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의 과제 II] 침몰하는 한국 언론. 이대로 좋은가
[한국 언론의 과제 II] 침몰하는 한국 언론. 이대로 좋은가
  • 임성지 기자
  • 승인 2014.05.23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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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참된 역할이 무엇인지 되새겨야 할 시점
[이슈메이커=임성지 기자]


침몰하는 한국 언론. 이대로 좋은가

언론의 참된 역할이 무엇인지 되새겨야 할 시점




세월호 사고 이후, 국내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불신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언론에 대한 불신과 저항은 과거에도 있었다. 10여 년전 광우병 촛불집회 때 일부 대중은 조·중·동(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OUT을 외쳤고, 방송법이 개편되거나 방송국에 특정인사가 발령될 때마다 언론에 대한 비판을 했다. 하지만 이전의 불신과 저항은 정치적 성향의 차이, 또는 각각의 이해관계로 인해 발생된 사건으로 비춰지기만 했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사건이후 대중이 국내 언론을 적극적으로 배척한 경우는 없었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을 포함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주요 신문, 방송사에서 보도하는 정보를 믿기보다 SNS나 인터넷 방송, 개인방송 등 대안언론을 통한 정보에 대해 신뢰를 보이고 있다. 언론 기능의 핵심은 올바른 정보 제공에 있다. 즉, 정확한 정보를 대중에게 제공함으로써 어떤 현상, 사건, 주장의 본질이나 감추고 있는 이면을 뚜렷이 밝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언론의 기능이다. 




언론의 침몰

  지난 4월 24일 정운선 교육부 학생건강지원센터 센터장은 안산 단원고 3학년 학생이 쓴 ‘대한민국의 직업병에 걸린 기자들께’라는 제목의 편지를 소개했다. 편지의 내용 중 “기자였던 제 꿈이 바뀐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러분이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양심과 신념을 뒤로 한 채 가만히 있어도 죽을 만큼 힘든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분들, 애타게 기다리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줬기 때문입니다”라는 부분은 현재 언론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가장 잘 나타나는 대목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보도가 여론의 질타를 받으면서 언론에 대한 불신이 사회 전반에 확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세월호 실종자, 피해자 가족 등이 국내 주요 언론사를 제쳐 두고 외신이나 고발뉴스, 개인방송 등 대안언론에 취재협조를 하고 있다. 실제 영국의 공영방송인 BBC나 미국의 CNN, ABC, 일본의 아사히 등 세계 주요 외신들은 세월호 사건을 연일 보도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특히, BBC는 “한국 여객선 구조에 분노 터지다”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실종자, 피해자 가족들과 경찰의 대치상황을 인터넷판 메인기사로 다루었다. 또한, BBC는 진도에 있는 조나단 헤드라는 기자를 통해 “가족들이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로 가기로 결정, 육지로 가기 위해 다리를 건너는데 싸움이 벌어졌다”며 “항의자들이 서울로 향하는 것을 설득하려 총리까지 내려왔다. 이 충돌이 국가적으로 정치 이슈가 되고 정부에 해가 될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라고 전하며 이유를 분석하기도 했다. 이처럼 외신의 보도는 기존의 국내 보도와 차이를 보이고 있어 국내 주요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가중하고 있다. 

  세월호 피해자 가족을 포함, 대중이 국내 주요 언론을 불신하는 이유는 정부의 왜곡된 발표를 언론이 여과를 거치지 않고 그대로 전달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는 시각이 크다. 이는 실종자 구조작업을 위해 연일 최대 인력을 동원하고 있다는 정부의 발표를 언론에서 전달하는 것과 사고 현장에서 구조 소식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 9일째였던 4월 24일 주요 언론은 잠수대원이 대거 투입되었다는 정부의 발표를 보도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수십 대의 항공기와 수백 대의 함정이 운용되고, 700명이 넘는 잠수대원들이 교대로 선체에 진입해 구조작업을 진행했다고 전달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의 모습은 보도와 많은 차이가 있었고, 사건 초기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라는 대형 오보에 가뜩이나 불만이었던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가 표출되었다. 정부발표의 여과 없는 보도도 문제지만, 피해자, 실종자 가족을 대상으로 무리한 인터뷰 요청이나 근접 촬영도 큰 비난을 받았다. 또한, 포탈사이트의 어뷰징을 위한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도 문제가 되었다. 뉴스소비자의 대다수가 포털 검색어를 통해 유입되는 한국 언론의 현실에 포탈 검색에 의존해 트래픽을 올리고, 이 트래픽으로 수입을 올리는 몇몇 언론사의 행태에 대중의 분노가 더욱 커졌다.

  언론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자 지난 4월 17일 한국기자협회는 부적절한 기사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협회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취재보도 과정에서 일부 기자들의 섣부르고 경솔한 행동에 희생자 가족을 포함 국민들에게 상처를 줬다는 비판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드린다”며 “국가적 재난에 대한 보도에 신중을 기하고 재난보도준칙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엘로 저널리즘의 확산 불신을 가중시켜

  이번 세월호 사고에 관련된 대다수 언론은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한 자극적인 기사와 제대로 된 정보 확인 없이 특보성 기사를 보도했다. 이는 옐로 저널리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옐로 저널리즘이란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범죄·괴기 사건·성적 추문 등을 과대하게 취재·보도하는 저널리즘의 경향을 말한다. 

  옐로 저널리즘은 미국의 신문왕 조셉 퓰리처와 언론 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에 의해 탄생했다. 퓰리처는 “신문은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가르치는 도덕 교사”라고 믿는 한편, “재미없는 신문은 죄악”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이 때문에 그는 만평과 사진을 화려하게 쓰고, 체육부를 신설해 스포츠 기사를 비중있게 다루었으며, 흥미와 오락 위주의 일요판도 처음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선정주의에 호소함으로써 이른바 ‘옐로 저널리즘’을 탄생시켰다. 퓰리처는 1889년 《뉴욕 월드》 일요일판에 황색 옷을 입은 소년 《옐로 키드(yellow kid)》를 게재하였는데 이를 흉내 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뉴욕 저널》과의 사이에 선정주의(sensationalism)의 치열한 경쟁을 전개함으로써 이 호칭이 생겼다. 그 후 선정적 기사를 기재하는 신문을 옐로 프레스(yellow press) 또는 옐로 페이퍼(yellow paper)라 부르게 되었고 지금도 호주 출신의 언론왕 루퍼트 머독이 대표적인 옐로 저널리스트로 꼽히고 있다. 

  이 같은 선정적인 엘로 저널리즘은 한국 언론계에 팽배했다. 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보도되는 연예인 스캔들, 성추문 사건 등 다양한 형태로 보도되었다. 이번 세월호 사건 역시 전형적인 엘로 저널리즘의 형태를 보였으나, 이를 받아들이는 대중은 관심이 아닌 차가운 냉대와 불신으로 이어졌다. 세월호 사고 유가족 김아무개씨는 “정부가 생활안정대책을 유포하며 진실을 왜곡하고 ‘전 국민 장례축제’처럼 생색을 내는 행태를 언론에서 부추기고 있는 형색”이라며 “세월호 사고와 관련된 보도를 누구의 입장에서 해야 하는지 언론이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 언론은 끊임없는 불신에 시달려야 했고, 이제 공공의 적이 되었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나름의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대중의 적이 된 까닭은 가장 내보내고 싶은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장사가 될 사연, 사실을 외면하고 자극적인 메시지만을 골라 보도했기 때문이다.





언론 불신의 시작은 언론 통제?

  재미동포들이 뉴욕타임스에 세월호 사고로 인한 한국정부의 언론탄압과 민주주의 퇴행을 고발하는 전면광고를 올리기로 했다. 이미 광고를 싣고자 진행된 모금 운동은 목표액을 채운 상태이다. 이 광고는 한 여성이 4월 23일 미주 온라인커뮤니티인 ‘미시USA’ 게시판에 “뉴욕타임스에 한국정부의 나태와 무능 및 언론 통제를 고발하는 광고를 내자”는 글을 올린 것이 계기가 되었다. 모금을 추진한 한인들은 크라우드펀딩업체인 인디고고 홈페이지에 영어와 한글로 광고 캠페인의 취지를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공공연한 언론통제와 발언의 자유 억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한국민은 은폐왜곡 보도하는 주요방송과 대형일간지들에 의해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소규모의 인터넷 매체에서 독립적인 취재와 보도를 하고 있지만, 그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는 미국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뉴욕타임스 광고를 통해 세월호 침몰로 드러난 현 정부의 언론탄압과 반민주주의 행보를 규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인터넷 언론인 뉴스파타의 분석에 의하면 사고 초기 공영방송은 사고에 대한 뉴스를 120여 회 보도했지만, 더딘 구조와 실종자 가족에 대한 소식은 10여 회만 보도했다. 시간이 지나며 구조실패와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여론이 높아지자 공영방송사들은 오히려 세월호의 보도량을 크게 줄였다. 이에 따라 내용적인 면에서 정부에 불리한 방송을 회피하고 본질에 벗어난 내용을 집중 보도해 여론의 관심을 돌리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5월 1일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방통위 내부문건 <“세월호” 관련 재난상황반 운영계획>에 따르면, 방통위는 지난 22일 재난상황반을 구성, 범정부사고대책본부에 참여하면서 방송정책국에겐 ‘방송사 조정통제’임무를 부여했다. 또한, 방송기반국은 ‘방송오보내용’을, 이용자정책국은 ‘인터넷 오보’를 모니터링 하도록 했다. 이 문건에 의하면 정부는 세월호 관련 오보를 감시하겠다는 말이지만, 실상 정부에 의한 오보가 발생하는 상황을 비춰볼 때 언론 통제가 목적이라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기 전이었던 2월 10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인터넷판에 ‘한국이 인터넷 공룡인 진짜 이유’라는 제목의 해설기사에서 “한국인들이 이례적으로 빠른 인터넷 접속환경을 누리지만 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다”고 분석하며 “한국 인터넷의 일부분이 매주 정부의 검열로 끌어내려 진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요구로 지난해 국내 웹페이지 약 2만 3천 건이 삭제되고 6만 3천 건이 차단되었다고 언급했다.       

  



  현재 한국 언론은 세월호 사고를 기점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공영방송은 정부의 앵무새에 지나지 않고 기자는 기레기(기자+쓰레기의 합성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언론에 대한 불신이 지속할수록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는 없다. 정부가 언론을 통제한다는 의혹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참된 알 권리를 위해 힘써야 하는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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