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국위 선양 vs 형평성 문제
[이슈메이커] 국위 선양 vs 형평성 문제
  • 김갑찬 기자
  • 승인 2018.08.17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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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위 선양 vs 형평성 문제

 

국민 정서 고려한 현실적 대안이 필요

 

 

대한민국 여론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 중 하나는 군대 관련 이슈다.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은 모병제가 아닌 징병제이기에 신체 건강한 남성이라면 누구나 입대 시기가 되면 국가의 부름을 받는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병역 이행을 하지 않았다면, 또는 병역 문제와 관련되어 의심스러운 정황이 드러난다면 여론의 뭇매가 뒤따른다. 이는 스포츠 스타들도 예외가 아니다.

 

체육 분야 병역 특례의 발자취

 

2018년은 스포츠 팬들이 가장 기다려온 순간이 아닐까 한다. 지난 2월 평창에서 개최된 동계올림픽은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 스포츠 팬들에게 깊은 감동을 전해줬다. 이날의 감동이 채 가시기 전에 6월에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펼쳐져 32개국이 우승컵을 두고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다가오는 8월에는 자카르타에서 아시안게임이 개최되어 뜨거운 땀과 열정으로 또다시 스포츠 팬들에게 깊을 울림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유독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많아지면 덩달아 뒤따르는 논란이 있다. 바로 스포츠 스타들의 병역특례 문제다. 흔히 올림픽에서 입상하거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은 병역 면제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엄연히 말하면 병역 면제는 아니다. 스포츠 스타의 병역 특례는 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에 대하여 현역 군 복무 대신 해당 특기 분야에서 지속적인 활동을 함으로써 국위 선양에 기여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이다. 병역 특례 대상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것처럼 올림픽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거두거나 아시아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들이다. 병역특례 대상자는 군대에 가는 대신 4주간 기초 군사훈련만 받고 해당 분야에서 2년 10개월의 의무종사 기간만 채우면 된다.

 

남북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 스포츠와 군은 과거부터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축구, 야구, 농구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구기 종목들은 군 소속 팀을 두고 있었기에 해당 종목 발전에도 큰 공헌을 이뤘다. 하지만 서울 올림픽 개최에 성공하고 프로야구와 프로축구가 출범하며 운동선수들의 병역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1981년 10월 정부는 병역의무의 특례 규제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운동선수들도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발표했다. 이 개정안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우수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에서 나온 조치였다. 1990년 이전에는 세계선수권대회,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유니버시아드대회, 아시아 청소년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대상 범위가 넓었지만 이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만으로 그 대상이 축소됐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달성한 축구 국가대표팀과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4강 진출에 성공한 야구 국가대표팀은 한시적으로 병역 혜택을 받기도 했다,

 

병역 특례 찬반 논란

 

이번 러시아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은 팬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 이는 스웨덴, 멕시코와의 경기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독일과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승리를 거두며 여론은 반전됐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조현우, 손흥민, 이승우, 문선민 선수 등의 해외 진출이나 높은 몸값, 이적 등을 기대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이들 선수가 아직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심지어 청와대 게시판에 이들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을 달라는 청원도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다가오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며 대표팀 선발에도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6월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 엔트리가 발표되며 다시금 스포츠 스타들의 병역특례가 논란이 됐다.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은 라이벌 일본이 사회인 야구팀을 출전시키고 나머지 국가들도 우리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으로 평가되기에 그동안 병역 특례 수단이라는 여론이 반복됐다. 특히 이번 대표팀 선발에서 논란이 된 선수는 LG의 오지환과 삼성의 박해민이다. 두 선수는 올해 29살로 이번 대표팀에 선발되어 금메달을 따지 못한다면 나이 제한으로 상무나 경찰청 야구단 지원이 어려워 현역 입대가 불가피했다. 따라서 두 선수의 엔트리 합류 여부는 팬들의 관심사였고 결과적으로 이들은 대표팀 멤버로 합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선수보다 나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의 대표팀 탈락에 아쉬움을 나타낸 팬과 야구 관계자도 많았다. 심지어 두 선수가 병역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을 따길 바라는 팬들의 목소리도 높아질 정도다.

 

과거 스포츠 선수들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알리고 국격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체육 분야 병역특례의 도입 목적이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국가 경쟁력 상승으로 더이상 변방 국가도 아니며 모르는 사람도 드물다. 따라서 스포츠를 통한 국위 선양은 일반 국민에게 큰 감흥이 없다. 더욱이 국군체육부대인 상무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기에 특혜는 충분하다. 또한 체육 분야의 병역특례는 일부 인기 종목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며 기타 분야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여전히 스포츠가 주는 감동과 국민 통합은 병역 혜택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대부분의 선수가 30대 중반이면 은퇴하는 현실에서 선수로서 전성기의 2년을 군대에서 보내는 것은 대외경쟁력 약화로도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매번 세계적 스포츠 행사가 개최되면 반복되는 선수들의 병역 특례 찬반논란, 이제는 형평성을 저해하지 않고 선수들과 팬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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