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향한 거침없는 일갈(一喝)
세계 향한 거침없는 일갈(一喝)
  • 류성호 기자
  • 승인 2014.01.01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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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UN 사무총장
[이슈메이커=류성호 기자]

[Cover Story]

 

 

세계 향한 거침없는 일갈(一喝)

 

북한 문제의 평화적 해결, 적극적 중재자가 될 것

 

 

 

“우리는 통합과 상호 연결의 시대, 어떤 나라도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시대, 모든 나라가 해결책의 일부가 되어야만 하는 새로운 시대 속에 살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중략) 선도하기 위해 우리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사람들이 보고 만질 수 있고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가 필요합니다.” 대한민국 출신 최초의 UN 사무총장인 반기문 총장은 자신의 연임수락연설에서 인류가 어느 국가도 혼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음을 지적했다. 화합과 평화가 중요한 시대를 살고 있는 현실에서 2013년을 떠나보낸 반 총장은 산적해있는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며 세계 각국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북한의 공포정치, 세계의 우려를 낳다

2013년 12월 90여발의 총성과 함께 장성택 전 북한국방위 부위원장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를 계기로 미국 의회는 올해 초 북한인권 청문회를 개최할 계획을 수립했고 국제 인권단체들은 북한의 상황을 전하며 장성택의 처형이 인권과 인간 존엄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라 우려했다. 미 하원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위원장인 공화당의 프랭크 울프 연방 하원의원은 지난달 16일 ‘VOA(Voice of Americ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2014년 1~2월께 북한인권 청문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히며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 천명했다. 울프 위원장은 북한에서 과거 누군가를 숙청할 경우 2, 3년 동안 모습을 감췄다가도 다시 복권되기도 했었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권력의 2인자이자 자신의 고모부를 바로 처형했다며, 이는 더 많은 피의 숙청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전례 없는 공포정치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 서방국들이 북한인권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는 지금까지 중국이 북한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중국이 북한의 눈치를 보는 모양새다. 장석택 처형에 대해 중국내부에서도 말을 아끼고 있어 의문은 더해지고 있다.

처형 당일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서 장성택이 가혹한 구타와 고문을 받은 흔적이 보였고, 군사법정에서 비밀리에 재판을 받은 직후 처형된 것은 인권과 인간 존엄에 대한 심각한 위반이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폴리 트러스코트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국장은 ‘VOA’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장성택의 처형은 한 때 권력을 가졌던 고위 간부라도 최고 권력자의 눈 밖에 나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지난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연말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2인자였던 장성택이 사형에 처해졌다는 소식은 무척이나 극적이고 놀라운 일”이라며 “장성택 처형 후 한반도에 긴장이 더 이상 높아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북한 정권이 국제 인권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며 “북한 지도부는 전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국제 규범을 준수하고 국민 생활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유엔사무총장으로서 특정 국가의 내정 관련 발언을 극도로 자제해온 반기문 총장이 북한의 장성택 처형을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 그가 이번 사태를 세계 평화를 위협할 수 있는 중대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기문 총장은 “한반도에 더 많은 긴장 상태를 원하지 않는 만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은 북한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되 섣부르게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어 북한에 대해 “북한 정권은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내가 직접 중재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2013년은 상상을 초월하는 퇴보의 한해

2014년을 맞은 현재. 과거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반기문 총장이 바라본 2013년은 어떤 해였는가? UN본부에서 2013년을 결산하는 자리에서 반 총장은 “시리아 분규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대량학살 위기 등 2013년은 상상을 초월하는 퇴보의 한 해였다”고 돌이켰다.

그는 “10만 명이 죽고 8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시리아에선 내년도, 내달도, 내일도 기약할 수 없다”면서 “화학무기로 시민들을 공격한 행위로 인해 2013년은 상상을 넘는 퇴보를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화학무기 사용은 국제법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인간애에 대한 모독”이라면서 “이런 위협적인 무기가 시리아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없어지도록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1월 22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국제회의를 통해 시리아의 폭력을 종식시킬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하면서 시리아 난민들을 돕기 위한 겨울구호를 비롯하여 UN사상 최대인 65억 달러를 투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반 총장은 셀레카반군의 공격으로 촉발된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내전에 대해서도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선 지난해 3월 셀레카 반군이 대통령을 축출하고 이슬람계 지도자를 임시정부 지도자로 내세운 뒤 기독교계 주민들과 유혈충돌이 발생, 수천 명이 사망하고 60만 명이 집을 잃었다. 반 총장은 “2014년은 사람들의 안전을 도모하고 기본인권과 복지를 보호하는 해가 되어야 한다”면서 “외교적인 전기가 마련되도록 세계 지도자들이 도덕적, 정치적 책임감을 지는 해로 삼아줄 것”을 독려했다.

그는 “2014년은 아프간과 아랍의 여러 나라에게 정권이양의 중대한 시기가 될 것”이라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가들이 포괄적인 평화협정을 위해 리더십과 통찰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세계 각국의 관심과 협력을 촉구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동맹국, 파트너국가들과 외교적 협의를 늘리고 있다”면서도 “북한과의 대화 재개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이 변한 것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의 내부 상황을 항상 주시하고 있고, 당국자들도 이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는 지금, 그의 말에 주목한다

이례적으로 반기문 총장이 각국의 노력을 촉구하자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에 옮기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달 15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6자회담을 조속히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우다웨이 6자회담 대표는 러시아를 방문해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위해 노력하자고 했다. 중국이 6자회담 재개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은 회담을 통해 비핵화를 위한 생산적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기대해서라기보다 북한과 대화를 시작함으로써 불가측하고 위험한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중국은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사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장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케리 장관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잔인함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비핵화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외교적 노력을 배가할 것이라고 했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동맹국, 파트너국가들과 외교적 협의를 늘리고 있다”면서도 “북한과의 대화 재개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이 변한 것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의 내부 상황을 항상 주시하고 있고, 당국자들도 이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프 디트라니 전 국가정보국장(DNI) 산하 비확산센터 소장은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핵 협상이 재개되고 9·19 공동성명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북한은 또다시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6자회담 과정을 의미 있는 방식으로 재건할 필요가 계속 제기돼왔다”면서 “이것은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정은이 분명하고도 신속하게 이 문제를 처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계속해서 긴장을 고조시키려고 한다면 결국 또다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반기문 총장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 유감을 표하며 “북한은 그런 식의 도전적인 조치들을 취할 것이 아니라 유엔의 메시지를 따라야 한다”고 일침 했다. 로스엔젤레스타임스 역시 북한이 최근 크게 후퇴하고 있다고 보도하며 북한 정부가 주택매매를 금지하고 생필품을 사고팔았던 장도 시간제한을 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조치라고 꼬집었다.

 

▲“겸손은 결코 헌신이나 통솔력의 부족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겸손은 요란한 팡파르를 울리지 않고 과업을 완수하는 조용한 결단력입니다.”

 

 

외유내강(外柔內剛)의 면모, 겸손한 리더십

한때 서방언론은 시리아 내전 당시 반기문 총장이 내전의 해법을 찾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그의 리더십에 대해 ‘무기력 하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즈의 객원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테퍼먼은 “반기문 총장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리를 맡고 있음에도, 취임 이후 놀랄 만큼 개성이 없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비난했다. 유엔 역사상 최악의 사무총장에 든다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무력한 관찰자’, ‘존재감 없는 사람(nowhere man)’이라는 등 혹독한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테퍼먼은 “반 총장이 이끄는 유엔이 난민 구호나 평화유지 등 일부 문제는 잘 처리했지만, 중대 이슈인 시리아에 대해서는 성과가 빈약하다”며 “반 총장이 최근 스스로 시인했듯, 그와 유엔은 살육을 멈추는 데 전적으로 무능했다”고 질타했다.

하지만 반기문 총장은 국제 문제가 생기면 요란을 떨거나 말부터 앞서는 지도자들과 달리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력했기 때문에 이런 비난도 감수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반기문 총장의 따뜻한 카리스마는 세계 리더들의 신뢰를 얻은데 충분했다. 반 총장은 “겸손은 결코 헌신이나 통솔력의 부족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겸손은 요란한 팡파르를 울리지 않고 과업을 완수하는 조용한 결단력입니다”고 자신의 리더십을 평가하기도 했다. 그가 일으키는 작은 변화들의 근본은 그가 취임당시 했던 연설에 그대로 나와있다. “유엔의 역할은 선도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오늘 여기서 무거운 책임감을 공유합니다. 그것이 바로 유엔이 과거 어느 때보다 다르고 심오한 방식으로 중요해진 이유입니다. 선도하기 위해 우리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반 총장의 이번 발언는 의미가 있다. 장성택의 처형에 대해 “이는 매우 근본적인 인권의 문제다. 유엔은 어떠한 경우에도 사형을 반대한다”고 밝히며 이어 “장성택 처형 이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불안해졌다”면서 “한반도에 더 많은 긴장 상태를 원하지 않는 만큼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은 북한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되 섣부르게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 “북한 정권은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내가 직접 중재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도 했다.

조용한 리더십을 가진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이제 세계를 향해 일갈을 하고 있다. 더 이상 앉아서 관망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시기를 겪었던 2013년을 기억하고 세계평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여갈 반 총장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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