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세상을 이끈다 ‘우머노믹스(Womanomics)’
여성이 세상을 이끈다 ‘우머노믹스(Womanomics)’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4.03.0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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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Womanomics]

세계 여성의 날 기획

 

여성이 세상을 이끈다 ‘우머노믹스(Womanomics)’

 

정치에서부터 경제까지 유리천정을 뚫은 여성 리더십

 

 

역사적으로 여성은 주로 남자를 보조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여성들의 파워가 강해지면서 여성주도의 ‘우머노믹스’가 미래 경제의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는 각 분야의 여성리더들이 두드러지게 진출한 해였으며, 올해에도 글로벌 기업들의 승진자들이 발표되면서 여성의 리더십이 부각되는 중이다. 여성 리더들을 대표하는 섬세한 감성리더십이 리더십의 새로운 모델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정치, 경제면에 걸쳐 달라진 여성의 위상을 짚어보고자 한다.

 

 

여성 리더십, 전 세계 유권자의 마음 사로잡아

최근 세계 곳곳에서 많은 여성들이 고위직 공무원과 대통령, 총리의 직분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의회에 입성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그중 눈여겨 볼 곳은 알제리이다. 알제리는 오랫동안 안보 불안과 편견으로 여성의 정치 참여가 제한됐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그 어떤 나라보다 여성의 정치 참여율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이다. 실제로 유럽의회가 지난해 11월 25일에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알제리는 여성 정치 참여율 세계 2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직전 년도까지 121위에 그쳤으니 일 년 만에 약 100계단 가까이 뛰어오른 수치다. 120여 년 전 여성 참정권을 처음 인정한 뉴질랜드도 여성의 정치 참여율이 매우 높다. 혼합형 비례대표제(MMP)제도가 도입된 1996년 이후 꾸준히 여성의 정치 참여가 증가해 현재는 의회의 32%가 여성 인사로 구성돼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되는 ‘성(性) 격차지수’ 또한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아일랜드도 2013년 기준 의석수의 39.7%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 EU 28개국을 전체를 놓고 봐도 여성의 정치 참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럽의회 내 여성 의원 비율은 지난해 25%로 2005년 19%에서 증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임기 동안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국민으로부터 무티(Mutti:엄마)란 애칭을 얻었다. 메르켈이 친정엄마처럼 믿을 만한 지도자라는 국민적 민심이 반영된 것이다. 지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2011년 유럽 부채위기 속에서도 메르켈은 고용을 확대하고 수출을 늘리는 등 독일을 성공리에 이끌어왔다. 실제로 2013년 12월 독일의 실업률은 서동독 통일 이래 최저치인 6.9%로 집계됐다. 이는 유로존 평균인 12.1%에 크게 밑도는 수치다. 독일의 경상수지도 2007년 이래 계속 증가세를 이어가더니, 지난해 9월에는 유럽연합(EU)의 무역수지 초과 제한범위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6%를 넘어선 8%를 기록했다. 이러한 경제 성장에 독일 국민들은 3선 연임이란 선물을 메르켈에게 선사했다. 2013년 9월 독일 총선에서 메르켈은 압도적인 표차로 3선 연임에 성공했다. 그가 이번 임기 4년까지 채우면 유럽 최장수 여성 총리로 등극하게 된다.

자유의 나라인 미국은 여성이 상원의 20%, 하원 내 17.9%를 차지하는 데 그치고 있지만, 이들의 영향력만 놓고 평가한다면 남성 의원들을 능가한다. 곧 첫 여성 대통령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에 차있는 미국의 각종 여론 조사 기관들은 힐러리 클린턴을 강력한 대선 후보로 본다. 실제로 지난해 5월 퍼블릭 폴리시 폴링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자의 63%는 힐러리 전 장관을 차기 민주당 후보로 지명해야 한다고 답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13%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힐러리가 오바마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다.

‘칠레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미첼 바첼레트도 주목해야 할 여성 지도자다. 대통령 퇴임 당시 지지율 85%란 경이적인 기록을 내고도 선거법에 걸려 연임에 도전할 수 없었던 그가 다 풀지 못한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3월 컴백한다. 바첼레트는 이번 대선에서 무상교육 확대 등 복지제도를 확대하고 기업의 법인세를 높여 세수를 올리는 공약을 내세웠다. 특히,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그는 성난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시행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했다. 이에 칠레 여론은 바첼레트가 자녀 된 국민들의 상처에 약을 바르고 그 위에 붕대를 동여매 줄 것이라 기대하는 중이다.

 

 

여성 정치인 미래 밝지만 ‘더 큰 관심 절실’

여성의 정계 참여가 늘어나는 전 지구적 현상은 남성 중심의 정치에 대한 실망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싱크탱크인 부르킹스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미 연방정부를 비롯한 세계 각국 남성 정치권의 정쟁에 지쳤다”면서 “이에 화합과 대화를 강조하는 여성 정치인에게 희망을 거는 이들이 늘었다”고 평가했다. 여성이 더 청렴할 것이라는 기대 또한 그들을 의회와 수장의 자리로 올려 준 원동력이다. 오스트리아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스와니 헌트 하버드대 여성정책연구소장은 지난해 포린어페어지에 기고한 글에서 여성 정치인의 이점은 첫째 깨끗한 개혁정치를 실현하는 것이고, 둘째 여성 관련 이슈와 정책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적어도 오는 2016년까지 여성의 해가 될 것”이라며 “여성 정치인들은 효과적인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지난 1월 18일 캐나다 일간지 몬트리얼가제트는 여성의 정치참여를 위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여성 대학 졸업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정치계에서 리더가 되려는 이들은 소수라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의견을 함께하는 부분으로, 이들은 여성들이 정치 참여에 별 관심이 없는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으며 차기 여성 지도자가 나올 가능성을 스스로 낮추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이유로 캐나다에서는 15~17세 여자 아이들을 대상으로 지도자 훈련을 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마리아 모우런 블록당 전의원은 “여자 아이들에게 성별은 정치를 하는데 아무런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도 차세대 여성 지도자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고등 교육을 받고 있는 여학생 중 63%가 단 한 번도 정계에 진출할 생각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43%의 남학생들만 그렇다고 답변했다.

 

 

유리천장은 없다! 글로벌 여성 CEO

재계에서도 여성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들이 잇따라 기업의 수장으로 여성을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의 여성 CEO들로는 마리사 메이어 야후, 메리 바라 GM, 인드라누이 펩시, 멕 휘트먼 휴렛패커드(HP), 버지니아 로메티 IBM, 퍼트리샤 우츠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 메를린 휴스 록히드마틴 CEO 등이다.

“모든 일에 임할 때 남은 여생을 이것만을 위해 사는 것처럼 일하고, 주인의식을 갖고 행동으로 보여줘라.” 조직에 대한 헌신이 엿보이는 이 말은 GM 최고경영자 메리 바라의 인생철학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계에서 여성 수장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그녀는 더욱 주목을 받는다. 특히 미국에서 빅3(포드, GM, 크라이슬러)라고 불리는 자동차산업 가운데서도 1위 업체인 GM에서 여성 최고경영자가 임명되면서 전 세계 경제계에 미치는 상징성이 크다. 메리 바라는 1980년 인턴으로 GM에 입사해 내부 승진을 거듭하며 ‘유리천장’을 부순 인물이다. 그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개발 담당 부사장을 맡으며 자동차 플랫폼 단순화와 호환 부품수 축소로 생산성을 향상시켰다. 그 결과 그는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2014 역량 있는 여성 경제인’ 50명 중 최고 여성 경제인으로 선정됐다.

글로벌 기업 여성 CEO 중 ‘아메리칸 드림’의 대표 격으로 손꼽히는 인드라 누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인드라 누이는 코카콜라를 제치고 펩시를 업계 1위로 만든 존경 받는 여성 CEO 중 한 명이다. 인도 출신인 그녀가 외국인의 신분으로 미국 CEO자리까지 올랐다는 것 역시 시사 하는바가 크다. 미국에서 외국인 여성이 넘어야 하는 난관은 더 높기 때문이다.

또 한명의 사랑받는 여성 CEO가 있다. 바로 마리사 메이어다. 마리사 메이어는 구글 설립 엔지니어로 구글 웹 검색과 Gmail의 UI 서비스 등을 진두지휘했다. 이후 메이어는 구글에서 야후로 자리를 옮겼는데 메이어가 야후의 CEO로 취임했을 때 야후는 내부 혼란으로 5년간 주가가 40% 이상 하락하는 등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었다. 메이어는 적극적인 M&A로 야후의 주가를 두 배 넘게 끌어올리고 야후 방문자를 20%나 증가 시키는 등 활약을 톡톡히 했다. 2010년에는 포춘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50인에 서른일곱의 나이에 역대 최연소로 선정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권선주 IBK기업은행장도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앞서 언급된 포천이 선정한 ‘2014 역량 있는 여성 경제인’ 50대 여성 기업인으로 선정됐다. 한국 여성 기업인이 포천이 발표하는 유력인사 명단에 등장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포천은 지난해 12월 한국 최초 여성은행장으로 임명됐고 자산규모 2000억 달러, 전 세계 105위의 기업은행을 이끌게 됐다고 소개하며 47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포천은 권 행장이 영문학을 전공, 신흥국 시장에서 중소기업 공략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급변하는 세계 경제…부드러운 리더십 필요

그렇다면 이렇게 경제계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여성 경제인들의 강점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성공한 여성 경제인들은 남성적인 리더십과 더불어 부드러운 포용력과 섬세함을 함께 갖췄다고 평가하면서 급변하는 세계 경제에서 여성의 리더십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제임스 튤리 글로벌 회계법인인 어니스트 앤 영 CEO는 “여성이 갖고 있는 강인함이 글로벌 경제 회복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여성 CEO들은 세심하고 꼼꼼한 성격, 안정적이지만 강한 열망으로 회사를 성장시켜왔다”고 분석한다.

경제계에 여성들이 점차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은 멀기만 하다. 도무지 깨질 것 같지 않던 많은 곳에서 유리천장이 깨졌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차별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글로벌 기업에서 여성 CEO의 비율은 아직 낮다.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 중 여성 CEO비율은 아직 4.2%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여성 임원 확대를 위해 각종 제도 보완과 사회문화적 인식 변화, 여성 스스로의 적극적 자세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제도적 개선 방법 중 하나는 ‘여성 임원 할당제’다. 이미 유럽 국가들은 할당제를 도입해 효과를 거뒀다. 프랑스 또한 2010년 3년 내 20%, 6년 내 40%까지 여성 임원 비율을 충족하도록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외국의 연구들과 글로벌 리더들이 여성 인재를 활용하면 기업의 경영 성과가 좋아진다는 것을 이미 증명한 만큼 앞으로도 여성 임원 할당제를 도입하는 나라들은 더 늘어날 예정이다. 이에 우리나라 전문가들도 국내 기업 여성 임원이 희소한 만큼 여성 임원 할당제와 같은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강제적으로라도 여성 임원 숫자를 늘리면 기업문화가 바뀌고 하위직 여성들에게도 적잖은 동기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획일적인 할당제 시행은 자칫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기업 규모에 맞게 점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10대 그룹 계열사의 경우 여성 임원을 5년 내 1%, 10년 내 3% 등으로 점차 늘리는 여성 임원 할당제를 도입해볼 만하다. 비율 산정 과정에서는 구성원 간 합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정숙 한국여성단체협의회장도 “승진할 때 단계마다 일정 비율을 여성으로 할당하는 식의 승진 할당제를 실시하자”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사회 분위기와 제도적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정작 여성들 참여 의지가 없으면 곤란하다. 고등교육을 받은 많은 여성들은 사회로 진출한 여성 선배를 보면서 미리 자신의 진로를 ‘안정된 직업’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 스스로도 자신이 꿈꾸는 것을 실현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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