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핫 키워드 ‘소통’ Ⅲ] 소통한다는 국가, 소통하자는 국민
[2014 핫 키워드 ‘소통’ Ⅲ] 소통한다는 국가, 소통하자는 국민
  • 이진광 기자
  • 승인 2014.02.03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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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이진광 기자]

국민과 국가 간의 소통

 

소통한다는 국가, 소통하자는 국민

 

착한정치의 요건으로 ‘소통’ 꼽혀

 

 

최근 야당은 현 정부에 대해 ‘불통의 아이콘’ 마리 앙투아네트를 패러디한 ‘말이 안통하네트’라 비판했다. 그만큼 국민과 야당의 목소리를 무시한다는 이야기다. 밀양 송전탑 사태에서부터 국정원 댓글 사건, 인사 문제를 비롯해 최근 철도파업 사태까지 현 정부의 대처를 보면 원칙을 준수한다는 명목 하에 소통을 단절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소통을 정부시책의 주요 요건으로 강조하면서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 국가 간의 뿌리 깊은 ‘불신’

2008년 광우병 시위를 기억할 것이다. 광우병 괴담에서 시작한 시위는 처음에는 순수 평화집회였다. 하지만 점차 폭력시위로 성격이 변질되면서 오점을 남긴 시위로 기록된다. 당시 인터넷을 통해 광우병 괴담과 공포심이 확산되고, 유모차를 끌고 나온 주부, 멋도 모르고 끌려온 사람, 단순 재미로 참여한 사람 등으로 시위 참가 인원이 급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결국 광우병에 대한 진정한 논의보다는 단순 관심끌기와 괴담 확산으로 집회의 본질이 흐려졌다”고 평가했다. 스웨덴 사회학자의 ‘위험지위 이론’에 따르면 글로벌 위험에 노출되는 정도가 커질수록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도 동시에 커진다고 한다. 즉 국민들은 스스로 광우병의 위험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그 위험은 호도되고 부풀려진 것이었으며, 정부는 국민들에게 사실을 올바로 알리지 못했고, 적극적으로 이해시키지도 못했다. 말로는 소통을 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광우병 시위 사건은 국민과 정부가 멀어지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또한 선거에서 패배한 정당들은 하나같이 패배의 원인을 ‘소통’의 부재로 꼽는다.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 이후에 당시 한나라당은 소통에 좀 더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우리 당이 SNS 등을 활용하지 못해서 졌다고 지적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우리 당의 패배 원인은 소통정치를 잘못했기 때문이다”라고 평가했다. 벌써 3~5년 전 이야기지만 여전히 국가와 국민 간의 소통은 매년 대두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역시 대선 공약에서 소통을 강조했고, 매년 신년사에서도 소통을 힘주어 말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소통정치가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국가와 국민 간에 자리 잡은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라고 입을 모았다.

 

 

 

 

‘응답하라’ 박근혜 정부

현 정부의 불통정치는 몇 가지 현안들에서 들어난다. 가장 먼저 문제가 된 것은 국정원 댓글 사건이다. 이에 정부는 국정원 개혁안을 제출하고, 국정원 특위를 수용한다는 내용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야권은 현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국정원의 선거 개입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대통령의 직접적인 책임을 요구했다. 또한 2013년 8월 세제개편안이 중산층의 세금을 올렸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청와대 측은 즉각 사과하고 재검토를 지시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세제개편안 준비과정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야당은 박근혜 정부의 인사도 대표적인 불통정치의 사례라고 비판하면서 국가적 망신으로 낙마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비롯해 각계 인사들의 검증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청와대는 집권 초기 부실한 인사 검증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사과했고, 확실한 검증 시스템을 보완했다고 설명하면서 인사 문제는 노무현 정권 때가 더욱 심각했다고 반박했다. 야당은 곧바로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유신독재의 부활’이라며, 밀어붙이기식의 불통정치라고 비난했다. 정부는 야당이 국정운영에 대해 불통정치라고 낙인찍는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면서, 한편으로는 국민과의 소통 창구를 마련했다. 국무총리 소속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은 국민과 기업, 단체 등이 언제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홈페이지는 규제관련 건의사항 접수와 주요 규제정책성과 등 종합적인 정보를 담고 있다. 또한 홈페이지 주소는 현장을 ‘똑똑’(knock) 두드려 똑똑하게(smart) 규제를 개선해 나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에 규제개선추진단 부단장은 “추진단 홈페이지 구축으로 국민과 기업 등이 규제개선사항을 건의하고 진행 과정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각종 규제개선정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정부 3.0에 부합하는 양방향 소통이 기대됩니다”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소통의 창구 ‘SNS’

몇 년 전부터 인터넷은 새로운 소통의 수단으로 대두됐다. 인터넷의 확산은 현대정치의 대의민주주의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기회라고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악성댓글과 정치적 선동으로 얼룩지면서 인터넷은 더 이상 소통의 창구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의 불통정치가 거듭되면서 SNS의 등장은 또 다른 소통의 창구가 되고 있다. SNS가 범국민적으로 확산되면서 정치인들도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 최근 ‘19대 국회의원의 인터넷·SNS 이용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의원의 76%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무려 95.3%의 의원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19대 국회의원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인터넷 서비스는 트위터로 나타났다. 그 뒤로 페이스북과 인터넷 홈페이지가 차지했으며,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경우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상호 연동해 이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소리에 민감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조사처 관계자는 “19대 국회의원들이 SNS 등 새로운 매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특성상 다양한 국민과의 접촉점과 활동홍보가 필요하고, 동시에 소통으로서의 정치가 과거에 비해 훨씬 중요해지고 확대되었음을 의미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국민의 SNS 이용률이 지난해에 비해 증가하는 등 소통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어, 국회의원들이 이러한 경향에 적극 대응한 결과 SNS 이용률이 증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자보 열풍도 SNS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려대학교에서 시작된 대자보는 각종 인터넷 매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학교 내에서나 지역적으로 이슈가 됐을 대자보가 전국적으로 열풍이 된 것은 SNS의 힘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한 정치 전문가는 옛날 방식의 지면을 통한 대자보가 정보통신기술에 힘입은 효과라고 설명하면서, “대자보와 SNS의 결합이 새로운 정치적 소통창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라고 전망했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자세로 대화에 나서야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대화 당사자가 서로를 바라보는 인식을 바꾸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심리학 교수는 최근 철도파업 사태에 대해 청와대와 야당, 철도노조가 서로 의사소통의 함정에 빠져있다고 분석하면서 “서로 대화를 할수록 서로의 차이점만 분명히 인식하기 때문에 서로를 ‘말이 안 통하는 존재’로 규정해 버린 채 대화를 거부하게 되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대화를 시작할 때는 서로의 견해가 다를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청와대가 원칙과 법질서만을 고수하는 모습도 소통의 자세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야당의 불분명한 입장 역시 불통정치에 한 몫 한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한 행정학 교수는 “정부와 야당이 현안에 대한 입장이 분명하지 않다 보니 접점을 찾을 수 없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한 뒤,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기보다 남의 문제점을 찾아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자세 때문에 소통이 안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회갈등 중재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국민과 대화하고, 설득하려는 제스처를 취해야 국민들도 마음을 열 것이라는 평가에서다. 갈등해결연구센터장은 갈등의 핵심 쟁점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하고 이를 풀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며 “국회 내에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하는 기구를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정부가 어떤 일을 추진하기에 앞서 이해당사자와 직접 협의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근본 원인을 파악해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대자보 열풍의 특징이 ‘안녕하십니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렇게 말을 걸고 응답하는 형식의 대자보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자기의 주장을 전하는 독백의 언어가 아니라 타인에게 말을 건네는 소통의 언어로 이루어져 있다”며 국민들이 소통을 염원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평했다. 더불어 정부가 불통의 시대에 소통을 원하는 국민들의 소망을 파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국민의 ‘물음’에 ‘응답’하는 정부의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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