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 “우리도 근로자입니다!”
[이슈메이커] “우리도 근로자입니다!”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8.08.0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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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우리도 근로자입니다!”
 
불빛 안 보이던 근무 환경, 개선 실마리 보이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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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에서 청소용역근로자로 활동하고 있는 A씨. 매년 반복되는 계약, 근무 환경을 개선해주겠다는 정부의 발표, 월급과 세금 문제로 반복되는 입씨름에 지칠 대로 지쳐있다. 수년째 계속된 화두지만, 정작 바뀐 것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력 감축으로 노동 강도는 더 높아졌다는 게 A씨의 주장. 업무의 특성상 젊은이들은 찾아보기 힘들고, 남아있는 인원들은 서로 격려하며 사업장을 지키고 있다. 충남 보령에서 연구용역근로자로 종사하고 있는 B씨. 그는 석사 학위를 가진 30대 중반의 인재임에도 불구, 내세울 만한 직장도, 경력도 없다. 업무 강도와 학력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급여와 연구와 생산을 넘나드는 부정확한 업무 경계, 이듬해 계약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설친다.
 
실직 살얼음판에 선 용역근로자
 
A씨와 B씨의 사례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대한민국 용역근로자의 현주소다.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용역근로자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1만 492원이다. 2016년 대비 15.8%가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정규직(시간당 임금총액 1만 8,835원)에 크게 못 미친다. 정규직 근로자와 용역근로자 사이에는 일일근로자, 기간제근로자, 단시간근로자, 파견근로자 등이 존재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용역근로자의 근무 환경이다. 정해진 시간, 계약된 만큼 노동을 하는 여타 근로자에 비해, 용역근로자는 자신의 근무시간이나 업무 강도를 조절하지 못한다. 현행법상 일 8시간 근무를 보장받고 싶어도, 사업장의 사정에 따라 달라지기 일쑤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근속 연수가 인정되지 않아 오랫동안 경력을 쌓아도 임금 인상은 어렵다. 게다가 고용주가 원청과의 계약에 실패하면 이들은 곧바로 실직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고용업체 입장에서는 입찰을 위해 경쟁을 해야 하다 보니 저임금, 고용 불안, 환경 악화 등은 피해갈 수 없다.
 
연구용역근로자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연구에 대한 원청의 무리한 요구에 하청 업체들은 프로젝트 진행을 서두른다. 빨리, 그리고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다음 프로젝트로 기업 생존을 이어갈 수 있기에, 연구를 수행하는 이들의 업무 강도는 살인적이다. 하지만 프로젝트 결과가 미흡하거나 수정·보완 사항 등으로 인한 원청의 대금 처리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어 하청 업체는 폐업이라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반대로 연구 프로젝트가 없을 경우, 계약된 연구용역근로자는 갑작스레 생산라인에 투입되기도 한다.
 
연구용역근로자 B씨는 “나이가 차며 할 수 있는 일거리가 있으면 어느 일이든 가리지 않고 하려고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타 지역에서 충남까지 넘어왔지만, 계약이 만료되는 올해 겨울에는, 어느 해보다 춥게 느껴질 것만 같다”며 “생산라인에서의 업무와 본래 임무인 연구를 병행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익숙한 환경에서의 업무가 아니다 보니 항상 사고의 위험에 노출돼있다. 하지만 고용주는 ‘나 몰라라’는 식이다. 갈데없는 용역근로자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처우개선 위한 움직임 시작
 
올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된 후 사업장에서는 용역근로자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정규직 근로자들의 노동 강도를 높이고, 초단기 아르바이트를 채용하거나 기존 용역 업무를 기존 근로자들이 수행하는 등 기형적인 행태가 발생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용역근로자의 처우 개선은 먼 얘기로 들린다. 하지만 최근 달라지고자 하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지난달 공주대학교는 청소·경비 용역근로자 123명 전원을 직고용으로 전환키로 했다고 밝혔고, 지난해 전북대학교 역시 청소용역근로자 119명 전원을 올해 1월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키로 해다. 코레일은 청소, 경비, 시설관리 업무 용역근로자 3천 750명을 계열사의 정규직으로 전환 채용하기로 결정, 올해 7월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단계적으로 코레일 계열사인 코레일테크(주)와 코레일관광개발(주)의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했다. 제주에너지공사의 경우 기존 용역업체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인 7월 1일부로 기존 용역근로자에 대한 정규직(공무직 6급) 전환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 다수의 지자체, 대학, 공기업 등에서 용역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이나 처우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하고 있다.
 
용역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5월, 기획재정부가 국가계약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노무 용역에 대해 노임단가 인상 등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근거를 마련하고, 이를 6월부터 시행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계약 금액 조정 제도는 정부가 청소·경비 등 공공 노무 용역 업체와 계약한 금액에 최저임금 인상을 반영해 재조정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제도개선으로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조달 참여 기업의 인건비 인상 부담이 경감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고 이행점검 및 보완조치 등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청소용역근로자 A씨는 “간접 고용에 대한 피해를 떠안는 용역근로자들이 바라는 점은 많지 않다. 우리도 한 사람의 근로자로서 최소한의 처우를 보장받고자 하는 것 뿐”이라며 “하청의 폐업에 의한 임금 체납이나 임금 지급 지연 등이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근로자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일에 대한 마땅한 보상 원칙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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