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연구부문] 고려대학교 정광 명예교수
[한글연구부문] 고려대학교 정광 명예교수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3.12.16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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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성래 기자]


훈민정음의 창제의 또 다른 견해, ‘파스파 문자’


‘학자’라면 실증적 증거와 과학적 연구 통해 바른 이론 적립해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어학자인 고려대학교 정광 명예교수는 몽골의 ‘파스파 문자’ 연구로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그의 업적을 더 인정받고 있다. 그는 훈민정음 창제의 기원을 ‘파스파 문자’라고 주장하며 국내 국어학자 사이에서 이단아로 불리고 있다. 학계 주류와는 정 반대의 견해이기 때문이다. 세종이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서 몽골의 ‘파스파 문자’를 참조하고 그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 정 교수의 주장이다.



‘자형(字形)’은 독창적이나 훈민정음은 파스파 문자와 연관

국어 학자이자 고려대 명예교수인 정광 교수는 훈민정음에 관심을 갖는 이들에게 다섯 가지 질문을 한다. 한글의 첫 글자가 왜 기역(ㄱ)인지, 훈민정음은 우리말의 음운을 어떻게 초성·중성·종성으로 나누었는지, 훈민정음의 중성자(모음)에 ‘o’을 붙인 이유가 무엇인지, 후음의 전탁자는 어째서 ‘쌍히읗(ㅎㅎ)’이 되었는지, ‘세종어제훈민정음’에서는 28자가 아니고 31개의 글자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라고 말이다. 정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조차도 정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고 귀뜸하며 “이 모든 게 파스파 문제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파스파 문자를 통해 훈민정음의 의문점에 대해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어요. 반대로 훈민정음을 통해 파스파 문자를 보면 한 눈에 다 볼 수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파스파 문자란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 칸(元世祖, Khubilai Khan)이 라마승인 파스파(八思巴)에게 명해 만들어 1269년에 반포한 문자이다. 한자의 발음과 몽골어를 기록할 수 있는 문자로 ‘몽고신자(蒙古新字)’이라고도 불리는 파스파 문자는, 원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고려뿐 아니라 조선 초기의 지식인들까지 상당한 지식을 갖추고 있다. 파스파 문자로 한자의 표준 발음을 표시한 몽고자운(蒙古字韻)은 현존 세계 유일본인 운서(韻書)로 영국 브리티시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정 교수는 오래 전부터 이 운서를 주목해왔다고 한다. 대학에서 ‘해례본(解例本)’ 훈민정음의 강독을 담당하면서부터 훈민정음 창제에 관해 대학에서 관심을 갖고 연구하게 됐다는 정 교수는 훈민정음은 파스파 문자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으나, 자형(字形)은 고유한 독창적 산물이라고 주장하여 한글창제가 독창적이라고 믿고 있는 국어학자들에게 큰 충격과 반발을 줬다.

“발음기관을 상형해 만든 훈민정음의 자형 자체는 독창적인 것이지만 훈민정음은 이보다 174년 앞서 만들어진 몽골의 ‘파스파 문자’를 참조해서 만들어진 문자입니다.” 처음엔 한자음을 표기하기 위한 발음기호로 창제됐다가 발음기호로써의 유용성 때문에 창제 직후 고유어 표기에도 활발하게 쓰이게 된 것이 훈민정음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국내에서는 정 교수의 주장에 대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해외 학계에서는 정 교수의 주장을 실증적 자료를 바탕으로 이미 받아들이고 있었다.



진정한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연구자

“한글은 대단하고 소중한 문자지만 세종대왕께서 사상 유래 없이 창제하셨다고 생각하는 외국 학자는 없습니다. 국내 언어학·국어국문학자들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고 세상을 더 넓게 보길 바랍니다. 한글을 소중히 여긴다면 기존의 연구결과만 볼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에서의 연구가 필요합니다. 남이 것을 그대로 보지 말고 자신의 눈으로 다시 바라보길 바랍니다.” 반드시 실증적 증거를 갖고 과학적 연구를 통해 바른 이론을 발표해야 하는 학자들이 기존에 발표된 연구를 의심도 없이 무조건 믿고 답습하는 것은 잘못된 자세라고 정 교수는 지적했다. 실증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를 토대로 이론을 적립해야 하며 끊임없는 의심과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과, 의혹을 해석하려는 욕구와 의지가 있어야 진정한 학자라는 것이다. 실제 정 교수는 지난1998년 조선시대 통역관들이 만주어(淸語) 회화학습교재로 사용한 ‘청어노걸대신석(淸語老乞大新釋)’를 발견하는 등 발로 뛰며 모든 사료를 철저히 연구하는 학자이다. 고려 말 이후 역사에서 자취를 감춘 지 4백여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책 원본에는 원래 우리말이 아니라 몽골어였음을 알려주는 흥미로운 단어가 등장해 한국어와 만주어 연구에 귀중한 사료의 발견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가 파스파 문자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한글을 논하는 것은 한글을 폄하하는 것이 게 아닙니다. 세상 다른 언어학과 당시 회화를 인정하고 해석해야 진정으로 한글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글은 파스파 문자를 토대로 연구됐지만 더 좋은 문자를 만든 것입니다. 간혹 외국 학자들 중에 한글과 파스파 문자가 같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는데 저는 다르다고 강력하게 말합니다. 세종대왕께서는 파스파 문자가 가지고 있는 결함을 훈민정음에서 개편하신 겁니다. 이는 훈민정음 ‘해례본(解例本)’을 보면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국어학자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정 교수의 연구는 발표될 때마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치외교학 등 다른 학계에도 당시에 쓰였던 언어나 회화의 배경에 대한 연구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는 그의 연구가 ‘남이 것을 그대로 보는 연구가 아닌 자신의 눈으로 직접 바라보는 연구’이기 때문이다. 온갖 논란과 불신에도 불구하고 파스파 문자와 관련한 연구로 훈민정음을 새롭게 바라본 정광 교수의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리고 그의 연구 열정이 진정한 연구자를 더 많이 배출하는 밑거름이 되어 대한민국 훈민정음 연구와 국어학회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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