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조류학자 윤무부 박사/경희대학교 생물학과 명예교수
[기고] 조류학자 윤무부 박사/경희대학교 생물학과 명예교수
  • 임성희 기자
  • 승인 2014.05.23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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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임성희 기자]

[기고] 조류학자 윤무부 박사/경희대학교 생물학과 명예교수




제비가 사라지면 인간도 살 수 없다


처마 밑 제비들은 어디로 갔을까





옛날 서울 근교의 처마 밑 제비 둥지는 5월 말에는 집집마다 흔히 볼 수 있었다. 새벽에 제비들의 시끄러운 지저귐 때문에 젊은 신혼부부들은 잠자는데 방해가 된다고 하여 본인에게 전화도 많이 왔었다. 어떤 신혼부부는 할아버지, 할머니 몰래 제비 둥지를 감쪽같이 뜯어내기도 하였다. 왜냐하면 젊은  부부들에게 새벽 4시에는 사랑을 하는 시간이고, 고음을 가지는 제비의 노래 소리는 신경이 많이 쓰인다. 하지만, 노인들에게 새벽 4시는 잠을 깨우는 시간이며, 농부들이 하루를 시작하고, 머리가 가장 맑은 시간이며, 흥부·놀부전의 옛날 재미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시간이기도 하다. 또한 제비는 기상케스터이다.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제비가 공중에서 낮게 날면, 곧 비가 올 것이라고 하였고, 제비가 높이 날면 날씨가 쾌청하였다. 제비뿐만 아니라, 바닷가 사람들은 바다갈매기가 무리지어 해안가로 오면 곧 태풍이 온다고 하였다.




제비의 원래 조상은 높은 산 암벽에 집단으로 살았다

영국의 유명한 진화학자에 의하면, 제비, 딱새, 유리새 등은 새가 작다보니 천적인 매, 수리, 뱀, 담비 등을 피해 높은 산에서 살다가, 이러한 천적들 때문에 인간의 보호를 받기 위해 동네로 내려와 시골의 처마 밑 높은 곳에 둥지를 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마을 앞이나 들의 물가가 있는 마을에서 하루살이나 실잠자리 등의 먹이가 많은 평지 마을에 살아왔다. 제비와 인간이 살아온 기간은 약 2만년이 된다고 진화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제비는 사람이 사는 집에만 둥지를 틀며,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에 절대로 둥지를 틀지 않는다. 아무리 깨끗하고 금방 이사 간 빈집에는 가지 않는다. 이것으로 보아 제비는 사람들의 보호받기 위해 살며, 야생의 조류 중에서 제비만이 인간과 가장 가까이 살아가는 새이다. 두 번째로 인간과 가까이 사는 새로는 딱새, 세 번째로 인간과 가까이 사는 새는 지붕 사이에 번식하는 할미새 등이 있다. 또한 인간과 가장 멀리 사는 새로는 어떤 종이 있을까? 오리류, 도요류, 물떼새류, 매류, 독수리류, 갈매기류, 앨버트로스류, 펭귄류들이다. 즉 이러한 종들은 대부분 매, 수리를 제외하고는 천적이나 먹이가 풍부한 곳에 사는 새들일 것이다.




제비는 여름철새

제비종류는 지구상에서 남극과 북극을 제외한 지역인 유럽, 아프리카, 호주, 아시아, 북미, 남미 등에 총 81종의 제비종류가 살며, 우리나라는 여름철새인 제비, 귀제비(맥매구리), 나그네새(통과새)인 갈색제비(번식지는 몽골), 흰털발제비(번식지는 몰골, 우즈베키스탄) 등이 있으며, 갈색제비는 제비들 이동 중에 약 제비 100마리 무리 중 1~2마리, 흰털발제비는 1~2마리가 단독으로 서해안에서 이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제비는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우리나라를 제1의 고향으로 하며, 가을엔 강남인 태국의 방콕을 제2의 고향으로 한다. 매년 일 년 중 6개월은 한국 고향에서 지내고, 겨울의 대부분 6개월은 태국에서 지낸다. 즉, 한국은 출생지이며, 강남인 태국은 직장인 샘이다. 왜 이 작은 새가 멀리까지 약 일천 킬로미터를 꼭 가야할 이유는 무엇일까? 겨울새인 오리류나 기러기류, 고니류, 두루미류는 몸에 따뜻한 오리털이나 몸속에 지방층으로 구성되어 있고, 여름철새인 제비, 꾀꼬리, 뻐꾸기, 유리새 등은 깃털도 적고, 지방층도 없어 추운 겨울을 날 수 없다. 결국 철새들은 먼 거리를 이동 중 40%가 죽어가면서 강남인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베트남 등지로 즉 영상 30도가 넘는 곳으로 여름철새들이 이동하는 것이다. 강남인 태국 등지는 우리나라 기온과 비슷하고 먹이도 풍부하지만, 여름에 짝짓기, 둥지 만들기, 알 낳기, 새끼 기르기에는 너무나 덮고 습도가 높아 찜질방과 같아서 번식할 수 없어 우리나라 고향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탄생을 기다리는 제비알. 요즘 제비를 볼 수 없음을 아쉬워하는 윤무부 박사가 찍어서 보내 준 제비알. 제비들이 멸종하지 않길 바라본다.



제비와 환경

옛날부터 제비는 흥부·놀부전에서 보면 착한 일을 많이 한 사람은 강남 갔던 제비가 박씨를 가져와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와, 또 제비둥지에 가까이 가거나 제비를 만지면, 열병이 몸에 돈다는 것도 옛날 사람들은 제비를 보고 좋은 교훈을 많이 남겼다. 요즘 시골 농촌 처마 밑에 제비 둥지가 1~2개 있었으나, 최근 1980년도 경제발전과 더불어 농촌에 산림과 채소, 과일 등의 과잉 생산을 하다 보니, 해충을 죽이기 위해 독한 제초제와 농약을 뿌려 새들이 좋아하는 어린 벌레의 몸에 30여 년 동안 농축되어 살 수 없게 되었다. 특히 꾀꼬리가 좋아하는 호랑나비의 큰 유충이 없어져 꾀꼬리의 수가 줄고 있고, 휘파람새와 멧새가 좋아하는 배추나비 애벌레와 작은 나무 잎에 사는 각종 애벌레가 사라져, 지금은 이러한 새가 모두 사라졌거나 지금도 우리주변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시골의 논둑에 뿌린 제초제가 바람을 타고 계곡에 날아가 예쁜 나비들이 사라지고, 제비가 먹는 작은 날아다니는 벌레도 죽다보니, 강남 먼 거리를 이동하여 온 제비들이 다시 굶고 강남으로 돌아가야 하니, 제비들이 건강히 살 수 있겠는가? 한 예로 어떤 조류학자는 강원도 ‘인제휴게소’에 제비 둥지가 많은 이유가 ‘환경이 좋아서’라고 이야기한다. 환경이 좋아져서 제비가 많아지는 것이 아니라, 외등 근처 야간에 벌레가 몰려드니까 제비부모들이 새끼를 굻어 죽이지 않게 어미가 24시간 벌레를 잡아 먹이는 것이다. 요즘에 제비가 번식하는 곳은 거의 24시간 외등을 켜서 벌레가 많이 오는 곳(강원, 영월, 주천, 황둔빵집)이 있다. 아무튼 우리 주변에 제비와 인간이 함께 살 수 있는 건강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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