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 차용이고, 어디부터 표절인가
어디까지 차용이고, 어디부터 표절인가
  • 경준혁 기자
  • 승인 2014.04.25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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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경준혁 기자]

[Society Issue] 표절 논란



어디까지 차용이고, 어디부터 표절인가


다양한 형태로 증가하는 표절 논란. 문제는 표절에 대한 인식 부족





지난 1월 중순, 국민 모바일 게임이라는 ‘애니팡’의 후속작 ‘애니팡2’가 출시됐다. 현재의 모바일 게임시장 중흥을 앞서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애니팡’은 동시접속자 수 100만 명을 기록한 최초의 모바일 게임이었으며, 개발사 ‘선데이토즈’는 애니팡 출시 첫 해 매출 238억 원, 다음 해인 2013년에는 인수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할 만큼 큰 기업으로 성장했다. 소셜 메신저를 통한 모바일 수익구조를 정립하며 수많은 아류작을 탄생시킨 ‘애니팡’은 우리나라 게임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롤 모델로 손꼽히기도 했다. 전작의 명성을 잇는 ‘애니팡2’는 출시되자마자 구글플레이, 앱스토어에서 상위권을 장악하며 높은 기대감을 증명했다. 하지만 대중과 업계의 시선은 어느 때보다 차갑다. 바로 ‘표절’ 논란 때문이다.





  ‘선데이토즈’의 성공신화를 이끌었던 전작 ‘애니팡’ 또한 표절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가까운 블록을 움직여 3개 이상의 같은 색을 만들어 터뜨리는 이른바 ‘3-Way’ 방식의 퍼즐은 ‘비쥬얼드 블리츠’ 이후 오랫동안 퍼즐게임의 한 장르로 인식되어 왔다. ‘애니팡’ 또한 같은 방식을 ‘모바일로 옮겨왔을 뿐’인 게임이라는 점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었었다. 하지만 캐릭터 디자인, 음향 효과, 카카오톡과 연계한 경쟁·협력구도라는 점에서 나름의 평가와 모바일 게임의 전성시대를 열었다는 부분에서 비난의 화살을 피해갈 수 있었을 뿐이다.





독창성보다는 상업성 추구하게 된 결과


  이번작 ‘애니팡2’의 경우는 비난의 강도가 전작보다 거세다. 이미 수많은 스마트폰 유저들이 즐기고 있던 인기작 ‘캔디크러쉬 사가’와 게임방식면에서 다른 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하기 때문이다. ‘캔디크러쉬 사가’의 경우에는 최근 카카오톡과 연동된 버전을 새로 출시하며 더욱 인기가 높아진 상황이었다. 현재 앱스토어의 게임 리뷰란에는 ‘표절도 한두번이지’, ‘양심이 있어야지. 그냥 똑같이 만들어 놓고’, ‘대한민국 게임의 수치’ 등 유저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측 반응도 마찬가지다. 기존 게임의 답습도 모자라 ‘캔디크러쉬 사가의 애니팡 스킨 버전’이라는 평가까지 받는 ‘애니팡2’에 대해 한 개발자는 “게임성보다는 철저하게 상업성을 노리고 만든 게임이다. 원작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애니팡2를 즐기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으며, 또 다른 개발자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 두렵다.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 게임을 표절해도 뭐라 할 말이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더군다나 이번 작품의 경우 ‘애니팡’을 개발했을 당시의 작은 모바일게임 업체가 아닌 코스닥 상장사이면서 국내 모바일게임 업계를 이끄는 업체 중 하나인 ‘선데이토즈’의 개발작이라는 데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민국 모바일 게임시장을 대표하는 업체에서 표절작을 당당하게 내놨다는 데에충격이 더욱 큰 것이다. 



  사실 ‘애니팡’ 성공이후 모바일 게임 시장은 새로운 아이디어 없이 기존 게임방식을 이식한 작품들로 점철되어 오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말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게임박람회에는 해외 유명제작사(닌텐도, 블리자드, EA 등)의 작품들만 인기를 끌었을 뿐, 국내에서 개발된 게임들은 대부분 외면받았다. 단순히 자금과 규모의 차이만이 아니라 ‘독창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였다. 국내 부스 중 절반 이상을 모바일 게임이 차지했으며, 그 대부분은 비슷한 그래픽과 시스템, 스토리를 가진 채 애니팡에서 엿 본 수익구조만을 옮겨온 듯 인식됐기 때문이다. 한 소규모 게임제작사의 개발자는 “아직도 많은 개발자들은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됐다고 보이는 ‘표절작’들이 인기를 끌고 시장을 점유하게 된다면 어느 누가 새로운 게임을 만들려고 노력하겠는가”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자기복제 반복하는 방송계


표절 문제는 방송가에서도 심각하다. 2013년 최고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꼽히는 ‘꽃보다 할배’의 경우 KBS에서 이와 유사한 ‘마마도’를 제작하며 논란이 일었다. 5~60대의 중견 배우들이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컨셉으로 크게 성공한 ‘꽃보다 할배’의 포맷이 그대로 옮겨왔고, 단지 남자배우에서 여자배우로 성별만 바뀌었을 뿐이다. 그리고 아빠와 아이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컨셉의 ‘아빠, 어디가’를 표절했다는 논란이 일었던 ‘슈퍼맨이 돌아왔다’도 있다. 하지만 표절의 대상이 된 ‘아빠, 어디가’ 또한 ‘1박 2일’의 여행과 복불복 컨셉을 차용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기 장수프로그램인 ‘1박 2일’ 역시 방송초기 ‘무한도전’의 코너 중 하나에 여행 요소를 강화시켰을 뿐이라는 논란이 일었었다. ‘무한도전’도 표절의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하다. 이른바 표절이 표절을 낳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외에도 ‘나는 가수다’가 크게 히트를 치자 ‘불후의 명곡’은 기존의 포맷을 ‘나는 가수다’ 스타일로 변형시키며 인기를 끌었고, 외국 오디션 프로그램을 차용한 ‘슈퍼스타 K’의 성공 이후 ‘위대한 탄생’, ‘K팝스타’ 등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약간의 설정만 변경하며 범람하기 시작했다. 최근 방송 중인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만화 ‘설희’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방송프로그램 표절의 경우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표절이 ‘만성화’되어 거리낌 없이 행해진다는 것이다. 이 같은 행태가 급증하게 된 것은 ‘시청률 조사’가 방송편성과 수명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이후부터라는 의견이 대다수이다. 방송에서의 수익구조 창출을 위해서는 방송 전후에 붙는 광고수입이 필요하기 마련이고, 이 광고단가는 시청률에 따라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7년 넘게 시청률과 대중 반응에서 톱을 차지하고 있는 ‘무한도전’의 경우 방송 중간에 잠깐씩 노출되는 간접광고만으로도 15억 4,500만원(2013년 1~9월)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6월 방송된 ‘무한상사’편에서 정준하가 ‘생명의 다리’를 건너는 장면(5분가량)에 ‘삼성생명’이 5,000만원을 지불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방송 한 편에 소요되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광고비를 통한 제작비 회수가 필수적이며 이 때문에 방송 관계자들은 새로운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하게 된 것이다. 





표절서치프로그램에서 서약서까지... 인식의 전환 필요


표절은 다양한 분야에서 행해지고 있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표창원 교수, 문대성 의원, 사랑의 교회 오정현 목사의 논문 표절은 이들의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계속되는 논문 표절 논란에 각 대학에서는 표절 방지 프로그램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지난 1월 초 논문표절방지 프로그램인 ‘턴잇인(Turnitin)’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표절검색전문 데이터베이스인 턴잇인은 전 세계 120억 건의 웹페이지와 2900만 건 이상의 학술저널, 단행본 주요 신문, 잡지 등 가존 자료와 문자의 유사도 등을 비교해 표절 여부를 알려준다. 미국 UC버클리 대학생들이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98%에 달하는 영국 대학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한양대, 서강대 등 30여개 대학이 활용하고 있다. 한편 일부 대학원에서는 ‘표절방지서약’까지 받으며 표절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영국 사진작가 마이클 케나와 대한항공이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마이클 케나가 촬영한 ‘솔섬’의 사진과 구도가 유사한 사진을 대한항공 측에서 광고에 사용했기 때문이다. 해당 작품은 공모전에서 입상한 아마추어 작가의 사진으로 마이클 케나의 사진과 유사한 구도를 갖고 있고, 케나는 대한항공 측에서 고의적으로 해당 사진을 사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솔섬 자체를 누군가의 소유로 할 수는 없겠지만 지적 재산권의 차원에서 사진의 ‘구도’와 ‘창의성’은 소유권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솔섬이 알려지게 된 계기가 마이클 케나가 발표한 사진 때문이라는 것도 그의 사진이 가지는 가치를 높여주며 이를 무시한 채 광고를 강행한 대한항공 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할 충분한 명분이 되고 있다.


  그 외에도 인터넷에서는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1인 미디어 매체 등을 통해 연일 표절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파워블로거의 블로그 글을 표절하기도 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는 다른 사람이 했던 이야기를 마친 자신의 이야기처럼 올리다가 곤혹을 치르기도 한다. 이처럼 표절이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이디어 차용은 표절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앞서 설명했던 ‘선데이토즈’의 문규학 대표이사는 트위터를 통해 “세상에 100% 순수한 창조가 어디있겠어요? 따지자면 아이폰도 아주 잘 베낀거지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분명 차용과 표절은 다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표절’을 너무 쉽게 인식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문화의 질적 발전이 정체되고 말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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