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논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논란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4.01.0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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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Smart Focus]

휴대폰 보조금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논란

 

투명한 유통질서 확립, 비웃는 대리점의 변종 영업

 

 

2014년 휴대폰 업계에서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30종 이상의 스마트폰이 국내 출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14년 출시상황에 맞춰 소비자들의 스마트폰의 활발한 수요가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추세와 달리 단말기의 보조금의 투명성을 위해 논의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일부 조항을 3년간만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보조금 규제를 피해 변종 단말기 거래, 어플리케이션 등 도를 넘은 보조금 영업이 성행하고 있는 현실이다.

 

 

휴대폰 단말기 유통개혁을 선언하다

지난 2013년 12월 18일 합의된 단말기유통구조 개선법에서 나타난 ‘3년 일몰제’는 당초 원안(原案)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갑자기 도입된 제도다. 영업 비밀을 이유로 유통 관련 자료 제출을 반대해온 삼성전자의 반발에 밀려 정부가 결국 한발짝 물러난 셈이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15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주재로 비공개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에 합의했다. 당일 회의에는 이날 각 부처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제출을 반대해온 휴대전화 유통 관련 자료의 범위와 폭을 제조사와 조율을 거쳐 조정하기로 했다. 당초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휴대전화 출고가와 판매량, 매출액, 보조금 등 4 개 정보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영업 비밀을 이유로 법안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결국 정부에 제출할 자료를 제조사와 조율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정부는 한발짝 더 물러나 제조사 자료 제출과 보조금 상한제를 3년간만 한시적으로 운용했다가 폐기하는 3년 일몰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이날 회의에서 각 부처 관계자들은 시장을 바로 잡으려면 긴급 처방이 필요하다는데 모두 동의했다”며 “다만 일각에서 시장 교란 행위가 사라졌는데도 법이 유지될 경우 제조사들에게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 일몰제를 도입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미래부는 단말기별 출고가·보조금·판매가 공시와 보조금 요금할인 선택제 등 다른 조항은 일몰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미래부는 이런 내용을 삼성전자에 통보했고 현재 삼성전자측의 수정된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정책 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또 새 규제를 만들어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3% 시장에서 불거진 문제를 고치려다 97% 글로벌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엄연한 마케팅 전략이자 영업비밀인 보조금 금액이 공개되면, 글로벌 사업에 큰 차질을 빚는다는 논리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천차만별의 가격으로 단말기를 구입하는 등 시장 실패가 엄연히 존재하고, 삼성전자가 100만원대 안팎의 고가폰을 중심으로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점,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단말기 교체 주기가 가장 짧다는 측면에서 삼성전자의 논리는 기득권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한 불평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성행하고 있는 페이백이 위험한 이유는 판매업자와 소비자 간의 약속을 증명할 만한 공식적인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늦게라도 페이백을 주면 다행이지만, 판매업체가 페이백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뒤 잠적해버리면 소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남은 할부원금을 고스란히 지급해야 한다.

 

왜 휴대폰만 제재하느냐? 업계의 반발

소비자의 입장에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은 ‘보조금 공시’와 ‘단말기 보조금-통신요금 할인 선택제’를 들 수 있다. 보조금 공시란 말 그대로 휴대폰을 구입할 때 얼마의 보조금이 적용되는지 사전에 보조금을 공개하는 것이다. 정부가 정한 공시기간 내에 이통사별로, 단말기 별로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적용되는 보조금을 공시한다. 예를 들어 한 이동통신사는 출고가 80만원의 A라는 스마트폰에는 30만원의 보조금을 쓰기로 책정했다고 생각해보자. 판매점이나 대리점에는 진열대에 놓인 스마트폰 옆에 '출고가 80만원, 현재 보조금 30만원, 실 구입가 50만원'이란 팻말을 전시하게 된다. 무조건 30만원의 보조금만 실리는 것은 아니다. 실제 영업 현장에선, 상황에 따라, 공시가의 15%까지 추가로 지급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대리점에 따라 최대 34만5천원까지 집행할 수도 있게 된다. 현재는 대리점을 찾았을 때, 판매 직원이 수시로 변하는 보조금 금액과 단말기, 통신사, 요금제에 따라 구입할 경우 할부원금을 알려준다. 가격 정보를 판매 직원만 알고 있고 일부 소비자에게만 전달되는 형식이다.

미래부는 “소비자가 휴대폰을 바꿀 때 얼마를 써야 할지 미리 알고 가는 것”이라며 “판매자가 제시하는 구입가에 따라 휴대폰을 사지 않고 직접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똑똑한 소비자가 발품을 팔아 더 좋은 사양의 휴대폰을 좋은 조건으로 구입할 수 있는 길이 원천 봉쇄될 수도 있다. 시장 논리에 따라 치열하게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품’을 획일적 규제로 묶어 놓는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은 최신 트렌드에 영향을 많이 받는 패션 시장과 비슷한 경향이 있다”라며 “경쟁 및 재고처리를 위한 프로모션이 일률적으로 제한된다면 소비자나 판매자 모두에게 좋은 영향만 끼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국가가 전매하지 않는 거의 대부분의 소비자 상품은 보조금을 공시하지 않는데 휴대폰만 제재하는 건 불공평하다는 뜻이다.

 

 

효과에 대한 의문, 소비자들은 혼란 가중

지난 2007년 영국 통신사 오프콤은 단말기를 사지 않고 서비스만 가입하는 이들을 이한 요금제를 내놨는데, 지난해 초를 기준으로 절반 가까이 이 요금제를 쓰고 있다. 나아가 통신 사업자들이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요금인하 경쟁을 펼치게 됐다고 한다. 미래부는 단통법을 두고 ‘투명 보조금법’이라고 설명하곤 한다. 지금처럼 언제, 어디서, 어떤 폰에, 어떤 요금제로 가입하면 얼마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구조를 고치는 부분을 강조한 표현이다. 보조금이 사전에 공개돼 있으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줄곧 문제 삼는 부분인 이용자 차별을 막게 된다. 아울러 당연히 싸게 사려는 소비자 심리에 따라 보조금이 더욱 많이 쏠리는 번호이동 가입, 고가 요금제에 집중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미래부는 여기에 더해 소비자 선택권을 늘리는 요금할인 선택제로 중저가 단말기 시장이 확대되는 부분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실제 법안이 적용되더라도 미래부가 기대한 효과 그대로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반론이 나온다. 우선 지금도 정부가 보조금 규제를 엄격하게 내리고 있지만, 사업자 경쟁 논리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 자주 거론된다.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시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형태의 마케팅 수단이 변종 보조금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고폰, 중저가폰 시장이 확대돼 결국 단말기 가격 경쟁이 이뤄진다는 점에 대해서도 일부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이미 포화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교체수요를 이끌어내는 것은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최신 사양이 될 것이란 논리다. 향후 정부 규제에 따라 시장이 통제된다면 제조사들이 최신 사양의 제품 개발과 출시에 대한 동기부여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단통법에 회의적인 시각을 비추는 쪽에서는 결국 시장 논리와 산업 장려, 그리고 첨단 기능에 목말라 하는 소비자들의 수요 부분에 있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미 포화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교체수요를 이끌어내는 것은 저렴한 가격이 아니라 최신 사양이 될 것이란 전망이 있다. 하지만 향후 정부 규제에 따라 시장이 통제된다면 제조사들이 최신 사양의 제품 개발과 출시에 대한 동기부여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변종 보조금, 고객이 호갱으로 전락하다

호갱이이란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지칭하는 단어다. 때문에 핸드폰 대리점에서는 일부 소비자를 고객이 아닌 호갱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또한 정부 단속을 피해 일부 대리점과 판매점을 중심으로 ‘페이백’ 보조금이 또다시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스팟성 보조금을 지급하는 온라인에서 눈에 띄게 발생하고 있는데 할부원금을 수정하는 변종 수법까지 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휴대폰 판매 업체들이 영업정지 이후로 더욱 강화된 정부의 불법 보조금 지급 단속을 피해 휴대폰 커뮤니티나 공동구매 카페 등에서 ‘페이백’을 통해 법적 상한선 27만원을 훌쩍 넘는 금액을 지급하겠다고 제시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최근 페이백 지급이 늘어나고 있는데, 페이백을 통해 법적 상한선을 넘는 보조금을 지급한다면 이 또한 단속대상이다”며 “샘플링 조사 기간이긴 하나 현재 방통위는 현장에서 비교한 자료와 전산 자료를 비교해 페이백 실태도 모니터링 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조사 현황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페이백은 판매점이 소비자에게 싼 가격에 단말기 금액을 주겠다고 약속한 다음, 전산상에는 보조금 상한선을 넘지 않는 가격을 적고 차액은 고객의 현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판매 업체가 고객에게는 출고가가 90만원인 단말기 할부원금을 13만원에 제시하고 전산 시스템에는 90만원이라 입력한다. 나머지 차액 77만원은 고객 계좌로 송금하는 방법이다. 결국 이 차액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조금이 되는 것이다. 요즘에는 더 나아가 페이백을 한 번에 주지 않고 나눠서 지급하는 변종 수법도 등장하고 있다. 할부원금을 조정해주는 방식인데, 원래 할부원금을 전산 시스템에 입력했다가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할부원금을 수정하여 남은 차액을 단계적으로 소비자에게 지급한다.

통신사 관계자는 “판매 업체에서 사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라며 “개통후 14일 이내에 철회하고 할부원금을 다시 수정하는 방법과, 할부원금을 그대로 등록하고 대신 미리 보조금을 선납 및 분납해 1~2달 후 판매 수수료가 나오면 차액을 메꾸는 방법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부분의 판매 업체들이 14일 이내에 스마트폰을 개통했다가 철회하면 본사로부터 보조금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두 번째 방법을 선호하는 편이다.

판매업체에 따라 페이백을 이용하는 행태도 여러 가지다. 양심적으로 페이백을 지급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초기에는 페이백 약속을 꾸준히 지키다가 소비자를 안심시켜 놓고 페이백을 중단, 싼 할부원금을 미끼로 가입자를 모았다가 공구가 폭파됐다고 한 뒤 페이백으로 유도, 페이백 지급을 미루고 미루다가 소비자들이 항의하면 그제야 못이기는 척 내주기 등 천차만별이다.

페이백이 위험한 이유는 판매업자와 소비자 간의 약속을 증명할 만한 공식적인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늦게라도 페이백을 주면 다행이지만, 판매업체가 페이백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뒤 잠적해버리면 소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남은 할부원금을 고스란히 지급해야 한다. 정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페이백을 지급하겠다는 공지도 공구 진행이 끝나면 카페 등에서 저절로 삭제된다. 또한 캡쳐를 했다 하더라도 계약서상에는 페이백이 적용되기 전의 할부원금이 적혀 있기 때문에 증거물로 사용할 수 없다. 간혹 금액을 수정해주겠다는 업체들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구두일 뿐, 본사 규정상 개통후 14일 지나면 할부원금을 수정할 수 없다.

게다가 페이백 금액이 법적 보조금 상한선인 27만원을 넘으면 정보통신사업법상 불법 영업이기 때문에 해당 통신사에 책임을 물을수도 없다. 소비자 기만죄로 소송을 걸 수 있는 것이 전부다. 지난해 떠들썩했던 ‘거성 모바일’ 사건도 대표적인 페이백 사기 사건의 전형이다. 거성 모바일은 페이백 형태로 히든 보조금을 지급을 해오다가 갑자기 중단, 이에 보조금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은 거성 모바일이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사기죄로 고소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페이백을 하겠다는 것은 소비자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판매점과 암묵적으로 동의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위험도 스스로가 감수해야 한다"며 “페이백은 사기 요소가 많아 직영대리점이나 본사에서는 권하지 않고 있다. 차라리 처음부터 할부원금 자체가 낮은 곳을 찾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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