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아직 ‘검열 중’
대한민국은 아직 ‘검열 중’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4.05.2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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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Social Focus] 검열사회


대한민국은 아직 ‘검열 중’

인터넷 자유지수 통제국으로 분류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한국은 인터넷 검열과 차단 등으로 어둠의 시대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 “한국의 인터넷 환경이 과도한 검열과 규제 등으로 인해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을 옹호하는 국제 비정부기구인 프리덤하우스로부터는 ‘부분적 자유’ 국가로, 국경 없는 기자회로부터는 ‘감시 받는’ 나라 목록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속도가 빠르고 인터넷 보급률이 가장 높으며 페이스북보다 5년이나 빨리 싸이월드가 히트한 한국이 검열과 규제로 어떤 면으로는 ‘어둠의 시대’에 갇혀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인터넷 자유’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국경없는기자회의 ‘인터넷의 적’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인터넷 통제국으로 선정됐다. 중국이나 북한, 시리아나 이집트처럼 ‘인터넷의 적(enemy)’은 아니지만 ‘통제 아래 놓여 있는(under surveillance) 국가’로 지목된 것이다. 국경없는기자회의 보고서에서 거론한 통제의 근거는 북한 인터넷 차단과 박정근 씨 ‘우리민족끼리’ 리트윗 국가보안법 구속 사례, 다음 아고라에 글을 올린 미네르바 구속 사례 등이다. 보고서에는 방심위의 지난 2011년 트위터 계정 2mb18nomA 차단 사례도 언급되어 있다. 방통심의위는 2011년 5월 12일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송진용 씨의 트위터 계정을 유해정보로 판단해 접속 차단한 바 있으며, 해당 계정 차단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사용자가 작성한 글이 아닌 이용하는 계정명이 차단의 근거가 될 수 있는지 사회적 논란이 되었지만 방통심의위의 판단은 강행됐다. 또한 보고서에서는 북한 관련 인터넷이 차단되어 있고 친북 성향의 글을 올린 사람들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되었던 사례도 거론되어 있었다. 현재도 북한 도메인을 갖고 있거나 친북 성향의 페이지는 차단돼 있다. 로동신문이나 우리민족끼리가 대표적이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현재의 방심위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유신정권 때나 5공 정권 당시 문화 통제를 하던 검열기관과 이어진다”며 “1980년대까지는 콘텐츠의 절대적 생산량 자체가 적기 때문에 심의가 가능했는지 모르지만 지금처럼 사용자가 만들어낸 콘텐츠가 범람하고 인터넷을 통해 대량으로 유통되는 시대에 과연 심의가 가능한지부터 되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웹의 자유 옥죄는 ‘방송통신검열위원회’ 

  “귀하가 접속하려고 하는 정보(사이트)에서 불법·유해 내용이 제공되고 있어 해당 정보(사이트)에 대한 접속이 차단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인터넷을 서핑하면서 이 페이지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다면, 불법·유해 정보에 접속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갖고 있는 사람으로 간주될 수 있다. 방송심의위의 불법·유해사이트 경고 페이지인 Warning(경고) 페이지에 접속했기 때문이다. 차단 절차는 비교적 간단하다. 방송심의위 심의를 통해 차단 결정이 나면 결정 난 목록을 각 ISP(인터넷사업자)에게 전달한다. ISP들이 가지고 있는 ‘필터링 사이트 목록’에 새로 결정된 사이트 목록을 추가하는 형태다. 사용자 중 누군가 이 목록에 들어가 있는 사이트에 접속 시도를 하면, 필터링 장치가 동작해 접속을 끊고 대신 방심위의 warning.or.kr 페이지로 포위당하게 된다. 각종 피싱 링크를 통해 의도치 않게 우연하게 접속했더라도 접속자가 해당 사이트에 접속해 범했을지도 모르는 죄목은 다음과 같다. 안보위해 행위, 도박, 음란, 불법 약품 판매, 불법 마약류 판매, 상표권·저작권 침해…. 방송심의위의 경고 페이지에는 여러 불법행위 관련 단속 기관과 부서 이름이 연락할 수 있는 전화번호와 함께 나열돼 있다. 하지만 이 ‘경고’ 이후에 실제적인 행동까지 이어질 가망성은 없다. 접속이 차단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접속자는 ‘자신이 범했을지도 모르는’ 불법행위가 어떤 행위였는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위에 언급된 내용 중 하나일 것이라는 추정만 가능하다. 나열되어 있는 전화번호도 해당 기관의 대표번호가 대부분이며, 해당 기관에 연락해도 워닝페이지 너머 사이트가 무슨 이유에서 접속 금지되었는지 알 방법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다만 접속하려는 URL이나 링크를 통해서만 막연하게 추측할 뿐이다. 방송심의위는 매 분기별로 삭제, 이용해지, 차단조치가 된 사이트의 통계를 공개하고 있지만 사이트의 구체적인 주소 등은 공개하지 않는다. 이를 두고 방송심의위 관계자는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커뮤니티에서는 해당 페이지에 대한 불만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위키 사이트의 일종인 엔하위키의 해당 항목을 보면 ‘만화, 애니, 그리고 인터넷의 검열과 만악의 근원’이라는 표제로 워닝페이지를 소개한다. KCSC라는 방송심의위의 약칭을 따 방송통신검열위원회(Korea Censorship Standards Commission)라는 비아냥거림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방송심의위의 워닝사이트를 패러디한 ‘nowarning’이라는 사이트도 운영되고 있는데,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면 방송심의위의 차단 페이지를 우회해 들어갈 수 있는 인터넷 프락시서버 리스트들을 보여준다. ‘치토스팀’이라고 스스로를 밝히고 있는 이 페이지 운영자는 방송심의위의 차단이나 삭제조치가 인터넷의 근본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사이트 개설 취지를 “웹의 가치는 단순하고 명료했다. 이는 개방, 공유, 참여로 대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적 요인에 의해 여전히 전 세계의 많은 이들은 웹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한다. 웹의 자유로운 접근을 저해당하고 있는 것이다. 애초 웹의 기치에 반해 완전히 역행하고 있는 판국이다”라고 설명했다. 트위터 이용자 @grev***도 방통심의위를 “방송통제위원회라고 부른다”며 “IT 산업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기관”, “모든 것을 통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라고 비난했다. 또 @globalD****는 “접속차단 한다는데 불법정보의 기준은 뭡니까?”라고 되묻기도 했다.




4대 중독물질로 낙인찍힌 ‘게임’

  우리나라의 검열을 다루는데 있어서 게임은 빠져서는 안 될 아이템 중 하나다. 국내 게임시장은 2008년부터 해마다 10% 이상 성장하며 2012년 9조 7,525억 원, 지난해 10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한국이 수출한 문화콘텐츠 중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58%였다. 프로 게임 리그가 생긴 지도 10년이 넘어, 이제 프로 게이머가 장래희망이라는 청소년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게임은 청소년의 건강과 정신을 병들게 하는 중독물질로, 또 폭력성을 심화해 학교폭력을 낳는 주범으로도 지탄받는다. 이 같은 양면성으로 인해 게임은 검열의 대상이 됐다.  

  시작은 2010년 여성가족부가 입법 발의한 ‘셧다운제’다. 청소년들의 과다한 게임몰입을 막기 위해 16세 미만 청소년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한 셧다운제는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1년 11월 20일 시행됐다. 성인 인증만 거치면 뚫리는 허술한 강제성과 시차 불문 해외 거주 한국 청소년에게도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등 현실적 비판도 비등했다. 실제로 2012년엔 스타크래프트2 국제 경기에 출전한 15세의 한국 프로게이머가 경기 도중 셧다운제에 걸려 시합을 중도 포기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게임 중독’이 뇌 손상과 우울증을 야기한다는 일부 정신과 의사와 시민단체의 주장은 2013년 4월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하 중독예방관리법)을 통해 게임을 국가 차원에서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구체화 됐다. 이 법안은 알코올, 인터넷 게임, 도박, 마약을 이른바 ‘4대 중독 물질’로 지정,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신설해 생산과 유통, 판매를 관리하고 광고 및 판촉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게임을 ‘악(惡)’으로 바라보는 인식 안에서 청소년은 미숙한 통제대상일 뿐이다. 이병찬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은 “부모는 자식이 게임을 하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 무서운 것이다. 청소년만 빼 놓고 언론 정부 국회 학교 학부모의 이해관계가 일치 한다”고 말했다. 별을 보고 등교해 별을 보고 귀가하는 청소년이 유일하게 또래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온라인 게임 공간이라는 사실, 청소년의 수면권을 방해하는 건 게임이 아니라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 환경이라는 사실에는 눈을 감는다는 비판이다. 

  중독예방관리법 제정 움직임에 대응해 문화 콘텐츠 전반의 종사자들은 지난 해 11월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결집했다. 위원장을 맡은 만화가 박재동씨는 발족식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중독이란 ‘매혹’ 의 다른 말이다. 이 매혹은 수용자들이 선택할 문제다. 이것을 과연 국가가 정해줘야 하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이러한 스스로와의 싸움이 콘텐츠의 매력이고 인생의 매력이다. 그리고 이는 나아가 그 사회의 문화적 역량이다. (중략) 문화에 매혹된다는 것은 사람의 영혼이 치유된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문화인 게임을 규제하는 것은 학생들의 안식처를 빼앗아가는 것이다. 오히려 국가는 어떻게 아이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간이 주도하는 첫 독립 게임등급분류 기관 공식 출범

  한국처럼 인터넷 콘텐츠 전반을 행정 기관이 심의하는 경우는 외국의 사례에서는 거의 없다. 독일과 말레이시아는 국가가 기준만 세우고 심의는 자율기구가 담당한다. 터키와 호주는 인터넷의 행정 심의를 진행하는데 호주는 아동포르노에, 터키는 도박 등 몇 가지 정해진 사안에만 초점을 맞춘다. 대신 빈자리를 메우는 것이 바로 자율규제 기구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1996년 설립된 IWF(Internet Watch Foundation). 영국의 독립적인 자율규제 기구인 IWF는 인터넷 불법 콘텐츠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자국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유해하거나 불건전하다고 생각하는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접속을 신속히 제한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이 검열하는 대상은 아동음란물이나 범죄 유발, 인종차별 표현이 포함된 컨텐츠에 국한된다. IWF에는 인터넷업계 법조계 정부 교육분야 자선단체 국제기구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매년 활동을 기록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점차 자율 규제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박경신 방송심의위 위원은 “인터넷 심의는 불법 정보 위주로 심의하게 되는데 해당 콘텐츠가 불법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각 위원들의 가치관에 따라 불건전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터넷 심의의 경우 준 사법기관으로 가든지, 독립성 부여되는 민간 기구가 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 유통되면서 K-pop이 세계시장을 휩쓸자 문화관광부는 작년 11월 영등위가 심의했던 뮤직비디오를 자율 심의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문광부는 “음원 발매와 동시에 뮤직비디오 홍보가 시작되는 반면 현재 영등위가 진행하는 사전 심의는 시일이 걸려 산업 현실과 괴리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게임 업계에서는 민간이 주도하는 자율 게임등급분류를 도입했다. 지난 4월 13일 업계에 따르면 민간이 주도하는 첫 독립 게임등급분류 기관인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박태순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 사무국장은 “민간이 자율적으로 게임을 심의하게 된 만큼 기존 단점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숙제”라고 전했다.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는 게임문화재단 산하 기관으로 게임물관리위원회로부터 5년 위탁을 받아 게임등급심사 업무를 진행한다. 출범하는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는 18세 이하의 온라인·모바일·콘솔·기타 게임물을 심의하며 성인 게임물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심의한다. 빠르게 변하는 게임 시장 환경을 반영해 규제 위주가 아닌 자율적·합리적인 등급 심의를 한다는 취지다.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는 기존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책정한 심의 수수료 체계와 등급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혼선을 줄일 방침이다. 더불어 기존 틀은 유지하되 심의기간을 단축해 개발사가 적시에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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