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간 한국인 행방불명 100여 명, 살해 30명…공포의 필리핀
지난 6년간 한국인 행방불명 100여 명, 살해 30명…공포의 필리핀
  • 조재휘 기자
  • 승인 2014.03.12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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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조재휘 기자]

[Murder Case of Philippine] 필리핀 한국인 피살

 


지난 6년간 한국인 행방불명 100여 명, 살해 30명…공포의 필리핀


극도의 치안불안과 유명무실해진 범죄자 인도조약이 피해 키워

 

 

 

 


2012년 9월, 필리핀에서 배낭여행을 하던 아들이 실종되자 50대의 아버지는 현지로 날아가 아들의 행방을 쫓았다. 백방으로 뛰어 알아낸 결과, 한국 여행객을 상대로 여러 차례 범죄를 저지른 3인조 강도일당이 아들을 납치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범인들은 필리핀과 태국에서 모두 체포되지만 국내 송환은 기약이 없었다. 아들의 생사 역시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그 그리움을 이기지 못한 아버지는 지난해 1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故) 홍봉의 씨가 비극의 주인공이다.

 

 


이어지는 납치, 살해… 여행객도 안심할 수 없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피살된 한국인 24명 가운데 필리핀에서만 13명이 살해되는 등 필리핀에서 피살되는 한인 수가 매년 늘고 있다. 총기 규제와 치안이 허술한 데다 한국인들은 현금을 많이 갖고 있다는 인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작년 필리핀에선 13명의 한국인을 상대로 한 살인 범죄가 일어났지만 필리핀 경찰은 용의자 1명을 검거했을 뿐이다.
  지난 2월 19일(한국시간)에는 여행경보 2단계인 여행자제지역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괴한의 총격에 숨졌다. 이번 사건은 이전까지 필리핀에서 많이 벌어졌던 원한이나 이권 등에 따른 현지 교민 살인이 아니라, 일반 관광객이 살해된 '첫 사례'로 꼽힌다.
  이번에 피살사건이 발생한 앙헬레스나 사방비치, 마닐라 등 유흥시설 밀집 지역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가족 단위나 여성끼리의 여행객이 많이 찾는 휴양지 세부섬도 안심할 곳이 아니다. 지난해 6월 세부 카지노 주변에서 환전 업무를 하던 한국인이 피살된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8월에는 세부 라푸라푸시의 한국식당에서 한국인 주인을 살해하고 금품을 갈취하는 사건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한국인 관광객 연간 100만 명을 자랑하는 필리핀이 범죄자들의 도피 천국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해외도피사범 중 10%인 129명이 필리핀으로 숨어들었다며 미국, 중국 다음으로 많은 수치라는 것이다. 이들은 한국인 관광객과 교민들을 상대로 납치 등을 일삼고 있다. 도피사범들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자립이 힘들어 카지노 주변에서 앵벌이를 하거나 돈을 얻기 위해 협박과 납치, 강도 살인 등 범죄의 덫에 쉽게 빠진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총기소지가 용이한 필리핀은 불법총기를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심지어 청부살인도 가능한 곳이다. 지난 6년간 필리핀의 한국인 중 행방불명된 사람은 100여 명, 살해당한 사람은 30명이 넘는다. 여기에 납치당해 돈을 빼앗기고 풀려난 이른바 ‘납치 비즈니스’ 피해자도 45명에 이른다. 상당수가 도피사범과 관련된 범죄로 추정되지만 인도 건수는 전무하다. 1996년 체결된 한·필리핀 범죄인 인도조약이 무용지물이기 때문. 범죄인 인도 청구는 검찰과 법무부, 외교통상부와 대사관을 거치고, 상대국에서도 다시 같은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보통 수년씩 걸린다. 사실상 강제 추방이나 자진 귀국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과 필리핀의 공조와 각별한 주의필요
결국 교민들은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하는 고육책밖에 없다고 한다. 프로그램은 한국인 3만5000여 명이 사는 관광도시 세부의 경우, 교민 스스로 자경단을 조직해 범죄에 대응해 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민사회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필리핀 교민 커뮤니티에서는 “비공식적인 것까지 합치면 이제는 매월 1명이 아니라 매주 1명씩 사망하는 것 같다. 필리핀에서 한국사람 목숨은 파리 목숨보다도 못한 것 같다”고 불안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유학생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유학생들 간 커뮤니티에는 서로 조심하자는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으며 특히 세부나 마닐라 등 관광지 내 한인 유학생들이 더 큰 불안을 느끼는 실정이다.
  여행제한·자제 지역에서의 잇단 사고에 대해 여행업체의 무분별한 영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여행제한·자제 지역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무작정 관광객을 모으는가 하면 위험성을 묻는 고객에게 “괜찮다”고 둘러대기 일쑤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각 여행사 홈페이지에서 ‘팔라완’ 등의 필리핀 여행지를 검색하면 허니문 소개와 여행 후기 등 관련 정보가 쏟아진다. 필리핀 팔라완은 다이버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 신혼여행지로 급부상한 섬이다. 그러나 상품 안내 어디에서도 팔라완에 2∼3단계 여행경보가 내려져 있다는 사실은 찾을 수 없다. 현재 외교부는 팔라완 푸에르토프린세사시에 3단계 여행제한 경보를, 나머지 지역에 2단계 여행자제 경보를 내린 상태다.
   전문가들은 필리핀의 불안한 치안에 대비한 정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형사사법 공조 측면에서 필리핀과 한국의 적절한 공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필리핀은 치안이 엉성한 데다 네트워크나 금전 매수 역량만 있으면 내부 형사사법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다. 이에 외교부에서는 작년부터 필리핀 경찰청장과 주필리핀 한국대사가 참여하는 치안대책회의를 열고 있다.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가 차원에서 노력과 여행객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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