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무서워하는 것인가, 무시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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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광 기자
  • 승인 2014.02.03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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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진광 기자]

[Media Focus]

언론장악

 

한국 언론 ‘쥐락펴락’하는 정부

 

언론을 무서워하는 것인가, 무시하는 것인가

 

 

이명박 정부 때 불거진 문제점 중 하나는 언론장악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서 또다시 언론장악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최근 전국언론노조가 언론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JTBC 손석희 앵커에 대한 중징계 논란 등으로 정부의 언론 탄압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한 언론장악

이명박 전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활동하거나 친이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방송사 사장으로 임명되면서 ‘낙하산’ 파문이 일었고, 정부·여당 추천이 다수인 이사회 구조가 정권 편향적인 뉴스를 만들어 낸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언론장악 불만이 쌓이자 결국 2012년에는 언론사 총파업이 장기간 지속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방안이 거론된 것도 이때부터다. 2012년 10월 30일,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방송·통신인들과 만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심도 있게 논의할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여 실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공영방송 이사회가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균형 있게 반영하고, 사장 선출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투명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의 유일한 언론 관련 공약이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 4월, 국회에서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가 꾸려졌다. 정부조직법 개정을 위해 여야 협상의 과정에서 탄생한 6개월 한시 기구였지만,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안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됐다. 핵심 의제는 ‘사장선임 특별 다수제’와 ‘여야 추천 이사 몫 조정’으로, 이사회 재적 과반이 아니라 3분의 2의 동의로 공영방송 사장을 선임하는 것과, 정부·여당 추천이 다수인 이사회 비율을 조정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방송공정성특위는 활동기한이 2개월 더 연장됐는데도 불구하고 사실상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사장선임 특별다수제와 여야 추천 이사 몫 조정은 새누리당 특위 위원들의 반대로 불발됐다. 이에 전국언론노조 강성남 위원장은 청와대 때문에 무산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적어도 박근혜 정부에 들어 해직언론인 문제는 해결될 줄 알았는데, 결국 언론노조는 박근혜 정부에게 사기당하고 이용당한 거나 다름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더불어 정부는 내년 종편 재승인 심사를 엄격하게 한다고 말은 하는데, 그것마저도 말과 다르게 정치적 판단에 따라 진행할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짜고 치는’ 대통령 신년사

청와대가 박 대통령 취임 후 첫 기자회견 계획을 발표한 이후 ‘박 대통령이 소통에 나섰다’고 분위기를 띄운 언론들은 정작 기자회견에서 제대로 된 질문 하나 던지지 못했다. 1월 6일 질문에 나선 언론 중에는 박근혜 정권에 비판을 가하는 질문을 던진 언론이 한 곳도 없었다. 기자단 사이에서 질문자가 사전에 조율됐다고는 하지만 이전 기자회견 수준에 비쳐봤을 때 아쉬운 대목이라는 평이다. 특히 질문에 나선 일부 기자들은 의미 없는 질문으로 소중한 질의기회를 날리기도 했고, 청와대 측은 ‘질문자는 손을 들라’며 연출도 했다. 소통의 좋은 예로 소개되는 미국 백악관 기자회견의 경우에는 질문하는 기자와 대통령이 때론 언성을 높이면서 토론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반면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질문지가 미리 전달됐으니 즉석에서 나오는 대통령의 진솔한 말을 들을 수도 없었고, 추가질문이 없으니 박 대통령 설명 이후 이를 반박할 기회조차 없었다. 한 청와대 출입기자는 “기자회견 전에 이미 질문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추가질문은 없는 걸로 알고 있었다”며 “애초에 추가질문의 가능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이런 형태의 기자회견을 진행하다보니, 대통령이 기자회견으로 소통에 나섰다고 평가하던 언론들의 분위기도 좋지 못하다. 조선일보는 1월 7일 사설에서 “이번 회견으로 국민의 갈증이 얼마나 해소됐는지는 의문이다”라고 평했고, 동아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어제 소통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은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양재찬 아시아경제 논설위원은 “듣기 좋은 질문에 대해 준비한 하기 좋은 답변만으론 국민의 갈증을 달랠 수 없다”며 “껄끄러운 즉석 질문을 받고, 답변이 미진하면 보충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석희의 뉴스9’에 이어 ‘김현정의 뉴스쇼’도 중징계 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해 11월 JTBC ‘손석희의 뉴스9’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 사건보도에 대해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를 위반했다며 중징계를 추진해 논란이 됐다.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보도가 진보당 쪽 의견을 많이 전하고 그에 반대하는 쪽 내용은 적게 보도해 균형을 갖추지 못했고, 손 앵커가 공정한 진행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방통심의위가 CBS 간판 시사보도 프로그램인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해 중징계를 예고하고 나서면서 정치심의 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3일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11월 22일 시국미사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논란을 빚은 박창신 천주교 전주교구 원로신부를 인터뷰한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대해 법정제재 의견을 냈다. 정부·여당 추천위원들은 박창신 원로신부를 인터뷰한 해당 방송이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 2항과 제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며 주의(벌점 1점), 경고(벌점 2점), 관계자 징계 및 경고(벌점 4점) 등의 각각 다른 법정제재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여당추천 심의위원들은 “지난해 11월 22일 시국미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독도 문제에 비유하는 발언을 한 박창신 원로신부 인터뷰가 부적절했다”며 “진행자인 김현정 피디가 대선 개입이나 연평도 포격에 관해 사실관계가 분명하지 않은 내용을 정정하지 않고 박 신부의 손을 들어주는 식으로 넘어가 균형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CBS 양병삼 제작부장은 “시국미사에서 행한 박창신 신부의 발언이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왔고, 한편에선 발언의 진의가 왜곡됐다는 지적이 나오며 발언의 핵심과 정확한 맥락이 무엇인지가 주된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에, 박 신부 인터뷰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트위터에 “편파심의 일삼는 방통위 필요없다. 국민이 해산시켜야 한다”는 글을 올렸고 한 트위터리안은 “박근혜는 이미 이성을 잃었다. 그런데도 침묵만 하는 국민은 북한 사회를 원하는가?”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2014년 언론계의 전망은 ‘흐림’

2013년 한국 언론은 사실상 ‘암흑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바라기’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방송뉴스는 편파왜곡 논란을 빚었고, 종편은 ‘막말 방송’으로 1년 내내 도마 위에 올랐다. 왜곡보도와 편파방송을 심의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오히려 심의의 편파성으로 논란의 주체가 됐다. 공영방송 KBS는 ‘정권 홍보방송’이라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수신료 4000원 인상에 시동을 걸은 반면, ‘재벌방송’ JTBC는 손석희 체제가 들어서면서 방송뉴스 변화를 주도하기도 했다. 과연 2014년 한국 언론 전망은 어떨까. 올해는 종편 재허가 문제를 비롯해 MBC사장 선임 같은 굵직한 일정 등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언론계는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방송사들의 ‘정권 눈치보기’와 보수신문의 ‘관변화(官邊化)’ 경향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언론계의 최대 관심은 ‘손석희의 뉴스9’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는지 여부다. 시장논리로만 보면 손석희 사장은 당분간 교체될 가능성이 없다는 전망이다. 개편 전에 비해 시청률이 약 2배 올랐고, JTBC 내부에서는 손 사장이라면 시청률 3%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움직이면 상황은 달라진다. 한 언론관계자는 “지방선거 등 정치적 국면에서 JTBC 보도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다양한 루트를 통해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나 손석희 사장에게 압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중앙일보 내에서 JTBC 보도에 반감을 갖고 있는 인사들도 기회를 엿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관건은 손석희 뉴스를 지지하는 시청자 층의 ‘두께’이다. 전문가들은 JTBC가 시청률을 얼마나 유지하고 끌어올리느냐가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이명박 정부 때 공정보도와 낙하산 사장 퇴진 등을 외치다 해직된 언론인은 모두 16명이다. 해직언론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국회 방송공정성특위가 구성되었지만 8개월간의 활동 결과는 “해직 언론인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앞장설 것을 다짐한다”는 결의문을 내놓은 것이 다였다. 이에 언론노조는 해직언론인 문제를 해결하라며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농성을 했지만, 언론계는 박근혜 정부가 2014년에도 해직언론인 문제를 계속 방치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한 방통심의위의 불공정 심의 논란은 현재 위원회 구성 방식이 바뀌지 않은 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한 언론 전문가는 위원회가 대통령 추천 3인, 국회의장 추천 3인,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추천 3인으로 구성된다며 “특히 공정성 심의일 경우 정권에 유리한 심의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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