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와 위엄 버리고 세상 속으로…
권위와 위엄 버리고 세상 속으로…
  • 조재휘 기자
  • 승인 2014.02.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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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프란치스코 1세
[이슈메이커=조재휘 기자]


최초의 비유럽권, 예수회 출신 교황…권위와 위엄 버리고 ‘세상 속으로’

빈자(貧者)의 아버지 자처, “성직자들의 사회참여는 당연한 것”




베네딕토 16세가 교황 자진 퇴위를 발표하고 이틀이 지난 지난해 3월 13일, 부에노스아이레스 교구장 베르골리오 추기경이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으로 교황에 뽑히자 서구 언론은 '신의 한 수'라고 격찬했다. 교황은 선출 되자마자 가톨릭 신자들에게 "밖으로 나가라", "가난한 사람들을 편드는 정의구현이야말로 교회가 새로 하는 복음 선교다"라고 외쳤다. 타임지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올해의 인물'로 뽑을 때의 선출 명분도 '가난한 사람들의 아버지'였다. 



전 세계 카톨릭의 수장, 즉위 미사에 동방교회 수장 참석하기도
교황 프란치스코 1세의 즉위 당시 10억 명을 웃도는 전 세계 천주교 신자를 이끄는 교황의 권위와 역할에 새삼 관심이 쏠렸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 설명에 따르면 교황은 세계 가톨릭의 본산인 로마 교구의 교구장이며 하나의 독립된 국가인 바티칸 시국(市國)의 원수다. 또 교황은 초대 교황인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 세계 주교단 단장이며 지상에서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을 맡은 대리자라는 것이 주교회의의 설명이다. 
  교황의 권한은 크게 신품권(神品權)과 재치권(裁治權)으로 나뉜다. 신품권은 백성을 가르치고 다스리며 거룩하게 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권한을 말하는데 하느님 말씀을 전하고 가르치는 성사와 준성사를 집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재치권은 교회 내의 입법, 행정, 사법 등 교회를 다스리는 권한을 뜻하는데, 전 세계 가톨릭 공동체는 교황의 판결이나 교령을 따라야 한다. 교황은 이 같은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자문기관인 추기경단과 교황청 각 성(省)의 도움을 받는다. 추기경(樞機卿)은 교황 다음의 지위를 갖는 성직자로 추기경 회의의 구성원이며 교황청 각 성과 기구의 장관이나 위원장 등을 맡아 교황을 보필하고 자문에 응하며 교황 선출권을 가진다. 교황청은 교황의 직무 수행을 보좌하고 각 부서의 업무를 총괄 조정하며 외교를 담당하는 국무원, 신앙교리`성사`선교`교육 등을 담당하는 각 성, 교회 법원, 평의회, 학술원 등으로 구성된다.
  한편 프란치스코 1세의 즉위식 미사에는 그리스도교 동방교회의 수장인 바르톨로뮤 1세가 참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교황의 무오류설 및 실질 수장권 인정에 관한 이견으로 그리스도교가 1054년 동방교회와 로마 교회로 대분열된 뒤 동방교회 수장이 로마 카톨릭 교황의 즉위식에 참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유래 없는 인기에 관광 특수까지
“신은 우리의 사랑을 보고 우리를 심판하실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형제들을, 특히 가장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프란치스코 교황이 작년 4월 24일 성베드로 광장에서 한 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77살 생일인 12월 17일(현지시각),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옮겼다. 교황청은 이날 교황이 자청한 검박한 숙소인 산타 마르타 게스트 하우스에 노숙인 3명을 초대했다. 교황이 바티칸 담벼락 바로 밖, 로마 거리에 사는 ‘교황의 이웃’들과 생일을 보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교황청 당국자들은 노숙인들에게 “교황의 생일잔치에 참석할 수 있느냐”고 물었고, 초대에 응한 세 명이 교황을 찾았다. 셋 다 동유럽 출신으로 각각 체코·슬로바키아·폴란드 출신이었다. 이 중 한 사람은 반려견을 안고 와 교황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전 세계 가톨릭 교회의 수장이 노숙자 세 명, 그리고 개 한 마리와 함께 자신의 생일을 보낸 것이다.
  교황의 탈권위적이고 소탈한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3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스페인 남부 루세나에 있는 가르멜 수녀원에 한 통의 전화가 울렸다. 마침 수녀들은 기도회에 참석 중이라 전화를 받을 수 없었고 이후 자동응답기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교황 프란치스코 1세의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교황은 당시 자동응답기에 “수녀들이 무슨 일로 전화를 못 받습니까”라고 웃으며 말하고 “나는 교황 프란치스코로 연말연시를 맞아 인사하고 싶었습니다. 나중에 또 전화할 수 있을지 알아보겠습니다. 신의 축복이 있길 빕니다”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CNN은 이후 교황은 다시 수녀원에 전화해 스피커폰으로 아르헨티나 출신 수녀 3명을 비롯해 수녀원에 있는 수녀 5명과 통화했다고 전했다. 가르멜 수녀원의 아드리아나 수녀원장과 교황과의 친분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수녀원의 어느 누구도 교황이 자신들을 기억할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러한 행보에 화답하듯 교황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다. 교황의 생일, 교황의 출생지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별도의 공식 행사는 열리지 않았음에도 많은 이들이 교황을 위해 각 교구에서 기도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추기경 시절 교황을 보좌한 루이스 아벨라네다 산호세 교구 신부는 “교황은 기도로 자신의 소명을 찾았다. 그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며 “스스로 가난한 이들에게 사랑을 나눠줬고,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그 뜻에 공감하고 있다”고 바티칸 라디오에 말했다. 트위터에는 “교황은 교회에 대한 희망을 포기했던 수 백 만 명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는 생일 축하 글도 올라왔다. 
  교황에 이런 인기에 힘입어 특수를 누리는 곳이 있다. 바로 가톨릭의 수도 바티칸이다. 새 교황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뽑힌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660만 명 넘게 바티칸을 찾았다. 이는 로마 교황청이 집계해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한 수치로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 시절인 2012년 한 해 관광객 230만 명보다 3배 가까이 많았다.


권위 벗어 던지고 적극적으로 사회문제 언급
알려진 데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비유럽권 최초의 교황, 예수회 출신 첫 교황이다. 남다른 이력처럼 그는 즉위 때부터 이전 교황과 다른 길을 걸었다. 교황의 권위를 상징하는 빨간 망토를 거부하고 흰옷을 고수했다. 고급 세단 대신 이전부터 탔던 중고차를 공식 차량으로 선택했다. 그는 즉위하면서부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위명으로 선택한 프란치스코 역시 ‘빈자(貧者)를 위한 성인’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자본주의의 문제점도 꾸준히 지적했다. “동성애자를 비판하거나 차별해선 안 된다”는 발언도 했다. 21세기 가톨릭교회의 명운은 사회복음 전파와 참여에 달렸다는 교황의 신념은 확고하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서에 잘 나타나 있다.

"누구도 우리 성직자들에게 사회생활과 국가생활에는 아무 간여를 하지 말라고, 사회생활의 제도적 건전성을 언급하지 말라고, 시민들에게 관련되는 사건에 의사표현을 하지 말라고, 종교를 개인의 비밀한 내면에만 결부시켜 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복음의 기쁨 183항)



교황은 또 다른 교서를 통해 "성직자들은 인간 개개인의 전인적 발전에 해당하고 특히 사회질서와 공동선의 성취에 필요하다면 인간 생활의 모든 면에서 의견을 개진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가톨릭 사제들의 현실 참여를 적극 지지한다는 의사를 천명한 셈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얼마 전 서울교구장인 염수정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했다는 사실이다. 염수정 추기경은 대주교 시절 "사제들의 정치참여는 잘못된 일"이라며 "대주교는 정치구조나 사회생활조직에 개입함은 사제가 할 일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는 인물이다.
  이에 대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 시티에서 주 교황청 한국대사로 일한 바 있는 성 염 전 대사는 칼럼을 통해 “서울대교구장은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한다. 보수정권이 회귀한 지난 6년간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과거 요한 바오로 2세와 베네딕토 16세가 공식석상에서 무려 일곱 차례나 권고한 남북대화와 대북식량원조에 정진석, 염수정 두 평양교구장 서리는 과연 무엇을 해 왔는가? 이번의 추기경 서임에도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는 교황의 의중이 들어 있지 않을까 헤아려 봄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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