수는커녕 한해 120억 원의 운영비도 감당하지 못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처음 아라뱃길을 계획한 수자원 공사는 막대한 운영비 부담을 지방정부에 넘기려 하며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자치단체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무리한 개발 사업이 정부 주도의 사업에서도 이루어지며 오히려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려는 모습이다. 

  이에 홍종호 서울대 환경계획학과 교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을 하게 되면 우리 지역이 잘 살 수 있다는 허황된 꿈을 정부가 심어준 것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방정부의 건전한 재정 운영을 감시해야 하는 정부도 건설 사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니 지방 정부도 행정 실패에 대한 책임지는 모습을 기대하기 힘들다. 문제는 대규모 개발 사업 실패를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가운데 부채에 대한 부담이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다양한 분야의 투입되어야 할 필요한 예산이 줄어들어 든다는 점에 있다.




중앙정부도 지자체의 재정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초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파산제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지자체 파산제는 재정이 부실해진 지자체에 대해 빚을 탕감해주고 중앙 정부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자체의 무리한 개발 사업으로 인한 부채와 지자체의 세수감소로 인해 지자체의 재정위기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무분별한 개발, 행사, 축제 등의 방만한 지방재정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까지 진행된 까닭에서 중앙정부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오히려 중앙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이 지자체와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기초연금, 각종 복지사업에 대한 천문학적인 비용을 정부의 예산 부족 이유로 강제적으로 지방정부가 함께 부담해야 한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예산은 고정되어 있는데 중앙정부가 결정해 무상교육 1,000억, 기초연금 1,000억, 이렇게 갑자기 떨어져서 추가로 내야 하니 살림이 힘듭니다”라고 밝혔다. 

  중앙정부의 책임은 이뿐 아니다. 국비를 지원받아 시행하는 지자체의 대규모 개발 사업은 안전행정부 산하의 중앙투융자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는다. 하지만 위원회에서 검토하는 사업은 지난해 기준 287건으로 관련 공무원과 외부전문가 15명이 면밀한 검토를 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지자체가 스스로 용역업체에 사업 타당성을 검토받은 뒤 제출하는 계획서를 훑어보는 수준의 허술한 심사방식으로 사실상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토건사업을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재정의 지방 책임제와 의사결정에 주민참여 필요해

  전문가들은 지방재정위기의 대책으로 크게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중앙정부의 역할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행정 참여이다. 부경대학교 행정학과 이재원 교수는 “중앙정부가 할 것은 중앙정부가 100%하고 지방정부가 할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100% 하는 식으로 해야 문제가 발생하면 어디가 책임져야 하는지 명확히 할 수 있습니다”라며 국세와 지방세가 동시에 투입되는 시스템은 정책이 실패해도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가리기 어렵다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지자체에 대한 대규모 개발 사업에 대한 신중하고 면밀한 심의과정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는 시민들의 참여도 필요하다. 평창과 함께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섰던 스위스 베른은 당시 주민투표 결과 반대표가 많아 유치를 포기했다. 동계올림픽 유치로 재정형편이 열악해지고 다른 분야에 대한 투자가 소홀해질 것을 우려한 결정이었다. 스위스는 지방자치단체가 재정 주권을 가지고 있어 많은 일을 주민투표로 결정 한다. 국제대회나 대규모 개발 사업을 진행할 때 중앙정부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그렇다 보니 책임소재가 분명해지고 지방 재정 운영에 있어서도 신중하게 진행된다. 지방자치시대 20년. 새롭게 출발한 민선 6기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선심성, 낭비성 사업에 돈을 쓰기보다는 지역민의 복지와 적재적소에 필요한 예산이 투입하는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부채의 절벽 앞에선 지방자치 선을 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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