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법 나쁜 법 이상한 법 III] 누구를 위한 법인가?
[좋은 법 나쁜 법 이상한 법 III] 누구를 위한 법인가?
  • 이종현 기자
  • 승인 2014.07.22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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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제정, 신중한 접근 필요”
[이슈메이커=이종현 기자]

[좋은 법 나쁜 법 이상한 법 III] 이상한 법



누구를 위한 법인가?


“법 제정, 신중한 접근 필요”




법은 국가와 공공 기관이 제정하는 법률,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이다. 그렇다면 이는 국가나 국민이 필요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좋은 법이라면 수긍을 하고 나쁜 법이라면 개선을 해야 하겠지만, 좋다 나쁘다를 따지기도 전에 취지가 불분명하고 대부분의 이들이 반대를 하는 법들이 있다. 누구를 위해 제정 된 법인지, 법의 취지는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법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상한 법이 생기는 이유


  대한민국의 법 제정은 헌법 제40조에 의거해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라고 하여, 국회입법의 원칙을 명문으로 선언하고 있으면서도 제52조에서는 ‘국회의원과 정부는 법률안을 제출 할 수 있다’라고 하고 있다. 즉 법률안 제출권을 국회뿐만 아니라 정부에게도 부여하고 있으며 법 제정 및 개정을 할 수 있는 기관은 국회(입법부와 행정부), 정부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 경우 법률안을 발의, 제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회의보고, 위원회 회부·심사, 법사위 체계·자구심사, 심사보고서 제출, 본회의심의, 국무회의 및 대통령 서명, 공포 등의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한다. 무척 중요한 내용을 다루는 만큼 발의에서 공포까지 여러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이 있는 만큼 오랜 심사숙고를 통해 결정된다. 하지만 이러한 준비절차를 거친 것에 비해 제정되는 법들이 썩 와닿지 않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오히려 ‘왜 이런 법이?’하는 의문을 자아내는 법들도 종종 있다. 법학과의 한 교수는 “국민들에게 공감을 받지 못하는 법들이 생기는 이유는, 결국 법을 제정하는 기관인 국회와 중앙행정기관과의 소통 부족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법의 실제 수혜자라고 할 수 있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국회에서 알아채지 못하는가 하면, 국민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법을 발의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제정된 지 오래된 법들 중 현재에는 실효성이 없는 법들이 많은데, 이런 법들의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한 요인으로 볼 수 있겠네요”라고 말하며 소위 말하는 ‘이상한 법’들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세계의 이상한 법들


  지구에는 여러 국가들이 있고 대부분의 국가들은 저마다의 법을 제정했다. 문화가 다른 만큼 다른 이해하기 힘든 여러 법들이 있다. 가령 2013년 프랑스 파리에서 여성의 바지 착용을 금지했던 법이 213년 만에 폐지돼 화제가 되었는가 하면 덴마크에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포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식사 값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법이 제정돼 있다. 차 시동을 걸기 전에 차 밑에 어린이가 없는지 확인해야 하는 법도 있다. 또 덴마크에서는 탈옥이 행복추구권에 해당돼 불법이 아니다. 탈옥했다가 붙잡혀도 형량이 추가되지 않고 잔여 형기만 치르면 된다.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의 섬 롱위에아르뷔엔에서는 묘지 자체가 불법이다. 이 섬의 땅이 동토이기 때문에 시체가 잘 썩지 않기 때문이다. 이 법에 대해 영국의 텔레그래프지는 “만약 이 섬에서 심각하게 아프다면, 허둥지둥 짐을 싸서 비행기를 타고 나와 최후를 맞이해야 한다”고 비꼬기도 했다. 태국에선 속옷을 입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가선 안 된다. 상의를 입지 않은 채 운전을 하는 것도 불법이다. 케냐에서는 나체로 돌아다니는 것이 내국인은 합법이지만, 외국인은 불법이다. 캐리비안의 트리니다드토바고와 세인트루시아에서는 일반인이 군복과 같은 무늬의 옷을 입는 것이 금지돼 있다. 군인이나 관료들과 혼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주와 관련된 법도 상당수 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는 길거리에서 맥주를 마시는 것을 금하고 있다. 시카고에서는 서서 술을 마시는 것 자체가 단속 대상이다. 심지어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는 술집에서 물을 마시는 것도 법에 저촉된다. 가까운 이웃나라인 일본은 비만일 경우 벌금을 내야 한다. 40세 이상 건강보험가입자의 경우 의무적으로 허리둘레를 측정해 비만일 경우 의사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허리둘레 상한선은 남자는 80㎝, 여자는 90㎝다. 그래도 살이 안 빠지면 비만인 사람을 고용한 회사가 대신 벌금을 내야 한다. 스위스 아파트에선 밤 10시 이후 화장실 변기의 물을 내리는 것이 불법이다. 법이 소음 공해에 엄격하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한 법’으로 여러차례 소개가 되었던 영국의 우주공간법은 외계인의 영국 침공을 금지하고 있다. 이외에도 껌을 금지하는 싱가포르 법, 암모니아 냄새가 나는 과일 두리안의 공공장소 반입을 금지하는 브루나이의 법 등도 ‘이상한 법’으로 알려져 있다.






법의 수혜자도 이해하기 힘든 대한민국의 이상한 법


  그렇다면 대한민국에는 어떤 법을 이상한 법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주관적인 부분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많다. 군가산점이나 셧다운제, 아동청소년보호법 등의 문제는 취지는 좋지만 내용들에 의해 논란이 되고 있는 사항들이다.


  대표적으로 서울시에서 2009년 제정한 ‘여성전용 주차장(30면 이상 주차장에 여성전용 공간을 10%이상 의무 설치)’은 실제 수혜자인 여성들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은 아니며, 해외 언론에도 관련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여성전용 주차장 문화는 1990년대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처럼 성폭력 등으로부터 여성 고객들에 대한 위험 부담을 덜어줄 것을 목적으로 일부 특급 호텔들에서 시행했다고 전한다. 이후 ‘여성전용 주차장’은 서울시가 2008년 공영주차장 10개소 등지에 여성전용 공간을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서울시 30면 이상 주차장에 여성전용 공간을 10%이상 설치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경우 ‘여성전용 주차장’에 남성이 주차한다고 해서 벌금을 무는 등의 법적인 제재 장치는 없는 상황이라 남성이 주차를 하더라도 문제가 없다. 여성인권운동을 하는 단체의 관계자는 “여성전용 주차장은 여성을 위한 법이라고 하지만 실효성도 없거니와 많은 오해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실제로 여성의 주차능력에 대한 무시가 아닌가 하는 발언도 있는 만큼, 법의 개정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됩니다”라고 전했다. 유사 단체에서도 여성에 대한 배려는 필요할 수 있지만 무조건적인 의무 설치 등에 대해서는 오히려 공간 낭비가 아닌가, 실효성은 없으면서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등의 문제들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청소년들의 ‘선행학습 금지법’역시 논란에 둘러싸여 있다. 학원이나 과외를 통해 선행학습을 없앰으로써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의 효과를 증대시키겠다는 취지로 준비된 선행학습 금지법은 교사나 학교는 물론이고 학부모들의 반응도 냉담하다. 선행학습 금지법에 대해 중학생인 이 모군은 “학원은 선행학습을 위해 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학교에서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아마 학원은 계속 다닐 것 같아요”라고 말하고, 고등학생인 진 모군은 “학교수업을 통해 바로바로 이해가 되면 상관없지만 사실 그러기가 힘들어요. 방식이 안 맞는 학생들도 있고 이해가 안 가는 학생들도 있는데 학원마저도 안가면 교육과정을 못 따라가게 되죠”라며 좋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입시전문기관의 임성호 대표는 “오히려 선행학습 금지법을 통해 사교육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공교육 현장에서 선행학습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했다. 교육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안산진 부소장은 “광고 규제를 하는 쪽으로 최소한의 규제 조건만 있기 때문에 실제로 학원들의 선행학습이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고 말하며 실질적으로 제재를 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고 주장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형식적인 법 구상이 아닌 실제 교육 현장에 적합한 법을 고민해야 하며, 무분별한 교육법 제정은 공교육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할 제정


  법치사회에서 법은 사람을 규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자 질서 유지의 장치이다.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해질수록 그런 사회를 위한 법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법의 제정, 개정 능력이 따라오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아동청소년보호법에 대해서도 개정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1085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아동청소년보호법에 대한 투표를 한 결과 93.5%가 아청법에 대한 개정이나 폐지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가장 문제라고 생각되는 아청법 조항은 ‘죄의 경중에 관계없이 10년간 일률적으로 의료기관에 취업하거나 개설할 수 없도록 한 규정’입니다. 성범죄를 한 이들을 보호할 생각은 없으나, 아청법의 기준이 막연하고 그 규제도 애매모호한 상태입니다. 법의 이름과 같이 아동청소년을 위한 법임에도 불구하고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도 똑같이 10년간 취업 및 개설을 제재한다는 항목을 담고 있어 수용하기 힘듭니다”라고 전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박경신 교수는 실제 아동과는 무관한 매체물을 아동성범죄에 포함해 처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표현과 행위가 다르듯이 상상과 실제가 다르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다른 요소에는 없는 ‘강제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법의 중요성은 지대하다. 하지만 법조인들의 사이에서는 법의 중요성에 비해 제정되는 법들 중 고려가 부족한 사항이 많지 않느냐는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과도한 규제나 기존 법과 접촉되는 내용, 실효성 논란 등. 법이 지니고 있는 중요성만큼 제정에서의 철저한 논의가 촉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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