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값은 ‘껑충’, 더 커진 상자 안은 ‘텅’
과자 값은 ‘껑충’, 더 커진 상자 안은 ‘텅’
  • 홍수정 기자
  • 승인 2014.05.2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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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포장, 달콤한 유혹 뒤에 숨겨진 제과업계의 소비자 기만 행태
[이슈메이커=홍수정 기자]

[Consumer Reports]


과자 값은 ‘껑충’, 더 커진 상자 안은 ‘텅’


과대포장, 달콤한 유혹 뒤에 숨겨진 제과업계의 소비자 기만 행태 




상품의 패키지 디자인은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아 구매로 이어지게 하기 때문에 제품 포장은 매출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최근 과자업계의 크고 화려한 포장은 과자 과대 포장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소비자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과자 과대포장’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과자 상자에 내용물만 채워 빈 공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 다량 검색된다. 이는 과대포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다. 





대폭 오른 과자 값, 포장만 ‘뻥튀기’ 


  네티즌들 사이에서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덤으로 왔네”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는 포장지 크기에 비해 내용물이 적고, 3분의 2 이상이 질소로 채워진 과자를 일컫는 말로 제과 업체의 꼼수를 지적한 것이다. 과자 포장 속 질소는 단순히 양을 부풀리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질소는 과자의 변질을 막아 오랜 시간 고유의 맛을 지키게 하고, 유통단계에서 과자가 부서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완충재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포장지를 뜯었을 때 드러나는 과자의 양은 소비자 불만을 야기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문제는 과대포장에서 끝나지 않고 늘어난 포장비용 이상으로 과자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과업계에서는 원재료 가격 인상과 안전한 포장을 핑계로 과대포장을 합리화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설탕, 원맥, 버터 등의 원재료 가격은 최근 3년간 10~42% 정도 내려갔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대부분의 원재료 가격이 내려간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올렸다는 제과업체들의 주장은 정당성이 없으며 마진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가격인상에 동참했던 제과 업계는 과대포장 논란만 일으키며 소비자의 신뢰를 잃었다. 소비자문제 연구소인 ‘컨슈머리서치’가 롯데제과, 오리온, 해태제과, 크라운제과 등 4개 제과업체에서 판매하는 과자 20종의 포장 비율을 측정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7개(85%) 제품의 내용물이 포장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오리온의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는 은박지 낱개 포장과 완충재를 걷어낸 실제 내용물의 부피가 박스부피의 16.8%에 불과했다. 포장 상자의 83.2%가 빈 공간으로 포장이 내용물보다 5배나 큰 것이다. 롯데제과의 ‘갸또 화이트’ 또한 낱개 포장과 트레이를 제거할 경우 최종포장에서 과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19.3%로 빈공간이 80.7%에 달했다. 이어 오리온 ‘리얼초콜릿 클래식 미니’는 빈 공간 비율이 77.6%, 크라운제과 ‘쿠크다스’(77.1%), 해태제과 ‘계란과자’(76.2%), 오리온 ‘참붕어빵’(72.3%) 등 70%이상 과대 포장 제품도 6개였다.


  그러나 과대포장을 막기 위해 제정된 환경부의 ‘제품의 포장 재질, 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빈 공간 비율이 20%를 넘어 규정을 위반한 제품은 5종에 불과하다. 포장 비율을 측정할 때 실제 내용물 기준이 아닌 1차 속 포장과 최종 상자 포장과의 비율만을 측정하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포장의 제한, 소비자 눈속임 방지, 자원 절약을 위해 제정된 규칙이 제 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체들은 법적 기준을 따르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며 낱개 포장, 질소 포장, 완충재, 받침접시(트레이) 등을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국산과자 인기 수입과자로 옮겨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었던 과자 과대 포장 논란은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으로 공론화되며 ‘국산과자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과대포장과 가격인상이라는 제과업계의 횡포에 소비자들은 수입과자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수입과자 매장을 찾은 한 소비자는 “수입과자 가격은 늘 그대로인데 국산 과자는 포장만 바꾸면서 가격을 올리니까 차라리 수입 과자에 손이 간다”고 말했다. 4월, 롯데마트의 국산과자 매출은 전년 대비 12.7% 하락했으나 수입과자는 12.6% 늘었다. 특히 과자 전체 매출이 7.8%로 떨어진 것에 비할 때 수입과자의 매출 신장은 두드러진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올해 수입과자 판매는 지난해 대비 25% 신장했다”며 “고객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수입 과자 판매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수입과자의 매출증대가 국내제과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실제 내용물과 관계없이 구매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겉모습만 화려하게 포장된 국내 제품은 과소비 풍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더불어 쓸데없이 포장지가 많이 들어가 자원 낭비가 심각해지고 과도한 폐기물을 양산하며 결과적으로는 환경문제를 유발하게 된다. 이에 컨슈머 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포장 횟수와 포장 측정 방식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행정기관의 강력한 지도단속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지만 제과 업계는 스스로도 가격인상과 과대포장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포장재를 회수하거나 재활용하고 불필요한 부속 포장재의 사용을 줄이게 되면 포장비용도 절감되고 환경오염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자 값 상승과 과대포장이라는 자충수로 수입과자에 역풍을 맞은 국내 제과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눈앞의 이익만을 좇다 소비자의 냉담함을 마주한 각 기업은 현재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다. 화려한 상술로 소비자 위에 군림하려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현명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새로운 활로를 개척해야 할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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