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비확산 분야의 국제적 싱크탱크(Think Tank)
원자력 강국에 걸맞은 문화로 세계를 선도하다
2012년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이어 지난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는 ‘헤이그 코뮈니케’(Hague Communique)가 채택되며 막을 내렸다. 이는 핵과 방사능 테러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국제사회의 역량이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국제 핵안보 체제 강화라는 공동 목표 달성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과 평화적인 목적으로 원자력을 개발·이용하는 권리도 보장되어야 하는 점을 확인하게 됐다. 이번 ‘헤이그 코뮈니케’에는 지난 정상회의에서 제시된 목표와 쟁점을 기반으로 핵 군축, 핵비확산 및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지가 녹아있다고 볼 수 있다.
원자력 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출발선
대한민국은 원자력 진흥과 핵비확산 및 핵안보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인 모범국가로 손꼽히고 있다. 멀지 않은 과거, 전적으로 외국기술에 의존해 원자력을 도입한 후발국이었지만, 현재는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여 원전 수출국의 위치에 도달했다. 때문에 대한민국 원자력계는 단순히 기술적인 선진국이 아닌, 원자력 강국에 걸맞은 문화와 윤리 및 철학에 있어 세계를 선도해나가야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대학을 중심으로 민간차원에서 핵비확산 분야 교육 인프라 및 연구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에 지난 4월 16일,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의 선진화와 발맞추어 국제 핵비확산 노력에 이바지하기 위한 ‘핵비확산 교육연구센터’(Nonproliferation Education and Research Center: NEREC)가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시작을 알렸다.
대한민국은 원자력발전에서 세계 5위이자 원전수출국이지만, 원자력기술의 사용에 따른 사회적·도덕적 철학적 문제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영향력이 없다. 이 때문에 센터는 원자력의 평화적인 사용을 위해 필수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윤리적 책임의 입장에서 핵비확산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자 설립되었다. 또한, 핵비확산 분야의 국제적 싱크탱크(Think Tank)로서 기술적 전문성에 근거한 정책적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이를 통해 다양한 국내외 학술교류 활동을 펼쳐 원자력 기술의 평화적 이용과 관련된 다양한 국제적 핵비확산 논의를 주도하며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기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센터를 이끌고 있는 임만성 교수는 “센터는 현재 다양한 분야의 연구진과 자문위원단으로 구성되어 다학제적 융합연구 및 교육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교육과 연구, 국제적인 협력교류와 원자력의 바른 사용에 대한 국가적인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라며 센터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국제적 융합인재 양성하는 문화 확산
‘핵비확산 교육연구센터’는 현재 국내 유일의 대학 내 핵비확산 센터로 국내 정부기관과 언론계, 교육계를 대상으로 핵비확산 분야의 교육과 연구를 유기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센터에 원자력 및 국제관계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계절학기(교환학생) 및 1년 인증(Certificate)과정, 석·박사과정을 개설하여 핵비확산 관련 교육과 연구를 통해 핵비확산 문제의 연구와 핵정책 수립에 이바지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게 된다. 이러한 교육과정은 원자력 기술에 대한 공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원자력공학, 원자력 리스크 관리 및 커뮤니케이션 등과 같은 핵비확산의 정치·사회적 문제들을 다루게 된다. 또한, 현재 국제적으로 핵비확산 분야의 싱크탱크는 주로 핵보유국의 입장에서 국제정치 및 국제안보적 시각의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는데, 센터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및 연료 주기와 관련된 비확산이슈에 연구의 초점을 맞췄다. 특별히 기술적인 전문성과 정책적인 고찰이 동시에 필요한 문제들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여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 인지도가 있는 연구기관으로 자리 잡을 계획이다. 특별히 금년 여름부터 국내 및 전 세계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대한민국의 비확산연구노력을 알리는 ‘Summer fellows’ 프로그램도 시작할 예정이다.
임만성 교수는 “세계적으로 융합인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원자력 분야 역시 사회적, 환경적, 국제적인 부분을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때문에 저희 센터 프로그램을 통해 국제적 융합인재 양성 문화를 확산시키는데 이바지하는 인재를 배출시킬 것으로 기대합니다”라며 “사회적·도덕적 책임을 갖는 인재를 양성해내면 궁극적으로 국가위상을 높이는데 한 축을 담당할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