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manyⅠ] 경제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GermanyⅠ] 경제 주변국에서 중심국으로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3.12.1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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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성래 기자]


독일의 내부 경제는 지금 고용율 73% 달성으로 고공 행진




종업원 500명, 연 매출 5000만유로 미만인 ‘독일의 미텔슈탄트(Mittelstand)’ 열풍은 독일 경제 뿐만 아니라 독일 전체 고용률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무엇보다 요즘 독일 경제를 한마디로 저의하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이다. 벤츠, BMW, 지멘스 등 대표적인 독일 기업들은 벌써부터 두둑한 연말 상여금을 계획하고 있고 백화점 등 상점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기업의 인력 스카우트 전쟁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재정위기 따른 경기 급락에도 일자리 유지

독일은 선진국 중 글로벌 금융위기 탈출을 가장 먼저 선언했을 뿐만 아니라 재정적자의 수렁에 빠져있는 유로지역 경제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다. 유로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국가이기도 하지만 위기 이후 보여준 경제성과가 그야말로 눈부시기 때문이다. 지난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 통일 이후 가장 높은 전기 대비 2.3%를 기록하면서 금년 전체로는 4%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1% 내외이고 같은 기간 유로지역의 성장률 전망이 1%대 중반임을 고려할 때 매우 높은 수준임에 틀림없다.

실업률은 더욱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유로존 평균실업률이 위기 이전보다 3%포인트나 높은 10%까지 상승하고 미국도 4%대에서 1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오른 반면, 독일은 오히려 하락하여 6%대를 나타내고 있다. 실업자는 18년 만에 가장 적은 200만명대로 줄어들었다. 벤츠, BMW 등을 내세운 수출이 중국 등 신흥시장국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GDP 대비 6%대까지 확대되었다.

독일 고용률은 2004년 64.3%의 최저점에서 노동시장 개혁 등을 통해 4년만인 2008년 70%를 넘어섰고 2012년 말에는 72.8%로 빠르게 개선되면서 유로존 국가들과 차별화되었다. 특히 독일 고용률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 급락시에도 일자리가 유지되면서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독일 고용률을 개선한 ‘4가지’

유럽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고용률 개선의 특징을 크게 4가지로 보고 있다. 첫째는 고용개혁 초기(2004~2006년)에는 시간제 신규고용이, 2007년 이후부터는 전일제 신규고용이 고용률을 높인 점이다. 독일의 총 일자리는 최저점인 2004년 대비 2012년 말 422만개가 증가했는데 이 중 시간제 일자리가 57%를 차지했으나 2007년 이후로는 전일제 일자리가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비경제활동인구도 2004년 대비 289.8만명이 감소하면서 고용 규모가 확대됐다. 둘째는 여성·고령자의 시간제 일자리 취업이 늘어난 점이다. 취업 고령자(55~64세)의 신규 일자리 증가는 전체 일자리 증가의 약 53%를 차지했는데, 고용개혁 이후인 2005년부터 고령자 신규고용은 전년대비 20~45만개 늘어나고 있다.

유럽연합 파웰 스위들리키 경제 연구원은 “독일의 고용률도 2001년 최저점인 37.7%에서 2012년 61.5%로 23.8%p 개선됐다. 성별로는 여성 고령자의 고용률이 남성보다 더 크게 개선되었다. 이는 고령 여성들의 시간제 일자리로의 취업이 2001년 대비 2012년 말 118만개(전체 시간제 일자리 증가의 42%) 늘어났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셋째는 전문가와 판매종사자 직종과 부동산 사업서비스업, 건강 및 사회사업 등의 업종에서 신규 고용이 늘어난 점이다. 전문가, 기술 및 준전문가 직종은 전체 신규 일자리 증가의 69%를 차지했는데 고용형태별로는 전일제가 199만명, 시간제가 94만명 늘어났다. 업종별로는 전문가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 부동산·사업서비스업, 고령자의 신규 고용이 증가한 건강 및 사회사업에서 일자리가 많이 늘었는데, 시간제 신규 일자리가 크게 증가한 업종의 일자리 증가가 두드러졌다. 넷째는 비자발적 시간제 일자리 비중은 감소하고 근로자 선택에 의한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난 점이다. 슈트트가르트대학 슈만 루트비 교수는 “고용개혁으로 비자발적 시간제 취업자 비중은 2001년 12.7%에서 2005년 21.4%로 높아졌지만 최근에는 시간제 일자리의 꾸준한 증가에도 비자발적 시간제 일자리 비중은 꾸준히 감소하면서 개인의 자발적 선택에 의한 시간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고용률 개선 어떻게 이뤄졌나?

독일은 ‘실업자 수 감축’의 명확한 목표 하에 경기 변동에 따른 활발한 고용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슈뢰더 정부부터 메르켈 정부까지 지속적으로 추진된 고용개혁으로 실업자 수는 최고점이던 2005년 456만명에서 2012년 231만명으로 축소됐고, 연간 노동시간도 2001년 1,453시간에서 2012년 1,397시간으로 줄었다. 특히,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한 기간제·단기간 근로, 파견근로, 해고제한 규모 확대 등 고용유연화가 장기실업자 등 취업취약계층이 고용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징검다리(Stepping Stone)’ 일자리를 늘렸다. 또한 시간제 일자리에 기업과 근로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총 고용 규모가 확대되는 고용 선순환 구조를 형성했고, 정부가 꾸준히 추진한 고용유연화로 기업의 시간제 일자리 수요가 확대됐다.

베를린대 경제학과 베른트 베노 교수는 “근로자들도 월소득 400유로 이하의 미니잡까지도 고용안전망 내로 편입되고 노동시간 전환제도 등도 정착되면서 시간제 일자리로의 참여를 늘렸다. 2007년 이후로는 신규 일자리가 시간제뿐만 아니라 전일제 일자리도 함께 늘어나는 고용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면서 사회보장 재정수지도 흑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독일은 ‘임금 인상’보다는 ‘고용 보장’을 우선시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노사 간 협력이 강화되었다. 고용개혁 이후 독일 노사 간에는 고용을 보장하는 ‘일자리 협정’이 민간과 공공부문 모두에서 확산되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급락 시에도 해고 대신 비용절감과 근로시간 계정제 등을 활용한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협약 체결이 확산됐다”고 전했다.

유럽경제연구소(ZEW)는 독일은 연방노동청의 적극적인 실업자관리, 일자리 매칭의 공공서비스 강화로 재취업·재교육이 용이해진 점을 주목했다. 연구소는 독일 연방노동청의 핵심 역할은 고용개혁을 통해 ‘직업 알선’으로 변화됐고 ‘해고고지 신고 의무’ 부과 등도 근로자의 노동시장 이탈을 적극적으로 방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직업 매칭, 직업 훈련 등의 공공고용프로그램의 강화도 실직자들의 재취업·재교육을 쉽게 하면서 고용시장을 개선시키고 있다고 독일 경제를 조명했다.



‘가족기업’과 ‘직업훈련시스템’, 그리고 ’미텔슈탄트(Mittelstand)’

뮌헨 교외에 위치한 중소기업 ‘그문트(Gmund)’는 1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작은 기업이지만 120년 의 전통을 자랑한다. 그문트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매년 새로운 종이를 세계 7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그문트의 경쟁력 중 하나는 가격 경쟁을 위한 저가상품을 만들지 않고, 매출액의 2~30%는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이다. 부모세대부터 평생 일해 온 직원이 많은 게 특징인 그문트는 2009년 위기 때도 연구비와 직원을 줄이지 않고 보호했다.

그문트에서 출고관리자로 일하는 미켈 마우어(33. 남)씨는 주당 35시간을 일하며 오후 4시에 퇴근한다. 그는 전형적인 독일의 중산층으로서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가장이다. 퇴직 후에는 지금 받는 임금의 절반정도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노후생활까지 가능하며 현재 자신의 삶에 강한 만족도를 느끼고 있다. 유럽 가전 시장 점유율 1위 밀레(Miele)는 작은 가족 기업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밀레는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경쟁력인 밀레는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과 역량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해외에는 판매 지사만 설립하고 공장은 독일에만 운영한다는 원칙으로 안정적인 일자리와 기술력 확보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밀레에서 일하는 알렉산더 비겔(34. 남)씨는 “밀레에서 안정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지금까지 어려운 일이 없었고 제가 직장을 잃을까 걱정할 이유도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독일의 중소기업들은 대부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으며 노동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임금도 대기업 못지않다. OECD 국가들 중 근로시간이 가장 적은 독일인들이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는 고용률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유지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경제연구소는 “독일은 짧은 노동시간에도 불구하고 고품질,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독일의 중소기업들이 어떻게 중산층을 두껍게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독일은 가족들이 대대로 한 기업에서 일하며 자신이 속한 기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독일의 직업훈련시스템도 독일의 고용률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은 자기 자리에서 제몫을 다하는 인재가 사회 곳곳에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실력과 성실함을 갖춘 일꾼들이 풍부하다. 이는 ‘이원화 직업교육’이라는 독특한 인재 양성 시스템 덕분이다. 독일은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10년 의무교육을 마친 10대 후반의 청년들은 기업과 일종의 인턴 계약을 3년간 맺는다. 계약을 맺은 청년들은 1주일에 3~4일 회사로 출근하고 나머지 1~2일 학교로 간다. 회사에서는 실무를, 학교에선 이론을 익히는 시스템이다. 독일 국책 연구기관인 연방직업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이런 인턴 계약이 해마다 55만~60만개씩 체결되고 2010년 기준으로 독일 청년 150만8328명이 이원화 직업교육을 받고 있다. 직업교육 분야는 일반 산업뿐 아니라 수공업, 서비스업, 농업 등 다양하다. 회사는 교육기간 이들이 보여준 업무 태도와 성과, 직업학교 성적 등을 종합해 채용을 결정한다. 청년실업률이 유독 낮은 이유는 이처럼 미리맞춤형 직업교육을 받은 일꾼을 키우기 때문이다.

경희대 경제학과 안재화 교수는 “독일과 우리나라의 고용시장 환경은 매우 다르지만 독일이 단기간에 달성한 고용률 개선은 우리나라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독일의 고용률 개선은 ‘실업자 수 감축’이라는 명확한 목표 달성을 위한 경기변동에 따른 다이내믹한 고용 정책 실시,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 고용 보장을 위한 노사 간 협력 강화 및 일자리 매칭 공공서비스의 확대에 기인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독일의 ‘미텔슈탄트’를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높은 고용률 뿐만 아니라 독일 경제의 모든 것을 포용하며, 독일 경제를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고 전 세계에 ‘미텔슈탄트’라는 광풍으로 세계 경제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미텔슈탄트(Mittelstand)’는 그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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