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과 학력 위주 풍토 속에 잃어버린 ‘인성’
경제성장과 학력 위주 풍토 속에 잃어버린 ‘인성’
  • 김현해 기자
  • 승인 2014.06.24 1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슈메이커=김현해 기자]

[Education of Humanism] 흔들리는 인성교육



경제성장과 학력 위주 풍토 속에 잃어버린 ‘인성’


인성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하여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 대한민국 교육기본법 2조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동방예의지국(東方禮儀之國)이라 불리며 주변국에 인격과 성품이 뛰어난 나라로 여겨져 왔다. 홍익인간 정신은 이러한 민족의 인성을 책임져온 중요한 정신적 가치이자 신념이었다. 하지만 학업성취만 강요하는 교육풍토 속에서 이러한 가치들이 점차 무너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뛰어난 학업성취도를 만들어 낸 지금의 공교육체계 뒤에, 그간 잊은 건 없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인성교육의 부재… 학교폭력을 부르다


  학교폭력은 우리나라 공교육의 오랜 숙제였다. 학교폭력의 피해로 대인기피, 등교 거부 등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는 학생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이를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학생 역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재단법인 푸른나무 청예단의 「2013년 전국 학교폭력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2012년에 비해 전체적인 학교폭력 피해율은 감소했으나 피해 학생의 심리적 고통은 더욱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의 양상이 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직접적인 형태에서 집단 따돌림이나 사이버 폭력 등 정신적 고통을 수반하는 은밀한 방법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피해 학생 중 42.1%가 폭력의 고통으로 인해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응답한 조사 결과는 그들의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대변해 주고 있다.


  학교폭력의 큰 문제 중 하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연령이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위의 조사에서 재학 기간 학교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을 대상으로 ‘처음 피해를 당한 시기’에 관해 물었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라는 답이 16.5%로 가장 많았다. 또한 초등학교 저학년(1~3학년) 때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답한 학생은 31.4%로 조사됐는데, 천진난만할 것 같은 10세 전의 아이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학교폭력은 우리 공교육의 부정적인 이면을 신랄하게 보여준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인성교육’의 부재를 꼽았다.


  인성이란 개인의 특징적인 사고, 감정, 행동을 결정하는 심리적, 생리적 체계로서 개인이 바람직한 덕목을 내면화하여 자신의 인격 속에 통합시킨 결과로 드러나는 특성을 말한다. 인성교육은 이러한 인성을 개발시키려는 목적으로 시행되는 교육으로서, 한 마디로 ‘사람의 성품을 교육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인성교육은 타인과 어울려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원만한 대인관계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판인 것이다. 하지만 현대 우리나라의 교육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인성교육은 뒷전으로 둔 채 서로 경쟁시키며 성과 위주로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동국대학교 조벽(58) 석좌교수는 지난 5월 30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교육은 어른이 아니라 어린애를 양성하고 있다”며 인성교육이 사라진 공교육의 실태를 지적한 바 있다.


  과거 산업화가 한참 진행되던 80년대는 교육을 통해 신분상승을 이루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사람이 적었기 때문에 교육만 받는다면 사회의 높은 지위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었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가 대학교육을 받고 있는 지금은 단지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사회 요직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러한 교육상황은 학생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았고, 내가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사회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부모들은 인성교육은 무시한 채 아이에게 “뭐든지 들어줄 테니 너는 공부만 해라”라며 학업 성취도만을 강요하고 있다.





옛것(화랑도)을 익혀 새롭게…


  인성교육의 부재에 인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문제는 이처럼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된 것이었다. 지식 위주의 교육은 우리에게 눈부신 경제성장을 안겨 줬지만, 한편으로 소중한 것을 잃게 만들었다. 이제는 그동안 우리가 잃어버렸던 ‘인성’을 다시 찾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 방법은 ‘홍익인간’을 교육의 핵심 가치로 여기며 훌륭한 인성교육을 했던 우리나라의 과거 교육기관을 통해 찾을 수 있다.


  주지하듯이, 교육에 있어 홍익인간 이념은 만물을 널리 이롭게 하는 인간을 양성한다는 것으로, 우리나라 교육의 핵심이었다. 그만큼 선조들은 인성을 중시해 왔고, 모든 기관과 민간의 교육에서 이 이념을 최우선으로 두었다. 고구려의 교육기관인 태학에서부터 신라의 국자감을 거쳐 성균관에 이르기까지 홍익인간은 유교 이념과 함께 모든 교육내용에 스며있다. 특히 신라의 화랑은 호국정신과 함께 심신(心身)의 수양을 통한 인격 도야를 목표로 교육이 이루어졌는데, 기록에 의하면 택견을 주 무술로 수련하며 인성을 함양했고 한다. 최근 한 연구에서 육체를 단련하면서 그것을 통해 마음을 수양하는 것이 인성교육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이는 오랜 기간 운동을 하면 심신이 안정되고 정신이 강해진다는 것인데,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화랑의 엄한 가르침과 그것을 부모의 말씀처럼 따랐던 낭도(기록에 따르면 화랑은 단체의 우두머리인 ‘화랑’과 그를 따르는 수많은 ‘낭도’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화랑은 인격적으로 뛰어난 귀족의 자녀가 맡았다고 한다)들은 택견과 함께 원광법사의 세속오계(世俗五戒)를 따르며 인격을 수양했다. 세속오계는 그 내용이 전부 인성에 관한 것으로 화랑과 낭도들은 실천으로써 그 내용을 익히며 정신을 닦았다. 황산벌의 관창이 그러했듯 그들은 전투에 임해 목숨을 초개처럼 여겼으며(사군이충事君以忠, 임전무퇴臨戰無退), 동료를 믿음으로 대했고(교우이신交友以信) 효로써 부모님을 섬겼다(사친이효事親以孝). 당대 향가(鄕歌)인 모죽지랑가(慕竹旨郞歌) 배경설화는 화랑인 죽지랑과 낭도인 득오의 관계와 그들이 부모를 어찌 생각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마지막 계율인 살생유택(殺生有擇)을 포함한 세속오계는 택견과 함께 화랑의 정신 수양에 중요한 수단이었다.


  신라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면 형제라 불렀으며, 화랑과 낭도 사이의 관계는 그러한 형제애로 맺어져 있었다. 즉 화랑에서는 사랑을 가르쳤다. 화랑도와 관련한 많은 학위 논문들은 화랑들 간의 결속 및 관계에 대한 역사적 기록으로 풍월주와 부제라는 화랑들 간의 일화를 인용한다. 그 둘은 친형제는 아니었지만 친형제보다 가까운 사이였음을 많은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화랑의 교육적 가치는 지금의 인성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애정과 공경으로 뭉쳤던 화랑도를 통해 현재의 교육에서는 무엇이 부족한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식의 전달보다는 보여주는 교육으로


  과거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치열한 경쟁 사회 문화는 극심한 이기주의와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이라는 이면을 만들었다. 치열한 경쟁 풍토 속에서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세계적인 학업 성취도를 달성했지만 인성적인 측면에서는 매우 미약한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자랑스럽던 말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돼 버렸다. 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의 안양옥 상임대표는 “우리나라는 지금 몸집만 커진 기형적인 나라가 될 것인지, 정신까지 알찬 선진인류가 될 것인지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지금 아이들의 인성은 위기에 처해 있으며 사회는 극단적인 이기심으로 병들어 있다. 그는 조속히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것만이 선진인류로 나아가는 길이라 역설했다.


  많은 학자가 미래세계를 이끌 인재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혁신 경영을 하는 인성이 뛰어난 사람이 되리라 예측했다. 아이의 성공을 위해 학업만을 강요하는 교육 풍토로는 미래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다. 학업과 인성이 고르게 발달한 사람이 미래 사회를 이끌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은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높은 학업 성취도를 갖고 있어도 독불장군은 다수를 이기지 못하는 법이다. 상대와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올바른 인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현재의 교육체계로는 올바른 인성교육을 시행하기 어렵다는 것이 대부분 교육 전문가의 공통 의견이다. 학창시절에 윤리와 도덕 성적이 높다고 해서 그 사람이 윤리적이라고 확신할 수 없듯이, 현재의 주입식 교육방법으로는 인성교육에 대한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한 전문가는 “인성은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이다”라며 어른의 행동이 학생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강조했다. 많은 연구에서 유년기에 보아온 부모의 모습이 아이의 인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동국대의 조벽 교수는 “다양한 연구 결과에서 보여주듯이, 가정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집안일을 돕게 하는 것이나 가족 간에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하나하나가 인성교육의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언급했다. 과거 대가족 시대에는 조부모 밑에서 이러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교육되었지만 급속한 핵가족화의 진행 이후 그 핵가족마저 파괴되고 있는 현실에서 부모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요즘, 높은 육아비용 때문에 한 명의 자녀만 갖는 가정이 늘고 있다. 이들은 아이들과 오랜 시간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흔히 아이들의 요구를 전부 들어주는 것으로 보상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것만큼 아이의 인성을 망치는 길은 없다고 지적한다. 진정 아이를 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일깨워 주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제금융로8길 11, 321호 (여의도동, 대영빌딩)
  • 대표전화 : 02-782-8848 / 02-2276-1141
  • 팩스 : 070-8787-897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손보승
  • 법인명 : 빅텍미디어 주식회사
  • 제호 : 이슈메이커
  • 간별 : 주간
  • 등록번호 : 서울 다 10611
  • 등록일 : 2011-07-07
  • 발행일 : 2011-09-27
  • 발행인 : 이종철
  • 편집인 : 이종철
  • 인쇄인 : 김광성
  • 이슈메이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슈메이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1@issuemaker.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