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의 계보 잇는 든든한 버팀목
씨름의 계보 잇는 든든한 버팀목
  • 김남근 기자
  • 승인 2014.03.04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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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김남근 기자]

[Power Interview] 동아대학교 씨름부 송미현 감독

 

씨름의 계보 잇는 든든한 버팀목

 

열정과 노력이 바탕 된 성공의 열매를 맺다

 

씨름은 예로부터 내려오는 우리나라 전통 기예 중 하나로, 두 사람이 샅바나 띠, 바지 허리춤을 잡고 힘과 기술을 겨루는 투기 종목이다. 상대를 먼저 바닥에 넘어뜨리는 것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민속놀이이자 운동경기인 씨름은 영남지방에서 쓰는 우리말 가운데 서로 버티고 힘을 겨룬다는 것을 표현한 ‘씨룬다’에서 유래되어 현재의 ‘씨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1946년 ‘대한씨름협회’ 창설을 시작으로 80년대를 거치며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스포츠로 발돋움한 씨름은, 이만기, 이봉걸, 강호동 등 걸출한 스타를 배출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지만, 이후 2000년대에 들어서며 ‘국기’와 ‘민속’만을 내세우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류에 발맞추지 못하며 점차 인기가 사그라졌다. 이에 화려했던 대한민국 씨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선수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진정한 지도자의 역할

동아대학교 씨름부는 1962년 창단 이후, 국내 대학씨름의 명맥을 잇는 전통적인 강팀으로 우리나라 씨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서 30년째 감독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송미현 감독은 그동안 우리나라 씨름계의 걸출한 스타를 배출해 내며 지도자로서의 사명(使命)을 다 하고 있다. 그동안 황영호, 임채웅, 장준, 남동우, 최홍만 장사를 비롯한 많은 선수를 육성해내며 당당히 우리나라 씨름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대한민국 프로씨름 1세대인 송미현 감독을 만나 그의 씨름 인생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송미현 감독님께서 처음 씨름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어떻게 되시는지요.

“저는 씨름을 시작하기 전 중학교 때까지 배구선수로 활동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키가 이미 170cm를 넘었고, 큰 키에 비해 운동신경이 좋아 주변에서 배구에 대한 제의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 179cm를 기점으로 성장이 멈추며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 중학교 재학시절부터 계속해서 제의가 있었던 씨름으로 눈을 돌려 씨름계에 발을 담게 되었습니다. 처음 씨름을 시작할 때에는 어릴 때부터 해오던 배구와는 전혀 성격이 달라 살과 뼈를 깎는다는 말이 생각날 만큼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미래를 위해 인내하며 앞만 보고 달려갔습니다. 배구로 다져진 기초체력 덕분인지, 전향 후 1년 반 만에 전국대회 4강에 입상하는 성적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이후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며 동아대학교 씨름부로 오게 되었고, 1983년 프로씨름 원년에 금강장사 1품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후, 허리와 발목부상이 겹치며, 선수생활을 이어가기가 힘들게 되었습니다. 이때, 마침 모교인 동아대학교 씨름부에서 감독직 제의가 들어와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만 25세라는 젊은 나이에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며 많은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동아대학교에서 선수생활을 할 때에도 선수 겸 주장으로 팀을 이끈 경험을 높게 평가받아 팀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선수 시절 제게는 세 분의 스승님이 계셨습니다. 세 분 모두 각기 다른 지도방법으로 팀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으신 분들입니다. 저는 이분들 각각의 장점을 적절히 배합해 저만의 지도방식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젊은 감독이라는 장점을 살려 모든 훈련을 선수들과 똑같이 소화했고, 스승으로서, 선배로서 진심을 담아 선수들을 키워나갔습니다. 하지만 주변에선 저를 지도자로서 생명력이 길지 못할 것이라 얕보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부임 이듬해 전국대회에서 세 차례의 우승을 이루며 의심의 눈초리는 사라졌습니다.”

 

 

동아대학교 씨름부는 창단 이후 매년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대학씨름 최강자로 인정받고 있는데요. 이러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라고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주변에서는 저희 동아대학교 씨름부를 보고 ‘도깨비 같은 팀’이라고 얘기합니다. 우승할 전력이 아닌데 우승도 하고, 뛰어난 전력을 가지고도 예상 밖으로 우승을 못 하는 등 항상 재미있는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다른 훌륭한 감독님들에 비해 제가 지도력이 뛰어나거나 기술 전수를 잘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남보다 좀 더 선수를 엄하게, 열심히 선수들을 지도하는 편입니다. 경기장에서 선수 본인이 가지고 있는 실력 이상으로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지도자가 해줘야 할 몫이라 생각합니다.”

 

 

 

씨름에 대한 열정은 현재 진행 중

동아대학교 씨름부는 지난 2013년 추석장사씨름대회에서 대학생 씨름장사 ‘최성환’을 배출하며, 1983년 이만기 이후 30년 만에 체급별 장사씨름대회 한라급에서 대학생 우승자를 탄생시켰다. 더불어 2012년 전국체육대회에서 씨름 종목 사상 최초로 전국 시·도 대표 중 단일팀에서 4체급 석권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큰 화제가 되었다. 이 중심에는 동아대학교 씨름부를 이끄는 송미현 감독이 있었다.

 

 

지도자로서 많은 업적을 쌓으신 감독님의 운동에 대한 철학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의 철학은 단순명료합니다. ‘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평소 얼마만큼의 땀을 흘렸나, 상대를 얼마나 많이 관찰하고 분석하였느냐가 승패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기초체력부터 기술까지 꾸준히 연습하도록 지도하고, 선수들 상호 간의 경쟁심을 유발시켜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연구하고, 선수들도 스스로 상대에 대해 연구하도록 지도하고 격려하는 것이 저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훌륭한 선수로의 성장도 중요하지만, 인간으로서 참된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이끌어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엄격하게 규율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한편 선수들과의 대화를 통해 내면을 이해하고, 가정사정이나 고민에 대해 상담하고, 사랑으로 감싸는 아버지 같은 감독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영광에 비해 시장이 많이 축소된 우리나라 씨름에 대하여 안타까워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씨름은 5세기 고구려 벽화(각저총, 갈림성 집안현에 위치)에도 있듯이 우리 민족과 역사를 같이 합니다. 한때는 이만기 같은 스타 선수를 배출하면서 국민적 인기를 끌었지만, IMF 이후 현대프로씨름단을 제외하고 프로팀이 모두 해체되어 힘든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프로팀이 활성화 되지 못하다 보니 스타급 선수들의 연봉도 다른 운동 종목의 평균 연봉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사실 씨름은 다른 운동 종목보다 선수 생활이 더 짧지만, 국제경기가 없어 군 면제의 혜택, 체육연금을 받을 기회조차 없어서 안타까운 점이 많습니다. 국회에서 씨름 진흥법도 통과되어 우리도 일본 스모처럼 씨름 부흥을 기다려왔는데 아직 여러 가지로 미진합니다. 씨름협회와 씨름인 모두가 생각들을 바꾸고 단합하여 프로씨름이 다시 출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국민들께서 전통 고유의 민속씨름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사랑을 주시면 다시금 씨름의 전성기가 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송미현 감독의 씨름에 대한 열정은 아직 식지 않았다. ‘인내와 노력이 운명을 바꾼다’는 그의 말처럼 지난 30년간 견뎌온 인내와 노력의 밑거름에 희망과 꿈이라는 씨를 뿌려 성공이라는 운명의 나무가 자라나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오늘도 그의 씨름인생은 현재 진행 중이다. 이러한 그의 노력이 씨름계에 커다란 버팀목이 되어 또 다른 성공의 열매가 결실을 맺게 되는 대한민국 씨름계의 밝은 미래의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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