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논란에서부터 인종차별까지 위협받는 스포츠정신
판정논란에서부터 인종차별까지 위협받는 스포츠정신
  • 임성지 기자
  • 승인 2014.07.23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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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각성의 노력이 필요
[이슈메이커=임성지 기자]

[Sports] 훼손되는 스포츠 정신



판정논란에서부터 인종차별까지 위협받는 스포츠정신


전 세계적인 각성의 노력이 필요




스포츠의 개념은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영향을 받으며 변화해 왔다. 원시시대의 스포츠가 신체적 활동에 국한되어 있었다면 현대의 스포츠는 신체활동의 주체인 인간의 내면적 정신 활동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스포츠정신, 또는 스포츠맨십은 스포츠 안에서 중요하고 신성시되어왔다. 하지만 현재 스포츠정신은 인종차별, 판정논란, 승부조작 등에 인해 순수성이 훼손되고 있다.





스포츠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판정논란


  최근 국제빙상연맹(ISU)은 김연아의 금메달 판정논란 제소에 대해 적합하지 않다며 기각 판정을 내렸다. 연맹은 6월 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월 30일 한국빙상경기연맹(KSU)과 대한체육회가 제기한 ‘소치올림픽 여자 피겨 금메달 판정 관련 제소’에 대한 결정문을 게재했다. 이 결정문에는 “대한체육회와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제기한 이의신청에 대해 기각 판정을 내렸다” 이어 “심판과 포옹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의 행동은 자연스러웠다. 잘못된 행동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 심의했다. 이 심의는 김연아가 지난 2월 소치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에 뒤져 은메달에 머물렀던 것에 대한 제소의 결과였다. 당시 김연아 선수는 빼어난 연기력을 보이며 금메달이 예상되었으나 오히려 실수한 소트니코바에게 뒤져 은메달을 수상했다. 특히 경기 후 소트니코바가 알라 세코프세바 심판과 포옹을 해 더욱 논란을 부추겼다. 


  판정 이후 국내외 언론은 판정을 떠나 국제 빙상연맹이 오심과 조작으로 얼룩져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대표적 스포츠뉴스인 야후스포츠는 ‘소치올림픽의 피겨 편파판정이 국제피겨연맹에 의해 지난 해부터 주도됐다’고 밝혔으며, AP통신의 피겨 칼럼니스트 제스 헬름스는 ‘스캔들, 사기, 그리고 피겨 스케이팅의 종말’이란 제목을 붙이면서 편파 판정을 기정사실로 하고 국제적인 범죄로 규정했다. 또한, 헬름스는 칼럼에서 “사기극으로 점철된 스포츠에 누가 시간과 땀을 바치겠는가. 부패가 곧 메달이 되는 스포츠에서 누가 경쟁을 하려 하겠는가”라고 말한 뒤 “ISU는 공식적인 사과와 심사위원 징계조치, 그리고 재심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언론들도 판정논란에 대해 강하게 비판을 하고 대한체육회와 관련 빙상연맹의 제소를 종용했으며, 재심사를 청원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재심사를 통해 금메달을 가져올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피겨 전문가가 말한 바로는 솔트레이크 시티 올림픽 사례처럼 ‘심판양심선언’이 없는 이상 ISU의 규정안에서 결정된 사안(심판임명권한, 심판판정)으로 진행된 경기이기 때문에 재심사는 진행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국내외 팬들의 재심사 청원운동은 ISU에 영향력을 끼치지는 못하지만 그만큼 피겨 스케이트의 공정한 판정을 원한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치올림픽 여자 피겨 금메달 판정 제소는 일부 국가와 심판들을 중심으로 좌우되는 스포츠의 판결은 스포츠 정신을 훼손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사례로 금메달을 되찾기를 목적으로 하는 것보다 더 큰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인종차별 논란의 중심에 서다


  한국 프로야구 두산소속 외국인 타자 칸투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 때문에 ‘동양인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트위터 속 사진은 10여 명은 모두 같은 동양인 남성의 얼굴로 합성되어 있었고 밑에 ‘어떤 학생이 자고 있나요’ ‘쌍둥이 형제를 찾아보세요’등 5가지 과제가 적혀 있어 인종차별 논란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한 비난이 심해지자 칸투는 ‘모든 한국 팬들에게’로 시작하는 사과의 글을 올렸고, 두산도 구단 투위터를 통해 팬들에게 사과함으로써 사건이 정리되었다. 외국인 선수 외에도 한국 선수가 인종차별의 가해자가 된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6월 팟캐스트 방송에서 한 기자가 한화소속 야구선수인 김태균의 “롯데 유먼의 검은 얼굴 때문에 유난히 하얀 이가 튀어 공이랑 구분이 잘 안돼 상대하기 힘들다”는 말을 전해 논란이 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인종차별에 해당하는 발언으로 사료된다”고 밝혔으나 김태균은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았다. 또한, 프로축구 포항의 노병준은 자신의 트위터에 중국 베이징 궈안 소속의 흑인선수에 대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으나 프로축구연맹은 징계를 내리지 않았고, 구단 자체징계로 포항지역 20시간의 사회봉사활동을 한 것이 전부로 밝혀졌다. 이처럼 국내 스포츠는 인종차별적 발언이나 행동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해외스포츠에서 인종차별은 과거에서부터 심한 문제가 되었다. 특히, 외국선수의 교류가 많은 축구의 경우 선수 간의 차별뿐만 아니라 관중으로부터 인종차별적 조롱을 겪는 일이 많다. 이에 국제축구연맹(FIFA)는 경기 전 언제나 선수들에게 인종차별을 반대한다는 구호인 ‘NO To Racism’을 외치고 경기를 시작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지난 2010 월드컵, 유로2012에 참가한 선수들은 모두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경기에 임했다. 이런 분위기에 지난 4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5라운드 경기로 열린 비야레알과 바르셀로나의 경기에서 인종차별을 외치는 FIFA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했다. 바르셀로나 수비수 다니엘 알베스에게 한 관중이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의 의미로 바나나를 던졌다. 이에 알베스는 관중이 던진 바나나를 먹고 경기에 임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유럽 축구에서 인종차별 사건은 흔한 사건이 아니다.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 에브라(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발로텔리(AC밀란)등 유명 선수들도 관중들의 인종차별 구호나 세레머니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알베스의 행동이 주목을 받은 것은 그가 바나나를 먹는 장면을 여러 해외축구스타가 따라 하면서 인종차별반대 제스처를 보여줌으로써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하고 있다. 알베스와 함께 브라질 대표로 활동하는 네이마르는 자신의 개인 SNS 계정을 통해 아들과 함께 바나나를 먹는 모습을 올렸고,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인 체사레 프란델리도 같은 제스처를 취했다. 그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의 아구에로, 벨기에의 뎀벨레 등도 제스처에 동참했고, 스페인의 아나운서 마릴로 몬테로도 방송 도중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면서 바나나를 먹는 모습을 스페인 전역에 보여주었다. 이에 따라 알베스에게 바나나를 던진 팬은 이미 구매한 시즌 관람권이 무효화 되었고, 평생 경기장 출입이 금지되었다. 


  미국프로농구 NBA에서도 최근 인종차별에 대한 처벌이 진행되었다. LA클리퍼스의 도널드 스털링 구단주가 자신의 여자친구에게 “내(클리퍼스) 경기장에 흑인과 함께 오지 말라”라고 말한 음성파일이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아담 실버 NBA 총재는 스털링에게 인종차별 발언 대가로 250만 달러 (약 26억 원)의 벌금을 부여하고 앞으로 모든 NBA 관련 사업장에 영원히 출입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이처럼 스포츠 관계자와 스타들의 노력은 스포츠 내에서 공공연하게 발생하는 인종차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스포츠 정신을 일깨우는 사례


  스포츠는 승리를 위해서 상대방, 또는 상대 팀과의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과열된 경기로 인해 선수, 관중, 관계자들은 많은 사건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항상 발생하는 사건에서도 스포츠 정신을 일깨우는 사례가 있어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독일 국가대표 공격수인 미로슬라프 클로제는 상대 팀과의 경기에서 머리가 아닌 팔로 득점을 했다. 이미 득점이 인정된 상황에서 클로제는 동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반칙을 시인했고, 득점은 무효가 되었다. 이에 상대방 선수들도 클로제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에 당시 FIFA회장이었던 제프 블래터는 “클로제의 이번 모습은 그가 진정한 챔피언이자 바른길을 가는 선수라는 점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스포츠 정신을 일깨우는 일화는 영화로 제작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개봉한 ‘42’라는 영화는 20세기 최초의 흑인 선수인 재키 로빈슨에 대한 영화이다. 인종차별이 최고조로 달했던 1940년대 브루클린 다저스는 흑인 선수 재키 로빈슨을 영입했다. 브루클린 다저스의 관중들은 수많은 협박과 야유를 보였고, 다저스의 선수들조차 재키 로빈슨과 훈련을 거부하는 등 반발이 심했다. 그러던 1947년 5월 14일 신시내티 레즈와 브루클린 다저스의 경기가 있었다. 신시내티의 관중들은 많은 야유를 보내며 재키 로빈슨을 비난하고 있을 때, 다저스의 리더이자 MLB의 스타였던 피 위 리즈가 재키 로빈슨에게 다가가 어깨동무를 하고서 웃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본인 자리로 돌아갔다. 순간 비난과 야유를 하던 관중석은 일순간에 조용해졌고, 인종차별에 대한 무언의 외침을 보인 그 장면은 MLB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되었다. MLB는 최초의 흑인 선수인 로빈슨을 기리며, 인종차별에 대한 메시지로 매년 4월 15일을 재키 로빈슨 데이로 지정했다. 이날은 모든 선수가 로빈슨의 등번호 42번을 달고 경기에 임하도록 했다.  

  스포츠정신은 단순히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는 선수들만의 정신이 아닌 스포츠를 애호하고, 스포츠에 관계된 모든 사람 사이에서 생기는 정신이다. 스포츠에 관련된 이들은 공명정대하게, 상대의 처지를 존중하고, 규칙을 지키며, 경기에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스포츠 정신은 판정논란에서부터 인종차별, 승부조작 등 다양한 모습으로 그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 스포츠는 국가, 인종, 언어가 다르더라도 하나가 될 수 있는 전 세계 언어로 표현된다. 이런 스포츠의 순수성이 더는 몇몇 개인과 집단에 인해 훼손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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