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자본의 유착관계 ‘대한민국 호‘ 침몰 앞당겨
권력과 자본의 유착관계 ‘대한민국 호‘ 침몰 앞당겨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4.06.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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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Social Focus] 관피아


권력과 자본의 유착관계 ‘대한민국 호‘ 침몰 앞당겨


관피아 척결, 김영란법 처리 관심



홍콩 정치경제리스크컨설턴시(PERC)의 부패지수에서 7점은 ‘청렴국’과 ‘부패국’의 경계선이다. 2014년 7.05점으로 처음 7점대에 진입한 한국 밑으로는 중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이 줄지어 섰다. 지난 10년간 5점대와 6점대를 오르내리며 겨우 체면치레를 했던 한국이 ‘부패국’으로 전락한 데는 박약한 정부의 부패청산 의지와 정·관·업계의 뿌리 깊은 부패 관행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근절되지 않는 전관예우와 현직과 퇴직 공무원을 매개로 한 관민(官民) 유착으로 인한 부정부패는 ‘관피아(관료+마피아)’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전면적인 국가 개조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부정·부패 청산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 ‘해피아’

현재 해양수산부(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14곳 가운데 해수부 출신이 기관장인 곳은 11곳에 이른다. 한국해운조합은 주성호 이사장을 포함, 역대 이사장 12명 가운데 10명이 해수부 출신이다. 해운조합 본부장 3명 가운데 2명도 해수부와 해양경찰청 고위간부 출신으로 사실상 한국해운조합 고위직은 해피아가 장악한 채 놓지 않고 있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대형 선박에 대한 안전검사를 진행하는 한국선급도 해피아의 그늘 아래 있다. 한국선급은 1960년 출범한 이후 12명의 이사장 가운데 8명이 해수부를 포함한 정부 관료 출신이었다.

해수부 출신이 산하기관의 장을 맡다보니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질리 만무하다. 해피아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장관조차 조직 장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해수부 역대 17명의 장관 가운데 해수부 내부 출신은 이항규, 최낙정, 강무현 장관 3명에 불과하다. 그 외 대부분은 경제부처 관료 출신이나 정치인 출신이 장관 자리를 맡다보니 업무 이해도가 떨어지고 조직 장악이 힘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더불어 해피아들은 특정 대학 출신으로 똘똘 뭉치는 경우가 많다. 배타적인 문화가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장관이 계속 오다보니 그들만의 리그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위의 지적에 대해 한 해수부 공무원은 “해수부 출신이 있는 해운조합이나 한국선급 같은 기관들이 이번 사고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만큼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세월호 사고가 수습된 이후 해수부 차원에서도 개선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세월호 사고로 선박안전관리 책임이 불거지자, 선박운항관리 업무를 해운조합에서 떼어내고, 한국선급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국내 선급시장을 개방하는 등 뒤늦게 대책마련에 급급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와 해수부의 선후배 관계로 얽혀있는 공무원과 관련 기관 운영진들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이 마련하는 대책에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직 이후가 더 화려하다 ‘산피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산하 대표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 5,190억 원, 순이익 1,855억을 달성했다. 2010년 1조 7,800억 원, 2011년 1조 원, 2012년 8,18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2008년 이후 줄곧 적자를 봤던 한전은 6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2013년 1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이 각각 4.0%와 5.4% 오른 것이 한전의 적자탈출에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한전의 흑자전환에 전·현직 산업부 관료들의 이해집단인 산피아의 힘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공무원들은 내부적으로 한전의 누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선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 인상에는 인색했다. 이명박 정부 내내 한전 사장에 임명된 민간기업 CEO출신 김쌍수, 김중겸 전 사장이 산업부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작용한 것이다. 하지만 2012년 12월 산업부 차관 출신인 A사장이 한전 사장에 부임하자 두 차례나 전기요금을 인상해줬다. 외부에서는 A사장과 산업부 후배 관료들과의 협조관계를 요금인상의 결정적 요인으로 주목한다.

일반적으로 퇴직 후 공공기관 등에서 퇴직 후 첫 일자리를 제공받는 산피아들은 기업들로 구성된 민간 업계단체 및 협회의 상근 회장이나 부회장으로 재취업 한다. 재계에서는 산업부 관료들이 퇴임 후 갈 수 있는 자리가 1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산자부 퇴직 관료들의 모임인 ‘상우회(商友會)’란 모임에는 1,300명의 퇴직관료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료들의 재취업 구조가 민관 유착 구조의 배경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한 전직 관료는 “산업부 관료들과 정책 협의 등을 할 때마다 국민경제 전체 관점보다는 업계의 이해관계 논리로 사안을 접근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면서 “퇴직 후 취업 등을 연결고리로 해서 구축된 민간업체와 관료사회의 관계가 전반적인 정책 수립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한국 원전 뒤흔드는 ‘원전마피아’

원전 마피아들의 비리문제는 지난해 5월 신고리 원전 1,2호기와 신월성 1호기가 가동을 멈추면서 불거졌다. 원전에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부품이 사용됐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비리·상납구조가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다. 정부가 가동중지 3기와 건설 중인 5기의 원전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 총 2,010건의 시험성적 조작 등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가동 중인 20기의 원전에서는 277건의 서류 조작이 확인됐으며, 2013년 사상 최악의 전력난은 비리로 인한 인재(人災)였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전문가들은 원자력 발전 업계의 유착관계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원전 마피아는 퇴직한 공직자들이 산하기관을 지배하는 과정에서 비리와 부정을 저지르는 일반적인 관료 마피아와는 다르다. 원자력 발전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라는 점이 오히려 이들을 마피아로 만든 출발점이었다. 원자력 관련 공학과가 설치된 특정대학을 중심으로 한 학맥이 원전 마피아들의 주요 숙주로 지목된다. 이들 대학 원자력공학과 출신들이 한국전력과 한수원 등에서 원전 관련 정책의 뼈대를 만든다는 점이 이 같은 구조를 만들었다. 원자력 정책을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도 원자력 지식 등 전문성이 떨어져 견제력을 행사하지 못할 정도다. 이 때문에 원전 발전사업자에 부품을 납품하거나 발전소 건설에 입찰하는 민간사업자들은 이들과 네트워크를 맺기 위해 원자력 전공자들을 채용한다. 몇몇 대학 원자력 관련과 출신들이 원전업계에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하게 된 배경이다.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전문가들은 특정한 분야의 전문성을 방패막이 삼아 자신들의 기득권을 확대 재생산하는 행위라고 꼬집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 원자력 관련 전공 개설 대학이 극소수라는 환경 때문에 원전 마피아 논란과 같은 독점 폐해가 나타난 측면이 있다”면서도 “한수원의 주요 핵심 기능에 일부 원전 관련 전공자 및 전문가들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원전 마피아로 인한 카르텔을 깨기 위해서는 한수원 독점체제를 깨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조직 분리 등을 통해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특정 분야의 전문성과 학맥 등에 의존한 기득권의 대물림이 일어날 여지가 적어진다는 것이다. 논란이 가중되자 한수원은 최근 삼성 출신 손병복 한울원자력본부장을 영입하는 등 대외 개방성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뿌리 깊은 비리구조를 깨는 데에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원자력 발전이라는 울타리를 거대한 장벽 삼아 기득권을 유지해온 원전 마피아들의 독식구조를 깨기 위해서는 정권 차원의 추진력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사외이사, 감사, 지주사 회장 등 금융권 곳곳엔 ‘모피아·금피아’

서민들의 전세자금대출에 보증을 서주고 주택연금을 공급하는 주택금융공사는 4개월 가까이 사실상 ‘경영 공백’ 상태다. 올 1월 17일 서종대 전(前) 주택금융공사 사장이 한국감정원장 자리에 지원하기 위해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후 후임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금융 공공기관의 고위직이 오랜 기간 공석으로 남는 이유는 이른바 모피아(옛 재무부 출신 관료)들의 복잡한 인사 방정식에 있다. 누구를 산하기관 수장으로 내려보낼 지 내부 교통정리를 하다가 시간을 끌고 “모피아가 독식한다”는 여론이 나오면 이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리면서 또 지체된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사장이 오래 자리를 비워도 당장 손실이 드러나진 않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비효율성은 크다”고 지적했다.

모피아와 금피아들은 현직에 있는 후배가 금융업계로 진출하는 선배의 일자리를 알아봐 주는 게 관행이 되면서, 금융사의 사외이사나 감사직에 자리 잡는다. 74명 중 감사로 재직 중인 사람이 29명(39.2%), 사외이사가 19명(25.7%)이었다. 감사 29명 중 금피아는 24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사외이사는 모피아가 19명 중 13명으로 다수를 이뤘다. 더불어 금융권역별 이익단체인 금융협회들의 회장, 부회장 자리는 모피아와 금피아가 나눠서 하고 있다. 현재 공석인 손해보험협회장을 뺀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생명보험협회, 은행연합회장은 모피아가 맡고 이들 5개 협회의 부회장은 모두 금감원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 모피아와 금피아 사이에 암묵적인 동맹관계가 형성된 모습을 두고 ‘노후 일자리 공동체’라고 표현한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현직에 있는 청년 모피아가 노년 모피아를 배려하는 생태계에서는 엄격한 중립성이 보장되는 금융정책과 감독이 이뤄지길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공무원들이 금융사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정부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금융권 돈을 활용하면서 한편으로는 이권을 허용해줘 적당한 공생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렇게 해선 금융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공무원은 금융감독에서 손을 떼 민간의 공적기구로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관피아 악습 끊기 위한 근본적 제재방안 마련

세월호 사고에서 부실 대처의 원인으로 지적된 관피아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자 일명 ‘김영란법’ 처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1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김영란법’에 대한 국회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면서 이 법안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영란법’의 정식명칭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이하 부정청탁 금지법안)'으로 지난 2011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입법화를 제시했다. 이 법안은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금품을 받거나 부정청탁을 들어준 공직자를 처벌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 법안은 지난해 정부 주도로 입법 발의되면서 일부가 수정됐다. ‘대가성·직무 관련성과 무관하게 처벌’한다는 내용을 ‘직무 관련성이 있어야 처벌한다’는 내용으로 수정했다. 직무 관련성이 없으면 형사처벌 대신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김영란법’은 현재 국회에서 9개월째 계류 중이다. 제대로 논의조차 된 적이 없다. 여기다 ‘김영란법’의 원안과 비슷한 내용의 법안들도 국회 정무위원회에 잠자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현재 ‘김영란법’의 국회 통과에는 공감하면서도 원안과 수정안 통과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 이완구 비상대책위원장은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새아침’ 인터뷰에서 “일명 김영란법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우리 사회가 서둘러서 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듯이 정치권이 이제는 우왕좌왕 하지 말고 단계를 밟아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내용을 검토해 신중하게 처리하자는 게 여당의 입장이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최고위원은 KBS1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법안을 원래 제안을 한 분도 ‘내가 제안한 김영란법’이 아니라고 얘기를 할 정도로 대가성 부분이나 직무연관성 부분이 변질돼있다. 그래서 지금 박영란법이라고도 한다”며 “우리 살을 도려내는 한이 있더라도 원안을 고수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근본적인 제재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세월호 침몰로 드러난 관피아의 악습은 쉽사리 끊기 어려운 연결고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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