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찾아오는 비극, ‘치매’
소리 없이 찾아오는 비극, ‘치매’
  • 이진광 기자
  • 승인 2014.03.0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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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진광 기자]

[Dementia Family] 치매

 

소리 없이 찾아오는 비극, ‘치매’

 

연이어 발생하는 치매 간병 살인

 

 

지난 1월 한 아이돌 가수의 부친과 조부모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있었다. 치매에 걸린 조부모를 오랜 기간 봉양해 오던 부친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부모님은 내가 모시고 간다’라는 유서를 남겼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가족의 개인사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치매환자 및 부양가족 문제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늘어만 가는 치매환자와 부양가족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급증하는 치매환자 인구

암보다 더 무서운 병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치매’다. 2013년 58만명이었던 국내 치매 환자는 2025년 1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치매를 유형별로 보면 알츠하이머가 71%, 혈관성치매가 24%, 기타 치매가 5%를 차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2008년 8.4%, 2010년 8.8%, 2012년 9.1%로 해마다 치솟고 있다. 2012년의 경우 남성 15만 6천 명, 여성 38만 5천 명 등 총 54만 1천 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추세라면 치매 인구는 2030년 127만 명, 2050년에는 271만 명으로 20년마다 2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치매에 걸린 상태는 아니지만 정상에서 치매로 이행되는 중간 단계인 ‘경도 인지 장애’ 유병률도 27.82%로 조사됐다. 치매 환자의 증가세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진료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2012년 한 해 치매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모두 29만 5천 370명으로 2003년에 비해 6.5배 이상 급증했다. 치매 진료비도 해마다 급증해 2006년 총 2천 51억 원에서 2011년 9천 994억 원으로 5년 사이 5배나 늘었다. 일본 대뇌생리학 대가인 마쓰바라 에이타 박사는 “건강하고 정상적인 40·50대 가운데 무려 80%에서 이미 치매의 싹이 발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치매 전문의에 따르면 “치매는 서서히 뇌에 독성물질이 쌓이다 발병하는 병이다”라고 소개하며, 10∼20대부터 예방에 관심을 가져야 치매 없는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전했다. 누구에게든 소리 없이 찾아오는 치매, 이에 대한 예방과 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다.

 

 

치매는 노인들에게만 찾아온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30대~50대에 속하는 ‘젊은 치매’ 환자는 2006년만 해도 4,055명이었지만 2011년에는 7,768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30대부터는 대뇌 회백질 혈류량이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하기 때문에 사실상 치매의 예비적 요인들이 마련되는 시기다. 이러한 육체적 변화와 더불어 한국 직장문화 특유의 난폭한 음주문화와 식습관의 서구화로 인한 고혈압과 당뇨의 높은 발병률이 치매환자 증가의 원인으로 꼽힌다. 사무직 직업군의 증가로 인한 운동부족도 젊은 세대에서 치매가 발생되는 이유이며, 디지털 매체를 활용한 업무와 여가가 급증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식습관으로 인한 돌발적 치매발생 환자들도 문제지만, 젊은 세대에게서 많이 발견되는 것이 디지털 치매 현상이다. 디지털 기기의 발달과 함께 사람들은 보다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되었지만 건망증을 비롯한 치매 현상의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의 등장으로 주소를 외우거나 길을 외울 일이 사라졌고, 일일이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도 없어졌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요즘 젊은 세대는 사람 대신 기억행위를 수행하는 디지털 기기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져 노년의 중증 치매와 다를 바 없는 치매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디지털 치매 현상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사회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할 시기에 치매 현상으로 겪는 개인의 문제는 고스란히 사회적 피해로 돌아온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30대가 실질적으로 치매가 준비되는 시기라는 점과 현재 급증하고 있는 젊은 치매 환자 수에 대해 개개인이 일찌감치 경각심을 느끼고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예방이 최선의 치료책인 치매의 성격상 젊은 나이에서부터 치매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예방 차원의 규칙적 생활과 습관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족구성원에서 삶의 짐으로 전락

대전의 한 50대는 생활이 어렵게 되자 치매를 앓고 있던 어머니를 살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 아이돌 가수의 부친과 조부모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발생한 사건이다. 이 같은 치매의 비극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3년 5월 청송에서는 4년 동안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봐온 80대 남성이 승용차에 아내를 태우고 저수지로 뛰어들어 함께 목숨을 끊었다. 같은 해 2월에는 치매에 걸린 80대 어머니를 간호하던 50대 아들이 어머니를 폭행해 숨지게 했다. 2012년 12월 70대 할머니가 치매에 걸린 남편을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이처럼 치매는 한 가정을 파탄내고, 기본적인 인간성도 상실케 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이 때문에 국가가 치매환자를 돌봐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치매환자 가운데 2013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수혜자는 17만 4천 여 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40여 만 명은 가족이 부담을 떠안고 있다. 지난 2008년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치매·중풍환자 등의 경우 시설이용료를 본인이 20%, 보험급여로 80%를 지원하는 사회보험제도다. 그러나 치매환자 가족에게 엄청난 부담을 안기고 치매환자 가족 60% 이상이 혜택의 사각지대에 있는 실정이다. 이에 치매가족협회 관계자는 “이제 정부는 치매를 더 이상 환자 가족에게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며, 정부 재정을 확충하고 요양 시설과 인력 확충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더불어 치매 간병 살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신적 부담이 큰 치매환자 가족들을 위해 심리상담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며, 치매환자와 가족을 돕기 위한 세밀한 종합대책을 촉구했다. 서동민 백석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치매를 간병하는 경우 경제적 부담은 물론 정신장애와 행동장애가 나타난다”며 환자로부터 폭력, 폭언 등에 노출되면서 우울증 증세를 호소하는 가족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전국 치매지원센터를 활용해 가족상담 등 치매환자 가족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SBS

 

치매환자 가족, 숨통 틔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치매로 인해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거나 도움이 필요한 경증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치매특별등급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금년 7월부터 경증치매 환자 약 5만 명이 추가로 장기요양서비스 혜택을 받게 된다. 치매특별등급 대상자는 요양급여 비용의 15%를 부담하면 최소 주 3회 주간보호 또는 방문요양서비스를 받는다. 치매특별등급 외의 경증치매 환자들은 지역사회 독거노인 돌봄서비스, 노-노 케어 방문서비스, 주간보호기관(day-care center) 이용 등 각종 돌봄서비스에 우선 대상자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찾아가는 치매검사 서비스’와 국가검진서비스 이용을 통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밖에도 올해 하반기 중 국가검진제도를 개선해 내년부터는 70세 이상 노인은 2년마다 치매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 경로당 또는 집에서 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편의도 제공한다. 또한 ‘치매’라는 단어의 부정적 이미지와 편견을 없애기 위해 질환 용어 변경도 추진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치매환자의 장기요양서비스 확대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경증 치매환자까지 장기요양보험을 확대하는 것이 대통령 공약인 만큼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수혜의 폭을 늘릴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공공시설 확충에 팔 걷어붙인 정부

앞으로는 어르신들과 치매환자 가족들의 부담을 경감시켜주기 위한 ‘치매전문병원’이 지정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강동원 의원(무소속)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요양병원 중에서 치매전문병원을 지정·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치매환자에게 전문적인 치료 및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치매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의된 치매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의료법에 따른 요양병원 중에서 치매전문병원을 지정·지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치매전문병원의 확대를 도모하고 치매환자에게 전문적인 치료 및 요양서비스를 제공해 치매질환의 악화를 방지하고 치매환자 가족의 육체적·심리적 부담을 경감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치매환자 수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치매를 노화현상의 결과로 잘못 인식해 치료시기를 놓치고, 관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치매의 특성을 반영한 전문화된 공립치매시설을 확충하고, 치매전문병원과 공공인프라에 대한 정부지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에 강동원 의원은 “정부에서 발표한 공립요양병원은 2013년 기준 71개소인데, 이 중 치매병원을 표방한 공립요양병원은 7개소에 불과하고, 그 외 절대다수는 장기요양이 필요한 노인들을 위한 노인요양병원으로 변모돼 왔다”라며, “치매환자의 증가속도에 비해 치매환자의 치료 및 요양에 필요한 전문병원이 크게 부족해 환자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전문화된 공립치매시설을 확충하고 치매전문병원과 관련 인프라에 대한 정부지원이 시급하다”고 입법취지를 밝혔다. 또한 강 의원은 “노인인구가 늘어나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만큼 치매환자도 급증해 치매환자는 물론 치매환자 가족의 고통이 크다. 조속히 국회에서 근거법률이 마련돼 치매전문병원을 지정해 국가와 지방자지단체가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고 전문적인 치료와 요양서비스가 제공돼 치매환자 및 가족들의 부담이 경감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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