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직구, 안방서 직구 자유자재…소비 3.0 시대
해외 직구, 안방서 직구 자유자재…소비 3.0 시대
  • 안수정 기자
  • 승인 2014.02.0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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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안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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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서 직구 자유자재…소비 3.0 시대

 

클릭 몇 번에 국내의 반값, 무너지는 ‘유통국경’

 

주부 강대희(29·여)씨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해외 인터넷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입한 뒤 국내로 배달시키는 이른바 ‘해외 직구(직접 구매)족’이다. 그는 올 겨울 가족들의 옷을 구입하기 위해 백화점을 가는 대신 컴퓨터를 켰다. 강 씨는 해외 사이트에서 남편의 패딩 점퍼를 86달러, 한화로 약 9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보자 주저 없이 장바구니에 넣었다. 국내 한 백화점에서는 같은 점퍼가 30만 원이 넘는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또 2살 난 아들에게 어울릴 캐릭터 티를 9.4달러, 한화로 약 9,800원에 구입했다. 똑같은 제품이 국내 매장에서는 5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이날 강 씨의 해외 직구 아이템을 국내 판매가격과 비교했을 때 약 80% 정도 절약한 셈이다. 강 씨는 “국내보다 해외가 훨씬 더 저렴하다”며 “지갑 사정이 좋을 때는 상관없지만 요즘 같은 불황일 때는 ‘발품’ 보다는 ‘손품’을 팔아서 좀 더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하는 게 절약이다”라고 말한다. 강 씨와 같은 이 해외 직구족들은 유통혁신 및 신용카드 소비 트렌드를 바꾸는 등 새로운 소비시대를 열어가는 중이다.

 

 

“나도 해봤다” 4명 중 1명 직구·구매대행

해외 직접 구매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해외여행 시 물건을 사오거나 병행수입 혹은 구매대행 업체를 통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2010년 무렵 배송대행업체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뒤 SNS 및 입소문을 타고 난 뒤 해외 직구족은 급속도로 증가했다. 2013년 12월 온라인 캐시백 웹사이트 이베이츠는 최근 2년 간 한국 사용자의 누적 거래액 1,000억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2013년 카드사들이 발표한 외국 직구 결제액도 1조3,000억 원이다. 지난해 8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온라인 쇼핑족 1천6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 직접 구매 이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족 4명 중 1명은 해외 직구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한국 소비자들이 ‘직구’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직구 선호 이유(복수응답 허용)로 ‘국내 동일 상품보다 싼 가격’(67%)이란 응답이 가장 많이 꼽혔다. ‘국내에 없는 브랜드 구매’(37.8%), ‘다양한 상품 종류’(35%), ‘우수한 품질’(20.3%) 등이 뒤를 이었다. 즉 국내 소비자 가격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 직구를 하면, 한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에 비해 최대 50%까지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전해진다. 예를 들어 미국 사이트에 1만 원대에 판매되는 상품을 한국 수입 업체가 판매하면 관부가세(관세+부가가치세)와 물류비·인건비 등 판매 수수료까지 합쳐져 가격이 3만 원대로 오르기 때문이다.

싼값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다양한 제품을 고를 수 있다는 점 또한 직구족들이 매력을 느끼는 주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해외 직구족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은 패션 제품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해외 직구족들이 자주 구매하는 항목(복수 응답)은 의류(41.5%)·패션잡화(40.8%)·건강식품(34.5%)·유아용품(29.3%)순이다. 의류 중에서도 갭과 폴로 브랜드를 구매한 이들이 가장 많았다. 이는 아직까지 해외 직구가 2030세대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 직구 배송대행업체 ‘몰테일’의 연령대별 이용자 비율은 20대 16.2%, 30대 76.8%, 40대 6.1%, 50대 이상 0.9%이다. 성별로는 남성 16.5%, 여성 83.5%로 30대 여성이 특히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자신을 해외 직구족이라고 소개한 주부 김효연(33·여) 씨는 “인터넷 육아 카페에서 아기 의류, 육아용품을 직구로 사면 훨씬 싸다는 정보를 알고 직구족이 됐다”며 “구매 방법을 알려달라며 노트북을 들고 찾아오는 엄마들도 주변에 많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관세 장벽이 낮아진 점과 원화 가치의 강세도 직구 확산의 또 다른 배경으로 지목한다. 의류, 신발, 서적, DVD 등의 ‘목록 통관’ 품목은 물품가격이 200달러 이하인 경우 관세 및 부가세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해외 카드 결제액 증가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면서 카드사들이 직구족을 중요한 타깃으로 매출신장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인 반면, 일부 해외 온라인쇼핑몰에서는 국내 소비자가 대대적으로 몰리면서 해당 수입품을 들여오는 공식수입사들이 울상을 짓는 등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좁다” 유럽·중국으로도 주문장

미국·일본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해외직구 시장 구도도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포털이 제공하는 자동 번역 서비스로 언어 장벽이 낮아지고 해외배송 대행 서비스 업체가 현지에 물류 거점을 구축하면서 중국·독일 등 신흥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관련업계에 따르면 11번가 사이트에서 해외 직접구매에 나선 사람들의 국가별 쇼핑금액 비중을 분석한 결과 미국 이외 유럽이나 중국 등의 비중이 지난해 2%에서 올해 5%로 2.5배 늘었다. 아직까지 직구족 사이에서는 미국의 비중이 90% 이상으로 압도적이지만 유럽, 중국 지역으로도 속속 주문을 내고 있다.

현재 유럽은 직구족의 새로운 ‘쇼핑 성지’로 급부상한 모양새다. 국내 1위 해외 배송대행업체인 몰테일은 지난 8월 독일 현지에 배송센터를 처음 가동한 이후 현재까지 1만 건이 넘는 배송대행 주문을 처리했다. 배송센터 가동 첫 달인 지난해 8월에는 1,600건에 그쳤지만 11월에는 2,600건으로 60% 급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입소문을 타면서 유럽 직구매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뛰어난 품질과 한국 공식 수입가에 비해 월등하게 낮은 가격이 유럽 직구를 부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몰테일 독일 전체 배송건수의 3분의1을 차지하는 캡슐커피의 경우, 배송비를 포함해도 직구 가격이 국내 가격보다 40% 저렴하다. 최고 인기 품목인 네스프레소 ‘에스프레소 아르페지오’는 독일 현지 가격이 우리 돈으로 500원(0.35유로) 남짓이지만 국내 수입업체 공식 수입가는 825원에 달한다. 가전제품도 10만 원대 중반의 배송료와 현지 부가가치세, 관세 등을 모두 합쳐도 직구 가격이 국내 판매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지멘스 6구 전기스토브는 배송비와 관세 등을 포함한 독일 직구매 가격이 90만 원대이지만 백화점에서는 200만 원대에 팔고 있다. 벤타 에어워셔나 휘슬러 비타퀵 압력밥솥 같은 가전도 독일 직구가 국내 구입보다 30~40% 저렴하다. 몰테일 관계자는 “유럽은 여름과 겨울 2차례 대규모 세일을 진행한다”며 “박싱데이와 연초 세일을 잘 활용하면 한층 저렴하게 유럽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 직구족들 사이에서는 중국산 일부 제품도 인기가 높다. 몰테일의 지난해 중국 배송대행건수는 1만1,000건이었지만 올해는 6만 건으로 5.5배 늘었다. 최근에는 품목도 의류나 침구류에서 유아용품과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지는 추세다. 허재영 몰테일 상하이지사장은 “포털 번역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상품을 구매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간편하게 얻을 수 있게 됐다”며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미국·일본 보다 상품 가격이 저렴한 중국 온라인 쇼핑몰을 찾는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신용카드 소비 트렌드로 등장

해외 카드 결제액 증가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면서 카드사들은 직구족을 중요한 타깃으로 매출신장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들썩인 국내 소비심리는 이미 카드사들의 해외 결제액 규모로 증명됐다. 특히 블랙프라이데이 시즌 1주일간 해외 온라인쇼핑을 한 국내 신한카드 이용자는 약 3만7,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 명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 3분기 해외 카드 사용액이 27억1,000만 달러(약 2조8,455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3억7000만 달러(약 2조4885억 원)와 비교했을 때 14.2%가량 증가한 수치다. 카드업계 전체에서는 올해 해외 직구 카드 결제액만 1조2,700억 원 규모로 지난해 9,700억 원보다 3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몇몇 카드사의 경우 커져가는 해외 직구 수요를 겨냥해 구매 시 한시적으로 할인혜택이나 관세·배송비 절감을 내걸면서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예고하는 중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외 직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각 카드사에서 이들의 민심 잡기에 나선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과 같은 추이가 이어진다면 해외 직구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확고한 소비패턴의 하나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

 

 

유통업계 ‘탈경계화’에 울상

지난 11월 신세계그룹 미래정책연구소는 ‘2014년 유통업 전망 보고서’에서 2014년도 유통업계의 키워드로 ‘탈경계화’를 의미하는 ‘BEYOND’를 제시했다. 탈국경화(Borderless), 탈장소화(Everywhere), 탈연령화(Young & Old), 탈채널화(On & Off), 탈시장화(New Markets), 탈시간화(Day & Night) 등 6개 단어 첫 글자의 조합이다. 미래정책연구소는 “정보통신(IT) 기술의 발달과 소비자 구매 패턴의 변화에 따라 유통업계에 기존의 틀을 깬 새로운 시도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2014년에도 해외 직접 구매 소비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며, 국내 온라인 쇼핑몰 산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카드사들은 늘어난 해외 사용액에 즐거워하지만, 일부 해외 온라인쇼핑몰에 국내 소비자가 대대적으로 몰리면서 해당 수입품을 들여오는 공식수입사들의 표정은 구겨졌다. 일례로 유명 의류브랜드인 ‘갭’의 공식 온라인쇼핑몰은 한국 주소로의 직배송을 차단했지만, 미국 주소를 통해 국내로 들여오려는 소비자들을 막지 않았다. 이에 ‘갭’의 한국 라이선스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에서는 대부분 2~3배가 넘는 국내 소비자가와 미국 세일가가 함께 비교되는 데 부담을 느꼈다는 전언이다. 이에 앞서 ‘폴로’를 수입했던 두산그룹이 라이선스계약을 종료했던 것 역시 본사의 직접 진출 외에도 소비자들의 국내외 가격 비교와 외면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는 후문이다. 현재 폴로는 본사인 랄프로렌이 국내에 직접 유통하고 있으나 국외에 비해 2~3배의 높은 가격을 책정해 소비자들의 분노를 산 바 있다. 일부 해외 온라인쇼핑몰의 경우 아예 대대적인 국내 소비자 모시기에 나서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현재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추후 해외직구가 더 확산될 경우 유통기업은 물론 국산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기업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경종 대한상공회의서 유통물류진흥원장은 “해외로 향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유통기업은 병행수입 등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품을 공급해야 한다”며 “한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지금이야말로 해외 소비자의 관심을 사로잡을 역(逆)직접구매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직구족들의 파워가 세져 이들 영향력이 소비 트렌드를 좌우하면서 해외 직구의 보편화를 두고 시각이 엇갈리는 가운데 김민정 계명대 소비자정보학과 교수는 “해외 직구의 보편화를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이미 막을 수 없는 현상인 만큼 국수적 접근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또 “구태의연한 사업모델을 유지해온 국내업체들에는 경종을 울리는 좋은 계기”라며 “스스로 스마트하고 유능한 소비자로 평가받기 원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게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해외 직접구매 같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는 흐르는 물과 같아서 결코 강제로 막을 수도 없다. 소비자들이 스스로 찾아오고 지갑을 열게끔 더 참신하고 혁신적인 유통기법을 통한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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