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Ι] “우리자식 기죽일 수 없다”
[Special Report Ι] “우리자식 기죽일 수 없다”
  • 이종현 기자
  • 승인 2014.03.0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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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종현 기자]

[Special Report Ι] 청소년 등골브레이커

 

부모들의 과도한 자식사랑

 

“우리자식 기죽일 수 없다”

 

 

최근 우리사회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생활수준이 향상되어 그 어느 시기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청소년들의 과도한 소비문화가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부모의 등골을 부서트린다는 뜻의 ‘등골 브레이커’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인데, 사회 전반적으로 자신의 소비능력에 맞지 않는 과도한 소비가 이어지고 있다. 과소비로 비롯된 등골 브레이커라는 현상은 단순한 과소비를 넘어선 사회 쟁점으로 다가오고 있다.

 

▲ⓒ 노스페이스 홈페이지 캡쳐

 

부모의 등골을 휘게 만드는 제 2의 교복

아직 교복을 입는 청소년들에게는 ‘제 2의 교복’이 있다. 학생들이 마치 교복처럼 흔하게 착용하는 제품들을 지칭하는 것인데, 고가의 패딩이나 유명 메이커 운동화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과거에는 일명 ‘떡볶이 코트’로 불린 더블코트를 대표로 하여 유명 아이돌 스타들이 착용한 패션 아이템들이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옷을 입어야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학생 패션으로써 자리 잡은 제 2의 교복은 지난 4~5년 사이 대중의 관심을 받는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등골 브레이커’는 부모님의 허리를 부서트린다는 의미만큼이나 가정에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물품이나 이를 바라는 자녀들을 지칭하는 명칭이다. 즉, 등골 브레이커는 상품의 가격 면에서 품질, 용도나 디자인 등에 비추어 비합리적으로 비싼 물품을 추구하는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등골 브레이커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의 제품들이다. 초기에는 단순히 아웃도어 제품의 따뜻함에 끌려 착용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다양한 색상의 제품들이 나오면서 시장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기능성 아우터를 구입하는 학생들이 많아짐에 따라 아웃도어룩 외의 운동화나 트레이닝 팬츠 등의 시장도 활성화되었다. 유행에 민감한 젊은 학생들인 만큼 유명 연예인이나 인기 드라마에 나온 제품들은 물건이 없어서 못 팔정도라고 하는데, 이런 제품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비싼 고가의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근래에 제 2의 교복으로 떠오르고 있는 K사와 M사의 브랜드는 이전 N사보다 비싼 50~100만원 정도의 가격을 형성하고, M사 같은 경우에는 150~200만원을 넘는 제품들이 주를 이룬다.

과거 N사가 대표주자로 떠올랐던 제 2의 교복은 지금 여러 제품들이 경쟁하고 있는 추세이다. 패션에디터들은 업계에서 등장할 새로운 베스트 아이템의 등장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데, 이런 고가의 제품을 파는 브랜드들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물론 매출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고 브랜드들이 학생을 타겟으로 마케팅을 한 것은 아니고 학생들이 스스로 좋아서 구입한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학생 패션에 브랜드들의 책임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 패션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 소비자인 부모와 기업이 공생하는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브랜드들은 학생 패션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비싼 제품으로 청소년 사회 위태

근래의 한국 사회는 명품의 천국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에 조사 결과(2013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한 사람이 수입명품을 평균 9개 정도 갖고 있으며, 1년에 평균 271만원으로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수입명품을 사는 이유로 자기만족이라는 답변이 49.1%에 이르렀고, 품질이나 용도에 비해 과시적 소비가 뚜렷했다. 이런 과시적 소비가 돈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져 있고 다시 돈에 대한 집착이 소비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는 한국의 가치관과 경제성장으로 급격한 사회변화로 인한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어른들의 이런 문제가 청소년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등골브레이커 현상은 한국사회가 돈에 집착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는 예시로도 사용된다. 한 청소년 심리상담가는 “심리학적 측면에서 볼 때 사춘기의 청소년들은 자기중심성 사고를 하며 ‘상상 속 관중’을 염두에 두고 행동 한다”며 “누군가가 언제나 자신을 보고 있고 관심을 둔다고 믿는 청소년들이 타인의 시선을 더욱 신경 쓰게 돼 소비 욕구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롯데백화점의 전자제품 매장 관계자는 “고가의 신상품은 젊은 세대가 주요 소비층이고 청소년들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라며 “부모님과 함께 와서 구매하는 청소년이 대부분이며 꾸준하게 잘 팔립니다”라고 전했다.

이런 등골 브레이커로 지목되는 고가의 제품들은 부모들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들도 파생시키고 있다. 청소년 사회의 계급화나 청소년 폭력이 가장 큰 문제로 손꼽히는데, 청소년들이 즐겨 입는 패딩점퍼가 가격에 따라서 계급과 호칭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만 원대는 평민, 30만 원대는 중상위권, 60만 원대는 등골 브레이커에 속하며 가장 비산 모델은 대장이라고 부른다. 옷의 기능이 아니라 가격에 따라 피라미드 형태로 입는 사람의 계급이 나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착용하고자 하더라도, 주변에 의해 착용을 못 하는 경우가 있다. 고가의 제품을 입을 때에는 소위 ‘잘 나가는’ 학생들이 빼앗아가거나 주위의 비아냥거림을 들을 수 있어, 이런 등골 브레이커 현상은 제품을 떠나 학생들 간의 계급을 구분 짓는 현상을 자아내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

 

 

물질적 가치를 최고로 생각하는 청소년들

사회에 바람직한 꿈과 희망을 가져야 할 나이의 청소년들이 돈을 도덕적 정의보다 높게 산다는 것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청소년 지원 비영리단체 중 흥사단이 수도권 초중고 학생 6,000명을 대상으로 하여 ‘10억원이 생긴다면 1년간 감옥을 가도 괜찮은가’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중 고등학생 44%, 중학생 28%, 초등학생 12%가 ‘괜찮다’라고 답했는데, 이는 한국 청소년들의 물질만능 수준을 보여주는 조사결과로 그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2008년 일본청소년연구소가 한국, 일본, 미국, 중국의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 결과, 한국 학생들이 돈에 대한 가장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 한국 학생은 50%(일 33%, 중27%, 미 22.1%) 이상이 부자가 되는 게 성공한 인생이라고 답했고, 23.3%( 일13.4%, 중 5.6%, 미 21.2%)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떤 수단을 써도 괜찮다고 답했다. 54.3%( 미, 일, 중 모두 30% 대)는 돈으로 권력을 살 수 있다고도 응답했다. 일본청소년연구소의 의식조사결과와 함께 2012년, 13년에 조선일보를 비롯한 몇몇 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는 이러한 물질만능주의는 한국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은 돈과 행복을 동일시하는 정도가 다른 나라에 비하여 압도적으로 높았다. 덴마크가 47%, 인도네시아가 44.2%가 돈과 행복이 무관하다고 본 반면에 한국은 불과 7.2%가 돈과 행복이 무관하다고 답했다. 반대로 말하자면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약 6~7배나 더 돈과 행복을 동일시하며, 돈이 행복의 필수조건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http://utoman.tistory.com

 

청소년 소비문화를 위한 조기교육 필요

한국사회는 현재 과소비가 일상화 되어있는 기형사회이다. 등골 브레이커라고 불리는 청소년들 중 일부는 이미 성인이 되었다. 하지만 등골 브레이커였던 학생들이 성인이 되어 정상적인 소비문화를 누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홍두승 교수는 이화여대 등 6개 대학 교수팀과 함께 이들 대학 재학생 1,719명을 대상으로 한국 대학생의 의식과 생활에 관한 조사연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2.4%가 모조품 구입 경험이 있다고 하였고, 모조품에 대한 만족도 질문에서는 43%가 대체로 만족한다는 답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 명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학생도 33.2%에 달했다. 또 ‘돈이 없을 때 사고 싶은 명품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라는 질문에 43%가 포기한다고 답했지만, 20%는 살 때까지 돈을 모은다고 말해 명품 구입 욕구가 의외로 컸다. 명품 구입자 중 84%의 학생들은 명품 구입 후 만족했다고 응답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대학생 중 3명 중 1명은 명품 구입을 해 봤고, 이것이 과소비인 것은 알지만 자기만족을 위해 구입한다는 것이다. 이에 전 대덕대 총장 한숭동 교수는 청소년 경제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청소년 경제교육은 단순히 부자가 되는 길을 알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합리적인 소비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써야 하는지, 저축은 왜 해야 하는지 등을 가르쳐야 합니다”고 말하는 한 교수는 초중고 시절부터 제대로 된 경제 교과서로 청소년 경제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가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산업통상부자원부에서는 소비와 공급은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며 공급자가 또 다른 소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즉 소비가 공급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동시에 무분별한 과소비가 사회 전반적으로 지속될 경우 시장이 무너져, 이후 공급이 많아지거나 소비가 많아지는 디플레, 인플레 현상이 발생하며 경제가 침체될 수 있는 점을 지적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개별 소비자들은 가계의 재무구조가 장기적으로 건전하게 유지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소비를 지출하는 ‘착한 소비’를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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