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_ 상징물 Ⅱ] 부정적 상징물로 추락한 태극기의 위상
[이슈메이커_ 상징물 Ⅱ] 부정적 상징물로 추락한 태극기의 위상
  • 손보승 기자
  • 승인 2018.08.08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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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부정적 상징물로 추락한 태극기의 위상
 
사회 통합 효과 극대화 위한 대책 마련 절실
 

 

우리가 ‘올림픽’하면 오륜기를 떠올리고, 뉴욕하면 ‘자유의 여신상’이 생각나는 것처럼 상징물은 한 집단이나 지역을 직관적으로 소개하고 이들의 화합을 도모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상징물은 그 주체가 가진 특징이나 매력적인 요소를 함축시켜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상징물 속의 사회가 단결되어 있지 못하다면 이는 갈등의 원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국가가 없던 시절 국기를 흔든 사람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가 시상대에 서서, 혹은 월드컵에 나선 선수가 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국기를 응시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을 우리는 자주 볼 수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거리는 태극기 물결로 가득 차 다 함께 ‘우리나라 대표팀’을 응원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가상징물은 사회 통합이라는 순기능을 가진다. 특히 나라를 빼앗긴 채 민족정신까지 말살당한 질곡의 순간을 견뎌낸 우리 민족에게는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다. 3·1운동 당시 손에 태극기를 들고 독립만세를 외친 군중들의 시위는 국권이 없는 가운데서도 상징물이 가진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주는 교훈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역사적인 의식 개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또 하나의 상징물로는 ‘평화의 소녀상’이 대표적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 2011년 12월 서울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설치된 것을 시작으로 국내외에 널리 확산되어 여전히 사람들에게 일본제국주의의 만행을 기억하게 만들어준다.
 
그 반대선상에 있는 것은 일본의 ‘욱일기’ 사용을 들 수 있다. 일본은 여전히 육상·해상 자위대 공식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그동안 민간 외교관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상대적으로 나치 문양에 비해 덜 민감하게 반응하던 국제 사회에서도 조금씩 욱일기라는 상징물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 알려지고 있다. 이 역시 역설적으로 제국주의 상징물이 국내 여론을 통합하는 기능을 가져온 사례라 할 수 있다.
 
탄핵반대 집회 유탄 맞은 태극기
 
하지만 최근 들어 국민합의로 이뤄지는 국가상징물이 부정적으로 인식되며 사회 통합을 오히려 저해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정국에서 일부 보수층이 태극기를 자신들의 고유 상징물처럼 사용하며 부정적 인식이 늘어난 것이 꼽힌다. 모바일 설문조사 플랫폼 두잇서베이가 지난해 2,7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42%가 ‘최근 태극기를 보고 불편한 감정을 느꼈다’고 답했다. 불편함을 느낀 가장 큰 이유로는 ‘태극기가 특정 집단만의 상징물인 것처럼 느껴져서’였다.
 
이는 일반 시민들이 태극기를 국기가 아닌 특정 정치집단의 상징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위험한 신호이기도 하다. 실제 많은 젊은층에서 국경일에 집 앞에 태극기를 게양하는 대신 SNS에 사진을 올려 기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30대 직장인 A씨는 “한 단체가 태극기를 사용하면서부터 거부감이 생겼다”며 “국경일에 태극기를 달아야 한다는 사실은 당연히 알지만 정치성향이 오해받을까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역시 태극기 사용 자체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 맥락에서 문제될 것은 없지만 태극기를 사용하는 집단이 태극기와 동일시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촛불과 태극기로 대립각이 만들어지면서 태극기가 국민 모두의 것이 아니라, 일정한 사람들의 심볼로 인식됨에 따라 우리의 고유한 상징에 대한 의미가 왜곡되거나 그에 대한 부정적 리액션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상징물의 법률 제정 찬반 맞서
 
국가상징물이 보여주는 다양한 효과들을 살펴보면, 국민 전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상징물에 대한 애정과 국가에 대한 자긍심이 고취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국가 상징물을 법률로 명문화하자는 의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기인 태극기만 법률로 정해져 있고, 국가나 국화 등은 법령으로는 정해져 있지 않고 관행으로 이어져오고 있는 상황이다. 김원길 7대국가상징물연구소 소장은 한 칼럼에서 “국민이 공감하는 내용으로 발취·정립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오히려 국론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국민들이 나라의 상징물로 생각하는 것이 각각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막상 이를 공론화하면 논쟁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애국가를 부르거나 무궁화를 보호하며 의미를 되새기면 되는 것을 굳이 법으로 정하는 것은 과도한 애국주의 강요이다”고 주장했다. 애국가의 작곡가인 안익태의 친일 논란이나 작사자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도 여전히 ‘작사가 미상’이라는 점 등 해결해야 할 난관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남북 화해무드 분위기 속에 철원군은 노동당사 광장과 연봉제 삼거리 등 두 곳에 조형물을 제작해 분단의 아픔을 치유할 상징물로 삼을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우리에게 언젠가 ‘통일 국가’가 되었을 때는 또 다른 합의점을 찾기 위한 진통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이처럼 상징물이 가진 영향력만큼 이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소모적인 논쟁 대신 국가상징물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시민들 스스로가 숙고하고 성숙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국가 자긍심을 높여나가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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