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학 신문, 고사위기에 처해 있는 대학 신문들
위기의 대학 신문, 고사위기에 처해 있는 대학 신문들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3.12.10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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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메이커=박성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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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위기에 처해 있는 대학 신문들


자금난에다 편집권 갈등, 학생들의 무관심까지 겹쳐… 위상 급격히 축소




신문 산업의 위기 현상이 대학가에도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시대,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함께 주요 일간지와 방송사들도 큰 영향을 받고 있는데, 대학 학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발행부수 감소가 감소하는가 하면 몇몇 학교에서는 학교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예산을 삭감하고 있다. 또 대학생을 대변해주는 학보사는 신입기자 채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다. 학생들이 블로그 기자단, 서포터즈 등 대외활동에 눈을 돌리며, 스펙을 쌓는 데 혈안이 됐기 때문이다. 국내 학보사의 슬픈 현주소다.



예나 지금이나 대한 언론 수난시대

2005년 동덕여대 학보사 탄압은 전국 대학생 기자들의 지지선언을 받았을 정도로 널리 알려진 사건이다. 당시 ‘동덕여대학보’는 총장의 학교운영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고, 주간 교수와 기자직에 있던 16명이 전원 해임됐다. 기자들은 이에 저항하는 의미로 자비를 들여 ‘제호 없는 신문’을 발행했다. 하지만 대학본부 보직자들이 정문 앞에서 신문 강탈을 시도하면서 갈등은 계속됐다.

명지대 학보 ‘명대신문사’도 2008,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큰 마찰을 겪었다. 2008년 명지대에선 지면의 일부가 백지로 나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대학본부가 무단으로 조교들을 해고했다는 논란이 일었고 <명대신문>은 관련기사를 실을 예정이었지만, 결국 신문은 지면이 일부 빠진 상태로 발행됐다. 2010년엔 학내 부정선거 의혹을 보도하려 했지만, 대학본부는 ‘학생들 보기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발행을 중지했다. 이후 기자들이 계속해서 의견을 전달하고 항의한 결과, 본부에서 요구하는 몇몇 단어만 수정한 후 발행했다. 학생들의 대표기구 역할을 하는 총학생회가 언론을 압력 한 사례도 있었다. 특히 총학생회의 예산심의 의결을 받도록 되어 있는 교지편집위원회의 경우, 상대적으로 총학생회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8년 ‘용연문화’(경성대 교지편집위원회)는 총학생회로부터 교지 예산을 없애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학생들의 여론을 모아 총학생회 의결기구인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한 후에야 간신히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다. 언론의 자유가 지금보다 제한되던 70~80년대만 해도 대학 신문은 '대안언론'으로 자리할 수 있었지만, 학교당국과 부딪치고 학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그 기대와 위상이 축소되고 있다. 운영비를 받는다는 이유로 학교의 '눈치'를 봐야 하는 대학언론의 위기는 지금까지도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대학 언론 유명무실, 부수·예산 줄고 학생들도 외면

요즘 대학생들은 ‘소통의 장(場)’으로 학내 언론보다는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를 선호한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만도 수백·수천개의 글이 올라오고 무수히 많은 댓글이 달리지만, 대학 신문을 ‘읽는’ 학생은 적어졌다.

최근 연세대 학보의 구독료 급감 사태는 ‘쓰되 읽지’ 않는 대학 신문의 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80여년의 역사를 가진 대표적인 대학 학보인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가 학교 정책에 항의하는 뜻으로 1면을 백지로 한 호외판을 냈다. 페이스북의 연세춘추 페이지는 3월 11일 “1면이 하얗게 비어버린 춘추. 무슨 일인지 궁금하시다면, 한 부를 들고 읽어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1면이 백지로 발행된 학보 사진을 게재했다. 연세춘추 측은 이날 ‘정론직필 기치 꺾는 연세대에 고함’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연세춘추와 그 자매지인 ‘The yonsei Annals’가 고사위기에 놓였다. 경영난에 부딪혀서다”라고 밝혔다

연세춘추는 구독료가 확 줄면서 예산의 26.6%가 깎였다. 연세춘추에 따르면 서울 신촌캠퍼스 등록 학생 중 신입생의 46.5%, 재학생의 11.9%만이 구독료를 냈다. 전체 학생으로 따지면 17.9%에 불과하다. 이는 연세대가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 지침에 따라 이번 학기부터 '잡부금' 명목으로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냈던 총학생회비와 학내 언론 구독료 등을 학생이 선택해서 납부하도록 변경했기 때문이다. 예산이 급감하면서 연세춘추는 당장 신문 제작에 차질이 불가피해졌지만 학교 측은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 연세춘추 주간인 나종갑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보 기자들의 취재 지원비나 외부 원고료 등이 3분의 1로 줄었다”며 “학내 언론에게 예산 삭감 분을 자체 충당하라는 것은 경제적 탄압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상황은 다른 대학들도 비슷하다. 고려대 학보인 ‘고대신문’은 이번 학기 개정호부터 학생들이 읽지 않아 남는 것으로 파악되던 1,000부 가량의 발행부수를 줄였다. 고대신문 관계자는 “부수 감소를 빌미로 언제든 학교 측에서 예산을 줄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한양대 학보 ‘한대신문’은 올해부터 지면을 12면에서 8면으로 줄였다. 수습기자 지원율이 떨어져 인력운용에 차질이 생긴 게 원인. 한대신문 관계자는 “힘들다고 중간에 나가는 인원도 많고 학보사 기자에 대한 자부심이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서울 주요 대학 학보사 등에 따르면 서울대 학보 ‘대학신문’은 최근 ‘위기의 대학신문, 현재를 진단하다’ 기획시리즈를 연재했다. 김소라 편집장은 “교수와 교직원, 서울대 재학생 등이 참여해 깊이 있는 논의를 마련하는 등 총 4회에 걸쳐 게재했다”면서 “좌담회에서 나온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성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신문은 최근 설문조사 결과 1999년 77%에 이르던 구독률이 34.7%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큰 충격을 받았다.

편집권 갈등으로 위기에 처한 곳도 적지 않다. 건국대 학보인 ‘건대신문’은 2011년 2학기에 기자와 학교간 편집권 갈등을 겪으며 편집국장이 해임되고 신문 발행이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다. 한국외대의 ‘외대학보’는 지난해 11월 총학생회 선거 특집호를 발행하려다 학교 측이 막으면서 결국 학생들이 자비로 신문을 발행해 배포하기도 했다. 성균관대의 ‘성대신문’도 지난해 학교 측에서 반값등록금 기사, 비정규교수노조 분회장 인터뷰 기사 등을 다른 기사나 광고로 대체해 발행을 잠정 중단했다. 김삼호 한국대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학생운동과 함께 번성했던 대학신문이 이제는 더 이상 학생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며 “학교 당국도 학내 문제를 외부에 드러내는 눈에 가시 정도로 여겨 대학신문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의 대학신문, 생존위해 모바일 서비스 등 자구책 마련

D대학에 재학중인 박 모씨(21)는 “독자입장에서 교내 뉴스는 딱딱하고 식상해서 솔직히 재미가 없다”며 “대학언론이 평범한 학교 뉴스를 정리하는 수준의 보도에 그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1980년대 후반 군사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서 영향력을 떨치던 대학언론은 어느새 옛말이 되었다. 지금은 학보사가 있는지도 모르는 학생들도 많다.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도 웹진인 ‘연두’와 연세앱 모바일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페이스 북 계정을 만들어 재학생들과의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민주 편집장은 “기사 방향에서도 20대·신촌·연세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아이템을 선정해 학생들의 관심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경희대 학보 ‘대학주보’ 국주연 편집장도 “학교 정책의 잘못된 부분을 보도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서 “학보사가 보도하면 학교생활이 달라진다는 생각을 학내 구성원들이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SNS를 통해 최대한 신문의 속보성을 살리고 있자. 실례로 지난해 <건대신문>이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한 총학생회 선거가 학생들로부터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서울여대 학보사 김자영 편집장은 “종이신문의 위기를 탈출하는 방법은 직접 신문을 손에 쥐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여대 학보사 기자들은 학보가 나오는 당일과 그 다음날 이틀을 이용해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직접 배포한다. 또 이 대학 학보사는 학우들의 목소리를 더 잘 듣고자 트위터를 통해 학생들과 소통할 뿐 아니라 정기적으로 설문지 조사를 하고 있다. 특히 학내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 국부장단 합의도 열고 학우 취재를 모든 기자들이 나가서 실시하고 있다. ‘대학신문’ 주간을 지낸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호문혁 교수는 “종이 매체에 익숙하지 않은 현 세대들의 대학신문 구독률이 떨어지니 광고난으로도 이어져 재정 확충 측면에서도 어렵다”며 “고학년 기자의 등장도 인력난 타개책의 한 방법이고, 모교 소식을 궁금해 하는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독자층의 확대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또한 학교 측의 기사검열, 일방적 예산삭감 문제 등 편집권·자치권 탄압에 시달려 온 대학언론들이 대안으로 협동조합 설립을 모색하고 나섰다. 대학언론에 대한 탄압은 꾸준히 논란이 돼 온 문제로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같은 단체의 힘을 모아 대학당국에 대응해 왔지만 협동조합 설립을 시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학언론의 미래가 곧 대한민국 언론의 미래

전문가들은 한국 대학생이 미국 학생 같은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이유는 ‘대학 언론을 대하는 사회의 잘못’과 ‘대학 언론 구조 자체의 모순’ 등을 예로 든다. 익명을 요구한 현 대학교수는 이에 대해 정확이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의 잘못이라고 했지만, 사실 ‘사회’가 아닌 ‘학교’의 잘못이라고 표기해야 마땅하다. 중앙대의 중앙문화 사태, 고려대의 ‘이명박 플랜카드 철거’, 이화여대의 ‘총장 얼굴 대자보 수거’ 등이 이에 해당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의 잘못이라고 해석하면 이 부분은 밑도 끝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순간, 암을 도려낼 매스가 방향을 잡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기사문을 모두 읽고 나면 사회의 문제가 아닌 통제권을 가진 학교(혹은 총학생회)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언론진흥재단 김성해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대학신문의 고정 독자가 3만 명 가량 된다고 한다. <서울대저널>은 수많은 대학언론이 창·페간되는 동안 15년 째 자치 언론을 운영해왔다고 전했다. 또한 출판인 최내현 씨는 “20년 뒤면 종이책 구경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며, 같은 맥락에서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지난해 웹진 <자하연 잠수함>을 발행하고 있으며, 그밖에 자치언론으로서 연세대 학생들은 <나불나불>, <헤드에이크>, 원광대 학생들은 <알지뉴스> 등을 창간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이준훈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언론이 어느곳에도 구속받지 않고 진정한 자유를 얻는 것이다. 대학언론의 자유가 곧 대한민국 언론의 자유이자 미래이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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