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Culture III] 신을 대신한 인간과 신을 따르는 인간의 역사
[History Culture III] 신을 대신한 인간과 신을 따르는 인간의 역사
  • 경준혁 기자
  • 승인 2014.02.13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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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경준혁 기자]




신을 대신한 인간과 신을 따르는 인간의 역사


신앙의 시대, 중세를 대표하는 인물들





수많은 황제를 거친 뒤 로마제국은 이미 손쓸 수 없을 만큼 망가져 있었다. 황제 테오도시우스는 로마가 잃어가던 것을 종교로 극복하려 했다. 처음으로 그리스도교를 로마의 국교로 만들었고 이교도를 대대적으로 탄압하기 시작했다. 그와 더불어 과학의 쇠퇴와 사회전반에 대한 침체가 시작되었다. 제우스 신전을 파괴했으며 올림픽 경기를 폐쇄시켰다. 결정적으로 제국을 동서로 나눠 두 아들에게 물려주며 로마시대를 종식시키게 된다. 그리스도교화 된 유럽은 신앙의 시대, 이른바 중세시대로 접어든다.






하인리히 4세와 교황 그레고리우스7세 : 카노사의 굴욕

성직 서임권을 사이에 두고 교황과 황제 사이에 충돌이 있었고, 그 결과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하인리히 4세가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에게 굴욕적인 사과를 한 것이 학교에서 배운 ‘카노사의 굴욕’이란 역사적 사건이다.

  신성로마제국이란 명칭은 사실 구체적으로 존재한 제국의 명칭이 아니었다. 다만 동로마제국에 대응하는 국가로서, 제국의 황제 칭호는 프랑크 왕국의 왕이던 샤를마뉴 대제에게 처음 붙여졌다. 이때부터 약 1000년 동안 초기에는 프랑크 왕국의 왕에게, 후에는 독일 황제에게 붙여졌다. 신성로마제국은 그 명칭에서부터 종교적 내음이 물씬 풍겨난다. 그 까닭은 로마제국이라는 명칭을 그토록 고수한 이유에서 비롯된다. 그 무렵 기독교도들은 로마를 세계 최후의 국가이자 기독교적 종말론의 완결편으로 여겼다. 따라서 로마의 종말은 곧 신국으로 들어가는 관문이 된다. ‘신성(神聖)로마’라는 명칭이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사실 신성로마제국은 샤를마뉴 대제에게 교황이 황제의 관을 내린 800년에 생겨난 명칭이 아니라 그로부터 약 400여 년이 지난 1254년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한편 1054년 독일 왕위에 오른 후 초기에는 교황과 좋은 사이를 유지하던 하인리히 4세는 후에 자신의 힘이 강대해진 것을 기회로 자신의 궁정 신부를 대주교에 임명했다. 그 전에 자신에게 고개를 숙인 하인리히 4세를 동맹자로까지 여기고 있던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는 당황했고,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성직 임명권에 대한 협상에 응할 것을 황제에게 청했다. 그러나 이미 주교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황제는 교황의 제의를 일언지하에 거절했고, 더 잃을 것이 없던 교황은 황제와 그를 따르던 주교들도 파문했을 뿐 아니라 왕을 폐위하는 조치까지 취했다. 그러자 갑자기 주교들이 방향을 급선회, 교황에게 고개를 숙였고 새로운 국왕 선출까지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하인리히 4세는 교황이 머물고 있던 카노사(Canossa)라는 이탈리아 북부의 성에 개인 자격으로 부인을 대동하고 가서 눈발이 흩날리는 성문 앞에서 맨발로 무릎을 꿇은 채 파문 철회를 눈물로 호소했다. 사실 그 무렵 교황은 하인리히와의 전면전을 선언하기는 했지만 강력한 황제 세력이 어떻게 나올지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이럴 때 하인리히 4세의 행동은 교황 입장에서 입에 떨어진 감이나 다름없었다. 회심의 미소를 짓던 교황은 3일 후인 1077년 1월 28일 파문 철회를 선언했다.

  하지만 하인리히 4세의 원한은 깊었다. 카노사 성의 성주인 백작부인 마틸다의 중재로 사면을 받은 하인리히 4세는 그러나 진심으로 교황 앞에 머리 숙인 것이 아니었다. 그는 얼마 후 다시 교황에게 머리 숙이기를 거부했고, 이에 격분한 교황은 1080년 그를 다시 파문한데다 덧붙여 폐위까지 시켰다. 그러나 하인리히 4세는 3년 전의 황제가 아니었다. 그는 이미 독일의 주교들로부터 확고한 지지를 얻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귀족들은 교황의 권세가 자신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여겨 교황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에 하인리히 4세와 독일 주교들은 오히려 그레고리우스 7세를 폐위하고 대신 클레멘스 3세를 교황으로 옹립했으니 그가 바로 대립교황이다.

  그러나 하인리히 4세의 임무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교황청이 자리 잡고 있는 로마로 진군해 도시를 함락시키기에 이른다. 당황한 그레고리우스 7세는 이탈리아 남부를 통치하던 노르만 출신 공작 기스카르(Robert Guiscard)에게 구조를 요청했고, 기회를 잡은 기스카르는 로마로 진격해 교황을 구함과 동시에 로마 시가 보유하고 있던 재물도 함께 가져갔다. 당연히 시민들은 교황의 처사에 분개했고, 교황은 이번엔 시민들의 힘에 밀려 이탈리아 남부 살레르노로 피신했다가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사자왕 리처드와 술탄 살라딘 : 십자군 전쟁

봉건제도와 카톨릭 교회를 기반으로 안정을 이룩하게 된 유럽사회는 이윽고 넘치는 힘을 외부로 쏟아낸다. 11세기 후반 근동에서는 셀주크 투르크가 세력을 넓히면서 동로마 제국의 영토였던 팔레스타인과 시리아를 점령했다. 이로써 그곳을 방문하는 기독교 성지 순례자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자 1095년에 교황 우르바누스 2세가 이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자고 촉구함으로써 유명한 십자군 운동이 시작된다. 제1차 십자군은 성도 예루살렘을 점령했고, 팔레스타인에 예루살렘 왕국과 안티오크 공국, 에데사 백작령, 트리폴리 백작령 등의 기독교 국가를 건설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당시 사분오열되던 이슬람 세계는 유럽의 강력하고 체계화된 병력앞에 아무런 힘을 쓸 수 없었다.

  살라딘은 1137년, 오늘날의 이라크 티크리트에서 쿠르드 족의 귀족인 나즘 앗 딘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당시 세력을 키워가던 ‘장기’와 ‘누레딘’ 휘하에서 숨죽이던 살라딘은 1169년 숙부를 따라 카이로에 입성하고 곧 이집트 총독 자리를 이어받으며 아이유브 왕조의 막을 올렸다. 누레딘 사망 후 명실 공히 이슬람 최고의 술탄이 된 살라딘은 기독교인 군대를 대파하며 1187년 예루살렘에 입성한다.

  무슬림의 예루살렘 탈환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 각국은 경악해 마지않았고, 교황 그레고리우스 8세와 그 후임자인 클레멘스 3세의 새로운 십자군 파병을 호소에 여러 군주가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그 결과물인 제3차 십자군은 중세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군사 이동이었다는 점뿐만 아니라, 살라딘과 리처드 1세(1157-1199)라는 중세 이슬람과 유럽의 두 영웅이 격돌했다는 점 때문에라도 각별히 주목할 만하다. ‘사자(심)왕’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리처드 1세는 잉글랜드 왕 헨리 2세의 아들로 당대 최고의 명성과 무훈을 자랑했으며, 훗날 로빈 후드 전설이라든지 월터 스콧의 소설 ‘아이반호’ 등을 통해서 중세 기사도를 상징하는 인물로 영원히 이름을 남겼다.

  3차 십자군이 합류한 기독교인 군대는 1191년 7월 12일에 아크레를 함락했으며, 이후 느리지만 착실한 진군 끝에 이듬해 7월에는 예루살렘의 코앞까지 진군했다. 그러나 리처드 1세는 기독교인 군대가 무력으로 성도를 탈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하고 마지막 순간에 군대를 되돌린다. 때마침 잉글랜드에서는 국왕의 부재를 틈타 그 동생이 왕위 찬탈 음모를 꾸몄고, 친구이자 경쟁자였던 프랑스의 필리프 2세도 일찌감치 십자군에서 발을 빼고 고국으로 돌아가 휴전 서약을 깨트리고 프랑스 내의 잉글랜드 영토를 잠식하는 중이었다. 1192년 10월 9일, 마침내 살라딘과 평화조약을 맺은 리처드 1세가 팔레스타인을 떠나 고국으로 향함으로써 제3차 십자군 전쟁은 일단 막을 내린다. 십자군 전쟁은 중세 기사도의 절정이며 꽃을 이뤘지만 당시 활발해진 동방과의 무역을 화포기술을 발달시켰고, 결국 중세 기사들은 그 빛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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