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Issue] 新마녀사냥, 좋아요 문화
가벼운 클릭 한 번에 뒤따르는 무거운 책임, ‘Like’
무분별한 콘텐츠 공유가 탄생시킨 권력 악용의 현장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 문화가 낯설게 느껴지던 시절은 이미 옛 일이 되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오늘날,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SNS를 통해 자신의 일과를 사람들에게 알리거나, 타인의 일상을 훔쳐볼 수 있게 됐다.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SNS 인맥은 평소엔 연락하고 지내지 못했던 이들까지도 자기 일상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게 만들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우스갯소리로 떠도는 ‘현실친구 50명, SNS 친구 500명’이 더 이상 거짓말이 아닌 세상이 된 것이다.
SNS를 통해 확대된 광범위한 인맥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들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인맥 권력의 남용’ 문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유명인들의 SNS는 그들의 글을 구독하는 팔로우(follow) 수가 2~30만 명을 훌쩍 넘었으며, SNS에서의 활동만을 통해 그들의 닉네임(Nickname)을 알린 이들도 적지 않다. 문제는 공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이들과 일반 대중과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깝다는 데 있다. 최근 발생한 모 국회의원 아들의 SNS 파문처럼 이들이 별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은 몇 분도 채 지나지 않아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소재가 되었다.
억울한 피해 양산하는 ‘공감’의 깊이
지난 2월, 한 방송을 통해 소개된 ‘대형마트 파워블로거’ 사건은 네티즌들의 무분별한 ‘말 퍼 나르기’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해당 대형 마트는 특정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5천 원짜리 상품권을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마트 측이 실수로 엉뚱한 제품에 행사 표시를 붙여 놓았는데 한 손님이 그 물건을 들고 상품권을 받으러 온 것이다. 마트 측은 실수를 인정하며 기다리고 있던 손님에게 상품권을 제공했지만, 그는 ‘파워블로거인데 블로그에 올릴 거다’라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 손님은 자신의 블로그에 ‘직원이 곧바로 사과를 하지 않았다’, ‘화가 나서 잠을 못자겠다’는 내용의 글을 사진과 함께 올렸고, 해당 직원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10년 동안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두게 됐다. 수많은 네티즌들이 블로거의 글에 ‘공감’을 누르며 해당 직원을 비난했고, 이를 회사가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에다. 이 사건은 수많은 네티즌들의 정보망을 거느리고 있는 ‘파워블로거’가 자신의 권력을 얼마나 악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난해 경남에서 발생한 어린이집 영아 사망 사건의 경우는 네티즌들의 신상 털기, 괴담 유포 등의 행위가 얼마나 쉽게 ‘마녀사냥’으로 변질되며 당사자에게 상처를 주는지를 보여준다. 당시 창원의 한 어린이집 영아 사망 사건과 관련, SNS에서는 괴담이 퍼지기 시작했다. 6개월 된 A군이 어린이집에서 뇌사에 빠진 뒤 숨지자 보육교사의 학대를 눌러 싸고 논란이 불거지자 괴담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네티즌들은 SNS를 통해 A군의 할머니가 아이를 떨어뜨린 뒤 부모가 보상금을 노렸다는 등 억측을 쏟아냈다. 이미 다친 상태에서 어린이집에 맡겨졌고, 그 이유가 사망 보험금 4억을 타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이 괴담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통해 널리 유포됐고 네티즌들은 부모를 향한 의혹의 눈초리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방송을 통해 밝혀진 바로는 그날 할머니가 애를 보지도 않았으며, 아이는 사망보험에 가입되어 있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미 유산 경험이 있던 부모에게 SNS를 통한 악성루머는 더 큰 상처로 남게 되었다.
전후사정 모른 채 무차별적 비난에만 매달리는 네티즌
최근 발생한 시내버스 폭주 사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지난 3월 19일 자정, 서울 송파구에서 승객들을 태운 시내버스가 갑작스레 폭주했던 이 사고는 운전기사와 승객 한명이 숨지고, 17명이 중경상을 입은 참사로 기록됐다. 사고 이후 인터넷에서는 버스 폭주의 원인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첫 충돌 뒤 무려 1.1km를 달리며 차량 여러 대를 들이받고서야 멈춰선 원인이 차량 결함의 문제인가, 운전기사의 문제인가 하는 점이다. 네티즌들은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몇몇 목격자의 증언들을 커뮤니티 사이트와 페이스북을 통해 퍼다 날랐다. 운전기사가 졸음운전을 했으며 승객들이 멈추라고 수차례 소리쳤음에도 듣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른 가설로는 운전기사가 평소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고, 무리하게 늦은시간까지 운전을 하다가 심장발작이나 뇌졸중을 일으켰다는 이야기도 퍼졌다. 이런 가설들을 바탕으로 해당 운전기사를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동료 기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운전기사는 최근까지도 마라톤 풀코스를 뛰었을 만큼 매우 건강했고, 추후 공개된 블랙박스 영상에서는 마지막 사고 직전까지도 충돌을 피하려 이리저리 핸들을 돌리는 운전기사의 모습이 공개되며 이러한 가설들이 단지 루머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2012년에는 ‘국물녀’라는 단어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는 일이 있었다. ‘국물녀를 찾습니다’라는 게시글을 통해 논란이 된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자신을 피해 아동의 이모라고 밝힌 작성자는 초등학생인 조카가 엄마와 함께 서점 내 식당에 갔다가 된장 국물에 화상을 입었으며, 엄마가 아이를 화장실에 데리고 가 응급조치를 취하는 사이 ‘국물녀’는 자리를 떠나버렸다는 것이다. 심한 화상을 입은 아이 사진과 함께 올라온 글에 네티즌들은 격분하며 ‘국물녀’를 맹비난하는 한편, 목격자와 피의자를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서울 종로경찰서에 자진 출두한 ‘국물녀’는 식당에서 뛰어다니던 아이가 자신에게 와 부딪힌 것이며 자신도 손에 심한 화상을 입었지만 아이도 다친 것 같아 그냥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경찰이 공개한 CCTV를 통해 사실로 밝혀졌다.
그 외에도 ‘강호동 탈세 사건’이나 ‘채선당 임신부 폭행 사건’ 등 한쪽에 편중된 이야기나 단편적인 정보만을 보고 과장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현상은 계속해서 발생되고 있다. 이 현상에서의 주된 문제점은 이른바 ‘말 퍼 나르기’ 행위에 많은 네티즌들이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페이스북의 경우 간단히 ‘좋아요’ 버튼만 누르면 자신과 ‘친구 등록’을 한 모두에게 해당 글이 자동으로 노출된다는 점에서 ‘공유’에 대해 책임지는 것은 더없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